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Kabanata 51 - Kabanata 60

99 Kabanata

51화. 당장 짐 싸

날카롭고 또렷한 구두 굽 소리가 평상의 따스한 여운을 베어내며 마당을 가로질렀다.거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고급 명품 의상으로 차려입은 어머니와 차가운 인상의 아버지가 예고도 없이 하숙집 안까지 깊숙이 들이닥쳤다.어머니는 고급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거실 장식장 위를 슬쩍 문지르더니, 묻어난 먼지를 보며 경악스럽다는 듯 미간을 일그러뜨렸다."겨우 이런 곳이었니? 집을 나가겠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 그렇게 대단한 독립인 것처럼 굴더니…… 참 보잘것없구나, 민우야.""이런 구석에 숨어서 너보다 못한 사람들 속에 묻혀 있으면,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네 스스로를 이렇게까지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다."아버지 역시 평상 위에 놓인 소박한 된장찌개와 감자전을 흘끗 바라보더니,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우리가 너한테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겨우 이딴 걸 먹으면서 독립 타령을 해? 한심해서 눈 두고 봐줄 수가 없구나."두 사람의 차가운 시선이 거실과 마당에 서 있는 식구들을 벌레 보듯 훑고 지나갔다.도경의 눈빛이 차갑게 침전되었고, 태성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분노가 들어찼다.순정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민우의 떨리는 등 뒤로 시선을 옮겼다.민우는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부모의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들어오는 순간, 유년 시절 어두운 방 안에 홀로 갇혀 밤새 울었던 기억과 서랍 속 소중한 소지품을 샅샅이 뒤져지며 느꼈던 수치심이 뇌리를 난도질했다.거울처럼 반복되는 폭언에 민우의 고개가 저절로 푹 숙여졌고, 어깨가 과하게 움츠러들며 호흡이 거칠어졌다.어머니가 민우에게 바짝 다가서며 서늘하게 내려다보았다."너 착각하지 마, 민우야. 너는 우리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혼자서 밥 한 끼, 옷 한 벌 제대로 못 고르는 무능한 애야.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정해주고 만들어줬으니까 지금처럼 사람 구실이라도 하고 산 거 아니니?""…….""어릴 때부터 기억 안 나? 네가 스스로 판단해서 뭐 하나 제대로 해낸 적이 있었어?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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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서투른 위로

날카롭고 서늘한 구두 굽 소리가 멀어지고, 거실을 가득 채웠던 부모의 폭언과 오만한 잔상이 지나간 하숙집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민우의 방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다.25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트라우마는 거대한 아스팔트 덩어리처럼 민우의 가슴을 지그시 눌렀고, 그는 어두운 방 한구석 침대 끝자락에 우두커니 앉아 무너져 내린 마음의 파편을 겨우 추스르고 있었다.방 안은 조용했고, 창문 너머로 흘러드는 햇살마저 민우의 어깨 위에서는 차갑게 식어 내리는 듯했다.'너 같은 소심하고 재미없는 애를 진짜 좋아해서 옆에 두는 줄 아니?'아버지가 던지고 간 그 차가운 독설이 귓가에서 환청처럼 맴돌았다.부모의 말대로 정말 자신은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무능하고 지루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이 민우의 가슴에 날카로운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조그마한 소음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 같던 정적을 깨고, 문 너머에서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몇 쌍 모여들었다.소란스러운 귓속말이 아주 작게 오가는가 싶더니, 이내 끼익 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도경과 태성, 그리고 이현이 약속이라도 한 듯 차례로 방 안으로 들어서 민우의 주변을 둘러쌌다.민우는 어두운 표정을 거두지 못한 채 고개를 내리까고 건조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미안해, 다들. 나 때문에 하숙집 분위기 완전히 망쳤지. 아까 우리 부모님이 하신 말, 하나도 신경 쓰지 마라. 다 쓸데없는 소리니까.""형님! 지금 남 신경 쓰실 때가 아닙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요!"태성이가 큼직한 편의점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침대 위에 내용물을 수북하게 쏟아냈다.알록달록한 초코바와 길쭉한 소시지, 각종 봉지 과자들이 침대 커버 위로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사람이 혈당이 떨어지면 생각도 우울해지고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법입니다! 어서 이것부터 드십시오!"태성이가 비닐을 까서 기다란 초코바 하나를 민우의 떨리는 손에 강제로 쥐여주었다.그러고는 정작 본인이 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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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남의 집 마당에서 참 소란스러우시네요.

