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Capítulo 31 - Capítul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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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언젠가는

“결혼합니다.”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디자인실 한가운데서 갑자기 박수가 터졌다.로로가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뭐야?”민지가 신나서 달려왔다.“팀장님, 최 대리님 결혼한대요!”“아.”로로는 다시 모니터를 봤다.“축하할 일이네.”“반응이 왜 이렇게 심드렁하세요?”“내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뭐.”“청첩장 받으세요.”민지가 책상 위에 봉투 하나를 내려놨다.로로가 펼쳐봤다.단정한 웨딩사진.서로 마주 보며 웃는 두 사람.“오.”“예쁘죠?”“드레스 예쁘네.”“신부 말고요?”“신부도 예쁘고.”로로가 청첩장을 덮었다.“밥 맛있는 데서 하나?”“팀장님!”민지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맞은편 2팀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최 대리가 기태에게 청첩장을 건네고 있었다.“한 팀장님도 꼭 오세요.”“축하드립니다.”“팀장님은 언제 하세요?”기태가 웃었다.“글쎄요.”“여자친구 있으시다면서요.”회식 이후 회사에는 기태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퍼져 있었다.“오래 만나셨어요?”기태의 시선이 아주 잠깐 건너편으로 향했다.로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민지와 청첩장을 보고 있었다.“3년 정도요.”“와. 그럼 슬슬 하셔야겠네.”기태가 대답하지 않았다.슬슬.그 말이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한 팀장님.”오후 회의를 마치고 로로가 기태를 불렀다.“이거 2팀 자료.”“감사합니다.”서류를 받는 손끝이 잠깐 스쳤다.둘 다 아무렇지도 않게 떨어졌다.그런데 로로가 돌아서려는 순간 기태가 불렀다.“한 팀장님.”“네?”“토요일에 최 대리 결혼식 가십니까?”“갈 건데요.”“저도 갑니다.”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그래서요?”“별말 아닙니다.”지나가던 직원이 사라지자 로로가 작게 말했다.“왜 이렇게 수상하게 말해.”기태도 목소리를 낮췄다.“같이 가자고.”“각자 가.”“왜?”“회사 사람들이 보잖아.”“식장 가는 것까지 따로 가야 돼?”“당연하지.”“같은 회사 직원 결혼식인데?”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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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오늘은 안 들어가

“우리 이제 그만 숨기면 안 돼?”로로의 젓가락이 멈췄다.저녁 식탁이었다.기태가 끓인 된장찌개에서는 아직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뭘?”“우리 연애하는 거.”로로가 기태를 바라봤다.“갑자기?”“갑자기는 아니야.”기태가 물컵을 내려놓았다.“나 계속 생각했어.”“왜?”“그냥…… 굳이 숨겨야 하나 싶어서.”로로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회사에서 연애하는 거 알려져서 좋을 게 뭐가 있어.”“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잖아.”“나는 싫어.”단호한 대답이었다.기태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왜 그렇게까지 싫어?”“말했잖아. 일할 때는 일만 하고 싶다고.”“우리 사귄다고 알려지면 네가 일을 못 해?”“그게 아니잖아.”로로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내가 뭘 잘해도 네 여자친구라서 도움받았다고 할 수도 있고, 네가 나한테 뭐 하나 해주면 또 말 나와.”