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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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우리는 원래 이래

토요일 오전 열한 시 이 분.빵—!아파트 입구에 서 있던 로로가 미간을 찌푸렸다.“미친 새끼가 아침부터 동네 떠나가게.”검은 SUV 운전석 창문이 내려갔다.장혁이 턱짓했다.“타.”“2분 늦었어.”“2분 가지고 지랄하네.”“늦으면 버리고 간다며.”“내가 운전하는데 누가 누굴 버려.”로로가 뒷문을 열었다.“야! 한로로!”박승철이 소리쳤다.“왜 뒤로 타! 내가 네 기사야?”“앞에 타면 혁이 잔소리해서 싫어.”“내 옆은?”“네 얼굴 보기 싫어.”“씨발.”로로가 웃으며 뒷좌석에 올라탔다.장혁이 룸미러로 그녀를 봤다.“벨트.”“했어.”“안 했잖아.”“하려고 했어.”“차 타면 바로 좀 해라.”“아, 엄마!”철컥.안전벨트를 채운 로로가 앞좌석을 발로 툭 찼다.“출발해, 장 기사.”장혁이 뒤를 돌아봤다.“차에서 내려.”“싫어.”“내려.”“소고기 사준다며.”“안 사.”“그럼 진짜 내린다?”로로가 안전벨트를 풀려 하자 장혁이 바로 말했다.“사줄게.”승철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다루기 존나 쉽네. 고기 한마디면 끝이야.”“닥쳐, 박승철.”차가 출발했다.그리고 5분도 지나지 않아.“나 배고파.”장혁과 승철이 동시에 말했다.“미친.”한 시간 반 뒤.강을 끼고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다.로로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팔을 활짝 벌렸다.“와!”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렸다.“미쳤다. 존나 좋다!”승철도 차에서 내려 허리를 폈다.“아…… 살 것 같다.”장혁이 트렁크를 열었다.“살 것 같으면 짐이나 날라.”승철의 표정이 바로 썩었다.“사람이 감성이 없어.”“네가 텐트 들면 생겨.”“씨발.”로로가 트렁크 안을 뒤졌다.“고기 어디 있어?”장혁이 그녀의 후드 모자를 잡아당겼다.“짐부터.”“고기 확인만.”“있어.”“소고기?”“있다고.”“보여줘.”“한로로.”“확인해야 마음이 편해.”장혁이 결국 아이스박스를 열었다.소고기를 확인한 로로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됐어.”승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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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네 첫사랑 누구였지?

해가 강 너머로 천천히 기울었다.먹고 남은 고기는 거의 없었다.정확히는 한로로가 거의 다 먹었다.박승철이 빈 소고기 팩을 들어 올렸다.“이게 다 어디 갔냐?”로로가 맥주를 마시며 대답했다.“우리 배 속.”“우리?”승철이 자기 배를 내려다봤다.“난 다섯 점도 못 먹었는데?”“혁이 많이 먹었겠지.”장혁이 황당한 얼굴로 로로를 쳐다봤다.“내가?”“응.”“소고기 열다섯 점 처먹은 년이 누구더라.”“세었어?”“네가 처먹는 건 세게 돼.”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왜? 아까워?”“아까웠으면 너를 왜 데리고 오냐.”“오.”로로가 만족스럽게 웃었다.“감동인데?”승철이 맥주캔을 내려놓았다.“둘이 지랄하지 말고 라면이나 끓여.”로로의 눈이 반짝였다.“라면 있어?”“…….”장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소고기 그렇게 처먹고 또 먹어?”“국물은 별개야.”“네 위장은 대체 몇 개냐?”“많을수록 좋지.”결국 장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개?”“세 개.”“뒤질래?”“두 개 반.”“그냥 두 개 처먹어.”“계란 넣어줘.”“싫어.”“장혁아.”“왜.”“사랑해.”장혁의 손이 멈췄다.승철도 맥주를 마시다 로로를 봤다.정작 로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계란 두 개.”“…….”“사랑한다니까?”장혁이 혀로 볼 안쪽을 밀었다.“그 사랑 존나 싸구려네.”“야 계란 두 개짜리야 비싸다.”“됐어.”장혁이 돌아섰다.로로가 뒤에서 소리쳤다.“파도 넣어!”“네가 끓여!”“난 손님이잖아!”“누가 초대했냐!”“너!”승철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씨발. 스무 살 처먹은 게 아니라 스무 해를 처먹었는데도 똑같네.”라면까지 먹고 나자 해가 거의 넘어갔다.세 사람은 강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았다.테이블 위에는 빈 맥주캔이 늘어났다.승철이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로로가 물었다.“무슨 옛날?”“중딩 때.”“갑자기?”“우리 셋 맨날 붙어 다녔잖아.”로로가 피식 웃었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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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아직도 좋아하냐?

