All Chapters of 부군에게 버림받았지만, 황후가 되다: Chapter 1 - Chapter 10

14 Chapters

제1화

소진우는 멈칫하더니, 이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내 턱을 움켜쥐었고, 눈동자에는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임수경, 참으로 재밌구나.”"심태진이 왜 너를 보냈는지 아느냐?"나는 눈을 깜빡일뿐, 아직도 어젯밤의 그 짜릿한 여운에 잠겨 있어 대답하지 않았다.소진우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내 턱선을 따라 쓸어내리며 무심하게 말했다.“나는 젊은 시절 전쟁터를 누비다 몸이 크게 상해 자식을 얻기 어렵다."“심태진의 말로는, 네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아이가 잘 생기는 체질이라고 하더구나”.“심태진은 내게 빌붙기 위해 너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다.""아."나는 그제야 깨달았다."그러니까 제가 그에게 새끼나 낳는 암퇘지 취급을 당했다는 겁니까?”소진우는 나의 상스러운 말투가 우스웠는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는 자신의 커다란 손을 나의 평평한 아랫배 위에 올렸고, 손바닥의 열기에 허리가 찌릿했다."어젯밤에 아주 만족스러웠다."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정말 아이를 가진다면, 그 아이는 훗날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오늘 밤에도 사람을 보내 너를 데려올 것이다.”‘누구보다 높은 자리.’
나는 두 눈을 반짝였다.소진우는 한층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검은 겉옷을 걸쳤고, 문 앞에 이르러 발걸음을 멈췄다."임수경, 참으로 재밌구나. 오늘 밤이 벌써 기대된다.”문이 닫히자 나는 이불을 감싼 채 침대 위를 반 바퀴 굴렀고, 허리가 욱신거려 이를 악물고 허리를 주물렀다.‘젠장, 역시 권신답네. 체력이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좋네.’나는 가마를 타고 의기양양하게 심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갔다.대청에 들어서자 심태진과 그의 어머니인 김혜숙이 차를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두 사람은 심태진이 마음에 둔 여인인 유희연을 어떻게 집안으로 들일지 의논하고 있었다.김혜숙은 나를 보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거칠게 내려놓았다."무슨 낯짝으로 돌아온 것이냐?”"몸까지 더럽히고, 우
Read more

제2화

"가진 게 없으면 잃을 것도 없지요.”“저는 지금 재상 대감의 총애를 받는 몸입니다.”“저를 욕하거나 모욕하기는커녕, 조상님 모시듯 떠받들어야 할 겁니다."“한마디라도 더 지껄이시면, 당신 가족 전부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심태진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바닥에 주저앉았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김혜숙은 옆에서 데인 손을 감싸 쥔 채, 씩씩거리는 두꺼비처럼 얼굴이 잔뜩 부어올라 있었다.나는 손을 툭툭 털고 유유히 내 처소로 돌아갔다.심태진은 문 앞에 서서 벌레라도 씹은 듯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날이 어둑해질 무렵, 저택 문밖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소진우의 마차가 저택 문 앞에 위풍당당하게 멈춰 섰는데, 검은색과 금색으로 꾸민 마차에는 기린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마차에 오르기 전, 나는 심태진을 돌아보며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서방님, 오늘 밤 푹 주무십시오. 제 꿈은 꾸지 마시고요.”심태진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주먹을 꽉 쥐었지만, 감히 한 발짝도 다가오지 못했다.나는 여우 털을 깔아놓은 푹신한 평상에 몸을 파묻고 배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오늘 밤에는 좀 더 힘을 써야겠어.’심태진은 극심한 치욕을 당하고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다음 날 아침, 그는 이판사판이라는 듯 완전히 막 나가기 시작했다.다음 달까지 기다리지도 않고 곧장 작은 가마 하나를 마련해 유희연을 집 안으로 들였다.내가 막 저택으로 돌아오자, 늙은 하인이 나를 대청으로 불렀다.심태진과 김혜숙이 상석에 단정히 앉아 있었고, 유희연은 분홍색 옷을 차려입고 옆에서 새침하고 여린 자태로 서 있었다.심태진은 차가운 얼굴로 바닥의 방석을 가리키며 말했다."너는 이제 정실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없다.""오늘 희연이가 들어왔으니, 너는 희연이에게 차를 올리고 앞으로는 얌전히 천한 첩으로 지내거라."나는 팔짱을 낀 채 그들이 벌이는 꼴을 차갑게 지켜보았다.유희연이 가식적으로 찻잔을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언니, 어젯밤에 참으로
Read more