“난 그런 거 신경 안 써.”“나는 써.”기태의 눈이 흔들렸다.“그러니까 결국 네가 싫다는 거네.”“응.”“내가 네 남자친구인 걸 사람들이 아는 게?”로로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말을 왜 그렇게 해?”“그렇게 들리니까.”“회사에서 공개하기 싫은 거랑 너를 남자친구라고 인정하기 싫은 게 같아?”“회사 밖에서도 숨기잖아.”“뭐?”“결혼식에서도 그랬고.”로로가 헛웃음을 흘렸다.“회사 사람들 있었잖아.”“그러니까.”기태의 목소리도 조금씩 굳었다.“나는 언제까지 네 남자친구인데 남들 앞에서는 아닌 척해야 돼?”“한기태.”“3년이야, 로로야.”“그래서?”그 한마디에 기태가 멈췄다.로로도 말하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그래서?”“그런 뜻이 아니라.”“됐어.”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로로도 욱해서 따라 일어났다.“너 지금 왜 이래?”“나도 모르겠다.”“그럼 생각 정리하고 말해.”“넌 항상 그렇게 간단하지.”“뭐가?”“같이 살면 됐고. 좋아하면 됐고. 굳이 결혼할 필요 없고. 굳이 공개할 필요 없고.”기태가 로로를 바라봤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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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사과할 건 사과할게

“한 팀장님.”“네.”“수정 도면입니다.”“확인하겠습니다.”기태가 돌아섰다.로로는 서류를 받아놓고 한참 같은 페이지만 바라봤다.평소라면 메신저 하나쯤 왔을 시간이었다.[점심 먹었어?][속 괜찮아?]그런데 오늘은 아무것도 없었다.“팀장님.”민지가 슬쩍 다가왔다.“왜.”“한기태 팀장님이랑 싸우셨어요?”로로가 눈을 치켜떴다.“내가 쟤랑 왜 싸워.”“오늘 유난히 더 안 친해 보여서요.”“원래 안 친해.”민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갔다.로로는 한숨을 삼켰다.이래서 공개하기 싫었다.아무 사이인 줄 모르는데도 저렇게 눈치를 챈다.연애 사실까지 알려지면 자신은 더 이상 디자인 1팀장 한로로로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그건 싫었다.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로로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몇 시에 끝나?]한참 뒤.[6시.][같이 갈래?]다시 긴 침묵.[그래.]로로가 입술을 삐죽였다.“쪼잔하기는.”그래도 답이 왔다는 사실에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퇴근 후.두 사람은 말없이 차에 탔다.십 분쯤 지났을 때 로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미안해.”기태의 손이 핸들 위에서 멈칫했다.“뭐가.”“전화 끈 거.”침묵.“그건 내가 잘못했어. 화났다고 연락까지 끊으면 안 됐어.”“……응.”“다시는 안 그럴게.”기태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나도 미안해.”로로가 그를 봤다.“네가 싫다는데 계속 몰아붙인 거.”“근데.”로로가 덧붙였다.“비밀연애는 계속하고 싶어.”기태가 씁쓸하게 웃었다.“그건 안 바뀌네.”“사과할 거랑 내 생각은 다른 문제니까.”“알아.”신호가 바뀌었다.잠시 후 기태가 물었다.“어제 어디 있었어?”“혁이네.”“……장혁?”“처음엔 샵에서 승철이까지 셋이 마셨어. 승철이 먼저 가고, 나 취해서 혁이 집에서 잤어.”기태의 손가락이 핸들을 조금 세게 쥐었다.“둘이?”“나중에는.”기태가 조용해졌다.“왜. 이상한 생각 해?”“그런 거 아니야.”“혁이잖아.”“알아.”기태가 차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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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있다고는 말했잖아

