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너는 피폐해, 나는 로맨스할게: Capítulo 71 - Capítulo 80

115 Capítulos

70.

​용인간이 손을 딱 하고 마주쳤다.죽일 듯한 기세로 서 있던 델리아의 눈이 순식간에 풀렸다.몸이 힘없이 허물어졌다.어두운 골목 안에서 양아치를 패고 누군가를 구하는 서린.알 수 없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서린은 집으로 돌아와 씻고 책을 전부 읽은 뒤 잠이 들었다.그리고 그녀는 델리아로서 눈을 떴다.세레나를 따라 호수에 가서 공작을 구했지만 결국 공작에게 싸늘한 시체가 되어 세레나에게 던져졌다.그리고 다시 자신의 방에서 눈을 떴다.아스란은 공중에서 그녀가 다시 돌아온 곳을 살폈다.작고 네모난 방이었다.신기하게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그 작은 방 안에 모여 있었다.두리번거리던 아스란을 향해 서린이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봤다.그리고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괴기스러운 목소리로 아스란에게 말했다.​“이미 운명을 건드린 자다. 더 이상 궁금해하지 마라, 어린 용아.”​그 순간 아스란의 의식이 튕겨 나갔다.​‘헉.’​반사된 힘에 아스란의 입에서 피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때 바닥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아스란은 황급히 구슬을 켰다.에르딘이 닥치는 대로 공간을 베고 있었다.건물도 아니고 공간 자체를 베다니.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힘이었다.그리고 저 돌아버린 눈깔도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았다.핏발이 선 눈으로 닥치는 대로 베어대는 에르딘의 팔다리에 구속구를 채우고 임시 감옥을 만들어 가두었다.에르딘의 눈과 목에는 악에 받친 핏대가 불끈 솟아 있었다.아스란은 반인반용인 자신조차 그의 살기에 섬뜩함을 느꼈다.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그때 언제 깨어났는지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벌써 깼나?’​별안간 여자가 아스란의 허리를 부여잡더니 그대로 허리를 뒤로 꺾었다.서린은 그토록 염원하던 수플렉스를 용에게 꽂아버렸다.퍽!아스란은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깨질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이 미친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했다.하지만 죽이기에는 아직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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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도서관 보러 왔다며.”서린의 눈이 당황한 듯 흔들렸다.“보러 왔으면 봐. 나도 그 정도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말이지. 게다가 난 애초에 말로 하자고 했는데 네가 공격한 거잖아…….”서린은 눈에 살기를 띄웠다.‘용 새끼들은 다들 저렇게 지멋대로인가?’이렇게 쉽게 허락해 줄 거면서 왜 에르딘을 그토록 처참하게 만들었단 말인가.기회를 봐서 수플렉스를 한 번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아, 근데 어느 방에 있는지는 나도 몰라. 찾아야 해.”서린은 눈으로 아스란을 욕했다.‘저런 멍청한 파충류 대가리 같으니.’“난 네 생각도 들려.”‘죄송합니다.’아스란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러더니 이내 공간을 찢어 세레나를 쑥 꺼내왔다.“세레나님!!!!!!!!”“델리아!!! 에르딘님!!”세레나는 놀라 서린과 에르딘에게 달려갔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세레나에게 서린은 차분하게 저 마탑주가 얼마나 못된 놈인지 설명했다.세레나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마탑주는 그 눈을 피해 구슬을 요리조리 굴려봤다.“도서관이 어디쯤 있으려나.”그는 노래하듯 중얼거리며 딴청을 피웠다.세레나와 서린은 불신 어린 눈으로 마탑주를 바라봤다.그때 에르딘이 정신을 차렸다.에르딘은 서린을 껴안더니 목덜미에 코를 박고 체취를 맡았다. 그리고 손으로 서린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서린아…… 가지 마라. 가지 마…….”‘아니, 여기는 다른 사람도 있고. 좀 떨어져 줄래?’힘은 왜 이렇게 센지 온 힘을 다해도 떨어지지가 않았다.마탑주가 혀를 차며 말했다.“쯧. 요즘 것들이란.”‘너도 요즘 것 아니냐?’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완전히 돌아버려서 나의 코알라가 되어버린 에르딘을 빨리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했다.“에르딘! 정신 차려봐.”“가지 마…….”서린은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 고정하고 눈을 맞췄다.“가지 마…….”별안간 에르딘이 입을 맞춰왔다.어딘가 위태롭고 아찔했다.서린이 목을 뒤로 젖혀 얼굴을 계속 빼보았지만, 에르딘은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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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에르딘이 눈만 웃으며 다가왔다.