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상속녀는 이 사랑을 관두다

상속녀는 이 사랑을 관두다

By:  등산팀Completed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24Chapters
15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엄마, 아빠. 결정했어요. 돌아가서 가업을 이을게요.” 딸이 드디어 고집을 꺾자 수화기 너머의 송지창과 최윤경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신분을 숨기고 만난다는 딸의 남자친구가 떠올라 조심스레 물었다. “남자친구도 같이 오는 거야? 네 정체를 아직 말 안 했지?” “같이 안 가요. 헤어질 거예요.”

View More

Chapter 1

제1화

노현재 얘기가 나온 순간 송정아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낮게 가라앉았다.

“일주일 후에 이곳을 정리하고 갈게요.”

몇 마디 더 나눈 뒤 송정아가 전화를 끊고 다시 룸으로 들어갔다.

룸 안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아주 북적거렸다. 송정아가 문을 열고 들어선 그때 시끌벅적하던 대화 소리가 잠시 잦아들었으나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곧장 노현재의 옆으로 가 앉았다.

노현재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틈틈이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송정아를 챙겼다. 그가 나른하면서도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했어?”

송정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현장에 프랑스인이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끼어든 사람이 프랑스어로 말했다.

“노현재, 안수진이랑은 언제 결혼할 거야?”

그 말을 들은 순간 송정아가 손가락이 하얘질 정도로 들고 있던 술잔을 세게 움켜쥐었다.

노현재가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송정아를 힐끗 쳐다봤다가 프랑스어로 대답했다.

“집안 어른들이 정해주셨어. 보름 뒤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송정아에게 꽂혔다. 그중 한 명이 눈썹을 치켜뜨며 궁금증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안수진이랑 결혼하면 송정아는 어떡하고? 헤어지는 거야?”

“아니, 안 헤어져.”

노현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손에 든 술잔을 가볍게 흔들었다가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결혼은 집안의 요구에 응하는 것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정아밖에 없어.”

그 순간 룸 안이 웃음바다가 되었고 여기저기서 농담들이 터져 나왔다.

“현재 너 언제부터 이렇게 순애보였다고 그래? 신분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데도 진짜 마음을 준 거야?”

노현재가 고개를 돌려 송정아를 바라보았다. 식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애정이 서린 눈빛이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눈빛으로 답을 대신했다.

지독한 사랑꾼 같은 모습에 누군가 혀를 내두르며 신기해했다.

“진짜 사랑에 빠지긴 했나 보네. 그나저나 송정아 말이야. 정말 프랑스어 못 알아듣는 거 맞아?”

무심코 던진 질문인데 사람들이 갑자기 약속이라도 한 듯 폭소를 터뜨렸다.

“송정아네 집안 형편을 몰라서 물어? 외국어를 배울 돈이 어디 있었겠어? 절대 못 알아들으니까 걱정하지 마.”

사람들의 비웃음 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옆에 있던 송정아의 호흡이 미세하게 가빠지고 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술잔을 꽉 쥐었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프랑스어를 아주 잘 알아듣는 걸 굳이 밝히지 않았다.

사실 송정아는 구박받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최고 재벌의 외동딸이었다.

지난 5년의 연애 기간 동안 노현재는 세상 누구보다 송정아를 아꼈지만 집안 어른들에게 단 한 번도 그녀를 소개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두 사람의 신분 차이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거나 노씨 가문이 가흠시에서 내로라하는 명문가였으니까.

그래서 송정아는 자신이 최고 재벌의 외동딸이라고 밝힐 계획이었다.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살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부딪쳐보고 싶어 신분을 숨겼던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흘 전 송정아가 노현재의 서재에서 청첩장을 발견했는데 신부가 안씨 가문의 딸이었고 신랑은 다름 아닌 노현재였다.

그녀와 사랑을 속삭이는 와중에도 그는 이미 집안의 정략결혼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한편으로 송정아를 ‘자기야’라 부르면서 달랬고 다른 한편으로 그의 집안과 어울리는, 그의 가족들이 인정한 여자와의 결혼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 순간 송정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노현재는 결혼을 하고 송정아는 가업을 물려받으면 된다. 두 사람에게 찬란한 앞날이 펼쳐져 있었다.

