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 뒤, 수아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내 방에서 차 한 잔 할래?" 나는 순간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방 문이 닫히자,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한 공기가 나를 감쌌다. 가지런히 정돈된 책장, 벽에 걸린 잔잔한 풍경화, 따스한 조명을 받은 아담한 공간. 그 사이사이로 은은히 스며드는 라벤더 향은 긴장을 풀어주면서도 묘하게 쓸쓸했다. 그녀는 티포트에 물을 붓다가, 나를 흘끗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아빠 말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원래 좀··· 그러신 분이잖아." 나는 한동안 대답을 미루다, 찻물이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괜찮아. 그냥···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셔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을 뿐이야." 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지만, 그 속엔 설명하기 힘든 서운함이 비쳐 있었다.
Last Updated : 2026-09-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