“팀장님.”“왜.”“소개팅 안 하실래요?”로로의 손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뭐?”점심시간.민지가 의자를 끌고 로로 옆으로 붙었다.“제 남자친구 회사 선배인데요. 서른여섯, 키도 크고—”“싫어.”“사진이라도 보세요.”“안 봐.”“왜요?”“귀찮아.”민지가 입술을 삐죽였다.“팀장님 맨날 결혼 안 한다고 하시잖아요.”“결혼 안 하는 거랑 소개팅이 무슨 상관이야.”“그럼 연애는 하세요?”로로가 대답하려다 멈췄다.건너편 2팀 자리.기태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못 들었겠지.“팀장님?”로로가 다시 화면을 봤다.“해.”“네?”“연애한다고.”민지의 눈이 커졌다.“진짜요?”목소리가 너무 컸다.주변 직원 몇 명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로로가 인상을 썼다.“야. 동네방네 방송해라.”“아니, 팀장님이 남자친구 있다고요?”“응.”“언제부터요?”“좀 됐어.”“얼마나요?”“삼 년.”“삼 년이요?!”이번에는 옆자리 직원까지 돌아봤다.“한 팀장님 남자친구 있었어요?”로로가 이마를 짚었다.“씨…….”회사라는 걸 떠올리고 가까스로 삼켰다.“있어요.”“왜 아무도 몰랐지?”“말 안 했으니까요.”“사진 보여주세요!”“싫어.”“무슨 일 해요?”“비밀.”“몇 살이에요?”“비밀.”“잘생겼어요?”로로가 잠깐 고민했다.건너편에서 기태의 손이 멈췄다.“……많이.”로로가 입꼬리를 올렸다.“내눈에는”직원들이 야유했다.기태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오후 회의가 끝난 뒤.로로가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기태가 들어왔다.둘뿐이었다.기태가 아무렇지도 않게 컵을 꺼냈다.“잘생겼다며.”로로가 피식 웃었다.“들었어?”“삼 년 만나는 남자도 있다던데.”“있지.”“누군데?”로로가 기태를 위아래로 훑었다.“글쎄.”“한로로.”“회사.”기태가 헛웃음을 흘렸다.“지금 아무도 없잖아.”“그래도 회사야.”기태가 가까이 다가오자 로로가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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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원래 그랬으니까

“형.”“왜.”“여기 여자 머리끈 있는데요?”장혁의 손이 멈췄다.타투샵 직원이 소파 틈에서 검은 머리끈 하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버릴까요?”“놔둬.”“형 거예요?”“내가 머리를 묶겠냐?”직원이 장혁의 울프컷을 한번 봤다.“묶으려면 묶을 수도—”“뒤질래?”“죄송합니다.”머리끈이 카운터 위에 놓였다.장혁은 잠시 그것을 바라봤다.한로로 거였다.그날 술 처먹고 소파에 드러누워 머리가 걸리적거린다며 풀어 던진 것.‘나 오늘 여기서 자도 돼?’결국 자기 집까지 데려가 재우고.아침까지 먹여 회사로 보냈다.그 뒤로 연락은 없었다.정확히는—평소만큼 있었다.[야 내 머리끈 못 봤냐]장혁이 피식 웃었다.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있어.]곧바로 답이 왔다.[버리지 마 내 최애임][천 원짜리가 뭔 최애야][내가 좋아하면 최애지][사.][싫어 니가 갖고 있어]장혁은 화면을 보다가 머리끈을 집었다.그리고 카운터 서랍에 넣었다.별 의미는 없었다.그냥.또 잃어버릴 테니까.“근데 걔 그날 집에 안 들어갔다며.”저녁.승철이 캔맥주를 따며 물었다.“응.”“기태랑은?”“몰라.”“안 물어봤어?”“내가 왜.”승철이 장혁을 빤히 봤다.“너네 둘이 밤새 같이 있었잖아.”“같이 있긴 뭘 같이 있어. 한로로 뻗어서 잤어.”“네 집에서.”“그래서?”“아무렇지도 않았냐?”장혁이 인상을 썼다.“뭐가.”“여자잖아.”“한로로가?”“그럼 남자냐?”장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야. 쟤 우리 집에서 처음 잔 줄 알아?”승철이 입을 다물었다.사실 처음이 아니었다.스무 살 때도 있었다.셋이 술을 마시다 로로가 막차를 놓쳐 장혁 집에서 잤고.스물넷에는 셋이 여행 갔다가 방이 하나뿐이라 바닥에 널브러져 잤다.스물일곱에는 로로가 독감에 걸려 혼자 끙끙대자 장혁과 승철이 번갈아 죽을 사다 날랐다.그들에게는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원래 그랬으니까.“그래.”승철이 맥주를 마셨다.“원래 그랬지.”“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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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그냥 밥 한 끼