“한로로.”대답이 없었다.“야.”“…….”장혁이 캠핑 의자를 접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라면 하나 더 끓이자며 난리를 치던 로로가 캠핑 의자에 축 늘어져 있었다.고개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눈은 감겨 있었다.승철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가왔다.“뭐 하냐?”장혁이 턱으로 로로를 가리켰다.“잔다.”“벌써?”“취했나 봐.”승철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저년 아까 안 취했다며.”“한로로 말을 믿냐?”장혁이 로로 앞에 쪼그려 앉았다.“야. 일어나.”“으응…….”“집 가야 돼.”로로가 눈도 뜨지 않은 채 손을 휘저었다.“알아서 가…….”“어떻게 알아서 가.”“택시…….”“여기가 서울이냐?”장혁이 한숨을 쉬었다.“한로로.”“시끄러워…….”로로가 손을 뻗더니 장혁의 얼굴을 밀어냈다.“저리 가, 장혁…….”“이게 진짜.”승철이 낄낄거렸다.“놔둬.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네가 남아.”“싫어.”장혁은 결국 로로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일어나.”“졸려.”“차에서 자.”비틀거리던 로로의 이마가 장혁의 가슴에 툭 부딪혔다.그대로 멈췄다.“…….”장혁이 내려다봤다.로로는 눈을 감은 채 그의 티셔츠를 움켜쥐었다.“야.”“왜애…….”“걸어.”“업어줘.”“싫어.”“그럼 여기서 잘래.”장혁의 미간이 구겨졌다.승철이 뒤에서 말했다.“버려.”“너부터 버린다.”결국 장혁이 로로 앞에 등을 보였다.“타.”로로가 기다렸다는 듯 등에 매달렸다.“으응.”“아, 씨발. 술 냄새.”“너도 마셨잖아.”“난 운전해야 돼서 한 잔만 했어.”“잘했어…….”로로가 장혁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우리 혁이 착하네.”장혁의 걸음이 잠깐 멈췄다.승철이 그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왜.”장혁이 물었다.“아무것도.”“짐 들어.”“나는 짐 들고 너는 여자 업고?”“그럼 바꿀래?”승철이 로로를 봤다.“싫어. 무거워.”장혁이 코웃음을 쳤다.“얘 40킬로밖에 안 돼.”“몸무게까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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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내가 모르는 스무 해

“나 왔어.”현관문이 열리자 기태가 소파에서 고개를 들었다.시계는 아홉 시 십칠 분.“생각보다 일찍 왔네?”“일곱 시쯤 출발했거든.”로로가 신발을 벗다가 휘청했다.“어어.”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취했어?”“안 취했어.”“그 말을 하는 사람이 왜 벽을 잡아?”“벽이 먼저 나한테 왔어.”“많이 마셨네.”기태가 웃으며 로로의 가방을 받아 들었다.“재밌었어?”“응. 재밌었어.”로로는 거실로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엎어졌다.“아, 힘들어.”“씻고 누워.”“5분만.”“지난번에도 5분만 하고 여기서 잤잖아.”“오늘은 진짜야.”기태가 물 한 잔을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마셔.”“역시 내 남친.”로로가 몸을 일으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오늘 소고기도 먹었어.”“그 얘기부터 하네.”“중요하니까.”“맛있었어?”“완전.”로로가 신나서 몸을 돌렸다.“혁이가 비싼 거 사 왔더라.”기태의 손이 잠깐 멈췄다.“장혁이?”“응. 내가 소고기 아니면 안 간다고 했거든.”“그래서 사 왔어?”“응.”로로가 낄낄 웃었다.“걔 은근 말 잘 들어.”“그래?”“맨날 욕하면서 다 해줘.”기태가 웃었다.“좋은 친구네.”“오래됐으니까.”로로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이어갔다.