술자리가 점점 무르익었고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눴다. 밤이 깊어지고서야 술자리가 끝이 났다.

송정아가 사람들을 따라 룸을 나섰다. 그런데 몇 발자국 떼기도 전에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아 아가씨!”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24 Chapters
제1화
노현재 얘기가 나온 순간 송정아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낮게 가라앉았다.“일주일 후에 이곳을 정리하고 갈게요.”몇 마디 더 나눈 뒤 송정아가 전화를 끊고 다시 룸으로 들어갔다.룸 안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아주 북적거렸다. 송정아가 문을 열고 들어선 그때 시끌벅적하던 대화 소리가 잠시 잦아들었으나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곧장 노현재의 옆으로 가 앉았다.노현재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틈틈이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송정아를 챙겼다. 그가 나른하면서도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했어?”송정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현장에 프랑스인이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끼어든 사람이 프랑스어로 말했다.“노현재, 안수진이랑은 언제 결혼할 거야?”그 말을 들은 순간 송정아가 손가락이 하얘질 정도로 들고 있던 술잔을 세게 움켜쥐었다.노현재가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송정아를 힐끗 쳐다봤다가 프랑스어로 대답했다.“집안 어른들이 정해주셨어. 보름 뒤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송정아에게 꽂혔다. 그중 한 명이 눈썹을 치켜뜨며 궁금증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안수진이랑 결혼하면 송정아는 어떡하고? 헤어지는 거야?”“아니, 안 헤어져.”노현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손에 든 술잔을 가볍게 흔들었다가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결혼은 집안의 요구에 응하는 것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정아밖에 없어.”그 순간 룸 안이 웃음바다가 되었고 여기저기서 농담들이 터져 나왔다.“현재 너 언제부터 이렇게 순애보였다고 그래? 신분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데도 진짜 마음을 준 거야?”노현재가 고개를 돌려 송정아를 바라보았다. 식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애정이 서린 눈빛이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눈빛으로 답을 대신했다.지독한 사랑꾼 같은 모습에 누군가 혀를 내두르며 신기해했다.“진짜 사랑에 빠지긴 했나 보네. 그나저나 송정아 말이야. 정말 프랑스어 못 알아듣는 거 맞아?”무심코 던진 질
Read more
제2화
송정아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를 부른 사람이 다름 아닌 예전에 아버지 송지창과 협력하려고 줄기차게 매달리던 거래처 사람이었다.그를 보자마자 송정아가 속으로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던 그녀가 어떻게 이 상황을 넘겨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노현재의 뒤에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송정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쳤다.“아가씨라니? 지금 송정아를 아가씨라 부른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5만 원이나 되려나? 그런데 아가씨? 웃겨서, 원.”그 말에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번엔 프랑스어가 아니었기에 송정아도 비웃음을 똑똑히 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화가 난 쪽은 노현재였다. 방금 그 말을 한 사람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남자가 멋쩍어하며 입을 다물었고 다른 이들 역시 노현재의 경고에 하나둘 조용해졌다.소란이 가라앉았고 아까 송정아를 부른 사람도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송정아는 노현재와 함께 말없이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후 노현재가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며 불쑥 말했다.“자기야, 앞으로는 그런 자리에 자기 안 데리고 갈게.”더는 그의 친구 무리에 끼워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송정아의 표정과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여전히 무덤덤했다.“내가 창피해서?”노현재가 실소를 터뜨렸다. 송정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는데 그녀가 피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변명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네가 상처받는 게 싫어서 그래.”