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화. 나한테만 그러잖아“네가 나한테 하는 거. 다.”이안은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잠시 뒤 방문이 닫혔다. 잠금장치가 눌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나는 한동안 소파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다라는 말이.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밥을 챙기는 것, 연락을 기다리는 것, 피곤해 보인다고 먼저 알아채는 것, 싫다고 하면 멈추는 것. 아마 어젯밤의 일까지 전부 포함해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질투라고 부르면 이안은 바로 부정할 게 뻔했다.그래서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았다.다만 좋았다.복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말인데, 그게 좋다는 사실이 더 문제였다.* * *다음 날 오후, 외근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성당 근처까지 온 김에 들렀다고 생각하면 간단했다. 실제로 이안에게 미리 연락할 이유도 없었다.그런데 차에서 내린 뒤에도 어젯밤 들었던 말이 계속 생각났다.네가 나한테 하는 거. 다.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 끝에서 이안이 보였다.흰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접이식 상자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 앞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밝은 회색 운동복 차림에 체격이 단단했다. 상자를 받아 들면서 자연스럽게 웃었다.“이건 제가 옮길게요. 지난번에도 괜찮다고 하다가 허리 잡았잖아요.”“그때는 박스가 이상했던 거예요. 이것까진 할 수 있어요.”“그러니까 무거운 것만 달라고요.”이안이 잠깐 웃었다.“말 많네.”존댓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빠졌다.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그 장면을 보는 순간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았다.이안은 나한테 뭘 부탁해도 이유부터 따지는 사람이다. 싫으면 바로 싫다고 하고, 한번 밀어내면 쉽게 번복하지도 않는다.그런데 저 남자한테는 한 번 거절하고 끝이었다.“한태겸?”이안이 나를 발견했다.표정이 바로 바뀌었다.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웃음이 사라지고, 눈매가 가늘어졌다.“연락도 없이 왜 왔어.”그 말투를 듣는 순간 오히려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근처 외근이 빨리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