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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찹쌀떡꼬치
1년 넘게 부부로 산 시간 동안 주찬휘와 나의 사이에도 가끔은 온기 어린 순간들이 있었다.

메뉴를 고르다 동시에 같은 음식을 말하며 마주 보고 웃던 일, 연회장에서 내 어깨에 무심하게 양복 재킷을 걸쳐주던 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마에 내려앉던 가벼운 입맞춤 같은 것들...

이런 사소한 조각들 때문에 주찬휘도 나에게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날 그 식당에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찬휘가 허지안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묻지도 않고 능숙하게 일고여덟 가지의 음식을 주문했다. 마지막에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주 맵게 해주세요.”

허지안이 턱을 괸 채 주찬휘의 앞에 앉아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종업원이 나간 후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내 입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네?”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던 주찬휘가 멈칫하더니 이내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슬이랑도 왔었어. 여기 대표적인 메뉴들이라 맛이 괜찮아서 기억해둔 것뿐이야.”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나와 이곳에 온 적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때 오늘과 같은 메뉴를 주문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주찬휘는 위장염에 걸려 무척이나 고생했다. 매운 음식을 전혀 못 먹는 사람이었다.

“그래?”

허지안이 말꼬리를 길게 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예전에 매운 거 입에도 못 대서 내가 먹는 거 구경만 했잖아. 1년 넘는 사이에 입맛이 참 많이 변했구나.”

아니, 주찬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도, 입맛도 그대로였다.

식사하는 내내 나는 모래를 씹는 것 같았다.

허지안이 주찬휘와 함께했던 유학 시절의 추억을 흥미진진하게 늘어놓았다.

옆에 있던 나는 존재감 없는 방관자가 된 기분으로 그들의 뜨겁고 찬란했던 청춘 얘기를 묵묵히 들었다. 지금 주찬휘의 아내는 나인데도 말이다.

식사를 마친 뒤 운전기사가 나와 주찬휘를 데리러 왔다.

주찬휘가 허지안을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허지안이 혼자 택시를 타고 가겠다며 거절했다.

주찬휘도 더는 고집부리지 않았다. 다만 차에 올라탄 뒤에도 바로 출발시키지 않고 차 안에서 길가에 서 있는 허지안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택시가 허지안의 앞에 멈춰 선 걸 보고서야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한 다음 이내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 순간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택시에 타려던 허지안이 서너 명의 취객에게 붙잡혀 골목 안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주찬휘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곧바로 차 문을 열고 튀어 나갔다. 이토록 분노한 주찬휘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경호원들이 달려와 취객들을 제압했음에도 그는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우두머리 남자를 붙들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가격했다. 남자의 얼굴이 퉁퉁 붓고 멍이 들었는데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 행인들이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는 것을 본 나는 이대로 더 때렸다간 주찬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그를 말리러 갔다.

그런데 그의 팔을 붙잡자마자 그는 누구인지 보지도 않고 확 뿌리쳤다. 그 바람에 나는 속절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던 찰나 아랫배에서 참기 힘든 통증이 밀려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닥에 검붉은 피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날 나는 아이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아이를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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