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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CEO와의 계약결혼: Chapter 11 - Chapter 20

25 Chapters

제11장 점심 식사

샘은 우렁차게 울려 퍼진 엘리노어의 배 속 소리에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하지만 이내 차갑고 매서운 아치의 시선을 느끼고는 급히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았다.아치는 시선을 다시 엘리노어에게로 돌렸다. 고개를 깊이 숙인 엘리노어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샘." 아치는 비서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점심 식사 사 와서 제 집무실로 바로 가져오세요.""알겠습니다, 사장님." 샘이 서둘러 대답했다.엘리노어는 눈을 크게 뜨고 급히 고개를 들었다.수치심은 순식간에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그 지시를 채 이해하기도 전에, 아치의 목소리가 다시 차분하게 들려왔다."내 집무실로 올라옵니다." 아치는 거절을 허용하지 않는 눈빛으로 엘리노어를 바라보았다.엘리노어는 흠칫 놀랐다. 그녀는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으로 아치를 바라보았다. "저-제가 왜 사장님 집무실로 가야 합니까?"엘리노어의 돌발 질문에 막 몸을 돌려 떠나려던 샘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샘은 상사를 흘끔 바라보기 전, 의아한 눈빛으로 엘리노어를 잠깐 건너다보았다."점심 식사 때문입니다." 아치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의 어조는 매우 차갑고 무심했다.엘리노어는 고개를 빠르게 저으며 블레이저 끝자락을 더욱 세게 쥐어짰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전 지금 사내 식당으로 가도 됩니다." 엘리노어의 손가락이 식당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엘리노어는 격식을 차리기 위해 억지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다른 직원들이 지나가기 전에 이 상황을 끝내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 그럼 저는 사내 식당으로 가보겠습니다, 사장님, 샘 비서님."엘리노어는 몸을 돌려 서둘러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한 걸음떼기가 무섭게, 강인한 손길이 느닷없이 그녀의 팔을 단단히 잡았다.엘리노어는 흠칫하며 강제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당황하여 돌아보았고, 아치의 오른손이 자신의 팔을 꽉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 엘리노어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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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입맛이 없다?

엘리노어는 두 손바닥을 무릎 위에 놓은 채 마구 쥐어짰다.그녀는 하체 무릎을 딱 붙이고 몸을 정직하게 굳힌 채 앉아 있었다.대표이사 전용의 넓고 어두운 톤이 지배적인 이 집무실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극도로 긴장되었다.움직이는 것은 둘째 치고, 정상적으로 숨을 쉬는 것조차 엘리노어에게는 너무나 어렵게 느껴졌다.그녀의 눈길이 방 구석에 놓인 커다란 집무용 책상 쪽으로 어색하게 쏠렸다.그곳에는 아치가 이미 자신의 의자에 차분히 앉아 있었고, 손가락을 일정하게 움직이며 중요한 서류들을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었다. 마치 소파에 앉아 있는 엘리노어의 존재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다.둘 사이에 감도는 공기가 점점 숨이 막힐 듯 답답해지자, 엘리노어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사장님."아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눈앞의 서류에서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엘리노어는 침을 꼴깍 삼키며 갑자기 바짝 마르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려 애썼다. "혹시… 음식이 오면 제가 그걸 가지고 제 책상에 가서 먹어도 되겠습니까, 사장님? 여기에 계속 있는 게 조금 불편해서 그렇습니다."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침묵뿐이었다.아치는 여전히 입을 닫고 있었고, 이로 인해 엘리노어는 순식간에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서둘러 숙이며, 고집스러운 이 남자의 지시에 감히 토를 달려고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속으로 탓했다.똑! 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기어오르던 긴장감을 깨뜨렸다.커다란 나무 문이 열리고, 샘이 문 뒤에서 나타났다. 그는 따뜻한 음식 냄새를 풍기는 중간 크기의 쇼핑백을 들고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샘은 아치의 책상으로 걸어가 음식을 전달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단 두 걸음을 옮겼을 때, 샘은 아치가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엘리노어가 앉아 있는 소파 쪽으로 곧바로 가라는 암묵적인 신호였다.샘은 즉시 알아차리고 발걸음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엘리노어에게 다가갔다."점심 식사입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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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아비가일의 처벌