약속된 아침이 오자, 하숙집 대문 앞은 어제보다 한층 더 서늘한 정적에 휩싸였다."둔탁하게 닫히는 세단 문소리와 함께,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민우를 끌고 가겠다는 듯 건장한 수행원 둘을 대동한 부모가 마당 안으로 불쑥 발을 디뎠다."부모는 마치 제 집 안방이라도 되는 양 마당 한가운데 서서 거실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민우야! 당장 나오지 못해?!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인데 어디서 못돼먹은 짓을 배워서 기어올라?! 짐 싸서 당장 나와!"부모의 오만한 고함과 수행원들의 위협적인 압박감에 마당의 공기가 꽁꽁 굳어지려던 바로 그 순간, 거실 목재 문이 스르르 열렸다.소란을 가르고 걸어 나온 사람은 민우가 아니었다.앳되고 뽀얀 스무 살 대학생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나이대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깊이와 단단함을 품은 미소를 띤 순정이었다.작은 체구와 동글동글한 이목구비는 분명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싱그러웠으나, 그 눈동자만큼은 수십 년의 세파를 견뎌낸 고목처럼 묵직하고 서늘한 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순정은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차분한 걸음걸이로 마당을 가로질러 부모와 수행원들 앞을 자연스럽게 막아섰다.겉모습은 하숙집 막내딸처럼 풋풋한 소녀였지만, 그 자리에 청송처럼 단단히 뿌리 내린 기세는 마당 전체의 공기를 단숨에 압도했다.그 서늘하고 위엄 있는 기세에 기가 꺾인 수행원들이 엉겁결에 발걸음을 멈추자, 순정은 앳된 얼굴 위로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미소를 띤 채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아침부터 남의 집 마당에서 참 소란스러우시네요."갑작스러운 어린 소녀의 등장과 서늘한 어조에 어머니가 기가 차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적반하장으로 소리쳤다."당신 뭐야?! 부모가 자식 챙기겠다는데, 근본도 모르는 어린 양반이 뭔데 남의 자식 일에 참견이야?!"순정은 어머니의 뻔뻔한 고함에도 눈 하나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마당 전체를 무겁게 울리는 묵직한 존댓말로 이어받았다."민우를 위해서 이러시는 거라고요? 정말 그 말이 민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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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이 손 놓으세요

