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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or: 마법사
설아는 황급히 수납장을 뒤지더니 소진우가 남겨두고 간 은백색 갑옷을 꺼냈다.

나는 겉옷을 벗고 재빠르게 갑옷을 걸친 뒤 허리띠를 단단히 묶었다.

“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전부 불러 대청으로 집합하라고 하거라.”

잠시 후, 대청 안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

남아서 지키는 병사는 고작 삼천 명뿐이었고, 밖에는 이만 명의 반란군이 있었다.

모두 안색이 너무나도 어두웠다.

“너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나는 계단 위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밖에는 이만 명이 있고 우리는 삼천 명뿐이니, 이 싸움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겠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어조를 바꾸어 말을 이었다.

“허나 너희 재상 대감께서 떠나기 전에, 내게 이 호부를 맡기셨다.”

내가 손에 든 검은색 호부를 들어 올렸고, 횃불 아래에서 번쩍였다.

“재상 대감께서 말씀하셨다. 이 집안 일은 내가 결정하니, 누가 감히 침입하면 가차 없이 죽이라고."

“묻겠다. 너희는 재상 대감의 병사냐, 아니면 겁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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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에게 버림받았지만, 황후가 되다   제14화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고, 나란히 가장 높은 곳으로 걸어 올라갔다.아래를 내려다보니 성안의 모든 백성들이 엎드려 외치고 있었다.“황후 마마.”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 몇 명을 발견했다.길모퉁이에는 헝클어진 머리에 몰골이 초라한 늙은 여인이 낡은 그릇을 들고 구걸하고 있었다.그녀는 몸의 반쪽을 움직이지 못했고, 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처량해 보였다.바로 심태진의 어머니 김혜숙이었다.그녀는 봉포를 입고 단상에 서 있는 나를 알아보았는지, 흐릿한 눈에 놀라움과 후회가 스쳤다.그러더니 그녀는 흐느끼는 듯한 신음을 흘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듣기로는 그녀는 홧병으로 죽었다고 한다.한편, 남풍관 뒷골목에서는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한 남자가 바닥에 엎드린 채 구정물을 핥아 먹고 있었다.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황제와 황후의 행렬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소진우는 큰 말을 타고 있었고, 나는 황후의 가마인 봉련에 앉아 품에 옥처럼 곱게 생긴 어린 태자를 안고 있었다.그 남자는 손을 덜덜 떨더니 들고 있던 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려 산산조각이 났다.그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미련과 원망, 그리고 깊은 후회가 가득했다.바로 심태진이었다.그는 입을 벙긋거리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으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바닥에 엎드린 채, 지고한 권력을 상징하는 봉련이 멀어져 마침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볼 뿐이었다.듣기로는, 그날 밤 그는 남풍관 뒷벽에 머리를 박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유희연은 돈을 챙겨 도망친 뒤 그 건달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겼다.그리고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온몸이 짓무르고 썩어 들어가는 병에 걸려, 버려진 무덤가에 내던져진 채 죽음을 맞았다.선한 일에도 악한 일에도 반드시 그에 맞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고, 세상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다.깊은 밤, 황궁에는 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소진우는 시종들을 물리고 나를 품에 안은

  • 부군에게 버림받았지만, 황후가 되다   제13화

    소진우는 여전히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황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수경아!”나는 그를 바라보며 기운 없이 웃어 보였다.“여긴 왜 오신 겁니까?… 황위는 필요 없으십니까?”“황위가 너보다 중요할 리가 있겠느냐!”그가 내 손을 잡았다.“내가 곁에 있을 테니 무서워하지 말거라.”참 이상하게도 그를 보자 내 마음속의 두려움이 갑자기 사라졌다.“나랑 같이 힘을 줘보자꾸나.”“네.”“하나, 둘, 셋——”나는 이를 악물고 온 힘을 쥐어짜 냈고, 마침내 밤하늘을 가르는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태어났습니다! 도련님이십니다!”하녀가 아기를 안아 들고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나는 침상에 축 늘어진 채 온몸의 기가 다 빠져나간 듯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소진우는 조심스럽게 아기를 건네받아 품에 안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온 경성을 피로 물들이고 황제까지 끌어내렸던 소진우가, 이 순간 작은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손을 떨고 있었다.“정말 작구나…”“당연하지요. 갓 태어난 아기가 커봐야 얼마나 크겠습니까?”소진우는 품 안의 아기를 내려다보며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몸을 숙여 땀에 젖은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수경아, 고맙다.”“뭐가 고맙습니까?”“내게 가정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에 차올랐다.처음에는 권력과 몸을 맞바꾼 거래로 시작해,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를 거쳐, 어느새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는 사이가 되었고, 소진우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대감님.”“응?”“대감님께서 이 아이를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존재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지요.”“그랬지.”“언제 그 말을 지킬 생각이십니까?”소진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었다.그는 아기를 안은 채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황후, 이미 너를 위해 이 드넓은 강산을 손에 넣었다. 몸조리를 마치는 대로 책봉식을 거행할 것이