엘리노어는 서둘러 마지막 한 숟가락을 삼켜 버렸다.도시락 상자와 남은 포장지를 쇼핑백에 정리한 뒤, 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저는 이만 제 부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장님.” 엘리노어가 먼저 인사를 건븠다.아치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엘리노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서둘러 아치의 집무실을 나섰다.내내 위압감을 느끼던 아치의 방에서 발을 내딛자마자, 엘리노어의 가슴속으로 가슴 깊은 안도감이 퍼져 나갔다.그녀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향해 자신의 부서가 있는 5층으로 내려갔다. 5층에 도착하자, 엘리노어는 남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기획팀 내 자신의 파티션 구역(큐비클)으로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하지만 파티션 칸막이 근처에서 막 모퉁이를 돌려던 참에, 엘리노어의 발걸음은 자신의 길을 막아서 있는 인물을 보고 멈춰 서고 말았다.아비가일이 이미 그곳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자신을 꿰뚫어 볼 듯한 매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잘하는 짓이네, 엘리노어. 휴가 끝난 첫날부터 감히 무단이탈을 해?” 아비가일이 퉁명스럽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의 정적을 깨뜨릴 만큼 큰 소리였다.엘리노어는 흠칫 놀라며 놀란 눈으로 두 눈을 크게 떴다. “무단이탈이요? 죄송합니다만, 아비가일 팀장님, 상황이 그렇지가 않습니다.”아비가일은 한 걸음 다가서며, 엘리노어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선을 훑으며 냉소적인 눈빛을 보냈다. “그렇지가 않아? 그럼 설명해 봐. 어디 말해 보라고.”엘리노어는 침을 꼴깍 삼켰다. 당황스럽고 패نيك이 밀려왔다.대표이사 집무실에 갇혀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유로 설득해야만 했다. “저는… 무단이탈을 한 게 아닙니다, 팀장님. 아까 아래층 문서 보관실에 서류들을 분류해서 제출한 뒤, 잠시 점심 식사를 하고 왔을 뿐입니다.”그 대답을 들은 아비가일은 엘리노어가 대는 핑계에 혐오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아까 아래에서 내가 똑똑히 봤는데, 이 여자는 여전히 두 얼굴로 거짓말을 잘도 치는군.’ 아비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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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모호해진 경계