하숙집 마당을 가득 채웠던 순정의 단호한 훈계와 식구들의 묵직한 기운에 부모는 순식간에 기가 꺾였다.명분도, 논리도 밀린 어머니는 수치심에 얼굴을 하얗게 질린 채 이성을 잃고 민우를 향해 바짝 다가섰다.그러고는 민우의 손목을 가죽 장갑 낀 손으로 강하게 낚아채며 소리를 질렀다."너 당장 안 따라와?! 저딴 사람들한테 휘둘려서 부모 가슴에 못을 박아? 네가 먹고 자고 공부한 돈이 다 어디서 나온 건데! 네가 사람 구실 하고 사는 게 다 누구 덕인데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아?!"갑작스러운 부모의 물리적 강압과 서슬 푸른 폭언에, 민우의 유년 시절을 짓누르던 트라우마가 발작하듯 터져 나왔다.호흡이 가빠지고 손끝이 파르르 떨리며 몸 전체가 순간적으로 단단하게 굳어버렸다.그 순간, 순정이 가만히 민우의 떨리는 등 뒤로 다가왔다.앳된 체구에서 나오는 온기라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따스하고 묵직한 손이 민우의 넓은 등 위에 살포시 올려졌다."괜찮아, 민우야. 더 이상 참지 마. 네가 하고 싶었던 말, 전부 다 해."등 뒤에서 전해지는 순정의 깊은 체온, 그리고 곁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는 동갑내기 도경이와 동생들, 태성이와 이현이의 단단한 시선. 그 따스한 온기가 민우를 25년 동안 짓눌러온 공포의 사슬을 단숨에 녹여버렸다.민우는 마침내 어머니가 쥐고 있던 손목을 자신의 힘으로 거세게 털어냈다.눈동자의 떨림이 거짓말처럼 멈추었고, 부모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정면으로 섰다."이 손 놓으세요. 더 이상 절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뭐, 뭐라고?!"어머니가 경악하며 소리쳤지만, 민우의 목소리는 일그러짐 없이 마당 전체를 서늘하게 베어냈다."누구 덕에 사람 구실을 해요? 키워준 돈이요? 당신들은 절 키운 게 아니라 당신들 입맛에 맞는 인형을 사육한 겁니다!"민우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25년간 참아왔던 울분이 사이다처럼 폭발해 나오기 시작했다."제 방 문도 못 닫게 한다고 떼버리고, 제 일기를 몰래 읽어서 찢어버리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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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열심히 하고 와

구름 한 점 없이 높은 9월의 하늘 아래, 하숙집 마당 평상 위에는 웬 거대한 짐짝 하나가 대자로 뻗어 있었다.188cm의 장신에 족히 100kg은 가뿐히 넘어 보이는 거구.체대 유도부의 자존심이자 하숙집의 귀염둥이 막내, 윤태성이었다.평소 같으면 마당을 쿵쿵 울리며 순정을 졸졸 따라다녔을 녀석이 지금은 영혼이 껍데기 밖으로 반쯤 빠져나간 얼굴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누나…… 나 죽으면 무덤에 육개장 말고 돼지국밥 특대로 올려줘요. 다대기 팍팍 넣고, 소면 사리도 두 개 추가해서……”툇마루에 앉아 콩나물을 다듬던 순정이 기가 차서 혀를 쯧쯧 찼다.“에구구, 불쌍한 내 새끼. 헛소리하는 것 좀 봐. 그렇게 배가 고파?”“배고픈 정도가 아니라 위장이 내 척추를 씹어 먹고 있는 것 같아요…….”태성이 건조한 입술을 쩍 벌리며 울부짖었다.이번 주 토요일에 열리는 ‘추계 전국 대학 유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감량 지옥에 돌입한 지 겨우 사흘째였다.유도 최중량급인 +100kg급에 출전하는 태성의 평소 체중은 108kg. 경기 당일 컨디션과 민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딱 5kg을 줄여 103kg으로 계체를 통과하는 것이 이번 임무였다.문제는 188cm의 통뼈 근육질 거구가 식사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자 온 세상이 노랗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흰 가운 대신 편안한 셔츠 차림의 서민우가 걸어 나왔다.민우의 손에는 클립보드와 볼펜이 들려 있었다.최근 부모님과의 지독했던 갈등을 끝내고 하숙집으로 완벽히 돌아온 민우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지만, 막내 태성을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의대생 형 특유의 냉철함이 서려 있었다.민우가 태성의 머리맡으로 다가와 볼펜 끝으로 태성의 어깨를 콕콕 찔렀다.“헛소리할 기운이 남아 있는 걸 보니 기초대사량 소모가 아직 덜 됐네. 태성아, 일어나서 줄넘기 500개 더 해.”“민우 형! 형 진짜 악마죠? 의사 탈을 쓴 저승사자죠?! 키가 188에 몸무게가 100키로가 넘는 사람한테 방울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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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쥐구멍을 찾습니다

