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너는 피폐해, 나는 로맨스할게: Capítulo 101 - Capítulo 110

115 Capítulos

100.

서린은 묶인 채 몸을 세워 콩콩콩 도망쳤다. 머리채를 잡혀 다시 제자리로 끌려왔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어둠 속에서 나타난 에르딘이 복면을 쓴 남자들을 베어 넘겼다.한 번의 칼질에 한 명씩.세 번의 검이 스쳐 지나가자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마법사까지 죽이려던 순간, 서린은 고개를 흔들며 에르딘을 들이받았다.“읍읍!”“알았다.”“읍읍?”에르딘이 뭘 알았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는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에르딘이 더 빨랐다. 검집을 던져 마법사의 머리를 가격한 뒤 로브째 질질 끌고 와 서린 옆에 내던졌다.기절한 마법사를 확인한 뒤에야 에르딘은 천천히 서린을 풀어주었다.입이 풀리자마자 서린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아니, 어떻게 알았어?”“그냥.”서린은 기절한 마법사를 내려다보았다.그는 누구에게 잡혔는지도 모를 것이다.이제는 에르딘의 시간이었다.​​그 시각, 세레나는 연락을 받고 아스란과 함께 정보길드를 찾았다.레이븐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뭔가 찾으셨나 보네요.”세레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레이븐을 바라봤다.“아니요. 황녀에게 세작을 심었는데 처분됐습니다.”세레나의 동공이 흔들렸다.“들킨… 건가요?”레이븐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심기를 거슬러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제는 이 일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습니다.”세레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아스란을 바라보며 속으로 말했다.'저를 다른 사람으로 변장시켜 주실 수 있으신가요?'“가능하다.”아스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세레나는 레이븐에게 자신이 변장해 황궁에 잠입하겠다고 말했다. 레이븐은 놀랐지만, 옆에 선 마탑주를 보고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짐작했다.“신분은 저희가 위조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황녀의 눈에 드는 건 세레나 님의 몫입니다.”“알겠어요.”세레나의 눈동자가 빛났다.아스란은 말없이 그런 세레나를 바라봤다.자꾸만 복잡한 생각이 들게 하는 여자였다.세레나는 금세 만들어진 추천서를 들고 곧은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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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다음 날 에르딘은 품 안의 서린을 환상인 줄 알고 한 번 더 으스러질 듯 꽉 끌어안았다.“꿱.”솜통이 졸린 서린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에르딘은 놀라 팔을 풀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품 안에서 따스한 온기가 사라지고 있었다.“뭐 하는 거지?”서린은 눈을 비비며 여상히 대꾸했다.“응? 위로?”에르딘은 갈수록 대범해지는 이 여자의 행각에 오히려 당황스러워졌다.이 여자는 동정을 어디까지 베풀려는 거지?서린은 앉아 있는 에르딘을 빤히 쳐다보았다.‘물어봐도 되려나.’그때 집사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서린의 모습을 본 에르딘은 목까지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 준 뒤 들어오라고 대답했다.“아스란 님의 전서구입니다.”에르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말없이 전서를 받아 든 그는 종이를 구겨 버리더니 이내 불길 속에 태워 없애 버렸다.서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알려줄 수 있어?”에르딘은 참담한 표정으로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입술을 물어뜯으며 그는 무언가 참는 듯 잠시 숨을 멈췄다.한동안 침묵하던 그가 말문을 열었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어제 그 주술은 인신공양이다.”서린도 여기까지는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내 완화제를 만들기 위한…….”“이런. 미친!”라리엘이 사람들을 잡아다 주술의 인신공양으로 쓰고 있었다.그리고 그걸 에르딘이 먹었다.에르딘이 유독 피로해 보였던 이유였나.서린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당장 가서 쳐 죽여야겠다.“그 새끼 살아 있어?”“그래.”“아무래도 죽여야겠어.”서린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진심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에르딘이 고개를 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증인으로 쓸 거다.”