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노현재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말했다.“일이 힘들면 그냥 집에서 쉬어. 매일 지쳐있는 거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정아야, 내가 너 하나 못 먹여 살릴까 봐 그래?”송정아가 고개를 저으며 또박또박 대답했다.“난 누구의 부속품이 아니야.”노현재가 순간 멈칫했다.“부속품이라니? 무슨 말을...”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그녀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 회사 안 갔어?”“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너랑 시간을 못 보냈잖아. 오늘은 너랑 같이 있으려고.”노현재가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다시 그녀에게 다정한 남자친구로 돌아갔다.“뭐 하고 싶어? 양식 먹을래, 아니면 영화 볼래? 오늘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맞춰줄게.”예전의 송정아였다면 이 말에 무척 감동했을 것이다.노현재가 노강 그룹의 후계자라 매일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런 그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 그녀가 원하는 걸 함께 해준다는 건 적어도 그의 마음속에 그녀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하지만 지금 노현재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과연 일이 바빴던 걸까, 아니면 결혼 준비 때문에 바빴던 걸까? 대체 어떻게 다른 여자랑 결혼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나한테 사랑하는 사람이 나뿐이라고 거짓말할 수가 있지?’그러나 송정아는 끝까지 그의 거짓말을 들춰내지 않았다.어차피 며칠 남지 않았다. 때가 되면 송정아는 노현재의 인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송정아가 고개를 저으며 노현재의 제안을 거절한 뒤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대청소나 같이 해줘. 집에 낡은 물건들이 너무 많아. 계속 둬봐야 쓸모도 없고.”노현재가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하고 오랫동안 함께 청소를 도왔다. 그러다가 정리가 끝나갈 무렵 송정아가 버리려고 빼놓은 물건들이 전부 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 샀던 커플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머그잔, 액세서리, 옷, 슬리퍼 등 송정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모두 쓰레기통에 처넣었다.버려지는 커플템이 늘어날수록 노현재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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