“하지만 우리 신분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잖아.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하는 문제인데. 집에서 정략결혼 하라고 압박한 적 없어?”송정아가 노현재의 눈을 똑바로 보며 흔들리는 기색이 있는지 찾아내려 애썼다.하지만 정략결혼이라는 말을 듣고도 노현재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을 뿐 이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정아야, 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오직 너 하나라는 것만 알면 돼. 다른 문제는 내가 다 알아서 해결할
Read more
제3화
그 말에 노현재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말했다.“일이 힘들면 그냥 집에서 쉬어. 매일 지쳐있는 거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정아야, 내가 너 하나 못 먹여 살릴까 봐 그래?”송정아가 고개를 저으며 또박또박 대답했다.“난 누구의 부속품이 아니야.”노현재가 순간 멈칫했다.“부속품이라니? 무슨 말을...”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그녀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 회사 안 갔어?”“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너랑 시간을 못 보냈잖아. 오늘은 너랑 같이 있으려고.”노현재가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다시 그녀에게 다정한 남자친구로 돌아갔다.“뭐 하고 싶어? 양식 먹을래, 아니면 영화 볼래? 오늘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맞춰줄게.”예전의 송정아였다면 이 말에 무척 감동했을 것이다.노현재가 노강 그룹의 후계자라 매일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런 그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 그녀가 원하는 걸 함께 해준다는 건 적어도 그의 마음속에 그녀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하지만 지금 노현재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과연 일이 바빴던 걸까, 아니면 결혼 준비 때문에 바빴던 걸까? 대체 어떻게 다른 여자랑 결혼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나한테 사랑하는 사람이 나뿐이라고 거짓말할 수가 있지?’그러나 송정아는 끝까지 그의 거짓말을 들춰내지 않았다.어차피 며칠 남지 않았다. 때가 되면 송정아는 노현재의 인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송정아가 고개를 저으며 노현재의 제안을 거절한 뒤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대청소나 같이 해줘. 집에 낡은 물건들이 너무 많아. 계속 둬봐야 쓸모도 없고.”노현재가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하고 오랫동안 함께 청소를 도왔다. 그러다가 정리가 끝나갈 무렵 송정아가 버리려고 빼놓은 물건들이 전부 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 샀던 커플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머그잔, 액세서리, 옷, 슬리퍼 등 송정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모두 쓰레기통에 처넣었다.버려지는 커플템이 늘어날수록 노현재의 얼굴
Read more
제4화
사람들이 경멸 섞인 눈빛으로 송정아를 힐끗거렸다. 소곤거린다고는 하지만 송정아에게는 일부러 들으라는 조롱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송정아는 따지지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 다시 마주칠 때면 그들은 그녀 앞에 굽신거리며 서서 아가씨라고 깍듯하게 불러야 할 테니까.그때 이전 경매품의 거래가 끝나고 다음 물건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옥 조각상이었는데 옥의 질도 최상급이었지만 무엇보다 진행자가 옥 조각의 거장인 정각 선생의 작품이라고 했다.소개를 듣자마자 안수진이 흥분하며 손에 든 번호표를 치켜들었다.“현재 씨, 이건 소장 가치가 엄청나. 모레가 현재 씨 할머니 생신이잖아. 낙찰받아서 할머니 생신 선물로 드리면 딱이겠어.”정각 선생의 이름을 들은 순간 송정아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단상 위의 물건을 쳐다보았다.한번 쓱 훑어보고 이내 시선을 거두더니 덤덤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안수진의 머리 위에 찬물을 끼얹었다.“저거 가짜예요.”안수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정아를 쳐다보았다. 촌뜨기 주제에 뭘 아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으나 옆에 앉아 있는 노현재를 의식해 애써 분노를 억누르며 웃어 보였다.“정아 씨는 이게 가짜인지 어떻게 알아요?”“진품은 최고 재벌가인 송씨 가문의 장녀가 할머니에게 선물했거든요.”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진품이 송정아의 본가에 있으니 단상에 있는 저 물건은 가짜일 수밖에 없었다.송정아가 좋은 마음으로 한 말이었건만 안수진이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뒤에 있던 노현재의 친구들마저 노골적으로 비웃기 시작했다.“송정아, 모르면 아는 척 좀 하지 마. 창피하지도 않아?”“그러게 말이야. 재벌가 아가씨가 선물한 걸 네가 침대 밑에 숨어서 직접 보기라도 했어? 설마 너도 성이 송 씨라고 송씨 가문 아가씨랑 친척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일행의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갈수록 커졌다. 결국 노현재가 싸늘한 얼굴로 나서서 제지했다.그가 송정아를 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정아야, 네가 요즘 감정 관련 책을 좀 읽었다는 건 알아.