엘리노어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걸레질을 위해 대걸레를 꽉 짜냈다.그녀 앞에 놓인 플라스틱 양동이에는 어느새 거무튀튀하게 변한 비눗물이 가득 차 있었다. 몇 시간 동안이나 화장실 바닥을 문질러 닦고 기획팀 구석구석을 쓸고 닦은 탓에 등과 양팔이 지독하게 뻐근해졌다.그녀는 커다란 유리창 밖을 흘끔 바라보았다. 도시의 하늘은 이미 캄캄한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고, 마천루들이 내뿜는 반짝이는 불빛들만 남아 있었다.기획팀 파티션 구역(큐비클) 역시 사방이 적막에 싸여 있었다. 아비가일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은 이미 오후 5시에 퇴근한 뒤였다.일부러 꺼두지 않은 복도의 은은한 조명 아래, 오직 엘리노어 혼자만이 남아 있었다.엘리노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짓누르는 피로감을 털어내려 애썼다.그녀는 서둘러 퇴근하여 몸을 쉬게 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복도 바닥의 마지막 줄을 닦아내기 위해 다시 대걸레 자루를 움직였다.한편.리히터 컴퍼니 건물의 최상층.아치는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메인 로비 구역으로 걸어 나왔다. 회색 재킷은 이미 왼쪽 팔에 걸쳐져 있었고, 임원진과의 마라톤 회의를 마친 그의 오른손은 답답하게 목을 죄던 넥타이를 풀고 있었다.아치는 이미 비어 있는 안내 데스크 근처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왼쪽 손목을 들어 올려 차고 있던 은색 시계를 보았다. 시계 바늘은 저녁 8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아치의 미간이 살짝 패였다.오늘 아침, 야근하지 말고 집에서 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던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남자의 마음을 자극하여 어지럽게 만든 것은 또 다른 사실이었다. 오후 5시부터 건물 앞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던 집안 운전기사로부터, 엘리노어가 아직 5층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던 것이다.“엘리노어 씨가 아직 안 내려온 게 확실합니까?” 아치는 집안 운전기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재차 확인했다.“네, 사장님.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사모님께서 통 나오질 않으십니다.”아치의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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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따뜻한 집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 안의 정적은 지독하리만치 무거웠고, 지하로 내려가는 기계의 미세한 진동음만이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엘리노어는 아치의 등 뒤에서 풍겨 나오는 위압적인 아우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듯, 가방을 가슴에 꼭 안은 채 뒷구석에 돌처럼 서 있었다.아치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 문만을 똑바로 응시하며 꼿꼿이 서 있었다.임원 전용 주차장에 문이 열리자, 아치가 먼저 밖으로 걸어 나갔다.아치의 보폭은 크고 일정했다. 엘리노어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그의 뒤를 반쯤 뛰다시피 따라가며 걸음을 맞춰야 했다.시동이 부드럽게 걸려 있는 세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아치의 전용 운전기사는 상사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서둘러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로비 앞보다는 이곳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미리 받았기 때문이었다.아치는 열린 문 바로 옆에 서서 몸을 돌려 엘리노어를 바라보았다. "타세요." 아치가 짧게 명령했다.엘리노어는 순간 망설였다. "사장님, 저는 혼자 택시를 타고 가도—""타요, 엘리노어 씨. 난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치가 말을 끊었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거절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이 남자와 말다툼을 해봤자 이미 바닥난 시간과 체력만 낭비할 뿐이라는 사실을 엘리노어는 잘 알고 있었다.고개를 숙인 엘리노어는 결국 시더우드 향과 고급 가죽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는 차 안으로 들어갔다.뒤이어 들어온 아치는 뒷좌석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 사람 사이에 꽤 넓은 거리를 두었다.한적해지기 시작한 도심 도로를 가로지르는 동안, 아치의 입에서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아치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거나, 가끔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는 데에만 집중했다.아치의 차가운 태도는 오늘 밤 엘리노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결정이 결코 다정한 배려가 아니라, 계약에 따른 의무와 시간의 효율성 때문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듯했다.엘리노어 역시 무거워진 머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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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가득 찬 옷장

커다란 식당 안의 분위기는 적막했다.수저가 은은한 포첼린 접시에 부딪히는 맑은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다.엘리노어는 음식을 천천히 씹어 삼켰지만, 눈길은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향해 끊임없이 쏠렸다.아치는 정갈한 손짓으로 접시 위 굵은 고깃덩이를 잘라 두 번 입에 넣더니, 이내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 끄트머리에 내려놓았다.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이 파묻고는 물컵을 들어 입술을 살짝 적셨다.그게 전부였다. 그의 접시에는 여전히 음식이 가득 남아 있었다.엘리노어의 미간이 살짝 패였다.낮에 피어올랐던 의구심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쳤다.저택 하인들이 차려낸 음식은 훌륭하기만 한데, 왜 이 남자는 매번 두 숟가락만 들고 손을 떼는 걸까?엘리노어는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사장님… 혹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십니까?"아치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눈빛으로 엘리노어를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남자의 침묵에 엘리노어의 손가락이 포크와 나이프를 세게 쥐었다.괜한 질문을 던졌다는 후회가 밀려왔다."어서 식사나 마쳐요." 아치가 차갑게 말을 잘랐다. 낮지만 단호함이 실린 목소리였다.엘리노어는 살짝 흠칫했다.맞은편 남자가 더 이상의 대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순순히 수긍했다.온종일 이어진 피로 끝에 또 다른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에, 엘리노어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침묵 속에 식사를 이어갔다.어색했던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엘리노어는 곧바로 방으로 돌아왔고, 아치는 복도 끝에 위치한 개인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엘리노어는 그 사이를 이용해 몸을 씻었다.따뜻한 줄기 아래 몸을 맡기니 아비가일의 처벌로 인해 등에 쌓였던 뻐근함이 조금은 녹아내리는 듯했다.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린 엘리노어는 갈아입을 옷을 꺼내기 위해 드레스룸(walk-in closet)으로 들어섰다.하지만 어젯밤 자신의 옷장이라 안내받았던 오른쪽의 커다란 슬라이딩 도어를 열자마자,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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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점점 더 커지는 궁금증