“학구열이 엄청나군.”그는 서린이 든 책을 자연스럽게 받아 책상 위에 올려주었다.휴, 들키진 않았겠지.아직 3권의 내용을 모르는 서린은 에르딘이 이 책의 존재만큼은 당분간 모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너무 붙어 다니니까, 이따 숙소로 가져가 몰래 읽어야겠다.서린은 다른 책을 먼저 펼쳐 저주에 관해 꼼꼼히 살폈다.저주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심오했다.같은 저주라도 누가 거느냐에 따라 해주 방법이 달랐다. 상위 저주일수록 해주가 어려웠고, 강력한 신성력이 필요했다.미래가 아득해진 서린은 답답한 마음에 아스란에게 소리쳤다.“아니! 마탑주면서 저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말이 돼요?”저 경외도 모르는 생물은 고쳐 쓸 수가 없나 보다.아스란이 귀를 후비적거리며 대답했다.“손짓 한 번이면 죽이는데, 저주가 왜 필요하지?”재수없다.너 센 거 인정하는데, 정말 재수없다.“아니, 그럼 방에는! 숙소에는 어떻게 왔다 갔다 해야 돼! 피곤해 죽겠는데 이렇게 복잡해서야.”아스란은 무심하게 허공 한쪽에 문 모양을 그렸다.숙소로 이어지는 문이라고 했다.애초에 마탑이 이렇게 된 이유가 저 도마뱀이 아무 데서나 문을 그려대는 탓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서린은 필요한 책 몇 권을 챙긴 뒤 세레나를 돌아봤다.“더 볼 거야?”세레나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나는 조금 더 찾아보다가 갈게. 걱정하지 말고 먼저 가.”이미 밤이 늦었다. 아까 자신 때문에 무리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서린은 먼저 숙소로 향했다.에르딘이 자연스럽게 팔을 서린의 어깨 위에 올리며 또다시 밀착한 채 걷기 시작했다.“무거워요, 공작님.”“나 많이 다쳤었는데. 부축도 안 해주나?”능글맞게 대답하는 에르딘을 보고 서린은 경악했다.치유 마법으로 다 나았으면서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그냥 붙어 있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더 낫겠다.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지만, 책을 들고 있어서 쳐낼 팔도 없었다.불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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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붙어 있으려고 하는 거 말이야. 그만해줘.”“왜, 싫은가?”몸을 돌려 자신을 곧게 응시하는 에르딘을 보자 서린의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당…… 당연히 싫지! 나는 오늘 볼일이 많으니까 따라다니지 마!”눈과 입이 함께 웃으며 알았다고 말하는 에르딘.전혀 알아들은 것 같지가 않았다.서린은 다시 억지로 에르딘을 방 밖으로 밀어낸 뒤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리고 책을 옷 안으로 밀어 넣어 배 쪽에 숨겼다.챙겨온 책을 들고 어제 아스란이 만들어준 도서관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도서관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서린은 옷 안으로 손을 넣어 책을 꺼내려 했다.그런데 책이 가슴 쪽 어딘가에 걸려 잘 나오지 않았다.다시 손을 집어넣어 옷을 벌린 채 낑낑거리며 책을 꺼내려던 그때.문이 열리며 세레나와 에르딘이 함께 들어왔다.서린은 재빨리 책을 다시 배 쪽으로 쑥 밀어 넣었다.세레나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에르딘은 황당함과 다급함이 뒤섞인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와 서린의 손목을 낚아챘다.“이런 게 볼일?”아.망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에르딘.세레나.설마 너도 나를 그 정도로밖에 생각 안 하는 거야?서린은 세레나를 바라봤다.세레나가 눈을 피했다.그 뒤로 데미안이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세 사람 사이를 지나쳐갔다.세레나?너는 나를 믿어준다며?진짜 억울한데.뭐라고 핑계를 대지?“아니…… 가슴이 가려워서. 헤헤…….”세 사람 사이에는 끝없는 정적만 흘렀다.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아스란이 모습을 드러냈다.아스란이 구원자처럼 보인 건 처음이었다.악당에서 구원자로 격이 올라간 아스란은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문밖으로 다시 나가려 했다.“아스란 엘리오스!”아스란이 눈을 가늘게 떴다.자신의 풀네임을 알려준 적이 있었던가?아니다.용들은 자신의 이름을 쉽게 밝히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델리아는 그의 풀네임을 불렀다.예기치 않게 이름을 들은 아스란은 닫으려던 문을 다시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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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달려간 일행은 레이븐이 펼쳐 둔 책을 들여다봤다.사막에서 들었던 왕의 유적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대 왕들은 저주를 피하기 위해 반지에 보호 마법을 걸어 두었다고 합니다.”