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마주 잡은 에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개자식, 일부러 그랬군.’“무리하셨군요.”에반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란티아스는 모르는 척 자애로운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그런데도, 그분이 빛나는 걸 어찌하겠습니까.”란티아스는 홀가분한 환한 웃음을 지었다.에반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중앙신전을 나섰다. 끈적거리는 역청처럼 아쉬움이 발걸음마다 달라붙은 것 같아 다리에 힘을 더 주어 걸었다.나른하게 웃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돌아오면 네가 가장 먹고 싶은 거 줄게. 잔뜩 물을 마시고 기다릴 테니까.]귓가에 맴도는 그 따듯한 목소리가 그의 심장을 묵직하게 누르자 그는 이를 악물었다.신전 입구에는 이미 에반을 기다리던 붉은 기사단이 일제히 도열했다.한쪽에는 성기사단 기사들이 그를 아쉬운 눈길로 배웅했다. 에반은 기사들과 한 명씩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출발 준비가 거의 끝나 갈 무렵, 황궁에 갔던 신전 마차가 정문 앞으로 들어왔다.“에반님!”구슬픈 목소리를 내며 비비안이 그에게 달려들었다.“어째서 벌써 가시나요?”“북부에 급한 일이 있습니다.”“그래도 약혼녀인 저에게 한마디도 안 하시고….”비비안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자, 주변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번졌다. “약혼녀라고?”“대공님의”에반은 입가에 친절한 미소를 보였지만, 그의 붉은 눈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신전과의 계약이 끝났으니 가야지요.”“그렇군요.”비비안은 그의 얼굴에 비친 미소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에반부터 신경을 썼어야 했나?’괜히 카슈미르에게 먼저 손을 쓰는 바람에 순서가 엉켜버렸다.“저희의 약혼도 성녀님의 활동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네에.”비비안은 아쉬워하며 에반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그를 올려다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를 냈다.“다음엔, 제가 북부에 갈게요. 대공님과 북부 사람들을 위해서요.”“그럼. 기다리겠습니다.”에반은 제 몸에 달라 붙은 비비안을 조심스럽게 떼어놓았다. 말 위에 올라 고삐를 붙잡았다.문득 신전 입
Zuletzt aktualisiert : 2026-09-05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