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회장님 방을 나왔다.문이 철컥 하고 닫히는 순간 눌러 앉아 있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는 듯했지만, 곧장 다른 무게가 내 어깨로 덮쳐왔다."오빠!"차갑게 내 이름을 부르는 수아의 목소리에 발걸음이 굳었다. 그녀는 나를 곧추 노려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양 기자랑 교제해?"숨이 턱 막혔다."미안해. 차차 얘기하려고 했어. 타이밍을 놓친 거야."변명조차 제대로 꺼내기 전에 수아의 눈빛이 매서운 칼날처럼 나를 꿰뚫었다."말도 안 돼. 난 절대 용서 못 해."짧고 단호한 말이었고, 곧이어 그녀는 숨조차 내쉬지 않고 내뱉듯 덧붙였다."앞으로 당분간 나한테 아는 척도 하지 마."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몸을 홱 돌려 복도를 걸어갔고, 자기 방 문이 쾅 하고 닫히며 차가운 공기가 일렁였다.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닫힌 문을 바라봤다.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노크를 하려다가 멈췄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어떤 말도 지금 그녀에게 닿지 않을 것이었다.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설명할 자격이 없었다.수아가 나를 바라볼 때 그 눈빛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모른 척했다. 수아 곁에 있으면서도 그 선 너머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모른 척했다. 사모님과의 일이 그 선을 만들었고, 나는 그 선을 넘을 수 없었다.그래서 지은이를 선택했다.도망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이 닫힌 문 앞에 혼자 서 있으니, 그게 정말 도망이 아닌지 알 수 없었다.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사무실로 돌아와 서류 더미 속에 앉아 있던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는 민호의 이름이 떠 있었다."혁수야······"그의 목소리는 들뜬 기운과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방금 부모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수아랑 결혼 준비를 하래. 이게 무슨 상황이야?""나도 방금 회장님께 들었어."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민호가 낮게 말했다."사실 나... 오래전부터 수아를 좋아했었다."나는 서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