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도착하자마자 욕조에 물을 틀었다.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가 욕실을 메웠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욕조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사모님의 손길, 금고 안의 휴대폰들, 청아라는 두 글자가 적힌 라벨, 그리고 백업 완료라는 네 글자. 물에 몸을 담그자 따스한 온기가 나를 감쌌다. 하지만 마음은 따뜻해지지 않았다. 오늘 내가 한 짓을 씻어낼 수 있는 물은 없었다. 욕실에서 나와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냈다. 한 모금 들이켜며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노트북을 켰다. --- 백업 데이터를 열었다. 파일 목록이 펼쳐졌다. 사진, 동영상, 문자 메시지. 나는 잠깐 화면을 바라봤다가 천천히 사진 폴더를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