“아, 그리고 나 오는 길에 완전 뻗었나 봐.”“차에서?”“응. 기억이 없어.”“술 많이 마신 거 맞네.”“아니라니까.”로로가 인상을 쓰다가 문득 말했다.“아.”“왜?”“나 혁이한테 업혔나 봐.”기태의 표정이 멈췄다.“……업혔다고?”“응.”“장혁한테?”“그런 것 같아.”로로는 너무 태연했다.“캠핑장에서 차까지. 내가 업어달라고 했나?”“기억 안 나?”“응.”“그럼 어떻게 알아?”“등에 뭐가 닿았던 느낌은 나.”로로가 자기 팔을 내려다봤다.“그리고 혁이가 아까 집 앞에서 업혀왔다고 뭐라 했어.”기태는 잠시 말이 없었다.로로가 그를 쳐다봤다.“왜?”“아니.”기태가 웃었다.“그 친구랑은 원래 그래?”“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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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어? 한기태?

월요일 오전 아홉 시.디자인실 회의실에 1팀과 2팀 직원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스크린에는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의 콘셉트 이미지가 떠 있었다.로로는 팔짱을 낀 채 화면을 바라봤다.“이번 프로젝트는 1팀과 2팀 공동 진행입니다.”실장의 말에 여기저기서 작은 탄식이 터졌다.일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뜻이었다.“1팀 한로로 팀장, 2팀 한기태 팀장이 공동 총괄해주세요.”“네.”“알겠습니다.”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눈도 마주치지 않았다.민지가 옆에서 작게 중얼거렸다.“팀장님, 한 팀장님이랑 붙으셨네요.”“그러게.”“안 불편하세요?”“왜?”“두 분 안 친하시잖아요.”로로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안 친하기는.오늘 아침에도 기태가 만들어준 계란말이를 뺏어 먹다가 싸우고 나온 사이였다.“일하는 데 친할 필요 있어?”“역시 프로…….”민지가 감탄했다.회의실 반대편.기태가 서류를 넘기다 슬쩍 로로를 봤다.로로도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눈이 마주쳤다.딱 1초.로로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보지 마.’기태가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료를 봤다.“한 팀장님.”오후 세 시.기태가 로로의 자리로 왔다.“네, 한 팀장님.”“이 부분 확인 부탁드립니다.”“잠시만요.”로로가 모니터를 확인했다.“메인 스톤 크기를 0.2 줄이는 게 좋겠어요. 지금은 서브가 너무 죽어요.”“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그럼 수정해서 샘플 먼저 볼까요?”“네.”둘의 대화는 완벽하게 업무적이었다.기태가 돌아서려던 순간.로로가 아주 작게 말했다.“오늘 저녁 뭐 먹어?”기태의 발이 멈췄다.뒤에 있던 직원들은 듣지 못했다.그가 서류를 정리하는 척하며 대답했다.“김치찌개.”“고기는?”“많이.”“오케이.”기태가 피식 웃었다.“퇴근하고 봐.”“잘부탁드려요 한 팀장님.”“알겠습니다, 한 팀장님.”그가 돌아갔다.로로는 만족스럽게 다시 모니터를 봤다.오후 다섯 시 사십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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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우리 집

