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정민수에게 의뢰받은 그림의 스케치를 세심하게 다듬으며, 수아는 현관 쪽을 바라보며 도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유럽에서 돌아온 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색이 많아졌다.몇 번이고 선을 지우고 다시 그리던 수아가 시계를 바라봤다.밤 열한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그 시각, 본가에서 치러낸 무거운 압박과 서늘한 공기를 가슴에 품은 채 도윤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던진 서슬 퍼런 경고와 “이제는 헤어져야 한다”는 차가운 현실이 머릿속을 짓눌렀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자신을 향해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수아를 마주하자 도윤은 그 모든 무거운 생각들을 잠시 깊은 곳으로 밀어두었다.도윤은 아무 말 없이 수아를 바라봤다.아무것도 모른 채—오늘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여자.도윤은 말없이 두 팔을 벌려 수아를 가슴 깊이 품에 안았다.품에 안긴 수아는 단단하면서도 어딘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도윤의 어깨를 느꼈다. 그 다정한 온기 속에서, 수아는 묘하고도 서글픈 직감을 느꼈다.‘언젠가 이 손을 놓아야 하는 순간이 오고 있어…….’비록 우리 관계의 끝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지라도, 수아는 두려워하는 대신 남은 시간만큼은 후회 없이 그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수아는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알았다.차도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인지.출장에서 돌아온 뒤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유럽에서도 매일같이 회의와 미팅을 이어갔고,유럽 출장을 다녀오자마자 휴식조차 없이 곧바로 회사 업무로 뛰어든 도윤의 일상이 수아에게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이번 출장을 동행하며 곁에서 지켜본 도윤의 스케줄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태하그룹의 후계자라는 무거운 짐을
Zuletzt aktualisiert : 2026-10-07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