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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Penulis: 누몽
송씨 가문에서 내놓은 혼수가 넉넉한 데다, 혼인한 뒤에도 송청아가 배씨 가문의 향을 만들고 향료점을 돌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배진성은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는 적장자가 상인 집안의 여식을 부인으로 맞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종삼품 소용장군인 그는 송씨 가문의 큰도련님이 무관의 길에 오를 수 있도록 무예를 가르치고 앞날까지 이끌어 줘야 했으니, 송청아는 두 가문이 남몰래 또 다른 조건을 주고받았기에 배진성이 이 혼인을 받아들였으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무슨 약속이 오갔든 배진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송청아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전생에도 그녀를 별채로 내쫓고 배윤호에게 송채리를 새 부인으로 맞으라고 한 사람이 바로 그였으며, 사소한 일만 생겨도 걸핏하면 가법을 들먹이며 매질했으니 송청아를 사람으로조차 여기지 않은 셈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생에는 배진성의 약점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그 치명적인 약점 하나만 손에 넣는다면, 배씨 가문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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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군님이나 잘하세요   제30화

    송청아는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숨을 꾹 삼켰다.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여 예를 갖춘 뒤 조용히 몸을 일으켜 안순당 안채를 나섰다.송청아가 떠난 뒤에도 고씨는 배진성의 곁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다.“저 아이가 갈수록 기고만장해져 이제는 어른 무서운 줄도 모르는군요. 윤호야, 앞으로는 네가 단단히 가르쳐서…….”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진성이 다시 한번 탁자를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당신이 지금 윤호를 나무랄 처지오! 오늘 여인들의 연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월이에게 모두 들었소. 며느리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 그런 빈틈을 내주더니, 기어이 창국공부와 연줄까지 맺게 하지 않았소! 이제는 그 아이를 우리 뜻대로 휘두르기가 더 어려워졌단 말이오!”고씨는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지만, 속으로는 맞은편에 앉은 설추월을 수백 번도 더 저주했다. 설 소실 역시 오늘 낙영원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했는데, 연회가 끝나자마자 그곳에서 보고 들은 일을 제 입맛에 맞게 부풀려 배진성에게 고해바쳤고, 그 내용이 하나같이 고씨에게 불리한 것들이었기에 배진성의 불만이 그녀에게까지 향한 것이었다.한동안 분노를 쏟아 낸 배진성은 차츰 숨을 고르더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눈썹을 찌푸린 채 다시 입을 열었다.“안 되겠소. 역시 송씨 가문의 그 아가씨를 하루빨리 우리 장군부에 들여야겠소. 며칠 안으로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송 아가씨를 이곳에 머물게 하시오. 그래야 그 아이를 앞세워 저 가짜 송씨를 눌러 놓을 수 있을 테니.”고씨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배윤호가 불쑥 고개를 들었다.“아버님, 너무 서두르시는 것 아닙니까? 제가 도성으로 돌아온 지도 이제 겨우 열흘밖에…….”“무엇이 너무 이르다는 말이냐!”배진성이 사납게 호통치며 그의 말을 끊었다.“어차피 너는 조만간 송채리를 부인으로 맞아들여야 한다. 그 아이를 하루라도 빨리 들여 송청아를 단속하게 하지 않으면, 이대로 제멋대로 날뛰게 두자는

  • 장군님이나 잘하세요   제29화

    송씨 가문에서 내놓은 혼수가 넉넉한 데다, 혼인한 뒤에도 송청아가 배씨 가문의 향을 만들고 향료점을 돌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배진성은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는 적장자가 상인 집안의 여식을 부인으로 맞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종삼품 소용장군인 그는 송씨 가문의 큰도련님이 무관의 길에 오를 수 있도록 무예를 가르치고 앞날까지 이끌어 줘야 했으니, 송청아는 두 가문이 남몰래 또 다른 조건을 주고받았기에 배진성이 이 혼인을 받아들였으리라 짐작했다.그러나 무슨 약속이 오갔든 배진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송청아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전생에도 그녀를 별채로 내쫓고 배윤호에게 송채리를 새 부인으로 맞으라고 한 사람이 바로 그였으며, 사소한 일만 생겨도 걸핏하면 가법을 들먹이며 매질했으니 송청아를 사람으로조차 여기지 않은 셈이었다.그렇다면 이번 생에는 배진성의 약점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그 치명적인 약점 하나만 손에 넣는다면, 배씨 가문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있을 터였다.배진성은 한참을 기다려도 송청아가 입을 열지 않자 다시금 노기가 치밀어 탁자 위를 거칠게 내리쳤다.“왜 갑자기 벙어리라도 된 것이냐? 아직도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가법으로 다스려야 그제야 입을 열겠느냐!”배진성이 말한 가법은 채찍으로 다스리는 형벌이었다. 배씨 가문의 채찍은 질긴 코뿔소 가죽으로 만든 데다 채찍 곳곳에 살을 파고드는 가시까지 돋아 있어, 단 한 번만 내리쳐도 피부와 살점이 통째로 뜯겨 나갈 만큼 무시무시했다. 그런 채찍을 한 번 벌할 때마다 열 대씩 맞아야 했으니, 형벌을 모두 받고 나면 온몸에 성한 살이 남지 않아 적어도 한 달은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했다.송청아는 그 열 대를 고스란히 맞아 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차분히 숨을 가다듬은 뒤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버님, 새 향의 효능을 미리 어머님께 상세히 말씀드리지 않은 것은 분명 제 잘못입니다. 헌데 다행히 이번 일로 큰 화가 빚어지지