Read more
제5화
흠칫 놀란 송정아가 무의식중에 전화를 끊고 속으로 생각했다.‘왜 다들 자꾸 이렇게 남의 뒤에서 갑자기 말하는 거야?’고개를 돌리자마자 표정이 썩 좋지 않은 노현재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설명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예전 회사 사람들이 퇴사하고 뭐 할 거냐고 묻길래 본가로 돌아가서 가업이나 물려받겠다고 농담 좀 했어.”노현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송정아는 평소 그런 실없는 농담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다.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입을 열려는데 송정아가 이미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 돌아보며 말했다.“안 가? 보석 경매 아직 끝나지 않았어.”그 말에 노현재는 송정아가 보석을 사고 싶어 하는 줄 알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다시 경매장으로 돌아온 뒤 노현재가 이어서 나온 보석 경매품들을 전부 고가에 낙찰받았다. 예쁘게 포장하게 한 다음 송정아에게 선물했다.손에 들린 상자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송정아가 나지막이 말했다.“난 이런 보석 평소에 안 하고 다녀.”노현재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앞으로 차차 익숙해져 봐. 돈 낭비라고 생각할 필요 없어. 다이아몬드는 내가 평생 사줄게.”송정아가 입을 달싹였으나 하려던 말을 결국 하지 않았다.그녀는 평소에 이런 보석을 하고 다니지 않았다. 집에 있는 보석들이 전부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것들이었다.경매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하자 노현재와 송정아 일행 역시 더 머물지 않고 일어났다.다들 각자 차를 몰고 왔으니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차에 시동을 걸기 전에 안수진이 조수석 쪽 창문을 두드렸다.창문이 스르륵 내려가고 수줍음이 가득한 안수진의 얼굴이 드러났다.목소리 또한 애교가 넘쳐서 아까 화장실에서 송정아에게 표독스럽게 쏘아붙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현재 씨, 내 차가 고장 나버렸어. 집까지 좀 바래다주면 안 될까?”노현재가 얼굴을 찌푸리고 거절하려는데 안수진이 또 이어 말했다.“아버님이랑 어머님이 현재 씨더러 날 잘
Read more
제6화
본래 화를 내거나 투정을 부릴 줄 알았건만 송정아가 뜻밖에도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잘됐네. 마침 나도 오늘 볼일이 있거든.”노현재가 나가고 얼마 뒤 송정아도 외출했다.그녀가 향한 곳은 백화점이었다. 이따가 만날 절친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약속 장소에 도착한 후 상자마다 고스란히 담긴 명품들을 확인한 친구들이 일제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정아야, 대체 어디서 이런 짝퉁들을 쓸어온 거야? 완전 진짜 같잖아.”“진짜 맞아.”친구들이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 송정아가 웃음을 터뜨렸다.가짜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친구들이 반신반의하자 결국 자신의 진짜 정체를 털어놓았다.“예전에 너희한테 아빠가 도박꾼이고 엄마가 편찮으시다고 했던 거 다 거짓말이야. 사실 나 최고 재벌가의 외동딸이거든. 이제 본가로 돌아가서 본격적으로 가업을 물려받아야 해서 지금 너희랑 작별 인사를 하는 거야.”송정아의 말을 들은 친구들이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내 경악했고 마지막에는 재벌가 딸이 바로 옆에 있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목소리가 어찌나 높은지 식당이 다 뒤흔들릴 정도였다.잠시 후 노현재가 생각난 한 친구가 다급하게 물었다.“너 돌아가면 노현재는 어쩌고? 노현재도 네 진짜 정체를 알고 있어?”노현재 얘기에 송정아의 얼굴에 어린 미소가 옅어졌다.“그 사람 곧 다른 여자랑 결혼해.”“말도 안 돼!”그 말을 들은 친구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우리 눈에 노현재는 보기 드문 순애보 도련님 그 자체였는데.”“맞아, 맞아. 3년 전에 네가 월하미인꽃이 좋다고 하니까 거액을 들여 전 세계의 월하미인꽃을 사들여서 너를 웃게 만들었잖아.”“2년 전엔 네가 독감에 걸렸을 때 수백억 원짜리 프로젝트도 내팽개치고 외국에서 날아와 직접 밤을 새워가며 너를 간호했고.”“또 1년 전에 둘이 같이 교통사고 났을 때 트럭이 돌진하던 방향이 원래는 네 쪽이었는데 너를 지키려고 핸들을 꺾은 바람에 노현재만 갈비뼈가 세 대나 부러져서 석 달 동안 병원 신세를
