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국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택시에 몸을 실어 회장님 댁으로 향했다.창밖 풍경은 분명 수없이 지나쳐온 익숙한 길이었지만, 오늘따라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유리창을 스쳐가는 불빛들이 연이어 흘러가는 동안 머릿속은 차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처럼 어지럽고, 심장은 알 수 없는 속도로 두근거렸다.잠시 후 익숙한 대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웅장하게 뻗은 담벼락과 정갈히 다듬어진 정원수들, 그리고 밤의 적막 속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대문. 그 풍경은 변함없었지만, 발끝이 닿기도 전에 숨이 턱 막히듯 목이 뻣뻣해졌다."여기 맞으시죠?"택시기사가 뒷좌석을 힐끔 돌아보며 물었다."네."짧게 대답한 뒤 요금을 치르고 택시에서 내렸다. 차가 멀어져 가는 소리를 끝으로 주변은 금세 고요에 잠겼다.저택의 묵직한 대문이 서서히 열렸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발을 들였다. 현관 앞에서는 비서실장이 두 손을 모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오셨습니까.""네."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집안으로 들어서자 깊은 정적이 깔린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쪽 익숙한 자리에 회장님이 앉아 계셨다. 책상 위에는 두꺼운 서류가 펼쳐져 있었고, 안경 너머의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다.나는 허리를 숙였다."다녀왔습니다, 회장님."회장님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나를 바라보시더니 마침내 서류를 덮으며 천천히 고개를 드셨다. 그 순간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물건은?"나는 대답했다."청아 방 금고에 있습니다."그 짧은 대화 뒤 우리는 말없이 청아의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발걸음이 저절로 멈췄다.방 안은 오래된 시간이 그대로 봉인된 듯 청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구의 위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소품들, 벽에 걸린 사진들까지. 누군가 매일같이 정성스레 치운 듯 정돈되어 있었다.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 공기에 휩싸였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었다.책상 서랍을 열고 침대 밑을 살피고 옷장 구석까지 뒤졌지만 금고의 흔적은 보이지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