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너는 피폐해, 나는 로맨스할게: Capítulo 51 - Capítulo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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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서린은 미친 사람처럼 실성한 듯 웃었다.‘너만 보라니.’‘난 이미 너만 보고 있었는걸?’‘난 네 밑으로 들어가기 위해 널 보는 게 아니야.’‘너를 찢어 죽이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거지.’‘그리고 기다려줘, 세레나. 저 새끼가 죽는 날이 널 구하러 가는 날이야.’눈물이 날 정도로 웃는 서린을 보며 에르딘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아하하하. 알았어. 난 이미 너만 보고 있어. 걱정 마.”에르딘이 턱을 잡은 손에 흠칫 힘을 줬다.이미 자신을 보고 있다니?왜 저렇게 뭐가 웃긴 걸까.이 상황에서 왜 웃는 거지, 저 여자는?에르딘은 난생처음 혼란스러웠다.처음 겪는 감정이라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에르딘은 손을 떼고 급하게 뒤돌아 이 자리를 피했다.“다음 주에 보지.”뒤에서 서린이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에르딘에게 그 소리는 어쩐지 기묘하게 뒤틀려 들려왔다.분명 자신은 포식자였는데, 지금은 피식자가 된 기분이었다.에르딘은 어디론가 욕설을 내뱉었다.‘이서린, 재밌게 구네. 어디 한번 해봐. 나를 또 재밌게 해줘봐.’에르딘이 사라지고 재현이 돌아왔다.서린의 웃음 소리에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한 눈치였다.“그냥 다음 주부터 조심하라고요.”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선배를 위한 일이겠지.“그래. 이번에 너무 놀랐어. 몸 좀 사려가면서 해. 다 나으면 우리 같이 맥주 한잔하자. 왜 이렇게 맥주 한잔하기가 힘드냐, 서린아.”두 손을 깍지 껴 뒤통수에 댄 선배가 한탄하듯 말했다.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서린은 작게 키득였다.빨리 편의점에서 선배랑 같이 맥주 한잔하면서 하루를 복기해보고 싶어요.하지만 선배, 일단 일 몇 개만 더 해결하고 나서요. 조금만 더 기다려 줘요.서린을 중환자처럼 극진히 모시던 선배가 돌아가고, 서린은 드디어 베 밑에 숨겨뒀던 《검은 장미의 가시》 2권을 펼쳤다.에르딘이 장미에 감겨 있는 표지 그림과는 다르게 내용은 세레나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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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서린은 퇴원하고 다시 출근하게 됐다.문 앞에서 그동안 고생했을 재현 선배의 등을 토닥여줬다. 선배가 서린을 향해 옅은 웃음을 짓고는 어깨를 살며시 잡아줬다. 두 사람은 잠시 눈빛을 주고받았다. 서린이 담담히 옷을 정리하고는 문을 열고 저택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오늘은 에르딘의 일정이 없는 날이라 집에만 있는다고 했다.거실에는 에르딘이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서린을 잡아먹을 듯 쳐다보고 있었다.“안녕하십니까, 대표님.”서린은 흐린 눈으로 후다닥 2층으로 올라가려 했다.“이리 오지 그래?”에르딘이 낮게 으르렁대며 불렀다.‘갑’이 오라면 가야지.서린은 에르딘의 앞에 서서 두 손을 교차해 잡고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에르딘이 손을 올려 서린의 손을 잡으려 했다. 순간적으로 심장에 고통이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탁.서린은 차갑게 그의 손을 쳐냈다.“손대지 말라고 했을 텐데.”정색한 채 낮은 목소리에 최대한 살기를 담아 으르렁댔다. 눈에 살기도 담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에르딘이 자신에게 하던 것처럼.피식.웃은 에르딘은 서린의 손목을 잡아 끌더니 그대로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혀버렸다.“까불지 말라고 했을 텐데.”다시금 포식자의 위치에서 에르딘이 서린의 팔뚝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괴물 같은 공작의 힘에 서린은 속절없이 끌려갔다. 품 안으로 서린을 끌어안은 그는 마약이라도 하듯 숨을 크게 들이켰다.본능적으로 전율과 소름이 돋았다. 마른침이 꿀꺽 목으로 넘어갔다.몸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성공 확률이 낮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의 완력은 확실히 서린의 위였다.공작은 기묘한 열기를 띤 채 혼자 눈을 감고 서린을 음미했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지만 착실하게 참아냈다.이 상황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은 가만히 죽은 인형처럼 있어주는 것이었다.머릿속으로는 공작의 머리를 몇 번이고 뽑아냈다.영원할 것 같던 시간이 끝나고, 만족스러웠는지 에르딘이 서린을 놓아줬다.