창문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엘리노어를 깊은 잠에서 깨워냈다.그녀는 눈을 몇 번 끔뻑거린 뒤, 커다란 긴 베개로 경계가 세워진 옆자리를 돌아보았다.비어 있었다.아치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남은 것은 남자가 훨씬 일찍 일어났음을 알려주는 침대 시트의 희미한 주름 자국뿐이었다.아치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엘리노어는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잠시 후.씻기를 마친 엘리노어는 드레스룸으로 걸어 들어갔다. 옷장 가장 구석에 자리 잡은 예전 셔츠를 꺼내려 손을 뻗던 그녀는, 문득 어젯밤 아치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손길을 멈췄다.남자가 또다시 위압적이고 불쾌한 눈빛을 보내게 만드느니, 엘리노어는 결국 손을 돌렸다.그녀는 옷장에 가지런히 걸려 있던 새 출근용 수트 중 하나를 골라잡았다. 오프화이트 컬러의 실크 블라우스와 모카색 하이웨이스트 슬랙스 조합이었다.엘리노어는 거울 앞에 서서 제 모습을 비춰보았다. 평소 자신이 사 입던 출근룩과는 확연히 다른, 지극히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옷감 촉감 때문에 약간의 어색함과 쑥스러움이 밀려왔다.하지만 다시 한번 아치의 위압적인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남자의 뜻과 규칙을 순순히 따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준비를 마친 엘리노어가 드레스룸 밖으로 걸어 나왔다.그 순간, 이미 방으로 돌아와 있는 아치와 눈이 마주친 엘리노어는 흠칫 놀랐다.남자는 막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듯했다. 민소매 회색 티셔츠는 땀에 살짝 젖어 있었고, 그 덕에 그 굵고 선명한 어깨 근육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아치의 깊고 검은 두 눈이 옷장 문 근처에 뻣뻣하게 서 있는 엘리노어를 향해 곧바로 쏠렸다."좋은 아침입니다, 사장님." 엘리노어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아치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방 한가운데에 가만히 서서, 읽어내기 힘든 무표정한 눈빛으로 엘리노어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가만히 훑어보았다.이어진찰나의 순간, 아치의 입꼬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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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친한 친구

엘리노어는 뒤를 돌아보며, 재무팀에서 근무하는 친한 친구 벨라가 자신에게 오기 위해 정류장 쪽에서 반쯤 뛰어오는 모습을 발견했다.친구의 모습에 엘리노어의 얼굴에는 즉시 반가운 미소가 번졌다."엘리노어! 드디어 만났네," 벨라는 인도에서 엘리노어와 걸음을 맞추자마자 숨을 조금 헐떡이며 말했다."좋은 아침, 벨라. 너도 방금 도착했어?" 엘리노어가 다정하게 물었다.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엘리노어를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너 어디 갔었던 거야? 어제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찾아봐도 없더라고. 심지어 내 문자에도 답장 하나 없고."엘리노어는 어제의 피곤했던 일이 떠올라 어깨를 살짝 늘어뜨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없었어, 벨라. 어제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였거든."벨라는 흠칫 놀라며 두 눈썹을 찌푸렸다. "시간이 없었다고? 왜? 기획팀 일이 갑자기 그렇게 많이 밀린 거야?"엘리노어는 벨라를 슬쩍 흘깃거리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주면 넌 아마 믿지 못할걸.""무슨 일인데 그래? 일단 말해봐, 엘. 난 네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다 믿을 테니까," 벨라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엘리노어의 팔을 살짝 건드리며 설명을 요구하듯 채근했다.엘리노어는 마음속으로 잠시 갈등하며 친구를 바라보았다. 아치와의 비밀 계약 결혼, 그리고 어제 낮 동안 사장실에 갇혀 있었던 일까지, 가슴속에 가득 찬 답답한 짐을 전부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하지만 오피스 안에서는 이 비밀을 철저히 지키기로 아치와 함께 서명했던 엄격한 계약서 내용이 떠오르자, 엘리노어는 결국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일이랑은 상관없는 거야, 벨라," 엘리노어는 결국 화제를 돌리려 거짓말을 했다. "그저... 아비가일 부장님이 어제부터 갑자기 너무 이상하게 굴어서. 나를 산 채로 잡아먹을 것처럼 섬뜩한 기운을 풍기더라고."벨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하다니 어떻게? 부장님이 너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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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미끼와 선물

