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บทที่ 11 - บทที่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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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대문 앞의 거인

방학이 끝나갈 무렵, 대학가 골목은 유독 분주했다.자취방을 새로 구하려는 학생들이 부동산마다 줄을 서 있었고, 순정이 붙여둔 "순정 하숙" 전단도 어느새 귀퉁이가 바래 있었다.그날 오후, 순정이 마당에 빨래를 널고 있을 때였다.대문 밖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다가오더니, 이내 커다란 그림자가 대문에 드리워졌다."저기…… 실례합니다.“순정이 고개를 돌리자, 대문 앞에 서 있는 청년의 덩치에 순간 눈이 커졌다.188cm의 큰 키에, 유도로 다져진 넓은 어깨와 두툼한 가슴팍이 대문을 반쯤 가릴 정도였다.살짝 그을린 건강한 피부에 짙은 눈썹, 서글서글하게 큰 눈이 인상적이었고, 턱선은 남자답게 굳건했다.그런데 그 커다란 덩치와 달리, 청년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순정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여기, 하숙집 맞나요? 방 있으면……"목소리마저 큰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조심스러웠다. 순정은 순간 속으로 웃음이 났다.저 덩치에 저 얼굴로 저렇게 눈치를 보다니, 꼭 커다란 개가 낯선 집 앞에서 주인 눈치 보는 모양새였다."방 있어요. 근데 총각, 여기까지 어떻게 왔대? 학교에서 좀 먼데.""학교 근처는 방값이 너무 비싸서요. 조금씩 더 먼 데로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청년이 우물쭈물 대답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순정은 그 모습에 빨래집게를 내려놓고 청년을 찬찬히 훑어보았다.큼지막한 운동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짐이 단출한 걸 보니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가방끈은 여기저기 해져 있었고, 신발도 밑창이 닳아 있었다.저 체격에 저 실력이면 어디서든 대접받을 법도 한데, 정작 청년은 값싼 방 하나를 구하러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고 다닌 모양이었다."살던 데는 왜 옮기게 됐어요?""거기 사장님이 사업을 접으신다고 해서요. 갑자기 방 빼라고 하셔서……""저런, 갑자기 그러면 곤란했겠네.""괜찮습니다. 익숙해서요."청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씩 웃었지만, 순정은 그 말끝에 걸리는 게 있었다.'익숙하다'는 말이, 스무 살 갓 넘은 청년의 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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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닭다리의 임자

이튿날 아침, 태성은 해가 뜨기도 전에 눈을 떴다.낯선 천장이었지만, 오랜만에 아무 걱정 없이 잘 잔 덕분인지 몸이 개운했다.태성은 이불을 개켜놓고 방문을 열었다.마당에서는 벌써 도경이 뭔가를 손보고 있었고, 부엌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솔솔 풍겨오고 있었다.태성은 잠시 문 앞에 서서 그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 낯선 집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안녕하십니까!"태성이 우렁차게 인사하며 마당으로 나서자, 도경이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188cm의 거구가 이른 아침부터 씩씩하게 인사를 건네니, 무뚝뚝한 도경도 순간 멈칫했다."어, 안녕. 누나한테 얘기들었어. 새로 왔다는 친구가 너구나.""윤태성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한도경이야, 나이는 스물다섯. 말 편하게 해도 돼."도경이 짧게 대꾸하며 다시 나사를 조였다. 태성은 그 옆에 쭈그려 앉아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았다."이거 저도 도와드릴까요? 저 힘쓰는 건 자신 있습니다.""그래? 그럼 저 화분 좀 옮겨줄래. 무거워서 혼자 못 들겠어서."태성이 냉큼 일어나 커다란 화분을 번쩍 들어 올렸다. 도경은 그 힘에 감탄한 듯 눈썹을 슬쩍 치켜올렸다."진짜 힘 좋네.""유도 해서요. 힘쓰는 건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그때 부엌 창문 너머로 순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태성 총각! 밥 다 됐어, 얼른 들어와!"태성이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대답했다."네! 갑니다!"마루로 올라온 태성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던 이현과 눈이 마주쳤다.창백한 얼굴에 헐렁한 검은 후드티를 입은 이현이, 낯선 거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누구세요?""윤태성입니다! 어제부터 여기서 지내게 됐습니다!"우렁찬 인사에 이현이 순간 흠칫했다. 이현은 이렇게 힘차고 씩씩한 사람을 가까이서 본 적이 별로 없었다."강이현입니다. 스물셋이고, 여기서 웹툰 그려요.""저는 스물둘입니다! 유도 하고 있고요!"두 사람이 짧게 통성명을 마치자, 이현이 나른한 눈으로 태성을 올려다보며 존댓말로 입을 열었다."그럼 태성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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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개강을 앞두고