제3화

"심 나리께서는 재상 대감의 결정에 불만이라도 있는 것입니까?”심태진은 몸을 움찔하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희연아… 차를 올리거라."유희연은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바닥에 흩어진 깨진 도자기 조각 위에 무릎을 꿇은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시 찻잔 하나를 들어 머리 위로 받쳐 올렸다."언니… 차를 받으십시오.”나는 차를 건네받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앞으로 이 집에서는 몸을 사리고 조용히 지내거라."유희연은 굴욕감에 몸을 떨며 바닥에 이마를 찧었고,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병사들이 일제히 물러가고, 대청에는 엉망이 된 바닥과 꿇어앉아 통곡하는 유희연만 남았다.나는 일어나 치맛자락을 털며 심태진의 곁을 지나갈 때 나지막이 한마디 했다."서방님, 화나십니까? 화가 나야 정상이지요."심태진이 갑자기 내 손목을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었다.내가 돌아보자 그의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 있었고, 마치 궁지에 몰린 짐승 같았다."임수경.”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소진우가 평생 너를 지켜줄 것 같느냐?"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붉어진 손목을 문지르며 웃었다."적어도 지금은 지켜줍니다. 허나 서방님께서는 무엇으로 유희연을 지킬 것입니까?”...밤이 깊어, 저택을 나서서 마차를 타러 나가려는데 심태진이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더니 옥패 하나를 내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옥패는 맑고 흰빛을 띠었으며, 한 줄기에 나란히 핀 두 송이의 연꽃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그것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내게 남겨주신 유일한 유품이었다."임수경.”심태진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눈빛에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 듯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오늘 밤 재상부에 가서 서재에 있는 소금 정무 관련 문서를 훔쳐 오거라. 성공하면 옥패를 돌려주마.""안 그러면 지금 당장 이 옥패를 부숴서, 네 어머니에 대한 마지막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나는 득의양양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헛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하지만 내색하지
Read more

제4화

심태진은 이미 서재에서 애가 타도록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나는 문서를 책상 위에 내던졌다."옥패를 내놓으십시오.”심태진은 문서의 내용을 확인하더니 미친 듯이 기뻐했다.그는 옥패를 내게 던져주고는 보물이라도 얻은 듯이 문서를 끌어안았다."하하하! 이것만 있으면 재상 대감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자들이 그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겠다!”“나도 이 일로 큰 공을 세우고 단숨에 출세할 수 있겠구나!”나는 옥패를 소중히 챙긴 뒤, 미쳐 날뛰는 그의 뒷모습을 마치 시체를 보듯 무심히 바라보았다....조정의 소동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일어났다.마당에 앉아 해바라기 씨를 까먹고 있는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이어 심태진이 비틀거리며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관모는 삐뚤어지고 옷은 구겨진 것이, 마치 누군가에게 진흙탕에서 건져 올려진 몰골이었다.그의 눈은 핏발이 서서 금방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듯했다."어머, 서방님 오셨습니까?”나는 해바라기씨 껍질을 뱉으며 물었다. “승진은 좀 하셨습니까?”"너…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것이다!”그가 달려들어 내 목을 조르려 했지만 시녀들이 막아섰다."그 명단은 가짜였다! 재상 대감이 진작부터 함정을 파놓고 내가 걸려들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그 탓에 나는 벼슬이 세 단계나 강등되어 최하위 관직으로 밀려났다! 전부 너 때문이다!”“저 때문이라고요?”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훔쳐 오라고 시킨 것도, 덥석 물어버린 것도 다 서방님 아닙니까?""이 천한 년! 소진우와 짜고 나를 해치려 들다니!"“이제야 아셨습니까?”심태진은 분노로 몸을 떨더니 갑자기 진정하며 눈빛은 더없이 음침해졌다.“그래. 어디 두고 보자꾸나.”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나갔고, 나는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해가 질 무렵, 소진우의 마차가 오기도 전에 심태진이 사람들을 데리고 내 처소로 들이닥쳤다.유희연이 그의 뒤를 따라왔고, 손에는 검은 탕약 한 사발을 들고 있었다."임수경.”심태
Read more