“그러니까 얘가…….”로로가 잠시 말을 골랐다.승철은 여전히 기태를 반가운 얼굴로 보고 있었고, 장혁은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로로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 남친.”“……뭐?”승철의 표정이 멈췄다.“얘가 내가 3년 만났다는 사람이라고.”정적.승철이 기태를 봤다.다시 로로를 봤다.그리고 또 기태를 봤다.“……한기태가?”“응.”“네 남친이라고?”“그렇다니까.”“미친년아!”승철의 목소리가 카페를 울렸다.주변 사람들이 쳐다봤다.“목소리 낮춰, 씨발.”“낮추게 생겼냐?”승철이 기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야! 얘 나랑 고등학교 동창이라고!”“아까 들었어.”“그런데 네 남친이라고?”“그래.”“언제부터?”“3년 전부터.”승철이 이마를 짚었다.“와, 씨발.”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잠깐.”불길한 표정이었다.“너 같이 산다는 새끼도…….”로로가 기태를 가리켰다.“얘.”“씨발!”두 번째 고함이었다.로로가 귀를 막았다.“아, 쪽팔려!”“이걸 3년 동안 말을 안 했다고?”“숨긴 적 없어.”“이름을 안 말했잖아!”“네가 안 물어봤잖아.”“남친 이름을 취조해야 말해주냐?”“뭘 그렇게까지 놀라.”“네 남친이 고등학교 동창인데 안 놀라?”승철이 기태를 쳐다봤다.“너도 몰랐어?”기태가 웃었다.“로로 친구 중에 박승철 있다는 건 알았는데 네가 그 박승철인 줄은 몰랐지.”“와…….”승철이 헛웃음을 흘렸다.“세상 존나 좁네.”그때까지 장혁은 아무 말이 없었다.한기태.막연하게만 존재하던 남자.로로의 휴대폰 너머에 있던 사람.늦으면 연락하고.집에서 기다리고.토요일 약속을 잡아놓고.매일 밤 로로와 같은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그 사람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장혁이 입을 열었다.“……너였냐?”로로가 눈을 깜빡였다.기태는 장혁을 바라봤다.“응.”그리고 살짝 웃었다.“네가 장혁이구나.”장혁의 눈썹이 움직였다.“내 얘기 들었어?”“많이.”“무슨 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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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원래 그렇게 잘해줘?

철컥.현관문이 닫혔다.로로는 문 앞에 서서 잠시 귀를 기울였다.복도에서 승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야, 엘리베이터 잡아!”곧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갔네.”로로가 몸을 돌렸다.기태는 식탁 위에 남은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놔둬. 내가 할게.”“손님 불러놓고 네가 왜 해.”“내 친구들이잖아.”“승철이는 내 동창이기도 하고.”“졸업하고 처음 봤다며.”“그래도 동창은 동창이지.”로로가 웃으며 소매를 걷었다.“그럼 같이 해.”“피곤하지 않아?”“이 정도는 괜찮아.”두 사람은 나란히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로로가 음식물을 정리하고 기태가 설거지를 시작했다.“근데 진짜 신기하다.”“뭐가?”“너랑 승철이.”로로가 기태 옆에 붙어 섰다.“고등학교 동창이었다니.”“나도 놀랐어.”“같은 반까지 했잖아.”“2학년 때만.”“승철이 공부 잘했어?”기태가 잠깐 생각했다.“잘했지.”“걔가?”“왜 그렇게 놀라?”“맨날 민원인 욕만 하길래.”기태가 웃었다.“학교에서는 지금보다 조용했어.”“박승철이 조용했다고?”로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아는 승철이 맞아?”“너희랑 있을 때랑 달랐겠지.”“그런가?”기태가 접시를 씻어 건조대에 올렸다.“나도 조금 신기하긴 하더라.”“뭐가?”“너.”“나?”“응.”기태가 물을 잠갔다.“친구들이랑 있을 때.”로로가 눈을 깜빡였다.“내가 왜?”“말도 훨씬 거칠고.”“아.”로로가 웃었다.“걔들한테는 원래 그래.”“나한테는 안 그러잖아.”“너한테 내가 왜 그래.”너무 당연하다는 대답이었다.기태가 피식 웃었다.“차별하네.”“좋은 차별이지.”로로가 그의 팔에 매달렸다.“남자친구한테 예쁘게 말해주는 거잖아.”“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네.”“그렇지?”기태가 젖은 손으로 로로의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차가워!”“붙어 있지 마. 옷 젖어.”“싫어.”“조금만 떨어져 있어.”“싫은데.”기태가 웃으며 다시 설거지를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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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괜찮은 놈이라서