  • 장군님이나 잘하세요   제28화

    “네 잘못이 아니면 대체 누구의 잘못이란 말이냐!”침상 곁에 서 있던 배윤호가 허리를 숙여 송청아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두 사람의 숨결이 맞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는 평온함 속에 희미한 조소가 어린 그녀의 눈을 한 치도 놓치지 않고 노려보았다.“채리는 그저 잠시 그릇된 생각을 했을 뿐이다. 결국 네 공을 빼앗지도 못했는데, 굳이 사람들 앞에서 그 일을 들춰내야 했느냐? 그 아이의 체면은 생각지도 않고 귀부인과 귀족 규수들에게 온갖 모욕과 조롱을 받게 만들다니, 어쩌면 그리도 심보가 고약하단 말이냐!”송청아의 입가에 쓰고 허탈한 웃음이 번졌다.“서방님 말씀대로라면, 저는 밤낮없이 공들여 만든 향을 송채리가 빼앗아 가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아야 했겠군요. 제가 받아야 할 칭찬과 선망을 그 아이가 대신 누리는 동안 불당에 틀어박혀 연회가 끝날 때까지 경전이나 베끼고, 앞으로 제가 만드는 모든 향에도 송채리의 이름을 붙여 내놓아야 옳다는 말씀이시지요?”“그게 뭐가 안 된다는 것이냐?”배윤호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 당연하게 내뱉었다.“너는 그 아이의 언니다. 공을 조금 나누어 준다고 해서 네게 무슨 손해가 있겠느냐?”“그렇군요.”송청아가 천천히 긴 속눈썹을 들어 올려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창백한 얼굴에는 여전히 옅은 웃음이 걸려 있었으나, 그 눈빛만큼은 서늘할 정도로 맑았다.“그럼 저도 서방님께 하나 여쭙겠습니다. 서방님께서는 자신의 군공을 도련님과 나눌 수 있으십니까? 아니, 아예 전부 넘겨주고 도련님이 대신 효기장군이 되게 하실 수 있습니까?”배윤호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그건 당연히 안 되지! 그 군공은 내가 목숨을 걸고 전장에서 세운 것이다. 어찌 명천에게 넘겨줄 수 있겠느냐? 더구나 명천은 전장에 나가 본 적조차 없고 군사를 이끄는 법도 전혀 모르는데, 무슨 자격으로 효기장군의 자리에 오른단 말이냐?”그 대답을 들은 송청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서방님도 싫으신 모양이군요. 헌데 무슨 자격으

  • 장군님이나 잘하세요   제27화

    한 차례 맞절을 마치고 나서야 심설화는 송청아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서로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던 심설화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송청아를 바라보았다.“혹시 내 의동생이 되어 주겠느냐?”심설화는 송청아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으며 진심을 담아 말을 이었다.“오늘 네게 입은 큰 은혜를 나와 내 부군이 평생 갚아 나가고 싶구나.”뜻밖의 제안에 사방이 고요해졌다.고씨와 그 자리에 있던 여인들뿐 아니라, 송청아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심설화를 바라보았다.고귀한 신분을 지닌 창국공부의 합의현주가 출신조차 분명하지 않은 고아를 의동생으로 삼겠다고 나선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 벌어졌더라도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일이었다.그러나 오늘 송청아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해냈다. 더러운 토사물을 조금도 꺼리지 않고 직접 입으로 빨아내 어린 공자의 목숨을 구했으니, 그녀가 합의현주의 의동생이 된다 한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여인들은 앞다투어 송청아를 칭찬하며 감탄과 부러움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오직 고씨만이 어두운 곳에서 독을 머금은 듯한 눈으로 송청아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몸을 꿰뚫을 듯 흉흉했다.심설화의 진실하고 간절한 눈빛을 마주한 송청아의 마음에도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맑은 눈동자 안에서 햇빛을 머금은 듯 잘게 부서진 빛이 반짝였다.“언니와 자매의 연을 맺을 수 있다면 저야 더 바랄 것이 없지요.”그 대답이 떨어지는 순간, 송청아가 오늘 치른 싸움은 마침내 완전한 승리로 끝났다.문득 전생의 오늘이 떠올랐다.전생의 오늘, 배씨 가문은 온갖 핑계를 대며 송청아가 귀환 연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그녀가 밤낮없이 공들여 만든 화신 향 일습마저 송채리의 이름으로 내놓았다. 게다가 송채리는 연회 도중 우연히 심설화의 아들을 구한 덕분에 그녀의 의동생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그날 이

