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돈도 없고 옷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거지였어도, 에르딘이 주는 밥에 혹하면 안 됐다.마을로 들어온 남자는 신분을 밝히고 바로 영주의 성으로 향했다. 후겔 백작인지 뭔지, 잘 아는 사이인 듯했다.“치유술사를 데려와라. 따뜻한 목욕물과 식사도 바로 준비하도록.”기이한 광경에 후겔 백작은 잠시 얼어붙었다.꼬질한 공작도 공작이지만, 저 작은 메이드를 옆에 끼고 부축을 받다니. 황당한 것은 저 작은 메이드가 숨기지도 않고 얼굴을 죄 구기고 있다는 것이다.그럴 만도 했다. 공작이 너무 기대고 있지 않은가?무슨 사이지…….메이드도 극진히 모셔야겠다고 백작은 오해해 버렸다.목욕이랑 식사라.그래, 밥까지만 먹고 도망치자.에르딘의 겨드랑이에서 슬그머니 머리를 빼려고 했지만, 그는 더욱 힘을 주어 서린을 눌렀다.“자네는 마저 시중을 들도록.”에르딘에게 피의 복수의 시간이 돌아왔다. 이 작은 생물이 자신에게 수치를 준 만큼 최대한 괴롭혀 줄 생각이었다. 얼굴을 얼마나 더 구길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말이다.서린은 억울했다.‘아니, 기사들도 많은데 왜! 나도 쉬고 싶은데! 에르딘 너 정말 못돼 처먹었구나. 나중에 두고 보자.’둘의 생각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네.”하지만 마음속과는 다르게 메이드로 돌아간 서린은 공손하게 대답했다.죽을 듯이 무거운데 계단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사리를 쌓는 기분으로 이놈을 침실까지 옮겼다.치유술사가 올 때까지 서린은 그냥 구석에 서 있었다.똥개 훈련이냐고.똑똑.치유술사가 오기 전, 후겔 백작이 인사차 방으로 들어왔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백작은 간단히 목례한 뒤 방에 대해 설명하고 세레나의 근황을 전했다.‘참나, 저건 또 언제 알아보라고 명령했대.’헬바르크 대장 무리가 자신들을 쫓는 사이, 세레나의 마차는 오히려 안전해졌다고 한다. 무사히 귀환하여 지금은 황궁에 있다고 전했다.뿌득.이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삽시간에 방의 온도가 내려간 듯 서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황태자가 구했으니 거
최신 업데이트 : 2026-08-2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