에르딘은 이불을 둘둘 말고 있는 서린을 이불째 안아 버렸다.서린의 뺨에 제 코를 가져다 대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아직 잔당 세력이 있어. 한 번 더 부탁하지.”에르딘의 부탁에 서린은 어안이 벙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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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세레나가 방 문을 열자 사방에 주문진이 그려진 방과 제단 하나가 나타났다. 제단 위에는 메이드 시체 한 구가 놓여 있었다.썩은 냄새를 풍기며 누워 있는 시체에 세레나는 코를 쥐고 다가갔다.‘전에 일했다던 메이드인가?’썩은 지 며칠 안 되어 보였다. 심장에는 단도가 꽂혀 있었고, 피는 흐르던 그대로 굳어 있었다. 시체는 창백한 얼굴로 입을 벌린 채 굳어 있었다.세레나는 ‘흡’ 하고 숨을 들이쉬며 이곳저곳을 뒤적거렸다. 문양을 기억해 가기 위해 손가락에 피를 내어 메이드의 치마 안쪽에 그렸다. 긴장감에 손이 천에 쓸려 아픈 것조차 느껴지지 않았다.촛불이 일렁이며 음산한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세레나는 두려웠지만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는 후다닥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세레나를 노리던 암살자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달그락.문을 다시 잠근 세레나는 조용히 황녀의 방을 빠져나와 공작저로 달려갔다.“아스란 님!”공작저에서 아스란을 부르며 찾던 세레나의 앞에 아스란이 짠 하고 나타났다.“어맛!”세레나가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아스란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세레나의 몸이 스르르 일으켜졌다.“아스란 님, 정말 황녀의 옷장에 비밀의 방이 있었어요. 거기에 시체가 있었고, 문양이…….”문양을 설명하며 속치마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다리의 속살이 드러났다.아스란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알아. 봤으니까 치마 내려라.”손을 까딱하자 바람이 일어 치마를 내려 버렸다.세레나는 흥분한 나머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른 채 아스란의 팔을 붙잡았다.“지금 빨리 시체가 있을 때 황녀를 처단해야 할 것 같아요!”“알았다. 공작을 부르지.”세레나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아스란이 대답했다.아스란도 분명 세레나와 함께 그 방을 보았다. 평범한 문양이 아니었다. 그 제단은 또 다른 저주를 만들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누구를 노리는지도 명백했다. 공작과 델리아를 최대한 빨리 불러들여야 했다.그리고 벽 정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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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에르딘은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그 침묵이 오히려 노엘을 더욱 확신하게 만들었다.“몇 명이나…… 죽였지?”아스란이 덤덤히 말했다.“일곱 이상이다.”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응접실 안에는 숨소리만 낮게 울렸다.고개를 숙인 황태자의 모습에 모두가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부터는 황태자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입술을 깨문 황태자가 에르딘을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하다…… 황제 폐하를 모셔오겠다. 내일 귀족들을 모아 재판을 열도록 하지. 내일까지만 시간을 줘.”말을 마친 황태자는 고개를 떨구었다.손에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손끝이 바들바들 떨렸다. 보지 않아도 그의 눈에 고인 눈물이 보였다.서린이 그런 황태자에게 다가가 안아 주려 했다.에르딘이 오른팔로 서린의 앞을 막아 품 안에 가두었다.‘아무한테나 동정해 주지 마.’에르딘의 마음과는 달리 서린은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노엘을 바라볼 뿐이었다.세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아스란은 그런 세레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 저리 아파 보이지.’서린 일행은 당장 쳐들어갈 것처럼 황궁에 들어갔지만, 허무하게 다시 마차를 타고 나왔다.아무도 노엘에게 당장 결정을 내리라고 말하지 못했다.누이를 버리고 국가를 선택한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그래도 10년 뒤에는 넌 나에게 고마워할 거야, 노엘.’미래의 노엘을 만나 봤던 서린은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으로 공작저로 돌아올 수 있었다.그리고 그 뒤로 에르딘은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하루 종일 서린의 곁을 따라다녔다.“왜! 왜 이렇게 따라다녀!”