“엄마.”로로가 냉장고 문을 열다 멈췄다.일요일 아침이었다.기태는 식탁에 앉아 전화를 받고 있었다.“응. 먹었어.”냉장고 문 뒤로 로로가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기태가 입 모양으로 물었다.‘왜?’로로가 우유를 흔들었다.‘먹을래?’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주?”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이 길게 이어졌다.기태가 로로를 한번 봤다.“글쎄. 물어봐야지.”로로가 우유를 따르다 다시 기태를 바라봤다.“응. 아직 만나.”손이 멈췄다.누구 얘긴지 바로 알았다.“삼 년 넘었지.”로로의 눈이 가늘어졌다.기태는 아무것도 모른 채 통화를 계속했다.“알았어. 물어볼게.”전화를 끊자마자 로로가 맞은편에 앉았다.“뭘 물어봐?”“어?”“방금.”기태가 잠깐 망설였다.“우리 엄마가 너 한번 보고 싶대.”로로가 빨대를 꽂다 말고 멈췄다.“나를?”“응.”“왜?”“내 여자친구니까?”너무 당연한 대답이었다.로로는 눈을 깜빡였다.“나 얘기했어?”“했지.”“언제?”“예전부터.”“뭐라고?”“여자친구 있다고.”“나랑 같이 사는 것도?”기태가 눈치를 살폈다.“……응.”“언제부터?”“같이 살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로로가 아무 말 없이 우유를 마셨다.기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기분 나빠?”“아니.”정말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다만 이상했다.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알고 있었다는 게.한기태의 여자친구.로로가 아들과 삼 년째 만나는 사람.같이 사는 사람.그 이름으로.“엄마가 다음 주에 밥 한번 먹자는데.”“둘이 먹어.”“나랑 엄마랑?”“응.”“너도 같이.”“나는 왜.”기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너 보고 싶다니까.”“사진 보내.”“한로로.”“왜.”“그냥 밥 한 끼야.”그 말에 로로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나는 아닌데.”“뭐가?”“그냥 밥 한 끼.”기태의 웃음이 사라졌다.로로가 빨대를 만지작거렸다.“부모님 만나는 거잖아.”“응.”“그게 어떻게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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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결혼은 안 해요

“이번 주에 갈까?”기태가 고개를 들었다.“어딜?”“어머니 뵈러.”손에 들고 있던 컵이 멈췄다.“진짜?”“왜. 싫어?”“아니.”기태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네가 싫다고 했잖아.”“생각해봤는데.”로로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밥 한 끼라며.”기태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응.”“그럼 밥만 먹는 거야.”“알았어.”“이상한 의미 부여하지 말고.”“안 해.”“결혼 얘기도 하지 말고.”기태가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응.”그제야 로로가 손을 내밀었다.“약속.”기태가 그 손을 잡았다.“약속.”토요일.로로는 거울 앞에서 세 번째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이상해?”“예뻐.”“아까도 그랬잖아.”“그것도 예뻤으니까.”“성의 없어.”기태가 웃으며 그녀의 재킷 깃을 정리해줬다.“긴장돼?”“아니.”“거짓말.”“시끄러워.”친구들 앞이었다면 벌써 욕부터 나왔겠지만 기태 앞에서는 입술만 삐죽였다.기태가 웃으며 로로의 손을 잡았다.“우리 부모님 좋은 분들이야.”“그게 더 부담스러워.”“왜?”로로는 대답하지 않았다.