제5화

그 우렁찬 호통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심태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재, 재상 대감님…”소진우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숙여 내 몸에 상처가 있는지 살폈다.그의 손가락이 찬물에 흠뻑 젖은 내 옷에 닿자, 눈빛에 서린 살기가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누가 한 짓이냐?"나는 심태진을 가리킨 뒤, 이어서 사람들 사이에 주저앉은 김혜숙과 유희연을 차례로 가리켰다."저 세 명입니다. 한 명은 약을 지어 오고, 한 명은 억지로 먹이려 하고, 한 명은 저를 돼지우리에 가뒀습니다.”소진우의 시선이 세 사람에 닿자, 그들은 일제히 몸을 떨었다.그래도 몇 년간 글공부를 한 심태진은, 선수를 쳐야 한다는 이치쯤은 알고 있었다.그는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황궁이 있는 방향을 향해 통곡하기 시작했다."폐하! 살려주시옵소서! 재상 대감이 권력을 믿고 제 부인을 강제로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을 죽여 입을 막으려 하옵니다!”그의 외침이 우렁차게 울려 퍼지자, 구경하던 백성들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소진우는 차갑게 비웃더니, 나를 안고 말에 올라탔다."네가 폐하께 직접 고하겠다면, 내가 친히 같이 가주마.”어서방 안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황제는 얼굴이 시퍼렇게 굳은 채로 용상에 앉아 있었다.심태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폐하! 소인은 억울하옵니다! 임수경은 소인이 정식으로 혼인한 부인이거늘, 재상 대감께서 권력을 앞세워 제 부인을 강제로 빼앗았사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경이에게 조정의 기밀을 훔치라고 강요하셨사옵니다!”"소인이 분을 참지 못하고 항의하자, 재상 대감께서는 소인의 관직을 세 등급이나 강등시키고 평민으로 만들었사옵니다! 부디 폐하께서 소인의 억울함을 풀어주시옵소서!”김혜숙도 옆에서 무릎을 꿇고 더 크게 울부짖었다.“하늘도 무심하시지! 소인의 아들이 그토록 고생해
Read more

제6화

"오?"소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네 말은 내가 능력이 없다는 뜻이냐?”"아, 아닙니다…”"그럼 네 말은 내 부인이 품은 아이가 심씨 가문의 자식이라는 뜻이냐?"심태진은 입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진우는 차갑게 비웃으며 황제를 향해 몸을 돌렸다."폐하, 소인이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그는 소매에서 누렇게 바랜 혼인서 한 장을 꺼내 펼쳐 보였다."이 혼인서에는 임수경이 이미 오년 전에 소인과 혼약을 맺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심태진 저 비열한 자가 소인이 밖에서 전쟁을 치르는 틈을 타 속임수를 써서 혼인하고, 소인의 정혼자를 강제로 빼앗았습니다!”혼인서를 건네받은 황제는 손을 떨었고,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소진우를 바라보았다.‘저 혼인서는 어디서 난 거지? 난 왜 몰랐지?’소진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소인이 지금까지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심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 폭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심태진은 갈수록 더 심해졌습니다. 소인의 정혼자를 학대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약을 먹여 소인의 처소로 보내고 이를 이용해 소인을 협박하려 했습니다!”“소인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제 부인을 되찾아온 것인데, 어찌 간통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심태진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헛소리이옵니다! 폐하, 그 혼인서는 가짜이옵니다!”"가짜라고?"소진우가 심태진을 차갑게 쏘아보았다."그럼 네가 말해 보거라. 네가 임수경과 혼인할 때 혼인서가 있었느냐? 중매인의 말이 있었느냐? 부모의 허락은 있었느냐?"심태진은 입을 달싹였으나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와 나의 혼인은 임씨 가문이 몰락한 뒤 서둘러 치른 것이었기에, 제대로 된 혼인서가 없었다."그만하거라!"황제가 용상을 쾅 내리쳤고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져 있었다.황제 역시 소진우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전각 밖에는 병사들의 칼날이 창
Read more

