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뿌둥하고 열에 들떴던 기운이 어느샌가 싹 가시고, 순정의 꿈속은 온통 몽글몽글하고 따스한 햇살로 가득 차 있었다. 꿈속의 계절은 여름이었다. 마당 감나무에는 아직 푸른 감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고, 마루 밑 그늘에서는 할머니가 챙겨주는 밥을 얻어먹으러 오곤 하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식빵을 구우며 졸고 있었다. 순정은 어느새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평상 위에 깔린 바삭하게 말린 얇은 홑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머리 밑으로는 할머니의 무릎이 받쳐져 있었다. 삼베 치마 특유의 까끌까끌하면서도 서늘한 감촉이 뺨에 그대로 느껴졌고, 그 위로는 어릴 적 순정이 제일 좋아했던, 할머니 품의 냄새가 배어있었다. 부채가 느릿하게 움직이며 순정의 얼굴에 부드러운 바람을 실어다 주었다. 할머니는 주름지고 서투른,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길로 순정의 머리칼을 느릿느릿 쓸어 넘겨주셨다. 손끝이 이마를 스칠 때마다, 순정은 그 옛날처럼 눈을 스르르 감았다. 마디마디 굵어진 손가락, 평생 밭일과 부엌일로 거칠어진 손바닥. 하지만 그 손이 이마를 짚을 때만큼은 세상 어느 것보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우리 강아지, 오늘 많이 놀았지?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고." 할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나지막이 울렸다. 순정은 대답 대신 할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더 깊이 파묻었다. "우리 강아지,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지? 애썼다, 내 새끼. 이제 괜찮다……." 그 말이 어린 시절의 기억인지, 지금 이 순간 할머니가 하늘에서 건네는 위로인지 순정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한마디에, 전생의 쓸쓸했던 병실의 기억과, 태오와의 거북했던 과거의 앙금, 그리고 최근 며칠 사이 쌓였던 온갖 서러움이 한꺼번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고 그저 편안했다. "할머니……" 순정이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할머니는 대답 대신 그저 웃으며 부채질을 계속했다. 매미 소리, 바람 소
Huling Na-update : 2026-09-13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