토요일 아침, 강원도 OO시의 실내체육관 앞은 ‘전국 실업·대학 유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시끌벅적한 선수들의 기합 소리, 장내를 가득 채운 함성과 마찰음, 도복 깃이 쓸리는 소리, 그리고 심판의 매서운 구령 소리가 섞여 체육관 전체가 미지근한 가을 공기를 뚫고 뜨거운 열기로 울려 퍼졌다.전국 각지에서 모인 굵직한 체구의 선수들이 입구 주변에서 몸을 풀고 있는 와중에, 하숙집 식구들 역시 관중들의 구름 틈을 헤치며 겨우 입구에 다다랐다.“누나, 설마 저 눈 테러당할 것 같은 현수막을 진짜 걸 생각은 아니죠?”체육관 입구 계단 한구석, 챙모자를 눈 밑까지 깊숙이 눌러쓴 이현이 특유의 나른하고 긴 눈매를 오그리며 순정이 품에 꼭 안고 있는 큼직한 짐을 쳐다보았다.순정이 야심 차게 사비까지 털어가며 특별 주문 제작한 응원 현수막은 무려 눈이 쨍할 정도로 화려한 핫핑크색이었다. 거기에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커다란 명조체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유도계의 비주얼 폭격기 윤태성!! 태성이한테 매쳐질 사람 손!]“누나 취향 쨍한 건 진작 알고 있었는데, 내 눈이 너무 아픈데.”이현이 피식 웃으며 턱을 괴듯 현수막 끝자락을 슬쩍 긴 손가락으로 밀어내려 하자, 순정이 기세등등하게 턱을 쳐들며 눈을 흘겼다.“네가 안 들면 민우한테 들라 그러지 뭐! 얌전히 따라오기나 해!”순정이 씩씩하게 장바구니 겸 응원 가방을 고쳐 매고 관람석 계단을 올라가자, 민우가 차분하게 안경테를 살짝 고쳐 쓰며 옆에 선 도경에게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차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옆에서 무심하게 DSLR 카메라의 렌즈와 셔터 속도를 조율하던 동갑내기 도경이 덤덤한 목소리로 응수했다.“가만히 있어. 순정이가 좋아하잖아.”도경의 무심하면서도 확실한 한마디에 민우는 더 이상 말을 얹지 못하고 짧게 한숨을 내쉬며 순정의 뒤를 따랐다.마침내 체육관 2층 관람석 가장 중앙, 경기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스에 눈부신 핫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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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금메달보다 소고기

준결승전 상대 선수를 화려하게 매트에 내팽개치며 절반을 따낸 태성은, 심판의 판정이 내려지자마자 2층 관람석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이현을 정확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호쾌하게 잇몸 미소를 드러내는 태성의 모습에 체육관 안이 환호성으로 울렁였다.순간 엄청난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소리를 지르고 난 이현은 펜스 위에 올려두었던 모자를 도로 주워 쓰고 마스크를 슬쩍 올렸다.제 손으로 모자까지 벗어 던지고 핏대를 세웠다는 게 뒤늦게 약간 머쓱하긴 했지만, 동요하는 기색 없이 그저 특유의 느릿한 눈웃음으로 픽 웃어넘길 뿐이었다.“……아, 저 곰탱이가 사람 페이스를 다 흔들어 놓네.”이현이 목덜미를 슬쩍 쓸어내리며 헛웃음을 짓자, 옆에 있던 순정이 기가 막히다는 듯 이현의 등짝을 팍 쳤다.“이야~! 강이현 작가님, 오늘 아주 화끈하고 멋있다! 남자답고!”“아, 누나 진짜 놀리지 마요…… 창피해 죽을 것 같으니까…….”이현의 쑥스러워하는 웅얼거림과 식구들의 유쾌한 웃음소리 속에서, 하숙집 식구들의 뜨거운 열기는 어느덧 마지막 결승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체육관을 다시 한번 감쌌다.“+100kg급 결승전, 윤태성 선수, 최성민 선수! 매트로 입장하십시오!”마침내 찾아온 결승전.상대는 작년 추계 전국 대회 우승자이자, 잡기 싸움에서 엄청난 악력을 자랑하는 실업팀의 에이스 최성민이었다.팽팽한 긴장감이 매트 위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매트 중앙으로 걸어 나오는 태성의 눈빛은 이미 100%를 넘어 200% 이상 충전되어 있었다.태성은 2층 관람석에서 나팔을 들고 기세를 올리는 순정과, 여전히 모자를 눌러쓴 채 마스크 너머로 지켜보는 이현을 향해 씨익 웃어 보이고는 도복 띠를 매섭게 꽉 묶었다.이미 태성의 머릿속엔 금메달의 영광과 함께 선홍빛 마블링이 화려하게 피어난 꽃등심이 불타오르고 있었다.사흘간의 허기와 감량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완벽한 동기부여였다.“하시메!”심판의 시작 구호가 떨어짐과 동시에 상대가 전속력으로 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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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한우 파티