서린의 눈이 반짝였다.“그래서 그게 어딘데?”레이븐이 머리를 긁적였다.“저도 모르죠. 설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라 실화인지도 모릅니다.”서린은 본능적으로 레이븐의 목에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걸었다.결국 저주를 못 푼다는 말이잖아!레이븐의 목을 감싼 팔을 완력으로 풀어낸 에르딘은 서린을 그대로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델리아.”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였다.“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다른 남자를 만져 봐.”그가 서린을 품에 안고 귓가에 경고의 말을 속삭였다. 서린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자기 저주를 못 푼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 와중에 그런 생각이나 하다니.병이다. 병.별다른 소득 없이 시간이 흘렀다.모두 몸이 좀이 쑤시기 시작할 즈음.아스란이 공간을 찢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왔다.서린은 재빨리 벌떡 일어나 조르르 달려가 그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책은?’작게 속삭이며 〈검은 가시의 장미〉 3권의 행방을 물었다.“안 돼. 지금은.”서린은 당황했다.저 용 나부랭이가 지금 뭐라는 거야?책을 안 주겠다는 거야?“좋은 말 할 때 내놔.”서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나중에 보여주겠다. 지금은 역사가 바뀌어서 안 돼.”서린은 이마에 핏대를 세운 채 소리 없이 눈으로 온갖 비속어를 퍼부었다.‘그러니까 네가 뭔데 되고 안 되고를 정하는데.’이번에는 무슨 기술을 써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뒤에서 에르딘이 그녀를 끌어안았다.“델리아, 나 몰래 둘이 무슨 대화를 하는 거지?”에르딘이 감히 용안을 정면으로 마주한 아스란을 응시한 채, 서린을 품 안으로 쏙 끌어당겼다.서린의 핏대가 두 개로 늘었다.“대화는 무슨. 파충류랑.”웃고 있었지만 이를 악문 목소리였다.책의 정체를 들킬 수도 없는 서린은 에르딘의 속박을 팟 하고 뿌리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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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에르딘은 귀엽다는 듯 웃더니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쪽.”더한 것을 예상했던 서린은 창피함에 한동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그때 눈앞으로 커다란 손 하나가 불쑥 내밀어졌다.서린이 그 손을 잡자 에르딘은 그녀를 가볍게 일으켜 세웠다.“그래서 개운한가?”눈을 맞춘 채 묻는 목소리였다.화끈거리는 이마를 슥슥 문지르며 서린이 멋쩍게 웃었다.“어. 오늘은 진짜 고마웠어. 다음에도 또 해 줘.”“거절하지.”“그럼 데미안이랑….”서린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에르딘의 눈동자가 다시 피폐 남주의 그것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서린은 데미안을 위해서 다음 말을 아꼈다.다음 날, 아스란은 무표정한 얼굴로 도서관에 나타났다.서린은 다시 한번 아스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책 내놔라.'끈질긴 서린의 요청을 유령 취급하며 무시한 아스란은 세레나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저 자식, 은근히 세레나만 챙기는 것 같단 말이지.'서린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아스란을 관찰했다. 전날의 파격적인 발언에 모두가 궁금해했지만,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한 채 아스란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그때 레이븐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저... 왕의 유적은 제가 찾으러 나가볼까요?”그렇다. 저주를 막아준다는 반지가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 넓은 사막에서 유적을 찾는 건 바늘 찾기나 다름없다는 것이었다.24시간 드론을 띄워도 찾을까 말까인데.......드론?드론!서린은 머리를 탁 치며 아스란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책 대신 왕의 유적 날아다니면서 찾아줘!'세레나 옆에 앉아 있던 아스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 그의 용안의 검은 동공이 세로로 가늘게 좁혀졌다.“개소리.”갑자기 튀어나온 한마디에 레이븐이 화들짝 놀라더니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레이븐이 울상으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서린은 태연하게 두 번째 텔레파시를 보냈다.'에르딘보고 공간이란 공간은 다 베어 달라고 해야 하나?'