  • 부군에게 버림받았지만, 황후가 되다   제12화

    소진우는 아무 말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용상 위에 툭 던졌다.“으악!”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영왕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황제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치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영, 영왕…”“폐하.”소진우가 용상 앞으로 다가가 바닥에 주저앉은 황제를 내려다보았다.“지방의 왕과 내통하여 충신을 죽이려 한 죄는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황제는 온몸을 떨었다.“짐은 그런 적 없다…”“그런 적 없다고요?”소진우가 소매에서 황제가 영왕에게 보냈던 비밀 서신 한 장을 꺼내 들었다.“그럼 이것은 무엇입니까?”황제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소진우… 네, 네가 정녕 역모를 꾀하려는 것이냐?”“역모라니요?”소진우가 피식 웃었다.“폐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소인은 그저 못된 자를 처단하러 온 것뿐입니다.”그는 품에서 미리 작성해 둔 조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여기에 서명하고 황릉으로 가서 능이나 지키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황족의 씨를 말려 버리겠습니다.”황제는 떨리는 손으로 조서를 집어 들었고, 그 위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그것은 황위를 넘기겠다는 조서였다."네, 네가 정녕 짐더러 퇴위하라는 것이냐?"“폐하께서는 연세가 많으시니, 이제 편히 쉬셔야지요.”소진우의 말투는 덤덤했으나 거역할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서명하십시오.”“짐은 죽어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소진우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황제의 목에 겨누었다.“그렇다면 소인이 직접 폐하께서 가시는 길을 배웅해 드리지요.”차가운 검날이 피부에 닿자 황제는 겁에 질려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는 소진우의 아무런 온기도 없는 눈을 바라보며 마침내 깨달았다.소진우는 정말로 자신을 죽이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을.“짐이 서명하마…”황제는 떨리는 손으로 옥새를 들어 조서 위에 꾹 눌러 찍었다.붉은 인장이 종이 위에 선명하게 찍히며 한 왕조의 종말을 고했다.소진우는 조서를 거두고 몸을

  • 부군에게 버림받았지만, 황후가 되다   제11화

    “소진우?!”영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너는 북쪽 변경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소진우는 대답 대신 길을 막고 있던 반란군의 깃발을 쳐서 날려버리고, 곧장 영왕을 향해 돌진했다.“어서 저놈을 막아라!”반란군들이 떼를 지어 달려들었지만, 소진우의 앞에서는 종잇장이나 다름없었다.그가 창을 가로로 휘두르자 대여섯 명이 동시에 나가떨어졌고, 창을 곧게 찔러 넣자 두 사람의 가슴을 한꺼번에 꿰뚫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반란군의 진형을 완전히 뚫고 영왕의 코앞까지 다다랐다.“영왕 전하.”소진우가 말의 고삐를 당겨 멈춰 세우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오랜만입니다.”영왕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너는 북쪽 변경으로 간 것이 아니었느냐?”“제가 북쪽 변경으로 가지 않았으니, 전하께서 이리 겁도 없이 죽으러 오신 것 아닙니까."그제야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은 영왕은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소진우가 가볍게 창을 내지르자, 창이 그대로 영왕의 등을 관통했다.영왕은 가슴을 뚫고 나온 창끝을 내려다보았고 입을 몇 번 달싹였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말에서 떨어졌다.소진우는 그의 목을 베어 높이 치켜들었다.“영왕은 죽었다! 항복하는 자는 살려주겠다!”영왕의 머리를 본 반란군들은 순식간에 사기가 꺾였고, 저마다 무기를 내던지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항복했다.소진우는 뒤에 있던 부장군에게 머리를 던져주고 말에서 내려 재상부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앞마당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고, 짙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그는 불길을 헤치고 들어가 안뜰에서 나를 찾아냈다.나는 계단 위에 서 있었다. 몸에는 그가 입었던 은백색 갑옷을 걸치고 있었고, 얼굴에는 그을음이 조금 묻어 있었지만 두 눈은 놀라울 만큼 반짝였다.나를 바라보던 소진우는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는 쥐고 있던 장창을 내던지고 단숨에 계단을 뛰어 올라와 나를 품에 거칠게 끌어안았다.“미안하다. 내가