“위험하다.”또 시작이다.어차피 저주술이라 하루아침에 죽는 것도 아니고, 에르딘이 막아 줄 수도 없다.진실이 그렇다 쳐도 저 고집을 아무도 꺾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진실이었다.“뒤에 있지 말고 옆으로 와, 그럼!”서린이 손을 내밀어 에르딘의 손을 꽉 잡았다.에르딘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다시 가라앉았다.하지만 말없이 서린의 손을 한 번 더 꽉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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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그래. 바로 에르딘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마왕을 불러낼 정도의 집착인데.서쪽 탑에서 개고생을 좀 해야 나가고 싶어질 것이다.그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아스란은 마탑을 너무 오래 비웠다며 세레나와 함께 돌아갔다.에르딘은 다시 서류 더미에 파묻혔다. 그동안 밀린 일까지 더해져 책상 위에는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반면 서린은 할 일이 없었다.졸지에 백수가 된 서린은 에르딘의 집무실 소파에 한량처럼 드러누웠다.“공작님, 심심해요.”에르딘이 무심하게 대꾸했다.“그냥 심심해하고 있어라.”서린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정보길드 좀 다녀올게요.”“안 돼.”에르딘이 가차 없이 잘랐다.“이제 위험한 것도 없잖아요! 조엘…… 아니, 데미안 데리고 갈게요.”조엘의 이름이 나오자 맹수 같은 눈빛으로 살기를 흘리는 에르딘을 보고 서린은 재빨리 이름을 바꿨다.“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에르딘은 서류 더미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했다.하지만 서린은 이미 소파에서 일어나 있었다.“안 칠게요. 다녀올게요.”에르딘이 눈살을 찌푸렸다.해야 할 일도 많은데 저 골칫덩이가 또 움직였다.이번에는 일을 미룰 수도 없어 직접 따라갈 수 없었다.에르딘은 조용히 데미안뿐 아니라 호위를 빙자한 감시 한 명도 몰래 함께 붙였다.서린은 데미안을 데리고 오랜만에 시내로 향했다.허름해 보이는 정보길드에 들어서자 비밀 암호를 말했다.“빨간 사과주스.”바텐더는 말없이 뒷문을 열어 마스터의 방으로 안내했다.서린이 방문했다는 소식에 레이븐은 허겁지겁 길드로 돌아왔다.이번에는 또 어떤 놈을 데리고 왔을지 걱정하면서.다행히도 평범한 호위 한 명뿐이었다.레이븐은 속이 조금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레이븐, 안녕? 잘 지냈어?”“델리아 영애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길드 말아먹을 뻔도 했고요.’뒷말은 이를 악물고 삼켰다.“아니, 내가 여기서 너무 하는 게 없잖아. 그래서 너무너무 심심하잖아. 그래서 너무너무너무 일이 하고 싶은데. 나 일 좀 줘.”레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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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이제 시작인데?”서린은 다음 판돈을 자신에게 걸라며 금화 한 주머니를 데미안에게 넘겼다.‘이 정도면 할 만한데?’다음 상대는 의문의 남자였다.자신처럼 가면을 쓰고 있었고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낡은 옷을 입었지만 그의 손에는 검을 오래 쥔 사람 특유의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서린은 그의 기운에 머뭇거리며 먼저 달려들지 못하고 주춤거렸다.“조엘! 그 계집을 박살 내 버려!”“남자의 힘을 보여 줘, 조엘!”익숙한 이름이 들렸다.‘조엘?’그보다 몇 센티는 더 커 보이는 저 사람이 조엘?아니다.가면 안으로 적안의 눈이 빙긋 웃는 느낌이었다.“에잇! 또 어디서 들켰지?”서린이 달려가 돌려차기를 했다.가볍게 손으로 가드를 올려 막은 남자는 곧바로 서린에게 쇄도했다.‘맞는다!’서린이 손을 모아 가드를 올렸다.남자가 손을 뻗어 ‘톡’ 하고 서린을 밀었다.큰 타격을 예상했던 서린이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남자는 들어오라는 듯 손을 까딱거렸다.도발해 주면 항상 도발당하는 서린은 이를 악물고 남자의 하반신을 노렸다.남자의 니킥이 날아왔다.서린은 눈을 감고 다음 공격을 기다렸다.니킥은 서린의 코앞에서 멈췄고, 남자가 손날로 서린의 목덜미를 내리쳤다.서린의 몸이 순간 휘청거리더니 곧 바닥으로 허물어졌다.장내는 잠시 침묵했다가 그의 압도적인 무력에 이내 함성으로 가득 찼다.남자는 서린을 안고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서린의 고양이 가면을 벗겨 버린 그는 그녀를 받아 들려는 데미안에게 살기를 날렸다.데미안의 마른침이 넘어갔다.‘난 죽었다.’공작저로 향하는 마차에서 서린이 정신을 차렸다.“아, 머리야. 어떻게 알아챈 거지?”어느새 가면을 벗은 공작이 눈만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서린은 기가 찼다. 창밖으로 데미안을 휙 쳐다보았다. 죽상을 한 채 따라오는 것을 보니 배신한 것은 아닌 듯했다.“경기장은 오늘부로 폐쇄다.”에르딘이 무심히 말했다.서린은 억울했다.“그건 스포츠라구!”