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문 열어.” 일요일 오전 열한 시. 인터폰을 확인한 장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비밀번호 알잖아.” ― 바꿨잖아, 개새끼야! “그걸 아직도 모르냐?” ― 알려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 장혁이 문을 열었다. 잠시 후 로로가 반찬통이 든 봉투를 양손에 들고 들어왔다. “받아.” “뭔데.” “승철이 엄마가 너 갖다주래.” “박승철은?” “주차.” 로로는 제집처럼 신발을 벗었다.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 문부터 열었다. “야!” “왜.” “김치 그대로잖아!” “그래서?” “먹으라고 준 걸 왜 안 처먹어!” “네가 뭔 상관이야.” “승철이 엄마가 나한테 잔소리한다고!” “그건 네 사정이고.” “씨발, 진짜.”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아, 존나 멀리 댔네.” 승철이었다. 로로가 냉장고를 가리켰다. “야. 엄마가 준 김치 저 새끼 하나도 안 먹었어.” “장혁 이 개새끼가.” “둘 다 꺼져.” 순식간에 집이 시끄러워졌다. “너 어제 기태 부모님 만났다며? 승철의 말에 장혁의 젓가락이 멈췄다. “뭐?” “응.” 로로는 아무렇지 않게 김치찌개 속 고기를 찾았다. “좋으시더라.” “결혼 얘기도 했어?” 장혁이 물었다. “부모님이 하셨지.” “그래서?” “싫다고 했어.” 장혁이 로로를 바라봤다. “부모님 앞에서?” “그럼 거짓말해?” “한기태는?” “자기는 하고 싶대. 나랑.” 장혁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로로는 보지 못했다. “근데 내가 싫은 거 아니까 더 얘기 안 했어.” 승철이 밥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넌 진짜 결혼 안 할 것 같긴 하다.” “왜.” “이미 가족 있잖아.” “뭔 가족.” 승철이 장혁과 자신을 가리켰다. “우리.” 로로가 피식 웃었다. “지랄.” “중학교 때 가족신문에 우리 사진 붙인 년이 누구였는데.” “그건 스무 살도 더 된 얘기잖아.” 장혁이 툭 말했다. “지금도 똑같지.” 로로가 장혁을 봤다. “뭐가.” “우리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7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