좋은 사람은—헤어질 때 더 많이 잃게 되니까.식당에 도착하자 기태의 부모님은 먼저 와 있었다.“어머.”기태의 어머니가 로로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로로 씨?”“안녕하세요.”로로가 꾸벅 인사했다.“한로로입니다.”“사진보다 훨씬 예쁘네.”로로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사진?”기태가 시선을 피했다.“한기태.”“한 장.”“언제?”“예전에.”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렸다.“기태가 로로 씨 얘기 많이 했어요.”“……많이요?”“엄청.”이번에는 아버지까지 거들었다.“말 없는 놈이 여자친구 얘기는 잘하더라고.”로로가 옆을 흘겨봤다.기태의 귀가 붉어졌다.“밥 먹자.”“부끄러워?”로로가 작게 묻자 기태가 물잔을 밀어줬다.“물이나 마셔.”긴장했던 것과 달리 식사는 편안했다.어머니는 회사 이야기를 물었고, 아버지는 로로가 세공 디자이너라는 말에 흥미를 보였다.“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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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가족 같은 거

“야, 문 열어.” 일요일 오전 열한 시. 인터폰을 확인한 장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비밀번호 알잖아.” ― 바꿨잖아, 개새끼야! “그걸 아직도 모르냐?” ― 알려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 장혁이 문을 열었다. 잠시 후 로로가 반찬통이 든 봉투를 양손에 들고 들어왔다. “받아.” “뭔데.” “승철이 엄마가 너 갖다주래.” “박승철은?” “주차.” 로로는 제집처럼 신발을 벗었다.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 문부터 열었다. “야!” “왜.” “김치 그대로잖아!” “그래서?” “먹으라고 준 걸 왜 안 처먹어!” “네가 뭔 상관이야.” “승철이 엄마가 나한테 잔소리한다고!” “그건 네 사정이고.” “씨발, 진짜.”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아, 존나 멀리 댔네.” 승철이었다. 로로가 냉장고를 가리켰다. “야. 엄마가 준 김치 저 새끼 하나도 안 먹었어.” “장혁 이 개새끼가.” “둘 다 꺼져.” 순식간에 집이 시끄러워졌다. “너 어제 기태 부모님 만났다며? 승철의 말에 장혁의 젓가락이 멈췄다. “뭐?” “응.” 로로는 아무렇지 않게 김치찌개 속 고기를 찾았다. “좋으시더라.” “결혼 얘기도 했어?” 장혁이 물었다. “부모님이 하셨지.” “그래서?” “싫다고 했어.” 장혁이 로로를 바라봤다. “부모님 앞에서?” “그럼 거짓말해?” “한기태는?” “자기는 하고 싶대. 나랑.” 장혁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로로는 보지 못했다. “근데 내가 싫은 거 아니까 더 얘기 안 했어.” 승철이 밥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넌 진짜 결혼 안 할 것 같긴 하다.” “왜.” “이미 가족 있잖아.” “뭔 가족.” 승철이 장혁과 자신을 가리켰다. “우리.” 로로가 피식 웃었다. “지랄.” “중학교 때 가족신문에 우리 사진 붙인 년이 누구였는데.” “그건 스무 살도 더 된 얘기잖아.” 장혁이 툭 말했다. “지금도 똑같지.” 로로가 장혁을 봤다. “뭐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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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우리가 살 집