“괜찮은 놈이네.”엘리베이터 숫자가 천천히 내려갔다.장혁은 층수 표시만 바라봤다.옆에 서 있던 승철이 다시 말했다.“기태 말이야.”“안 물어봤는데.”“알아.”“그럼 닥쳐.”“고등학교 때도 나쁜 놈은 아니었어.”장혁이 고개를 돌렸다.“박승철.”“왜.”“안 궁금하다고.”승철이 피식 웃었다.“그래. 존나 안 궁금해 보인다.”띵.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장혁이 먼저 내렸다.“타.”“집까지?”“싫으면 걸어가.”“감사합니다, 장기사님.”승철이 냉큼 조수석에 올라탔다.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왔다.잠시 조용했다.그러나 장혁의 머릿속은 조용하지 않았다.현관에 섞여 있던 신발.소파 위 로로의 담요.테이블 위 머리끈.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그리고.‘앞접시 어디 있어?’‘두 번째 서랍.’‘내 맥주는?’‘네가 어제 다 먹었잖아.’별것도 아닌 대화.그게 자꾸 생각났다.장혁이 혀끝으로 볼 안쪽을 눌렀다.“씨발.”승철이 바로 돌아봤다.“왜?”“앞차 존나 느려.”승철이 앞을 봤다.“58인데?”“그래서.”“여기 제한속도 60이야.”“느리다고.”“아.”승철이 고개를 끄덕였다.“앞차 때문이구나.”“내릴래?”“조용히 가겠습니다.”입은 닫았지만 승철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다음 날 오후.장혁은 타투샵 작업대 앞에 앉아 도안을 수정하고 있었다.“사장님.”“어.”직원이 태블릿을 내밀었다.“여기 라인 이 정도면 괜찮아요?”장혁이 화면을 확인했다.“조금 더 얇게. 밑에는 살리고.”“네.”직원이 돌아갔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한로로]― 야.장혁은 무시했다.잠시 후.― 야 장혁.또.― 뒤졌냐?장혁이 한숨을 쉬며 답장했다.― 왜답장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왔다.― 오늘 7시에 감― 오지 마― 갈 건데― 왜 물어봤냐― 안 물어봤는데?장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년― 커피 사감♡― 아아― 알아 새끼야장혁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옆에서 정리하던 직원이 슬쩍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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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다들 너희 둘인 줄 알았어

“야! 한로로!”식당 문을 열자마자 누군가 소리쳤다.로로가 움찔했다.“누구야?”“나 몰라?”“……누군데?”“미친, 정민수잖아!”로로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뒤에 있던 장혁을 돌아봤다.“쟤 정민수 맞아?”“몰라.”“넌 기억 안 나?”“남자 새끼 얼굴을 내가 왜 기억해.”옆에 있던 승철이 한숨을 쉬었다.“둘 다 기억력 처참하네.”“박승철!”이번엔 다른 쪽에서 고함이 터졌다.“와! 장혁도 왔네!”“쟤는 왜 늙어도 무섭게 생겼냐?”“한로로는 그대로네!”“야, 쟤 옛날에도 존나 작았잖아.”로로의 표정이 굳었다.“누가 작대?”순식간에 테이블이 웃음바다가 됐다.스무 해 만의 중학교 동창회.교복을 입고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어느새 서른넷이 되어 있었다.누군가는 결혼했고.누군가는 아이가 둘이었고.누군가는 벌써 이혼했다.