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딘이 눈만 웃으며 다가왔다.“학구열이 엄청나군.”그는 서린이 든 책을 자연스럽게 받아 책상 위에 올려주었다.휴, 들키진 않았겠지.아직 3권의 내용을 모르는 서린은 에르딘이 이 책의 존재만큼은 당분간 모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너무 붙어 다니니까, 이따 숙소로 가져가 몰래 읽어야겠다.서린은 다른 책을 먼저 펼쳐 저주에 관해 꼼꼼히 살폈다.저주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심오했다.같은 저주라도 누가 거느냐에 따라 해주 방법이 달랐다. 상위 저주일수록 해주가 어려웠고, 강력한 신성력이 필요했다.미래가 아득해진 서린은 답답한 마음에 아스란에게 소리쳤다.“아니! 마탑주면서 저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말이 돼요?”저 경외도 모르는 생물은 고쳐 쓸 수가 없나 보다.아스란이 귀를 후비적거리며 대답했다.“손짓 한 번이면 죽이는데, 저주가 왜 필요하지?”재수없다.너 센 거 인정하는데, 정말 재수없다.“아니, 그럼 방에는! 숙소에는 어떻게 왔다 갔다 해야 돼! 피곤해 죽겠는데 이렇게 복잡해서야.”아스란은 무심하게 허공 한쪽에 문 모양을 그렸다.숙소로 이어지는 문이라고 했다.애초에 마탑이 이렇게 된 이유가 저 도마뱀이 아무 데서나 문을 그려대는 탓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서린은 필요한 책 몇 권을 챙긴 뒤 세레나를 돌아봤다.“더 볼 거야?”세레나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나는 조금 더 찾아보다가 갈게. 걱정하지 말고 먼저 가.”이미 밤이 늦었다. 아까 자신 때문에 무리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서린은 먼저 숙소로 향했다.에르딘이 자연스럽게 팔을 서린의 어깨 위에 올리며 또다시 밀착한 채 걷기 시작했다.“무거워요, 공작님.”“나 많이 다쳤었는데. 부축도 안 해주나?”능글맞게 대답하는 에르딘을 보고 서린은 경악했다.치유 마법으로 다 나았으면서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그냥 붙어 있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더 낫겠다.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지만, 책을 들고 있어서 쳐낼 팔도 없었다.불편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