방학이 끝나가는 저녁, 하숙집 마당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순정은 부엌에서 저녁상을 준비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고등어 굽는 냄새가 마당까지 퍼져 나갔다.어느새 이 하숙집은 세 명의 총각으로 북적이고 있었고, 순정의 손도 그만큼 바빠져 있었다.밑반찬을 만드는 손은 여전히 반찬가게 시절의 야무진 손놀림 그대로였지만, 이제 그 반찬을 받아먹을 사람이 여럿이라는 사실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기분을 안겨주었다."누나, 이거 여기 놓으면 돼요?"태성이 커다란 쟁반에 반찬 그릇을 가득 담아 나르며 물었다.188cm의 거구가 쟁반 하나 든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어쩐지 위태로우면서도 귀여웠다."어, 거기 놔줘. 우리 태성이 요즘 아주 살림꾼 다 됐네.""운동만 하다가 이런 거 해보니까 재밌습니다."태성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처음 왔을 때의 어색함은 온데간데없이, 이제는 제법 이 집의 리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도착한 첫날 밥그릇을 두 그릇씩 비우며 눈치를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얼굴이었다.이제는 순정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상을 나르고, 설거지를 도맡고, 마당 청소까지 척척 해내고 있었다.마루에서는 이현이 태블릿을 붙잡고 마지막 컷을 손보고 있었다.마감을 앞둔 예민함은 여전했지만, 예전처럼 파리한 얼굴은 아니었다.창백했던 피부에는 옅게 혈색이 감돌았고, 다크서클도 눈에 띄게 옅어져 있었다.헐렁한 검은 후드티 차림은 여전했지만, 이제 그 안의 몸에는 처음 왔을 때보다 살이 조금 더 붙은 듯한 그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이번 화 잘 나온 것 같은데?""어디 봐봐."순정이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다가가 화면을 슬쩍 들여다보았다.화사한 색감으로 채워진 웹툰 컷 속에는, 넉살 좋은 표정의 여주인공이 등장하고 있었다."어머, 이 여주인공 낯이 익네. 누구 닮았나?"이현이 순간 흠칫하며 태블릿을 슬쩍 가렸다."그, 그냥 상상해서 그린 거예요.""상상은 무슨. 아무리 봐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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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혈당 스파이크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독서실 밖을 나선 민우는, 걸음이 자꾸 휘청거렸다. 의대 본과 2학년인 그는 방학이 시작된 뒤에도 독서실과 도서관만 오갔다.다음 학기 강의에 대비해 전공 서적을 들여다보고, 밀린 복습을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끼니는 편의점에서 대충 때웠고, 잠은 하루 서너 시간이 전부였다.두꺼운 전공 서적과 빼곡하게 적힌 필기 노트가 가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단정하던 흑발도 며칠째 제대로 손질하지 못한 탓에 힘없이 이마를 덮고 있었다.눈앞이 핑 돌면서 시야 가장자리가 흐려졌다.민우는 머릿속으로 침착하게 진단을 내렸다.저혈당, 영양 결핍, 만성 수면 부족. 하지만 정작 몸은 그 진단과는 무관하게 휘청, 옆으로 크게 기울었다.바로 그 순간, 좁은 골목으로 차 한 대가 들어서고 있었다."끼이이익—! 빠앙, 빠앙!"날카로운 타이어 마찰음과 다급한 클락션 소리가 골목 전체를 뒤흔들었다.민우는 헛발을 디디며 차량을 피하려다 중심을 잃고 골목 벽 쪽으로 크게 넘어져 버렸다."아 거 진짜!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죽으려고 작정했어?!"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험악하게 고함을 지르며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갔고, 골목 사이드에 뒤로 넘어진 자세로앉아 있던 민우는 기진맥진한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바로 그때, 하숙집 대문이 쾅 열리며 순정과 태성, 이현, 도경이 일제히 뛰쳐나왔다."뭐, 뭐야! 무슨 일이야!"다급하게 골목을 두리번거리던 순정의 눈에, 흙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앉아 있는 민우가 들어왔다.순정은 깜짝 놀라 헐레벌떡 민우에게 달려갔다."어머, 이 총각 왜 이래! 괜찮아요?! 차에 치인 거야?!"순정이 민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일으키려 하자, 뒤따라온 태성도 거구의 몸을 낮춰 민우의 팔을 든든하게 받쳐 들었다.민우는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은테 안경을 슬쩍 고쳐 썼다.안경 너머 눈동자는 초점이 흐릿했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괜찮…… 습니다. 차에 부딪히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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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방 남아있나요