“파…….”숨을 내쉰 서린은 재빨리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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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딘을 방까지 경호한 서린은 2층으로 올라갔다.지금 ‘윤시후’를 노리는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끊임없이 사건과 사고를 만들고 있지만 뉴스에는 한 조각조차 나오지 않는 사람.에르딘은 알고 있을까?후계 구도가 살벌하다더니 이런 의미였나.서린은 씻고 나와 언제나처럼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침대에 누웠다.쿠당탕!1층에서 큰 소리가 났다.서린은 기지개를 켜고 슬렁슬렁 2층에서 내려왔다.‘뭔 일 크게 났으면 좋을 텐데.’세월아 네월아 에르딘의 방 앞에 선 뒤 숨을 골랐다.그리고 얼굴에 긴장을 씌웠다.“헉헉…… 대표님!”연기하며 들어갔다.역시나 별일 없었다.물건이 떨어져 큰 소리가 났던 것뿐이었다.서린은 실망 아닌 실망을 하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무서워서 못 자겠군. 경호 안 해주나?”‘갑’의 갑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본인이 제일 무섭거든요?“예. 경호 시작하겠습니다.”서린은 구석에 자리 잡았다.에르딘의 눈동자가 어쩐지 붉게 물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구석에 누군가 숨어 있는 것 같아 무섭군. 가까이 오지?”구석에 숨어든 사람이 널 무서워하겠지.핑계란 핑계는 다 대가며 자신을 불러대는 에르딘이었다.포기는 빠를수록 편하댔어.서린은 에르딘이 누운 침대 옆에 자리했다.“누가 나를 내려다보니 기분이 나쁘군. 옆에 눕지?”후…….그래.넌 그런 식이지.안 눕겠다고 해도 어차피 힘으로 눕힐 거잖아?서린은 조용히 돌아서 그의 옆에 누웠다.당연하다는 듯 에르딘이 서린을 끌어안았다.그가 현대에 와서 생긴 특이한 버릇이 하나 있었다.자꾸 숨을 깊게 들이켜 서린의 체취를 맡는 것이었다.무언가 결핍된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었다.처음에는 변태 같았지만, 이제는 왜 저러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자신이 어디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자꾸만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한 행동.하지만 설레기보다는 뿌리 깊게 자리 잡힌 증오가 서린을 치 떨리게 했다.서린은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며칠 동안 오랜만에 조용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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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응까지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던 에르딘이 흠칫 놀라 서린을 안아 들었다. 침대에 눕힌 뒤 곧바로 치유술사를 불렀다.한달음에 달려온 치유술사는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돌팔이 같으니.’에르딘은 다른 치유술사를 불렀다.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똑같았다.믿을 수가 없었다.자신이 아는 이서린은 이런 여자가 아니었다.당돌하게 말을 받아치고, 겁도 없이 제 할 말을 전부 하고, 죽을 위기에서도 이를 악물고 일어서는 여자였다.이렇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숨어버리는 약한 여자가 아니었다.에르딘은 서린의 손을 잡아 자신의 이마에 댔다.차갑게 식은 손이 마치 죽은 사람의 것처럼 느껴졌다.‘제길.’에르딘은 욕을 삼키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해봤다.하지만 전혀 알 수 없었다.어디부터 잘못됐는지 이 괴물이 알 리가 없었다.서린은 잠시 정신을 차릴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잠만 잤다.에르딘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서린의 곁에 붙어 있었다. 그사이 서린의 몸은 점점 힘없이 마르고 부서져갔다.“일어나라, 이서린.”대답 없이 서린은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에르딘이 그녀가 싫어하던 얼굴을 쓰다듬어봤다. 눈썹조차 흔들리지 않았다.“내가 잘못한 건가?”대답은 없었다. 에르딘이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네가 바란 게 고작 이런 거였어? 날 죽여놓고 정작 너는 이렇게 비겁하게 숨어버리겠다고?”마찬가지로 서린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에르딘은 문득 생각했다.서린은 자신을 왜 죽였을까.“곧 왕국 무도회야.”미동도 없었다.“세레나를 구해야지.”그제야 서린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에르딘의 눈이 곧장 그 손끝으로 향했다.며칠 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반응하지 않았던 여자가 세레나라는 이름 하나에 움직였다.