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서의 숨 막히는 저녁식사가 끝난 뒤, 두 집안 어른들의 권유에 못 이겨 도윤과 서희는 차를 몰아 청담동의 한적한 회원제 바(Bar)로 향했다. 공식적인 대중 앞이나 양가 모임이 아닌, 두 사람이 사적으로 마주 앉은 것은 약혼설이 발표된 이후 처음이었다.낮은 조명과 재즈 선율이 흐르는 고급스러운 공간 속에서, 서희는 잔을 채우며 먼저 입을 열었다."도윤 씨, 아까 어머님이 말씀하신 거 말이에요…… 난 다음 달 생일날 약혼식을 올리는 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그리고 우리 관계를 더 이상 애매하게 둘 이유도 없고. 우리 두 사람에게 나쁠 게 없잖아요.”이명희가 깔아놓은 판 위에서 조용히 주도권을 쥐겠다는 듯, 서희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도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서희의 말을 받기는커녕,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단호하게 내뱉았다."요즘 네 취향이 배우에서 모델 쪽으로 꽤 다채롭게 바뀌었더군. 약혼이든 결혼이든, 내가 공식적으로 결정하기 전까진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을 도윤이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사실에 서희의 얼굴이 찰나간 일그러졌다. “……뭐라고요?”“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습니까?”서희의 손가락이 와인잔을 조금 세게 감쌌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도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완벽한 신분감을 고집하던 가면을 이젠 벗어던진 듯했다.“참 대단하네요.”서희가 비웃듯 웃었다.“차도윤 씨는.”"어차피 도윤 씨나 나나 부모님이 정해놓은 정략의 틀 안에서 맞추어서 살아야 하지 않나요?”“우리가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결혼하는지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건 도윤 씨가 더 잘 알 텐데요.”“그래서요?”“그럼, 나 정도면 집안도, 배경도, 외모도 이보다
Zuletzt aktualisiert : 2026-10-12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