시상식이 끝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윤태성은 채 도복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로 2층 관람석을 향해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순정 누나─────!!”188cm에 100kg이 넘는 거구가 쿵쿵쿵 소리를 내며 돌진해 오자, 순정은 기겁을 하며 양손을 내저었다.“잠깐, 태성아! 멈춰! 너 날 안으면 나 죽는…… 아아악!”순정의 경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땀과 열기로 범벅이 된 커다란 몸통이 순정의 어깨와 목덜미를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누나! 나 금메달 땄어요! 진짜 이겼다고요!” “어우, 무거워! 좀 떨어져!” 순정이 몸이 기우뚱하면서도 태성의 머리통을 억지로 밀어내려 애썼지만, 태성은 꼬리 펄럭이는 대형견처럼 꽉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순정은 투덜거리면서도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에 태성의 넓은 어깨와 머리를 팍팍 듬뿍 비벼주었다.“그래 그래, 고생했다 우리 막내! 진짜 근사했어!”옆에 서 있던 도경이 태성의 도복 뒷덜미를 무심하게 툭 잡아채며 살짝 떼어놓았다.“순정이 숨 넘어가겠다. 그만해라, 윤태성.”“도경이 형! 나 한판승으로 이겼어요! 봤죠?”“봤어. 잘했다.”도경이 툭 한마디 던지며 태성의 어깨를 묵직하게 두드려주었다.챙모자를 푹 눌러쓴 이현도 마스크를 살짝 내리며 픽 웃었다.“야 윤태성, 너 매트 위에서는 제법 봐줄 만하더라?”“이현이 형! 아까 관람석에서 한 말 진짜죠? 꽃등심 맞죠?!”태성이 금메달보다 더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짝 다가가자, 이현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팽팽 돌리며 픽 웃었다.“내가 너한테 거짓말하겠냐? 제대로 쏠게.”민우 역시 차분하게 안경을 바로잡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체중 조절 잘 버텨내더니 경기력 진짜 좋더라. 고생 많았어, 태성아.”하숙집 식구들 모두가 태성을 둘러싸고 진심 어린 축하를 건냈다.민우의 깊은 가정사 트라우마로 무거웠던 하숙집의 공기는, 태성의 호쾌한 금메달과 이현의 화끈한 턱으로 완전한 평화와 유쾌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그날 저녁, 하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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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마당 밑의 작은 손님