제7화

소진우는 끝내 내 고집을 꺾지 못하고, 사람을 시켜 마차를 준비시킨 뒤 병사 백 명을 붙여주었다.나는 위풍당당하게 행렬을 이끌고 다시 심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갔다.심태진과 김혜숙은 이미 끌려와 대청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주변에는 황궁에서 나온 내시 몇 명이 서서 몰수할 재산을 점검하고 있었다.들어가자마자 김혜숙이 고급 자단목 의자를 끌어안고 절대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였다."이건 내 아들 것이다! 누구도 가져갈 수 없다!”나는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어머님, 이 의자는 제가 시집올 때 친정에서 보내온 혼수입니다. 잊으셨습니까?”“헛소리 하지 말거라!""헛소리라고요?”나는 소매에서 누렇게 바랜 혼수 목록을 꺼내 펼쳐 보였다."보십시오. 여기 ‘자단목에 꽃무늬를 새긴 의자 한 쌍’이라고 똑똑히 적혀 있잖습니까. 이건 우리 친정 물건입니다.”그 말에 김혜숙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나는 손뼉을 쳤다."여봐라, 저 의자를 옮기거라."병사 두 명이 다가가 김혜숙과 의자를 통째로 뒤집어 버렸다.김혜숙은 바닥에 나뒹굴며 비명을 질렀고, 의자는 신속하게 옮겨졌다.나는 저택을 한 바퀴 돌며 혼수 목록을 들고 하나하나 대조했다.“이 서화는 외조부의 유품이니 옮기거라.”"저 청화백자 꽃병도 어머니의 혼수였으니 옮기거라.”“이 상자에 든 비단과 명주는 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것이니, 이것도 옮기거라.”병사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심씨 가문 저택을 통째로 탈탈 털어갔다.마지막에는 부엌의 가마솥까지 찾아냈다."저 솥도 내가 시집올 때 산 것이니 옮기거라!”심태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집이 텅 비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고,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됐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혜숙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이 넘어갈 듯이 울었다.“천벌을 받는구나, 천벌을 받아!"나는 쪼그려 앉아 심태진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서방님,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저를 욕하거나 모욕하기는커녕, 조상님 모시듯 받들어
Read more

제8화

김혜숙이 중풍으로 몸의 한쪽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심태진은 낡은 절에 웅크리고 앉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혜숙을 바라본 뒤, 텅 빈 두 손을 바라보더니,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울었다.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그날 오후,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심태진은 거리로 나가 구걸했다.그가 막 길목에 다다르자, 누군가 자루를 뒤집어씌우고 때려 그를 기절시켰다.심태진이 깨어났을 때, 그는 붉은 비단이 깔린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주변에는 짙게 화장한 남자 몇 명이 서 있었다.뚱뚱한 여자 한 명이 허리를 흔들며 다가와 그를 훑어보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피부도 곱고 살결도 부드러우니, 제법 좋은 값에 팔 수 있겠구나.”“너, 너희는 누구냐?! 날 놓거라!”“그만 발버둥 치거라.”뚱뚱한 여자가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오늘부터 너는 우리 춘풍루(春風樓) 사람이다.”"춘풍루라고?”심태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거기는… 남자 기생들이 손님을 받는 곳이 아니냐?!”"맞다.”여자가 손뼉을 쳤다."어서 이 도련님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라. 오늘 밤부터 손님을 받아야 하니까!""안된다!”심태진의 비명은 분 냄새 속에 파묻혔다.한편, 재상부 안.소진우는 평상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고, 나는 그의 품에 안겨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심태진은 어디로 보내셨습니까?”"춘풍루로 보냈다.”"푸하하——"나는 웃다가 내 침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진짜로 심태진을 남자 기생들이 손님을 받는 곳으로 보내신 겁니까?”“네가 전에 심태진을 남의 침상에 보내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느냐?”소진우는 책장을 넘기며 담담하게 말했다."춘풍루의 손님들은 젊고 혈기왕성하니, 그에게 딱 맞을 것이다."나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정말 짓궂으시군요."“감히 너를 건드렸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소진우는 책을 내려놓고 자신의 손을 내 아랫배에 얹었다."여기에 내 아이가 있다. 감히 나의 여인과 아이를 건드렸으니, 죽
Read more