이상하게 안도하면서도 속이 뒤틀렸다.그러나 지금은 그런 감정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에르딘은 조금 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세레나가 또 죽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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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은 충격받을 세레나의 양손을 꼭 쥐었다.“저…… 다 알아요. 저주에 관한 것들이요.”세레나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난 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네가 어떻게…….”잠시 숨을 삼킨 세레나가 다급하게 물었다.“아니, 공작님도 아셔?”“아니요. 저만 알아요.”알아도 몰라야 했다. 치료제라는 이유로 사지가 묶여 시도 때도 없이 스킨십당하는 꼴은 세레나도 싫을 것이다. 서린 역시 그런 세레나를 보고 싶지 않았다.“황녀가 말한 사실이 거짓이라는 걸 말씀드리려고 부른 거예요.”“뭐?”세레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그럴 리 없어. 황녀가 왜…….”너를 치워버리고 에르딘을 약으로 조종해서 종처럼 부리려고 그런 거라고.지금 머리를 쥐어뜯을 때가 아니었다.충격을 받더라도 최대한 빨리 받아들이게 해야 했다.“에르딘 공작을 가지고 싶어서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서린은 세레나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저주를 푸는 열쇠는 황녀가 가지고 있어요. 세레나님, 저희가 힘을 합쳐야 황녀를 이길 수 있어요!”세레나는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계속 중얼거렸다.“믿을 수 없어…….”“…….”“나 때문이야.”황녀가 생각보다 가스라이팅을 단단히 해놓은 모양이었다.“공작님은…… 나 때문에…….”세레나의 시선이 죄책감에 아래로 떨어졌다.고여 있던 눈물이 투둑 하고 손등 위로 떨어졌다.그동안 혼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서린의 가슴도 괜히 먹먹해졌다.기운 내, 세레나.내가 돌아왔잖아.이번엔 할 수 있어.“일단 공작저로 돌아와요, 세레나님.”세레나가 눈물 젖은 눈으로 서린을 바라봤다.“공작님은…… 세레나님이 필요해요.”잠시 말을 멈춘 서린이 덧붙였다.“저도 필요하고요.”훌쩍이던 세레나는 한참 후에야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끄덕였다.“공작님께 말씀드릴 거야?”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하나도 도움 안 될 녀석을.알려주면 너를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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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은 재빨리 휴게실로 달렸다.뒤를 공작이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휴게실 문을 열자마자 바닥에 마셨던 샴페인을 토해냈다.머릿속에서 총성이 들렸다.얼굴에 구멍이 뚫렸다.피가 흐르고 쓰러지는 에르딘의 몸.더 이상 나올 것이 없었지만 헛구역질을 했다.뒤따라온 에르딘이 서린을 잡으려고 했다.스러져가는 정신 속에서도 서린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그와 눈이 마주쳤다.다시 시작된 총성, 피, 시체.헛구역질을 미친 듯이 하자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몸을 더 이상 가눌 수가 없어 벽에 기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세레나…… 데려와…….”에르딘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세레나?지금 앞에 서 있는 자신이 아닌 세레나를 왜 찾는 것인가.그깟 게 그렇게 중요한가?“그렇다면 내가 데려다주지. 그까짓 것, 달라면 다 주겠다.”말을 마친 에르딘은 벽을 주먹으로 한 대 친 뒤 댄스홀로 향했다.서린은 소파에 앉아 숨을 골랐다.자신은 안 괜찮았다.하나도 안 괜찮았다.노력해도 안 괜찮았다.너무 힘들었다.세레나고 에르딘이고, 자신의 삶에서 다 사라져줬으면 했다.또다시 잠이 밀려왔다.한 번만 더 쉬었다 가면 안 될까?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느려졌다.문을 열고 세레나가 놀란 얼굴로 다가왔다.세레나.‘나의 여주인공.’그래.정말 너를 지켜줄 거야.잠시 한 번만.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쉬고 다시 돌아올게.그렇게 서린은 눈을 감아버렸다.누군가 자신을 안고 뛰는 느낌에 서린은 잠시 눈을 떴다.에르딘의 다급해 보이는 얼굴이 보였다.달빛에 흐르는 땀이 눈물처럼 보이는 것 같은 건 왜일까.그의 얼굴을 보자 다시 머릿속에서 총성이 울려왔다.서린은 재빨리 눈을 감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침대 위였다.계속 에르딘이 죽는 모습을 보던 서린은 “헉.”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세레나가 서린이 흘린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델리아! 