다음 날, 민우는 여느 때처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를 골랐다.계산대 앞에 서서도, 어제 먹었던 제육볶음의 매콤한 맛이 자꾸만 떠올랐다.삼각김밥을 한 입 베어 물었지만, 밍밍하고 퍽퍽한 맛에 절로 미간이 좁아졌다.그렇게 익숙했던 맛인데, 어제 한 끼를 먹고 나니 갑자기 낯설고 초라하게 느껴졌다.독서실로 돌아온 민우는 책을 펼쳐 놓고도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어제의 밥상이 아른거렸다.뽀얀 김이 오르던 흰쌀밥, 매콤하게 볶아진 제육, 아삭하게 씹히던 겉절이.그리고 무엇보다, 순정이 아무렇지 않게 건넸던 그 잔소리와 걱정 어린 눈빛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지금껏 누군가 민우의 끼니를 이렇게까지 신경 써준 적이 있었던가, 곰곰이 되짚어봐도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었다."……굳이 이사를? 그건 너무 비효율적이야..."민우는 애써 그 생각을 떨쳐내려 했다.편의점 음식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훨씬 합리적이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되뇌어도,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배 속은 정직하게 반응했다."……"결국 민우는 그날 저녁, 독서실 가방을 챙겨 순정의 하숙집 대문 앞에 섰다.스스로도 이런 충동적인 결정이 낯설었지만, 발걸음은 이미 그 골목을 향하고 있었다.하루 종일 미뤄왔던 결정이었는데, 막상 대문 앞에 서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대문 앞에 서서도 잠시 망설였다.겨우 밥 한 끼 얻어먹은 걸로 이렇게 다시 찾아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어딘가 이상했다.'그래도…… 밥은 잘 챙겨 먹어야 하니까.'민우는 스스로에게 그럴듯한 명분을 붙이며 대문을 두드렸다."저기…… 여기 아직 방 남아 있나요?"대문을 두드리는 민우의 목소리는 스스로 듣기에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그 소리에, 마침 마당에 나와 있던 순정이 반색하며 돌아보았다.앞치마 자락에 젖은 손을 슥슥 문지르며 다가온 순정의 얼굴에는 이미 반가움이 가득했다."어머, 어제 그 총각이네! 방 있지, 그럼."민우가 안경을 슬쩍 고쳐 쓰며 헛기침을 했다."영양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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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하숙 수칙 열 가지

이튿날 아침, 민우는 짐을 마저 옮기고 방을 정리했다. 책장에는 전공 서적이 각도까지 맞춰 가지런히 꽂혔고, 책상 위에는 필기구가 종류별로 줄 맞춰 놓였다. 침대 시트는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179cm의 단정한 몸가짐 그대로, 방 안 풍경마저 흐트러짐이 없었다. 옷장 안의 셔츠들도 색깔별로 순서를 맞춰 걸려 있었고, 책상 서랍 안의 볼펜들조차 색상별로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 정리를 마친 민우는 A4 용지 한 장을 꺼내 펜을 들었다. 한 줄 한 줄 또박또박, 반듯한 글씨로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민우는 냉철한 눈빛으로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그 종이를 들고 당당하게 마루로 나갔다. "이게 뭐야?" 도경이 마루 상상 위에 놓인 A4 용지 세 장을 손가락 끝으로 집어 들며 미간을 찌푸렸다. 갓 인쇄를 마쳤는지 은은한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흰 종이 위에는, 토 한 줄 오차 없이 정갈하게 맞춘 폰트로 굵은 제목이 박혀 있었다. [순정하숙: 효율적 공존을 위한 표준 생활 수칙] "하숙 생활 수칙입니다." 민우가 은테 안경을 손가락 마디로 슬쩍 쓸어 올리며 단호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로 다른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성인 다섯 명이 한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공존하려면, 명확하고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제1조 식사 시간 준수 및 음식물 잔반 최소화, 제2조 공동 공간 소음 제어 및 수면 시간 보장, 제3조 구역별 청소 및 분리수거 로테이션으로 정리했습니다." 마루 한쪽에 비스듬히 누워 태블릿 펜을 딸깍거리던 이현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눈을 가늘게 뜬 이현이 종이를 쓱 훑어보더니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형, 저 웹툰 마감 전날에는 밤새 타블렛 사용해야 되는데 '22시 이후 소음 엄격 제어'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펜 촉 소리도 걸려요?" "헤드셋을 착용하고 타블렛 표면에 저소음 저항 필름을 부착하면 충분히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체계는 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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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위하여!