에르딘의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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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강아…….”에르딘은 서린의 눈치를 보았다.아뿔싸. 오답이다.“헬하운드인가?”서린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너네 집 늑대 문양이야…….”에르딘은 다시 한번 손수건을 자세히 보았다.이 문제의 난이도는 너무 높았다.에르딘은 아차 싶어 서린을 바라보았다.이미 실망으로 물든 얼굴이었다.에르딘은 서린을 끌어안아 제 다리 위에 앉혔다.사랑스러운 서린의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늑대건 개건 중요하지 않다. 네가 준 것이라는 게 중요하지.”서린의 얼굴이 붉어졌다.“그러면 됐고.”붉어진 얼굴을 반대로 돌리며 서린이 대답했다.에르딘은 문득 서린이 귀여워 손을 올려 그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둘의 눈동자가 마주치자 묘한 기류가 흘렀다.서린은 고개를 숙여 에르딘에게 다가갔다.에르딘은 한 번 멈칫 놀랐지만 기회를 놓칠 인물이 아니었다.손을 그녀의 머리로 올려 입을 맞췄다.오랜만에 마주한 입술에서 달콤한 향이 났다.에르딘의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것 같았다.서로의 입 안을 탐닉하는 사이 어느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입술이 떨어지자 에르딘이 서린의 입가에 묻은 침을 손가락으로 쓱 닦아 주었다.서린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다리에서 폴짝 뛰어내렸다.“내일은 뭘 해 볼까?”에르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뭐?”“갈 거야!”“안 돼.”전자는 서린이고 후자는 에르딘이었다. 둘은 마물 토벌을 두고 다투고 있었다.“왜 안 된다는 거야!”“당연히!…… 위험하다!”서린은 지금 뭐라도 하고 싶은 차에 잘됐다고 생각했다. 저 고집을 꺾고 꼭 같이 출전하리라. 생각해 보니 처음에도 자신이 공작을 살리지 않았나? 공작이 언제부턴가 저를 물로 보는 게 분명했다.“네가 죽으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에르딘이 차갑게 내려앉은 눈동자로 으르렁댔다.“안 죽게 네가 지켜 줄 거잖아?”에르딘의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맞는 말이지만, 안 데려가는 게 더 맞는 말이었다.“검술도 알려 준다고 약속했잖아!”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지금 상황은 달랐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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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다시 헬바르크에게 돌진하는 서린. 이번에는 눈을 노렸다.헬바르크가 입으로 검을 물어 서린의 검을 부러뜨렸다.허공을 날고 있는 서린의 몸을 잡아챈 에르딘이 헬바르크의 눈을 찔렀다.몸부림치는 헬바르크의 눈에 검을 꽂은 채 손을 놓고는 서린을 데리고 뒤로 질주했다.눈을 찔린 헬바르크는 이제 명확히 에르딘만 바라보고 있었다.에르딘은 다른 기사의 검을 뽑아 들고 헬바르크에게 쇄도했다.앞발을 내리치는 놈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반대쪽 눈을 노렸다.헬바르크가 주둥이로 에르딘을 후려쳐 날려 버렸다.검으로 충격을 막았지만, 오히려 나무에 부딪힌 반동이 더 큰 타격이 된 듯했다. 쿨럭이는 소리를 내며 에르딘이 바닥에 착지했다.그의 눈에 살기가 짙어졌다. 헬바르크의 시선이 에르딘에게 쏠리자 몰래 다가간 서린이 눈에 박힌 검을 발로 걷어차 헬바르크의 눈 안에 깊숙이 박아 넣었기 때문이었다.괴로워하던 헬바르크가 앞발을 휘둘렀고, 서린은 그대로 맞아 멀리 날아갔다.멀리서 퍽 소리와 함께 서린이 쓰러졌다.에르딘은 다른 기사의 검을 들고 헬바르크에게 달려들었다.턱 아래에서 위로 검을 꽂아 올렸다가 그대로 뽑아냈다.이어 앞다리의 힘줄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헬바르크가 속절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거침없이 목에 검을 찔러 넣은 에르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린에게 달려갔다.“델리아!”서린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에구구, 등이야.”눈 깜빡할 새 헬바르크를 잡아 버린 에르딘을 보고는 경악한 채 입을 벌렸다.“너…… 내가 좀 도와준 거다?”에르딘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숲이 조용해졌다.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가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다.기사들은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평소의 공작이라면 마물을 먼저 확인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쓰러진 델리아만 바라보고 있었다.검을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데미안은 처음 보는 공작의 모습에 침을 삼켰다.‘공작님이…… 저렇게까지 화내시는 걸 처음 본다.’