Read more
제7화
식사가 끝나고 송정아가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노현재가 그녀와 안수진을 바래다주겠다고 했다.지난번 조수석 자리다툼이 있고 난 후 노현재가 깨달음을 얻었는지 아예 롤스로이스 리무진을 끌고 왔다. 전담 기사까지 대동했기에 조수석 때문에 싸울 일도 없었다.차가 안씨 가문 저택을 향해 매끄럽게 달렸다.사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 트럭 한 대가 반대편에서 미친 듯이 돌진해왔다.놀란 운전기사가 급하게 핸들을 꺾었지만 결국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두 차량이 피할 새도 없이 부딪치고 말았다.유리창이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관성에 의해 몸이 반대편으로 쏠린 그 찰나의 순간 송정아는 노현재가 옆에 있는 안수진을 품에 꼭 껴안은 걸 목격했다.안수진이 다치지 않도록 제 몸으로 감싸 안은 채 다정하게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키고 있었다.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가운데 송정아의 머릿속에 아까 친구들이 언급했던 그날의 교통사고가 스쳐 지나갔다.두 사람이 교제한 지 4년째 되던 해였고 송정아에 대한 노현재의 사랑이 가장 뜨거웠던 시절이었다.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사거리였고 똑같이 폭주하는 트럭이 있었다.트럭이 돌진해 오던 방향이 송정아가 앉아 있던 방향이었다. 공포에 질린 그 순간 트럭을 피할 겨를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노현재는 트럭이 그에게로 돌진하도록 핸들을 꺾는 수밖에 없었다.보닛이 처참하게 찌그러졌고 그는 운전석에 낀 채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방대원들과 구급대원들이 한참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야 겨우 그를 차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그날 노현재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럼에도 의식을 되찾자마자 가장 먼저 송정아의 안부를 물었다.세월이 흘러 똑같은 교통사고 속에서 이번에 그가 본능적으로 감싸 안은 이는 더 이상 송정아가 아니었다.리무진의 뒷부분이 형태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찌그러졌다.탑승자들이 모두 차에서 내린 뒤에야 안수진을 진정시키던 노현재가 비로소 피가 흐르는 이마를 움켜쥐고 있는 송정아를 발견했다.다행히 부상이 심하
Read more
제8화
입원해 있는 이틀 동안 노현재는 연애 초기로 돌아간 것처럼 송정아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고 그의 다정함도 퇴원하는 날과 함께 막을 내렸다.노현재가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기사를 시켜 송정아를 집으로 보내자마자 그녀는 안수진이 보낸 도발적인 메시지를 받았다.[미안해서 어쩌지? 나 곧 현재 씨랑 결혼해. 오늘은 현재 씨가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서 식사하기로 해서 널 데려다줄 시간이 없을 거야.]송정아는 메시지를 보고도 조금도 개의치 않고 묵묵히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떠나는 날 그녀는 아침 일찍 눈을 떴다.이륙 7시간 전, 캐리어를 하나씩 밖으로 옮기던 송정아가 마침 집으로 들어오던 노현재와 딱 마주쳤다.별장 앞에 캐리어가 여러 개 놓여 있는 걸 본 노현재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속에 돌연 한 가닥의 불안감이 피어올랐다.“이게 다 뭐야?”“호양에 놀러 간다고 했잖아. 비행기 티켓도 네가 사줬는데. 그새 잊었어?”송정아가 정말로 며칠 가볍게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노현재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하루 이틀 가는 거 아니었어? 짐이 왜 이렇게 많아?”그녀가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자들은 원래 이래. 예쁜 옷 많이 챙겨 가서 사진 많이 찍고 싶단 말이야.”그러나 예전의 송정아는 사진 찍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뿐더러 함께 여행을 갈 때도 이렇게 짐을 바리바리 챙긴 적이 없었다.불안감이 그의 심장에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당장이라도 캐리어를 열어젖혀 정말 그녀의 말대로 옷이 들어 있는지 샅샅이 뒤져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노현재가 확인하려던 찰나 휴대폰 벨 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 안수진의 전화였다.전화를 받은 후 안수진이 무슨 말을 했는지 노현재가 잠시 침묵하더니 결국 집을 나갔다. 나가기 전 잊지 않고 송정아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너무 오래 놀지는 마. 돌아오는 비행기 편 알려줘. 내가 마중 나갈게.”송정아는 대답하지 않았다.다시는
Read more
제9화
