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아는 노현재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 무표정한 얼굴로 노현재의 번호를 차단 목록에 집어넣었다.내친김에 노현재의 다른 모든 연락처까지 철저히 차단한 뒤에야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날 밤 송정아는 아주 단잠을 잤다.다음 날은 송정아가 승리 그룹으로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낙하산 CEO로 부임하는 입장인 만큼 아침 일찍 일어났다.이 자리에서 입지를 다질 자신이 있었지만 그래도 부임 첫날부터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은 만들어선 안 되었다.승리 그룹은 송씨 가문의 기업으로 이미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사업 영역도 무척 광범위해서 의류 브랜드부터 하이엔드 주얼리, 향수, 가방, 뷰티 코스메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승리 그룹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고 심지어 진출한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사실 처음에 송정아는 승리 그룹 산하의 작은 브랜드부터 맡아서 시작할 계획이었다.그런데 송지창과 최윤경이 입을 모아 그녀라면 승리 그룹의 CEO 자리를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거라며 기어코 그 자리에 앉혔다.송정아가 취임하던 당일, 승리 그룹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 CEO가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재계 전체로 쫙 퍼져나갔다.그 시각 노현재는 가흠시의 가장 큰 프라이빗 클럽에서 친구들과 함께 쓴술을 삼키고 있었다.노현재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송정아가 듣고 홧김에 이별을 통보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들 중 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가 없었다.“송정아 걔 앞으로 아무런 명분도 없이 너랑 만나야 한다는 걸 당장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홧김에 헤어지자고 한 거겠지.”“얼마 전에 직장도 그만뒀다며? 걱정하지 마. 수중에 돈 다 떨어지면 조만간 알아서 돌아올 거야. 안 그러면 도박에 미친 아빠랑 아픈 엄마 밑 빠진 독에 무슨 수로 물을 채우겠어?”“맞아. 걔처럼 가련한 척하는 여자를 내가 한두 번 본 게 아니야. 어떻게든 팔자를 고쳐보려고 너한테 들러붙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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