괜찮아, 델리아?”“세레나님…….”“델리아! 걱정했어! 나…… 나는 네가 안 일어나는 줄 알았어. 제발, 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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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좀 내려가겠지.’새빨간 면을 한입 먹었다.“으웩. 맛없어.”더럽게 맛이 없었다.너무 맵기만 해서 눈물과 콧물이 나왔다.그때 누군가 주방으로 들어섰다.조금 헬쓱해져 있는 에르딘이었다.서린은 멈칫하며 몸을 굳히고 눈을 내렸다. 또다시 그를 보고 도망칠까 봐 본능적으로 경계한 것이었다.주방 벽에 기대선 에르딘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이제 잘 먹는군.”어쩐지 안도감이 묻어 있는 따뜻한 에르딘의 목소리라면 믿겠는가?서린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쳐다봤다.다행히 구역감은 들지 않았다.역시 시간이 약이었던 걸까?그저 피곤하고 힘들어 보이는 남자 하나가 보일 뿐이었다.“난…… 원래 잘 먹어.”기운 빠진 바람 소리를 내며 에르딘이 피식 웃었다.“그래. 앞으로도 잘 먹도록.”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무척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 보는 것 같았다.“앞으로 도망치지 마라…….”어쩐지 애원하듯 말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그가 무너져내린 듯 보였다.“만지지만…… 말아줘…….”에르딘은 알겠다며 손을 주머니 안으로 쑥 집어넣었다.서린은 그 손을 보며 낮에 세레나와 맞잡았던 손을 떠올렸다. 따스했던 그때의 손과는 달리 지금은 서늘하게 핏대가 서 있었다. 그러면서도 시선만은 집요하게 서린의 얼굴을 담고 있는 에르딘.계속 보고 있기가 민망해져 서린은 밥 먹는데 나가라고 했다.“도대체 그런 매운 걸 너는 왜 먹는 거지?”에르딘이 말을 걸려는 건지 진짜 궁금한 건지 입을 열었다.“매운맛에 먹는 거지! 알려고 하지 마!”서린은 돌아서서 우걱우걱 스파게티를 입에 넣었다.아픈데 먹고 싶고, 먹고 싶은데 아픈 걸 네가 어떻게 알겠냐.‘더럽게 맛없어!!!’조용히 사라진 에르딘이 있던 자리를 서린은 한참 동안 바라봤다.‘내가 힘들었던 만큼 너도 힘들었던 걸까?’너에게도 인간의 감정이 있는 걸까.마음이 복잡해졌다.복잡한 서린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시간은 흘러 왕궁 사냥대회 날이 다가왔다.왕궁 사냥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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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세레나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모습을 본 에르딘이 세레나를 일으켜줬다.서린의 손에서 꿈틀대는 녀석은 다람쥐였다.‘헐. 귀여워.’서린은 양손에 다람쥐를 못 도망가게 붙잡고 세레나에게 다람쥐의 배를 보여줬다.“세레나님! 엄청 귀엽죠!”에르딘이 사색이 돼서 말했다.“그대로 가만히 있어라, 델리아.”다들 다람쥐 한 마리 가지고 왜들 호들갑인지?다람쥐가 서린의 손에 묻은 향을 맡더니 입을 여섯 갈래로 벌렸다. 손을 물어뜯으려고 하던 그때, 에르딘이 검을 뽑아 다람쥐의 한가운데를 찢어발겼다. 다람쥐의 시체가 괴기스럽게 두 동강 나 흩뿌려졌다.놀란 서린은 다람쥐를 던지며 소리쳤다.“뭐야! 또 나 찌르는 줄 알았잖아!”“그거 마물이다!”에르딘이 급하게 달려와 서린의 손을 살폈다. 그 와중에도 서린의 몸에는 손을 대지 않는 철두철미함이었다.“…….”‘나 지금 마물 보고 귀엽다고 사람들한테 펼쳐 보인 거야?’아니, 다람쥐랑 똑같이 생겼는데 어떻게 아냐고.이 세계는 평화로운 동물이 없어! 조만간 강아지 하나 입양해서 키울 거다! 심신의 평화를 위해.울며 주먹다짐을 한 서린에게 그 후로도 동물 대신 마물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에르딘은 회군을 결정했다.‘마물 토벌 때 어차피 쓸어버릴 마물이다. 서린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이어갈 필요는 없지.’서린은 어딘가 찝찝했다.“세레나님, 원래 마물이 이렇게 자주 나오는 애들 맞나요?”“내가 알기로는 아니야.”세레나가 심각하게 대답했다.서린은 세레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아까 황녀가 저한테 뭘 바르고 간 것 같아요.”“뭐?!”“쉿.”서린이 눈을 휘며 입을 손가락으로 가렸다.“세레나님, 황녀도 당해야 정신 차리지 않을까요?”서린은 소근소근 세레나에게 귓속말로 생각을 전달했다. 참을 수가 없어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다. 세레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서린을 말릴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조심하라는 말만 반복했다.왕궁 사냥대회의 끝을 에르딘네가 가장 먼저 알렸다. 다들 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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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저에 돌아온 서린은 정말 갇혔다.