  • 장군님이나 잘하세요   제26화

    춘행은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닫고 황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현주, 부디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오늘 부저를 나설 때 너무 서두른 나머지 약을 채워 넣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지금 당장 돌아가 가져오겠습니다!”“이미 늦었습니다.”송청아의 단호한 한마디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도일이에게로 쏠렸다.아이의 경련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입술은 검푸르게 질렸고, 입에서는 토사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누가 보아도 조금 전보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모습이었다.이를 본 심설화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장군부에는 뇌전증에 쓰는 약이 없는가?” “여기 계신 분들 가운데 약을 지닌 사람은 없습니까?”심설화는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닥치는 대로 약을 구했다. 고씨도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린 채 식은땀만 연신 흘렸다.장군부에는 뇌전증을 앓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관련된 약을 비치해 두었을 리 없었다.고씨는 애써 당황한 기색을 억누르며 심설화를 달랬다.“현주, 부디 진정하십시오. 지금 당장 사람을 의원으로 보내 공자께 필요한 약을 사 오게 하겠습니다!”그때 한 여인이 도일이를 가리키며 겁에 질려 외쳤다.“어머나, 공자께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어요! 토사물이 기도로 들어간 것 아닙니까?”사람들이 놀라 도일이를 바라보았다.아이의 얼굴은 이미 파랗게 질려 있었고, 목구멍에서는 숨이 막힌 듯 거친 소리가 새어 나왔다. 토사물이 기도를 막은 것이 분명했다.이대로 기도에 걸린 것을 제때 빼내지 못하고 폐까지 흘러 들어간다면, 아이는 숨을 쉬지 못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이…… 이를 어찌해야…….”심설화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몸은 돌처럼 굳어 버렸고, 가늘게 떨리는 손끝조차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주위의 여인들도 이런 광경은 난생처음이었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를 뿐, 누구 하나

  • 장군님이나 잘하세요   제25화

    “청아야, 조금 전에는 내가 하마터면 너를 오해할 뻔했구나. 부디 마음에 담아 두지 말거라.”심설화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송청아의 눈이 순간 환하게 빛났다.합의현주가 먼저 자매로 지내자고 손을 내민 것은 더없이 큰 영광이었다. 송청아도 심설화의 손등 위로 제 손을 포개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태도로 온화하게 웃었다.“언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오히려 조금 전 제 누명을 벗겨 주셨으니, 제가 언니께 감사드려야지요.”고씨는 송청아 때문에 장군부와 송씨 가문의 계책이 어그러진 것이 못내 분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도 없는 데다, 송청아가 심설화의 눈에 든 이상 계속 미워하는 기색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행여 심설화의 분노가 소용장군부에까지 미칠까 두려웠던 고씨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오늘 일은 모두 제가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입니다. 이 향을 송씨 가문의 아가씨가 만들었다는 말만 듣고, 당연히 조금 전 그 송 아가씨가 만든 줄 알았습니다. 청아가 조향한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요. 그 때문에 이처럼 큰 오해가 생겼으니, 현주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그 말을 들은 송청아는 당장이라도 냉소를 터뜨리고 싶었다.화신 향 일습을 누가 만들었는지 고씨가 모를 리 있는가. 설마 심설화를 바보로 아는 것인가?아니나 다를까, 심설화는 놀랍고도 한심하다는 눈으로 고씨를 바라보았다. 듣는 순간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게 분명했다.다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연회 자리였다. 심설화는 장군부의 체면을 생각해 고씨의 거짓말을 대놓고 들추지 않고, 최소한의 낯만 세워 주기로 했다.“그런 사정이었군. 그렇다면 배씨 부인은 앞으로 더욱 주의해야겠네.”심설화는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말끝에는 은근한 가시가 서려 있었다.“조금 전 그 송 아가씨는 품성도 재주도 청아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더군. 다시는 가짜를 진주로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게.”고씨는 속으로 송청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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