엘리노어는 아비가일의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며, 오늘 아침 유독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팀장의 시선 속에서도 최대한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려 애썼다."좋은 아침입니다, 아비가일 팀장님." 엘리노어가 직장 내 격식을 지키며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븠다.아비가일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그녀는 팔짱을 끼고 있던 양팔을 내리고 한 걸음 다가왔다. " 아주 좋아. 오늘 아침엔 단 1분도 늦지 않았군, 엘리노어. 어제 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길 바라.""네, 팀장님. 그러겠습니다." 엘리노어가 순순히 대답했다."마침 잘 됐어. 오늘 내부 감사팀에서 지난 2분기 동안의 기획팀 예산 보고서 전체를 점검할 예정이야. 시스템상의 디지털 데이터와 모든 실물 서류 데이터를 다시 동기화해야 해." 아비가일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녀는 문서 코드 목록이 길게 적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아주 작은 숫자의 차이라도 전부 수기로 기록해 둬. 전부 끝나기 전까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 따위 하지 마. 알아들었어?"엘리노어는 종이에 적힌 문서 목록을 살폈다.수량이 엄청났고 극도의 세심함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시간과 집중력을 지독하게 소모할 업무였다.하지만 이는 행정 직원의 합리적인 업무 영역 안에 있었기에, 엘리노어로서는 거절할 명분이 전혀 없었다."네, 팀장님. 알겠습니다.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엘리노어가 대답했다.아침 8시부터 엘리노어는 컴퓨터 화면과 서류 더미 앞에 완전히 몰두했다. 그녀는 주변 상황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한 줄 한 줄 숫자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비교하며 중요한 포인트들을 기록해 나갔다.밀려드는 업무 탓에 엘리노어는 휴대폰을 흘끔 볼 겨를조차 없었고, 하물며 파티션을 벗어날 생각 따위는 꿈도 꾸지 못했다. 점심 휴게 시간이 될 때까지 그녀는 지독하게 몰두해 있었다.엘리노어가 여전히 부서 사무실에서 서류 더미에 갇혀 있는 동안, 아비가일은 이미 Richter Company 건물을 걸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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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숨겨진 배려

리히터 컴퍼니 건물의 최상층.샘은 노크를 한 뒤 대표이사 집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아치가 앉아 있는 커다란 집무용 책상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사장님," 샘이 나지막이 불렀다. "엘리노어 씨에 대해 보고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아치는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멈추었지만, 모니터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는 않았다. "말하세요.""방금 5층 직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입니다. 엘리노어 씨가 여전히 파티션 구역에 머물러 있으며 점심 식사를 하러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샘이 차분한 목소리로 보고했다.아치는 하던 일을 완전히 멈추었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파묻고 차가운 눈빛으로 샘을 바라보았다. "기획팀에 일이 얼마나 많길래 직원들이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는 겁니까?""전체 직원이 아닙니다, 사장님." 샘이 목소리 톤을 낮추며 대답했다. "오직 엘리노어 씨뿐입니다."아치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하고 차분해 보였지만, 깊고 검은 두 눈동자 속에는 미세한 놀람의 기색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그는 몇 초간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무심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기획팀으로 음식을 보내세요."샘은 상사의 숨겨진 배려를 확인하고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아치처럼 뻣뻣한 남자가 회사에서의 격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아내의 건강을 이토록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이 퍽 흥미로웠다.하지만 샘은 서 있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에, 아치가 자신을 위압적인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뭘 더 기다리는 겁니까, 샘?" 아치가 차갑게 물었다. 낮지만 단호함이 실린 목소리였다.샘은 흠칫 놀라며 미소를 즉시 거두었다. "아, 아닙니다, 사장님! 지금 바로 가서 처리하겠습니다."샘은 서둘러 고개를 숙인 뒤, 상사가 참을성을 잃기 전에 서둘러 몸을 돌려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한편, 기획팀 사무실 안에서는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엘리노어의 유일한 동무가 되어주고 있었다.갑자기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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