개학을 하루 앞둔 아침.민우는 마루 끝에 앉아 핏기가 도는 손가락 끝을 코끝에 대고 연신 킁킁거리고 있었다.어제 밤새 깠던 통마늘의 알싸한 향이 손톱 사이사이에 완전히 박혀 도무지 빠질 생각을 하지 않는 탓이었다.안경을 고쳐 쓰며 미간을 찌푸리는 민우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화학적 성분 분석이 실시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때, 공구 상자를 들고 마루를 지나가던 도경이 그 꼴을 보고 쯧 소리를 내며 주머니에서 차가운 쇠붙이 덩어리와 튜브 하나를 민우의 무릎 위로 툭 던져주었다."스텐 비누다. 마늘 냄새 잡는 데 특효니까 그걸로 씻어라. 옆에 건 핸드크림이고."민우가 묵직한 스테인리스 덩어리를 들어 올리며 안경테를 슬쩍 올려 세웠다."……금속 이온과의 결합 반응을 이용하는 건가? 고맙다.""어어, 고마우면 입 다물고 씻기나 해라."도경은 무심하게 대꾸하곤 곧바로 실리콘 총을 들고 마당 쪽 창틀로 걸어갔다.민우는 손에 쥐어진 쇠비누와 핸드크림을 번갈아 바라보며 덤덤하게 수전 쪽으로 향했다.잠시 후, 도경이 마지막 남은 창틀 실리콘 작업을 마치고 손을 탁탁 털었다."이걸로 끝. 이제 진짜 손볼 데 하나도 없어요."몇 주째 여기저기 뚝딱거리던 소리가 사라지자, 마당이 유독 조용하게 느껴졌다.순정이 마루에 나와 새로 칠해진 대문 기둥과 반짝이는 수전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삐걱거리던 마룻바닥도, 새던 지붕도, 흔들리던 문고리도 이제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어머, 진짜 새집 다 됐네! 우리 도경이 최고다, 최고!""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죠."도경이 무뚝뚝하게 대답하면서도 은근히 어깨를 으쓱였다.마루에 앉아 있던 이현이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형, 이제 진짜 완전체 하숙집이네요. 이거 기념으로 뭐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오, 좋은 생각인데. 개학 전날인데 다 같이 뭐라도 먹자."태성이 눈을 반짝이며 냉큼 끼어들었다. 순정도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오늘 저녁에 마당에서 고기나 구워 먹자. 다들 개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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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동갑내기 소동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던 삼겹살 몇 점이 마지막으로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놓인 낮은 평상 위에는 빈 맥주 캔이 하나둘 늘어갔고, 노을이 완전히 저물어가는 하늘 아래로 마당 전등이 은은하게 켜졌다. 상추쌈을 우물거리던 태성이 문득 고개를 갸웃하며 순정을 쳐다보았다. "근데 누나, 누나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순간 순정은 고기를 집던 집게를 들고 멈칫 굳었다. 50년 넘게 살아온 알맹이는 그대로인데 겉껍데기 나이를 내 입으로 들먹이려니, 혀 끝에 가시라도 돋친 듯 여간 낯간지러운 게 아니었지만 꾹 참아내며 엉겁결에 입을 열었다. "스물…… 다섯이야, 왜?" "스물다섯이요……?" 태성이 베어 물던 상추쌈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진짜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와…… 근데 누나, 진짜 대단하시네요. 스물다섯이면 저랑 세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이 큰 집을 다 고치고 혼자 하숙집을 운영할 생각을 하셨어요?" 태성의 순진무구한 질문에 순정이 집게를 든 채 잠시 숯불 연기 너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집을 물려주고 간 할머니의 인자한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순정은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이 집, 우리 할머니가 나한테 물려주신 집이거든. 살아계실 때 할머니가 참 따뜻한 분이셨어. 동네 사람이고 길가는 나그네고 간에, 배고프다고 하면 항상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주시고 사람 챙기는 걸 제일 좋아하셨지. 내가 그 곁에서 자라면서 그런 모습을 보고 배웠잖아." 순정이 집게로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집어 태성의 접시 위에 얹어주며 피식 웃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이 집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나도 할머니처럼 사람 온기 채워가며 북적북적하게 살고 싶더라고." 순정이의 짧고 따뜻한 대답에 태성이 가슴이 뭉클해진 듯 "크…… 누나 진짜 멋지십니다! 할머니께서도 하늘에서 뿌듯해하시겠습니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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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어색한 아침