“이거 봐.”아침부터 식빵을 입에 물고 있던 로로 앞으로 기태가 휴대폰을 내밀었다.“뭔데.”“집.”로로가 화면을 넘겼다.넓은 거실, 방 세 개, 지금보다 큰 주방.그러다 손가락이 멈췄다.“오.”“괜찮지?”“이 방 크다.”“네 작업실 하면 되겠다 싶어서.”로로가 고개를 들었다.“같이 써.”“나랑?”“응. 반은 내 작업실, 반은 네 게임방.”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진짜?”“너 게임방 갖고 싶다며.”“그걸 기억했어?”“내가 네 말을 왜 못 기억해.”기태는 웃었지만 로로는 이미 다른 사진을 보고 있었다.“회사까지는?”“차로 이십 분.”“얼마야?”보증금과 월세를 듣더니 잠깐 계산했다.“할 만한데?”“오늘 보러 갈래?”“예약했어?”“응.”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내가 싫다고 하면?”“밥 먹으러 가려고 했지.”“준비성 봐.”로로가 식빵을 마저 입에 넣었다.“가자.”“여기가 거실이고요.”중개인이 창문을 열었다.햇빛이 쏟아졌다.로로는 들어오자마자 바빴다.“기태야. 소파 여기.”“응.”“TV는 저쪽.”“응.”“식탁은 지금 거 가져오고.”“응.”“근데 소파는 바꾸자.”“지난번에 샀잖아.”“이 집에는 그게 작아.”기태가 웃었다.“벌써 네 집이야?”“마음에 들면 우리 집이지.”기태의 시선이 로로에게 잠시 머물렀다.로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여기!”사진에서 봤던 큰 방이었다.로로가 한쪽 벽을 가리켰다.“여기 내 작업대.”반대쪽을 가리켰다.“여기 네 컴퓨터.”“컴퓨터 두 대 놔도 돼?”“두 대?”“하나는 게임용이고 하나는—”“눈은 두 갠데?”“그런 문제가 아니야.”“몰라. 네 자리 안에서 알아서 해.”로로가 허공에 선을 그었다.“여기부터 내 땅.”“너무 넓잖아.”“나는 장비가 많잖아.”“나는 모니터 세 갠데?”“그러니까 눈 두 개로 세 개를 왜 보냐고.”“한로로.”“왜.”“게임을 모르면 가만히 있어.”로로가 기태의 신발을 툭 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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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이름이 꼭 필요해?

“여기.”로로가 태블릿을 기태 앞으로 밀었다.“이게 뭐야?”“우리 취미방.”엉성한 사각형 안에 책상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여기 내 작업대. 이쪽 네 컴퓨터.”“내 자리 왜 이렇게 작아?”“모니터 세 개 처넣는다며.”“그러니까 더 커야지.”“싫어.”기태가 평소처럼 웃었다.“같이 쓰자며.”“같이 쓰는 거랑 반반은 다르지.”“양아치네.”“대신 수납장은 같이 써.”로로는 신이 나서 화면을 넘겼다.“그리고 소파는 이거 어때?”평범한 저녁이었다.같이 살 새집을 이야기하고,같이 쓸 방을 꾸미고,새 가구를 골랐다.“아.”로로가 문득 말했다.“엄마가 다음에 너 데리고 오래.”기태가 마시던 물을 내려놓았다.“누구?”“장혁이 엄마.”손끝이 잠시 멈췄다.“나를?”“응. 아빠도 술 좋아하니까 너랑 잘 맞을걸?”로로는 아무렇지 않았다.“다음에 같이 가자.”기태가 물컵을 만지작거렸다.“로로야.”“응?”“너 장혁 부모님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해?”“갑자기?”“그냥.”로로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응.”“승철 부모님도?”“그렇지.”기태가 희미하게 웃었다.“부모가 많네.”“나 부모 없잖아.”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 말에 기태의 웃음이 사라졌다.로로는 태블릿만 보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라고 했어. 다들 나 엄청 예뻐해줬고.”기태가 손을 뻗었다.평소라면 로로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을 것이다.손이 허공에서 잠시 멈췄다.그리고 물컵으로 향했다.“나는?”“뭐가?”“나는 네 가족이야?”로로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왜 갑자기 이런 걸 물어?”“대답하기 어려워?”“같이 사는 사람이니까 가족 같은 거지.”“가족 같은 거.”기태가 작게 되뇌었다.“가족은 아니고?”“꼭 그렇게 구분해야 해?”기태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커피 마실래?”“응.”평소처럼 로로 것은 우유를 많이 넣었다.설탕은 넣지 않았다.컵도 로로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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