제9화

임산부의 식단과 입맛을 따로 찾아본 것이다.소진우는 말로 내색하지 않을 뿐, 속은 누구보다 세심했다.한편, 조정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갈등이 거세게 일고 있었다.황제는 지난번 어서방에서 망신을 당한 뒤로 계속 분을 삭이고 있었고, 대놓고 소진우를 건드리지는 못했지만, 뒤에서는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그날 깊은 밤, 황궁에서 나온 비밀 서신 한 통이 북쪽 변경으로 향했다.사흘 뒤, 북쪽 변경에 주둔하고 있던 영왕이 이 밀서를 받았다.영왕은 황제의 친동생으로, 십만에 달하는 막강한 군대를 거느리고 늘 황위를 노리고 있었다.황제도 그가 못된 인물임을 알았으나, 당장 소진우를 견제할 수 있는 자는 그뿐이었다."폐하께서 본왕더러 경성으로 올라와 황실을 도우라는 건가?”영왕은 서신을 읽고 차갑게 비웃었다."소진우에게 몰리니까 이제야 내가 생각나신 모양이군.”그는 서신을 촛불에 태우며 재로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명령을 내려라. 이만 병력을 소집해 본왕을 따라 경성으로 갈 것이다.”한편, 조정에서는."폐하, 북쪽 변경에 이상 징후가 있어 오랑캐의 침입이 우려됩니다. 소인이 군사를 이끌고 반란을 평정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소진우가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황제의 눈에는 언뜻 기쁜 기색이 스쳤으나, 짐짓 걱정스러운 척했다.“재상이 경성을 비우면 나랏일은 어찌하고…"“폐하, 걱정 마십시오. 소인이 병력의 절반을 남겨 경성을 지키게 할 테니,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좋다!"황제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수고하거라!”소진우가 출정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마당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얼마나 가 있으실 겁니까?”"짧으면 보름, 길면 한 달이다."소진우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 손을 잡았다."내가 경성을 떠나있는 동안 꼭 조심해야 한다."“걱정 마십시오. 병력도 절반이나 남겨뒀다면서요.""내가 걱정되는 건 밖의 적이 아니라 궁에 있는 그자다."소진우의 눈빛이 가라앉았고,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Read more

제10화

설아는 황급히 수납장을 뒤지더니 소진우가 남겨두고 간 은백색 갑옷을 꺼냈다.나는 겉옷을 벗고 재빠르게 갑옷을 걸친 뒤 허리띠를 단단히 묶었다.“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전부 불러 대청으로 집합하라고 하거라.”잠시 후, 대청 안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남아서 지키는 병사는 고작 삼천 명뿐이었고, 밖에는 이만 명의 반란군이 있었다.모두 안색이 너무나도 어두웠다.“너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나는 계단 위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밖에는 이만 명이 있고 우리는 삼천 명뿐이니, 이 싸움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겠지.”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어조를 바꾸어 말을 이었다.“허나 너희 재상 대감께서 떠나기 전에, 내게 이 호부를 맡기셨다.”내가 손에 든 검은색 호부를 들어 올렸고, 횃불 아래에서 번쩍였다.“재상 대감께서 말씀하셨다. 이 집안 일은 내가 결정하니, 누가 감히 침입하면 가차 없이 죽이라고."“묻겠다. 너희는 재상 대감의 병사냐, 아니면 겁쟁이냐?”“재상 대감의 병사입니다!”삼천 명이 일제히 외쳤다.“좋다!”나는 벽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단칼에 눈앞의 탁자를 베어 버렸다.“그렇다면 오늘 저들에게 보여주자. 재상부의 문은 그렇게 쉽게 들어설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반란군이 문을 들이받기 시작한 것이다.“계획대로 움직이거라!”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장치를 작동시켜라!”소진우는 이 저택을 지을 때부터 포위 공격을 당할 가능성을 고려해 두었다.외벽 안에는 수많은 장치가 숨겨져 있어, 작동만 시키면 독을 바른 화살이 잇달아 발사되도록 되어 있었다.내가 벽에 있는 기관 장치를 누르자, ‘철컥’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곧이어 바깥 담장의 벽돌 틈새로 시커먼 화살구멍이 무수히 모습을 드러냈다.“발사!”수많은 화살이 일제히 쏟아졌다.첫 번째로 돌격해 온 반란군은 문 앞에도 도착하지 못한 채 화살에 온몸이 꿰뚫렸다.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공
Read more
PREV
1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