다음 날 아침, 순정하숙 부엌에서는 평소와 다른 묘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자, 다들 얼른 와서 먹어. 개강 첫날인데 든든하게 먹어야지." 순정이 뚝배기에 담긴 계란찜을 상 위에 내려놓으며 활기차게 외쳤다. 마루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앉는 얼굴들 사이로, 도경이 슬그머니 젓가락을 들었다가 이내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저, 저기…… 순, 순정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 도경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 스물다섯 평생 누군가를 이렇게 어색하게 불러본 적이 없다는 듯, 발음 하나하나가 뻣뻣하게 튀어나왔다. 순정이 국그릇을 밀어주다 말고 피식 웃었다. "뭐야, 왜 이름 부르는 게 그렇게 힘들어?" "안 힘들어. 그냥…… 입에 아직 안 붙어서 그렇지." 도경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 옆에서 안경을 고쳐 쓰던 민우도 뭔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순정아, 오늘 국이……" 거기까지 말하고는 순간 말문이 막힌 듯 멈칫했다. 평소라면 술술 나왔을 문장이, '순정아' 세 글자가 앞에 붙는 순간 뇌 회로가 잠시 멈춰버린 모양이었다. 민우가 미간을 좁히며 스스로도 당황한 얼굴로 안경을 신경질적으로 밀어 올렸다. "……왜 갑자기 문장 구성이 어려워지지." "형, 방금 로봇인 줄 알았어요." 이현이 밥을 먹다 말고 피식 웃었다. 태블릿을 옆에 세워두고 국물을 뜨던 이현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둘 다 적응하려면 한참 걸리겠네. 그냥 '순정아' 세 글자 부르는 게 그렇게 떨려요?" "시끄러워, 너나 잘해." 도경이 낮게 틱틱거렸지만 그 말에도 힘이 없었다. 순정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그냥 편하게 해. 누가 시험 보재? 틀려도 되니까 그냥 불러봐." "……순정아." 도경이 이번엔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름을 불렀다. 그러고는 스스로도 신기한 듯 눈을 슬쩍 크게 떴다. 순정이 그 반응에 웃으며 계란찜을 한 숟갈 크게 떠서 도경의 밥그릇 위에 얹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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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대문을 열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무렵, 골목 저편에서 터덜터덜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대문을 밀고 들어선 건 태성이었다.평소라면 우렁차게 "다녀왔습니다!" 하고 소리쳤을 텐데, 오늘은 어깨가 축 처진 채 힘없이 마당을 가로질렀다."어머, 우리 막내 왔네. 얼굴이 왜 그래?"부엌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순정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태성이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하고 마루에 털썩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누나…… 저 오늘 하루 만에 다리가 다 사라진 것 같아요. 개강 첫날부터 훈련까지 겹쳐서……. 게다가 버스로 삼십 분이나 흔들리면서 오니까 진짜 죽을 맛이었습니다.""에구, 고생했다. 얼른 씻고 나와. 밥은 좀 있다 다 같이 먹자."순정의 다정한 한마디에 태성의 축 처졌던 어깨가 순식간에 스르르 풀렸다.조금 전까지 죽어가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헤벌쭉 웃음이 번졌다."네! 얼른 씻고 오겠습니다!"188cm의 거구가 강아지처럼 신나서 욕실로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순정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 큰 덩치가 밥 한 끼, 말 한마디에 저렇게 단순해질 수 있다는 게 볼 때마다 신기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이 다시 열리며 도경과 민우가 거의 동시에 들어섰다.둘 다 하루 종일 시달린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다.도경이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놓으며 마당을 가로질러 오다가, 마루에 서 있는 순정과 눈이 마주치자 순간 걸음이 살짝 어색해졌다."어, 어……. 순, 순정아. 나 왔어."아침에는 그럭저럭 자연스럽게 뱉었던 이름이, 하루 종일 존댓말과 격식 속에서 지내다 돌아오니 다시 낯설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순정이 그 모습을 보며 쿡쿡 웃었다."뭐야, 아침엔 잘하더니 또 왜 그래.""학교 다녀왔더니 리셋 됐는지. 갑자기 적응이 안 돼서..."도경이 헛기침을 하며 신발을 벗었다.뒤따라 들어온 민우도 안경을 슬쩍 밀어 올리며 마루에 가방을 내려놓았다.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했지만, 눈가에는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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