그런데도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같은 테이블에 붙어 앉았다.“근데 너희 셋은 아직도 붙어 다녀?”“어.”승철이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지긋지긋하게.”로로가 고기를 집었다.“박승철, 입 닥치고 이거나 구워.”“내가 네 종이냐?”“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지.”“씨발, 퇴근했다.”장혁이 익은 고기를 로로 앞에 툭 내려놨다.“처먹어.”“역시 장혁밖에 없다.”“내가 구웠는데?”승철이 황당해했다.“네가 늦게 줬잖아.”“미친.”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 동창이 웃음을 터뜨렸다.“와, 진짜 하나도 안 변했다.”“뭐가?”“너희 셋.”그러더니 장혁을 가리켰다.“특히 장혁. 너 아직도 로로 밥 챙겨주네?”장혁의 젓가락이 잠깐 멈췄다.“얘 안 챙기면 남의 것까지 처먹어.”“야.”“틀린 말 했냐?”로로가 장혁의 고기를 빼앗아 먹었다.“그러니까 계속 챙겨.”“돼지.”“뭐.”여자 동창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진짜 그대로다.”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였다.“한로로?”낯익은 목소리에 로로가 돌아봤다.한 남자가 서 있었다.“……누구?”남자의 표정이 허탈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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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넷이 됐네

“한 팀장님.”오전 열한 시.회의실 문이 열리자 로로가 고개를 들었다.기태가 서류철을 들고 들어왔다.“2팀 수정안입니다.”“벌써 끝났어요?”“네. 확인 부탁드립니다.”“놓고 가세요.”“네.”짧고 건조한 대화.기태는 서류를 내려놓고 그대로 회의실을 나갔다.민지가 그 뒷모습을 보다가 작게 감탄했다.“진짜 신기해요.”로로가 서류를 넘기며 물었다.“뭐가?”“두 분이요.”“우리가 왜?”“같이 프로젝트 하는데도 사적인 얘기 한마디도 안 하시잖아요.”로로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회사에서 사적인 얘기를 왜 해.”“그렇긴 한데…….”민지가 목소리를 낮췄다.“한 팀장님 진짜 철벽이잖아요.”“누가?”“2팀 한 팀장님이요.”로로가 웃음을 참았다.오늘 아침 자신이 양말을 못 찾는다고 침실을 뒤집어놓자 양말을 직접 찾아 신겨준 남자가 저 철벽남이었다.“그래?”“네. 지수 씨가 어제 또 커피 줬는데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끝.”“커피 받았으면 감사하다고 해야지.”“팀장님은 진짜 관심 없으세요?”“남의 연애에?”“네.”“응.”민지가 존경스럽다는 듯 바라봤다.“저는 남자친구한테 여자 붙으면 신경 쓰일 것 같은데.”로로가 수정안에 체크 표시를 했다.“사람 마음까지 어떻게 막아.”“그래도요.”“내 남자가 흔들리는지만 보면 되지.”민지가 눈을 깜빡였다.로로는 아무렇지 않게 다음 장을 넘겼다.“안 흔들리면 끝이잖아.”점심시간.휴대폰이 울렸다.[한기태]― 점심 먹었어?로로가 답했다.― 지금 먹으러 가려고― 또 라면 먹지 말고 밥 먹어― 어떻게 알았어?― 3년 만났는데 모르겠어?로로가 피식 웃었다.― 알겠어 엄마― 엄마 아니고 남친― 넵♡곧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그리고 승철이한테 연락 왔어로로의 눈이 커졌다.― 왜?―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되냐고― 둘이 벌써 연락해?― 어제부터로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고등학교 졸업 후 연락 한번 없던 두 사람이 재회한 지 며칠 만에 자신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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