호양 공항.송정아가 캐리어를 끌고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한눈에 봐도 엄청 비싼 부가티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차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그녀를 보자마자 즉시 문을 열어주었다.“아가씨, 타세요.”짐을 차에 싣는 동안 송정아는 자연스레 차에 올라타 운전석에 앉은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아저씨, 기사님은 어쩌고 아저씨가 직접 마중을 나오셨어요?”이문엽이 허허 웃었다. 눈가에 잡힌 잔주름 덕분에 인상이 한결 인자해 보였다.차가 출발하여 도로 위 차량의 물결 속으로 섞여 들어간 뒤 이문엽이 말했다.“아가씨가 오랜만에 돌아오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오늘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마중 나가겠다고 했죠.”“아저씨 저 많이 보고 싶으셨나 봐요.”송정아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웃으며 집안 상황에 대해 물었다.“엄마 아빠는 잘 지내시죠?”송씨 가문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해 온 집사인 이문엽은 송정아가 자라는 과정을 곁에서 다 지켜봤다. 그녀에게 이문엽은 집사이기보다 존경하는 어른이었기에 두 사람의 대화가 겉돌거나 어색하지 않았다.그녀의 장난 섞인 농담에 이문엽이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많이 보고 싶었죠. 회장님과 사모님 두 분 다 무탈하시고 건강하십니다. 아가씨 생각하시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일 없이 잘 지내고 계세요.”그렇게 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얘기를 나눴다. 차가 송씨 가문 별장에 도착할 즈음 그간 집안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했다.차에서 내린 뒤 송정아는 곧장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문을 열자마자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도우미들이 각 잡힌 동작을 한 채 한목소리로 외쳤다.“집으로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가씨.”송정아가 못 말린다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이문엽이 캐리어를 끌고 다가오자 도우미들이 재빨리 받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송정아의 체념한 듯한 표정을 본 그가 허허 웃었다.“회장님과 사모님께서 워낙 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시잖아요. 아가씨가 돌아오신다는 소식을 듣
Read more
제10화
흠칫 놀란 송정아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송미희가 다짜고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의 연락처를 그녀에게 보냈다.“그 녀석 유학 가기 전에 내가 봤었는데 진짜 인물이 훤해. 인연이 안 닿더라도 친구로 지내기엔 아주 괜찮은 녀석이야.”계속되는 권유를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송정아는 결국 송미희의 제안을 수락했다.하지만 송정아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송미희가 보내준 연락처를 터치하는 순간 이미 그 사람과 친구 추가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프로필을 눌러 확인해보니 따로 저장된 이름은 없었다. 프로필 사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떠 있는 초승달이었고 닉네임도 아주 단순하게 알파벳 두 글자였다.[S.T.]잠시 멍하니 화면을 내려다보며 대체 언제 친구 추가했는지 곰곰이 떠올려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송정아는 굳이 묻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 화면을 껐다.어차피 모든 해답은 직접 만나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송정아가 맞선 상대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다른 한편에서는 노현재도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날이 이미 어두워졌고 별장 안에 불이 꺼져 있었다.현관문에 붙어있는 메모지를 발견하지 못한 채 여느 때처럼 비밀번호를 눌렀다. 입력을 마치고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노현재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문에 붙은 메모지가 눈에 들어왔다.[이곳이 앞으로 안수진 씨의 집이 될 테니 비밀번호도 안수진 씨 생일로 해두는 편이 나을 거야.]‘안수진 씨의 집?’노현재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정아가 뭘 눈치챘나? 하지만 정아가 안수진이랑 딱 한 번 만났는데. 다른 사람이 말해줬을 리도 없고. 나랑 안수진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대체 어디서 안 거야?’잠깐 머뭇거리다가 안수진의 생일을 눌렀다. 현관문이 철컥 하고 열렸다.불을 켜자 텅 빈 별장 내부가 드러났다.“정아야.”노현재가 무의식적으로 송정아를 불렀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텅 빈 별장에서 메아리칠 뿐 아무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