"캬악!!!"아침 일찍 마당 구석 평상 밑에서 날카로운 하악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웬 꼬질꼬질한 삼색 길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 안쪽까지 기어들어와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와! 이 조그만 게 나한테 하악질 해요!”평상 밑을 들여다보던 태성은 무릎을 구부려 웅크린 채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두툼한 손가락을 쏙 내밀어 보았지만, 어둠 속에 웅크린 고양이의 앙칼진 냥펀치가 뺨 옆을 스쳐 지나갔다.태성은 잽싸게 손을 거두며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툭 내밀었다.넓은 등판에 붙은 한방 파스가 그 움직임에 따라 찌그러졌다.“아니, 누나! 쟤 손기술 장난 아니에요! 솜방망이에 쇳덩이라도 들었나 봐요!”“에구, 우리 태성이 덩치는 제일 큼지막하면서 주먹만 한 녀석 발길질에 쫀 거야?”마루 끝에 앉아 젖은 운동화를 말리던 순정이 혀를 쯧쯧 차며 한마디 던졌다.태성은 억울함에 파스 붙은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쳤다.“귀여워서 봐준 거거든요?!”“태성아, 고양이한테는 눈을 느리게 껌벅여주는 거다. 그렇게 마주 보고 빤히 들여다보면 싸우자는 뜻이지.”평상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던 이현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느릿하게 쓸어 넘기며 나름의 팁을 던졌지만, 길고양이는 이현에게도 여전히 서늘하게 털을 바짝 세우며 캬악 소리를 낼 뿐이었다.순정이 툇마루를 내려서서 고양이에게 다가가려던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도경이 걸어 나왔다.머리칼을 대충 털어내며 툭툭 걸어 나온 도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표정으로 마당의 소란스러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럽냐. 무슨 일 인데.”도경의 시선이 평상 밑, 웅크린 작은 삼색 털 뭉치에 닿은 순간이었다.‘……고양이잖아?!’속으로는 이미 솜방망이를 오열하듯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터져 나왔지만, 도경은 특유의 무심한 표정을 사수하기 위해 일부러 미간을 한층 더 찌푸렸다.표정관리를 위해 턱 근육에 힘을 빡 주고 고양이를 응시하던 도경은, 아무 말 없이 홱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쏜살같이 들어가 버렸다.“어? 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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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이름 짓기

순정이 주방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당에 모여 있던 남주들도 하나둘 툇마루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섰다.아침 식사를 깔끔하게 마치고 거실로 나온 식구들은 툇마루와 연결된 넓은 통창 아래 모여 앉았다.마당 평상 밑에서는 방금 전 도경이 준 츄르를 싹싹 비워 낸 삼색 길고양이가 여전히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운 채, 창문 너머의 사람들을 향해 앙칼진 눈빛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아침 밥상을 물리고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던 서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우선 마당에 기어들어 온 저 고양이 말이야. 날도 선선해지는데 그냥 쫓아낼 수는 없으니, 당분간 하숙집에서 임시 보호를 하면서 주인을 찾거나 입양처를 알아보는 게 좋겠어.”민우의 차분한 제안에 툇마루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있던 순정이 찬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좋지! 우리 하숙집 마당이 넓으니까 임보하기엔 딱이다. 근데 임보를 하더라도 부를 이름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맨날 ‘야’나 ‘고양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순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실 바닥에 큼직한 몸집을 구그리고 앉아 있던 윤태성의 눈이 반짝였다.태성은 큼직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호기롭게 손을 들었다.“어이, 꼬맹이! 형님이 이름 하나 거창하게 지어줄 테니까 감사히 받아라. 덩치도 조그만 게 성깔 하나는 기가 막히잖아. 굳세게 살라는 의미에서 ‘마동석’ 어때요? 아니면 유도 기술에서 따서 ‘한판이’!”태성이 금메달리스트다운 호쾌한 기세로 소리치자, 민우가 안경을 고쳐 쓰며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로 팩트를 날렸다.“……너는 고양이한테 고소당해도 할 말 없겠다, 태성아. 아무리 생각해도 네 감성은 고양이 이름이랑은 너무 거리가 멀어. 마동석이 뭐니, 마동석이.”옆에서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챙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던 강이현도 헝클어진 머리칼을 느릿하게 긁적이며 거들었다. 마감의 피로가 아직 다 풀리지 않은 나른한 목소리였다.“그냥 털 색깔대로 삼색이로 해. 직관적이고 부르기도 편하고 좋잖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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