안 가면 너희 집을 박살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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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로브를 걸친 여자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에르딘은 아무 말 없이 검을 뽑아 그녀에게 쇄도했다.보라색 구름이 갈라졌다.단칼.그녀의 몸이 사선으로 갈라졌다.그러나 하늘하늘 흩어지는 것은 사람의 몸이 아닌 인형이었다.에르딘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가 사라지자 보라색 구름도 천천히 걷혀 나갔다.“쿨럭.”에르딘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입가에 맺힌 핏방울을 손등으로 닦아낸 그는 천천히 문을 향해 걸었다.​​서린은 경기장 밖에서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오직 문을 열고 나올 에르딘만 기다렸다.고요한 적막이 가져다준 불안에 서린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마탑에 비상이 걸렸다.마법사의 테러로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이 모두 저주에 걸린 것이다.흡입한 양에 따라 가벼운 몸살부터 중상까지 증상도 제각각이었다.다행히 광범위 저주라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다.저주를 연구하는 마법사들과 치유술사들이 모두 달라붙어 치료를 시작했다.차례차례 사람들이 빠져나왔다.그리고 맨 마지막.에르딘의 모습이 보였다.“에르딘!”서린이 비명을 지르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에르딘은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칼집을 들어 올렸다.다가오지 말라는 뜻이었다.칼집에 가로막힌 서린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에르딘이 다시 한번 피를 토했다.그 순간 세레나가 다급히 달려와 그의 손을 붙잡았다.에르딘은 그런 세레나를 막지 않았다.서린의 눈에는 자꾸만 눈물이 차올랐다.한 번 더 다가가려 했지만, 에르딘은 다시 칼집으로 거리를 벌렸다.우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서린은 등을 돌려 데미안에게 걸어갔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래.세레나는 저주를 막아주고, 본인도 저주에 걸리지 않는다.이게 맞는 거다.세레나는 지금 에르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잖아.채점지에는 정답만 차곡차곡 쌓여 가는데.왜 내 눈에서는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저게 맞는 건데... 그래. 이건 나를 구하려다 다쳐서 걱정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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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일렁였다.시야가 흐려지고 손이 여러 개로 보였다.몸이 휘청.에르딘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세레나가 황급히 그를 붙잡았다.그리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아스란을 노려봤다.“얘 왜 이래!”아스란은 귀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그게... 아마 저주가 강할수록 부작용도 강할 거다.”“무슨 부작용인데?”“그건 아무도 몰라.”“그걸 왜 지금 설명해!”먼저 반지를 끼워 버린 건 서린이었다.하지만 아스란은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지금 저 여자에게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테니까.서린은 한참을 자는 에르딘의 옆을 지켰다.며칠 동안 붙어 있던 세레나는 오랜만에 침대로 가 편하게 잘 수 있었다.서린은 에르딘의 옆에 앉아 가만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사실은 알고 있는데.자꾸만 부정하게 된다.에르딘을 활자 속 인물로, 해피엔딩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마음은 끌려 버렸다.인정하기 싫어서 억지로 채점해 보지만, 이제는 주체가 안 될 정도로 에르딘을 만지고 싶다.이마에 손을 올려 다시 한번 머리카락을 정리해 준다.그러면 또다시 자신의 손을 잡고 태양 같은 눈으로 응시해 줄 것만 같아서.탁.에르딘이 자신을 만지는 서린의 손을 차갑게 붙잡았다.“에르딘...”조용히 눈을 뜬 에르딘의 눈동자는 싸늘했다.“넌 누구지?”당황한 서린이 멍하니 되묻는다.“어?”“세레나는 어디에 있지? 메이드인가?”지금...이 상황은 뭐지?서린은 당황한 채 몸이 굳어 버렸다.“사... 사람... 용... 사람 불러올게요!”서린은 달려 나가 보이는 사람마다 에르딘이 깨어났다고 알렸다.그리고 마탑주를 미친 사람처럼 찾아다녔다.하늘을 향해 소리까지 질렀다.다행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탑주가 서린이 더 큰 사고를 치기 전에 모습을 드러냈다.마탑주를 보는 순간.서린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나를... 나를 기억 못 하잖아!”“그게 중요한가?”서린은 충격을 받았다.그렇네.그게 중요한 일인가.몸이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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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정원에서 세레나와 산책을 즐기고 있는 에르딘을 발견했다.