  • 부군에게 버림받았지만, 황후가 되다   제10화

    설아는 황급히 수납장을 뒤지더니 소진우가 남겨두고 간 은백색 갑옷을 꺼냈다.나는 겉옷을 벗고 재빠르게 갑옷을 걸친 뒤 허리띠를 단단히 묶었다.“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전부 불러 대청으로 집합하라고 하거라.”잠시 후, 대청 안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남아서 지키는 병사는 고작 삼천 명뿐이었고, 밖에는 이만 명의 반란군이 있었다.모두 안색이 너무나도 어두웠다.“너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나는 계단 위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밖에는 이만 명이 있고 우리는 삼천 명뿐이니, 이 싸움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겠지.”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어조를 바꾸어 말을 이었다.“허나 너희 재상 대감께서 떠나기 전에, 내게 이 호부를 맡기셨다.”내가 손에 든 검은색 호부를 들어 올렸고, 횃불 아래에서 번쩍였다.“재상 대감께서 말씀하셨다. 이 집안 일은 내가 결정하니, 누가 감히 침입하면 가차 없이 죽이라고."“묻겠다. 너희는 재상 대감의 병사냐, 아니면 겁쟁이냐?”“재상 대감의 병사입니다!”삼천 명이 일제히 외쳤다.“좋다!”나는 벽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단칼에 눈앞의 탁자를 베어 버렸다.“그렇다면 오늘 저들에게 보여주자. 재상부의 문은 그렇게 쉽게 들어설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반란군이 문을 들이받기 시작한 것이다.“계획대로 움직이거라!”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장치를 작동시켜라!”소진우는 이 저택을 지을 때부터 포위 공격을 당할 가능성을 고려해 두었다.외벽 안에는 수많은 장치가 숨겨져 있어, 작동만 시키면 독을 바른 화살이 잇달아 발사되도록 되어 있었다.내가 벽에 있는 기관 장치를 누르자, ‘철컥’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곧이어 바깥 담장의 벽돌 틈새로 시커먼 화살구멍이 무수히 모습을 드러냈다.“발사!”수많은 화살이 일제히 쏟아졌다.첫 번째로 돌격해 온 반란군은 문 앞에도 도착하지 못한 채 화살에 온몸이 꿰뚫렸다.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공

  • 부군에게 버림받았지만, 황후가 되다   제9화

    임산부의 식단과 입맛을 따로 찾아본 것이다.소진우는 말로 내색하지 않을 뿐, 속은 누구보다 세심했다.한편, 조정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갈등이 거세게 일고 있었다.황제는 지난번 어서방에서 망신을 당한 뒤로 계속 분을 삭이고 있었고, 대놓고 소진우를 건드리지는 못했지만, 뒤에서는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그날 깊은 밤, 황궁에서 나온 비밀 서신 한 통이 북쪽 변경으로 향했다.사흘 뒤, 북쪽 변경에 주둔하고 있던 영왕이 이 밀서를 받았다.영왕은 황제의 친동생으로, 십만에 달하는 막강한 군대를 거느리고 늘 황위를 노리고 있었다.황제도 그가 못된 인물임을 알았으나, 당장 소진우를 견제할 수 있는 자는 그뿐이었다."폐하께서 본왕더러 경성으로 올라와 황실을 도우라는 건가?”영왕은 서신을 읽고 차갑게 비웃었다."소진우에게 몰리니까 이제야 내가 생각나신 모양이군.”그는 서신을 촛불에 태우며 재로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명령을 내려라. 이만 병력을 소집해 본왕을 따라 경성으로 갈 것이다.”한편, 조정에서는."폐하, 북쪽 변경에 이상 징후가 있어 오랑캐의 침입이 우려됩니다. 소인이 군사를 이끌고 반란을 평정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소진우가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황제의 눈에는 언뜻 기쁜 기색이 스쳤으나, 짐짓 걱정스러운 척했다.“재상이 경성을 비우면 나랏일은 어찌하고…"“폐하, 걱정 마십시오. 소인이 병력의 절반을 남겨 경성을 지키게 할 테니,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좋다!"황제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수고하거라!”소진우가 출정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마당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얼마나 가 있으실 겁니까?”"짧으면 보름, 길면 한 달이다."소진우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 손을 잡았다."내가 경성을 떠나있는 동안 꼭 조심해야 한다."“걱정 마십시오. 병력도 절반이나 남겨뒀다면서요.""내가 걱정되는 건 밖의 적이 아니라 궁에 있는 그자다."소진우의 눈빛이 가라앉았고,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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