서린도 그제야 자신 때문에 모두가 놀랐다는 걸 조금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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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포크로 스테이크를 찍던 서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안 돼!”세레나도 작게 맞장구쳤다.아스란이 담담하게 말했다.“에르딘의 말이 맞는 것 같다.”서린과 세레나는 동시에 눈을 부릅뜨고 아스란을 향해 뭐라 따져댔다.“내일은 내가 가 보겠다.”에르딘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아직도 자신을 원한다면,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서린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었다.‘내일은 내가 경호해야겠어.’다음 날.서린은 에르딘 몰래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그의 뒤를 밟았다.에르딘은 뒤따라오는 희미한 풀 내음을 느끼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또 따라왔군.하지만 이번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서쪽의 나선형 탑을 올라 감옥 앞에 섰다.라리엘의 모습은 며칠 전보다 더욱 처참해져 있었다.금발은 절반 이상 새하얗게 바래 있었고, 퀭한 눈에는 초점마저 흐려져 있었다.“황녀 전하를 뵙습니다.”에르딘이 예를 갖춰 인사했다.라리엘은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웃음은 점점 커졌다.“하…… 하하…… 하하하!”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린 라리엘이 쇠창살을 붙잡았다.“공, 잘 왔어.”“나를 여기서 좀 내보내 줘.”“못 나가십니다.”단호한 대답이었다.순간 라리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델리아…… 그년이지?”“아니…… 너도 똑같은 거지.”“다 나를 망가뜨리려고.”핏발 선 눈이 번뜩였다.“다 찢어 죽이겠어!”“너도!”“그년도!”“전부 다 찢어 죽일 거야!”무표정한 에르딘조차 미간을 찌푸렸다.라리엘의 광기는 이미 대화를 나눌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더는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에르딘은 조용히 몸을 돌렸다.탑을 내려오던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조금 전까지 계속 따라오던 풀 내음이 사라졌다.“……델리아?”대답이 없었다.에르딘의 표정이 굳었다.그는 즉시 몸을 돌려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검은 옷을 입은 서린은 라리엘 앞에 쭈그려 앉았다.“너 진짜 우리가 널 망가뜨렸다고 생각하는 거야?”라리엘은 말없이 서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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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휘익!손을 한 번 휘두르자 서린의 몸이 미로 너머로 튕겨 나갔다.라리엘은 허공으로 떠오르며 웃었다.“꼭꼭 숨어라.”쿠웅!!거대한 그림자가 하늘에서 떨어졌다.용의 날개를 펼친 사내가 그대로 라리엘을 들이받았다.둘은 미로를 부수며 데굴데굴 굴러갔다.엉망이 된 라리엘이 피식 웃었다.“아스란.”“드디어 왔네.”아스란은 옷을 툭툭 털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푸른 눈이 라리엘을 똑바로 응시했다.“그래.”“벨라트리스.”“잘 지냈느냐.”“스승님…….”검갈색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리는 듯 보였다.뒤늦게 도착한 세레나가 에르딘에게 치유술을 걸고 있었다. 희미한 빛이 에르딘의 상처를 감쌌다.라리엘의 시선이 천천히 세레나에게 향했다.“거슬려.”순간 그녀의 몸이 사라졌다.“세레나!”아스란이 몸을 날렸다.라리엘은 에르딘에게 달려가던 길목에서 세레나를 손등으로 쳐냈다. 세레나의 몸이 허공을 가르며 멀리 날아갔다.아스란은 방향을 틀어 세레나를 받아냈다.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놓은 뒤 다시 라리엘에게 쇄도했다.하지만 라리엘은 손바닥을 펼쳤다.콰앙!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 아스란의 몸을 그대로 멈춰 세웠다.“제 힘을 거두고 이야기하시죠.”라리엘이 싱긋 웃었다.그 손이 천천히 에르딘의 왼쪽 어깨를 움켜쥐었다.“커흑!”에르딘의 몸이 크게 떨렸다.손끝이 어깨 깊숙이 파고들었다.핏물이 쏟아졌다.핏줄을 따라 붉은 피가 거꾸로 라리엘의 팔을 타고 흘러들어 갔다.에르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무릎이 꺾였다.숨이 점점 짧아졌다.“에르딘!”서린이 악을 쓰며 뛰어올랐다.“디질래?!”하늘에서 그대로 떨어진 그녀가 라리엘의 목을 팔로 감아 버렸다.네이키드 초크.팔에 핏줄이 솟았다.온몸의 힘을 전부 목에 실었다.“서린…… 가라.”“손 떼!”라리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서린은 이를 악물었다.그리고 그대로 귀를 물어뜯었다.“아아악!”피가 튀었다.라리엘이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손이 잠깐 풀렸다.에르딘의 몸이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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