서린은 이를 악물고 뛰어갔다.그의 앞에 선 서린이 멱살을 덥석 잡았다.“너!너 때문에!너!!나랑도 데이트해!”멱살을 잡힌 에르딘은 기가 찬 표정으로 손을 떼어 냈다.예비 공작부인이라더니 품위와 예절이 한참 부족해 보였다.그럼에도 그는 눈만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세레나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서린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오랜만에 받는 공작의 격식 있는 에스코트에 서린은 몸이 굳었다.팔짱을 끼려는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저 남자가 너무 낯설고 차갑게만 느껴져 괜히 눈치만 보였다.조심스레 그의 단단한 팔에 손을 얹었다.순간.에르딘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팔에 닿은 손끝이 이상하게 뜨거웠다.하지만 그는 끝까지 무표정을 유지했다.“가시죠.”둘은 정원을 천천히 걸었다.서린의 비죽 나온 입술이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에르딘은 묻지 않았다.그보다 옆에 있는 이 여자가 왜 자꾸 신경 쓰이는지.그 이유를 알고 싶은 마음이 더 거슬렸다.방금도 멱살쯤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잡혀야 할 것 같았다.공작답지 않다.자신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여자였다.조금 더 관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둘은 한동안 말없이 정원을 걸었다.먼저 입을 연 건 서린이었다.“데이트 세레나 아홉, 나는 하나 정도로 해줘.”공작은 눈으로만 웃었다.“제가 왜 그래야 하죠?”서린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정보를 모을 수가 없잖아.”에르딘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무슨 정보를 모으려고 데이트까지 필요한 걸까.“하여튼 내일 노엘 만나고 올 거니까 그렇게 알아.나중에 난리치지 말고.”그 말을 들은 순간.에르딘은 묘하게 기분이 언짢아졌다.황태자를 친구처럼 부르며 만난다는데.왜 싫은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다.하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감정을 드러내는 건 상대에게 자신을 읽힐 틈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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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게 울고 있는 세레나를 보며 생각했다.'저 여자가 그 정도인가.'절레절레.기억이 없는 부분에서 한 사람 몫은 했겠지.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공작은 상념을 털어 내고 업무를 보러 향했다.세레나는 그런 공작을 바라봤다.기쁜 마음보다.인형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감정을 잃어버린 인형.세레나는 더 이상 공작을 보고 심장이 뛰지 않았다.그저 슬플 뿐이었다.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델리아는 왜 공작의 기억을 되찾으려고 하지 않는 걸까.세레나는 그저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늦은 오후.공작은 말을 몰아 미친 듯 산속을 헤맸다.아무래도 낮에 보낸 마차가 계속 신경 쓰였다.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거칠어진 숨소리와 흔들리는 눈빛이 그의 상태를 말해 주고 있었다.말에서 내린 그는 산속을 샅샅이 뒤졌다.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갈 무렵.움찔.칼에 복부를 찔린 채 힘겹게 숨을 이어 가는 델리아가 보였다.에르딘은 터덜터덜 걸어가 그녀의 머리를 품에 받쳐 들었다.'왜?'델리아의 숨소리가 피와 함께 끓어올랐다.“기다렸잖아...늦었다고...”기운 없이 흘러나온 그 말에.에르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델리아...델리아...”델리아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에르딘이 주저없이 반지를 빼서 던져버렸다. “서린아!!!”“서린아!!!”2층에서 요란하게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서린이 뛰어 내려왔다.대표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그의 상태를 살핀다.“에르딘!!”마주친 둘은 잠시 눈빛을 교환했다.침묵 위로 달빛만이 내리쬐었다.“이서린....”이서린.그 이름 한마디에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어?”왜 우는지 본인도 모르겠는 서린은 울음을 한 번 자각하자 멈출 수가 없었다.흑흑 소리를 내며 꺼이꺼이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윤시후가 된 에르딘이 달려가 서린을 꽉 껴안는다.“다시는 잊지 않을게.약속해.”서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더 꺽꺽대며 무너질 듯 울었다.“내가...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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