정말 24시간 밀착 경호를 빙자한 감시가 붙었다. 누가 보면 자신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줄 알겠다. 서린은 그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그런 공정한 사람일 뿐이었다. 사방의 모든 사용인들이 서린이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일거수일투족 공작에게 일러바쳤다. 심지어 세레나에게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다.“세레나님, 어떻게 하죠?”“혼자 다녀올게!”양손을 불끈 쥐고 세레나가 말했다. 아니? 저 모습을 보니 더욱더 보낼 수가 없었다.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주인공은 원래 사건과 사고의 한가운데에 있는 법이었다. 보호자인 자신이 가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기껏 살려놨는데 죽을까 봐 무서웠다.이런 서린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레나는 혼자 다녀올 계획을 마구 입 밖으로 뱉어내기 시작했다.“절대 안 돼요!”서린은 일단 지르고 봤다. 세레나의 표정이 서운해졌다. 자신을 못 믿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세레나에게 여기가 책 속이고 네가 주인공이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그러기엔 최근 세레나가 겪은 일이 너무 많았다. 조금만 더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머리랑 몸이 어떻게 분리가 돼요!! 우린 같이 다녀야 해요.”오, 서린이 말했지만 그럴싸했다.정작 세레나는 진짜로 머리와 몸이 분리되는 상상을 했는지 낯빛이 급격히 창백해졌다.“어? 그…… 그런가?”세레나도 수긍하는 눈치였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자신이 빠져나갈 수 있을까?서린과 세레나는 머리를 맞댔다. 쑥덕쑥덕, 두 사람의 작당모의는 한참 동안이나 계속됐다.다음 날 세레나는 에르딘과 저택 문 앞에서 대치 상태에 놓였다.“저도 저택 감금인가요?”세레나가 꼿꼿이 서서 문 앞을 막은 에르딘에게 말했다.에르딘의 눈이 세레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리고는 이내 눈만 웃은 채 살기를 띠며 말했다.“그건 아니지만, 갑작스럽군. 왜 나갔다 온다는 거지?”약한 살기임에도 흠칫 놀란 세레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속…… 속옷 사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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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아요, 저희.”서린은 돈주머니를 열어 금화 다발을 확인시켜줬다.잠시만 기다리라던 바텐더는 뒷문으로 사라졌다.“마스터께서 안 된다고 하십니다. 오늘은 술만 하고 가시죠, 영애분들.”바텐더는 최대한 친절한 미소로 두 사람을 거절했다.저 문 뒤에 마스터인가 뭔가 있다는 거 아냐?서린은 바로 바텐더에게 끌어안듯 다리를 올려 코알라처럼 매달렸다.그냥 바텐더는 아닌지 넘어지지 않고 서린을 안은 채 버텼다.서린은 곧바로 몸을 옆으로 틀어 바텐더를 바닥으로 내리쳤다.그리고 내동댕이쳐진 바텐더에게 길로틴 초크를…….오늘 좀 많이 쓰네.원래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기술은 아니다.하지만 여긴 야생의 세계니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쓰는 거다.서린은 바텐더를 제압하고 세레나를 쳐다봤다.세레나의 눈이 또다시 경악으로 물들어있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몇번 째인지 모르겠다.서린은 홀로 고개를 끄덕인 뒤 뒷문으로 향했다.뒷문의 창고에서는 술 외에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술병들이 빽빽하게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세레나님…… 저 전혀 모르겠는데.”“잠시만…….”세레나는 손을 턱에 괴고 벽을 유심히 살펴봤다.그리고 와인 몇 개를 드르륵드르륵 꺼냈다.벽 한쪽이 열리며 비밀 공간이 나타났다.“와우! 어떻게 아셨어요?”“중간에 연도가 튀는 와인이 몇 개 있어서 의심스러웠어.”역시 나의 머리.장하다, 장해.서린은 거침없이 비밀 공간으로 달려 들어가려고 했다.“델리아! 기다려. 여기 가면 써.”세레나는 미리 준비한 가면 두 개를 꺼냈다.“우리는 황녀에게 찍혔어. 얼굴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어.”맞는 말이었다. 세레나의 현명함에 한 번 더 반하며 서린은 가면을 쓰고 검은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 양옆으로 방이 두 개씩 있었고 맞은편으로 하나가 있었다. 양옆의 방에서 험악한 인상의 아저씨들이 나왔다. 서린은 마른침을 삼켰다. 어느 정도 제압은 가능하겠지만 체력이나 인원으로 자신들이 밀렸다. 세레나는 심지어 인질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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