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By:  서담Updated jus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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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였던 열다섯살 한로로에게 가족 같은 친구가 되어준 장혁과 박승철. 스무 해가 지나도 세 사람의 우정은 변함없다. 결혼을 믿지 않는 로로와 혁은 서로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관계를 시작하지만, 오래 숨겨온 혁의 사랑이 그 약속을 흔든다. 그리고 로로를 향한 또 다른 남자의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면서 세 사람의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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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평생 혼자 잘 살아봐

“그러니까 민원 내용이 뭐였는데?”

한로로가 소주잔을 입술에 가져가며 물었다.

박승철은 대답 대신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건 신호였다.

시청 민원실 팀장 박승철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기 직전이라는 신호.

“가로수.”

“가로수가 왜?”

“불빛이 너무 밝대.”

로로가 눈을 깜빡였다.

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장혁도 고개를 들었다.

“가로수가 빛도 나냐?”

“가로수 옆에 있는 경관조명, 이 새끼야.”

“아.”

장혁은 관심을 잃었다는 듯 다시 잔을 들었다.

그 태평한 얼굴에 승철의 미간이 구겨졌다.

“근데 그 불빛 때문에 잠을 못 잔대. 그래서 내가 담당 부서 연결해드린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아냐?”

“뭐라는데?”

"왜 자기가 담당 부서랑 통화해야 하냐고 나보고 해결하래.”

로로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웃어?”

“미안. 계속해봐.”

“너 지금 존나 즐겁지?”

“응.”

“미친년.”

“공무원이 시민한테 미친년이라고 해도 돼?”

“퇴근했잖아.”

승철이 소주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

로로가 낄낄거리며 그의 빈 잔을 채웠다.

금요일 밤 열 시.

세 사람이 모인 곳은 술집도 로로의 집도 아니었다.

장혁이 운영하는 타투숍이었다.

영업이 끝난 숍 한쪽 테이블에는 배달시킨 닭발과 족발, 피자까지 뒤죽박죽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로로가 주문한 음식이었다.

“야, 한로로.”

장혁이 피자 상자를 내려다봤다.

“왜?”

“너 족발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

“응.”

“근데 피자는 왜 시켰어.”

“피자도 먹고 싶으니까.”

장혁의 시선이 작은 체구의 로로를 위아래로 훑었다.

158센티미터.

저 조그만 몸 어디에 음식이 들어가는지 20년을 봐도 미스터리였다.

로로가 피자 한 조각을 집으며 눈을 흘겼다.

“뭘 봐.”

“신기해서.”

“뭐가?”

“연비 존나 안 좋은 경차 같아.”

“뒤질래?”

승철이 피식 웃었다.

“경차는 연비라도 좋지.”

“박승철, 너도 뒤질래?”

로로가 피자를 내려놓았다.

두 남자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그랬다.

셋 중 가장 작은 건 로로였지만 서열까지 작은 적은 없었다.

장혁이 말없이 닭발 접시를 로로 쪽으로 밀어줬다.

“먹어.”

“안 먹어.”

“왜.”

“경차라며.”

“경차도 기름은 넣어야지.”

“이 새끼가.”

로로가 장혁의 정강이를 걷어차려던 순간이었다.

딸랑.

숍 입구의 종이 울렸다.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문으로 향했다.

“오빠.”

장서운이었다.

장혁의 여자친구.

“아직 있었네?”

반갑게 들어오던 서운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정확히는 장혁 옆에 앉아 있던 로로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로로는 입에 물고 있던 피자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또 시작이네.

서운은 로로를 싫어했다.

처음부터 그랬다.

20년 된 여자 사람 친구.

전화 한 통이면 새벽에도 나오는 여자.

장혁의 부모님과도 알고 지내고, 장혁이 무슨 음식을 싫어하는지, 술에 취하면 어떤 버릇이 있는지 자신보다 훨씬 잘 아는 여자.

여자친구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것도 이해는 했다.

그래서 로로는 굳이 서운과 부딪치지 않았다.

“나 먼저 갈까?”

로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장혁이 말했다.

“앉아.”

짧은 한마디였다.

서운의 얼굴이 더 굳었다.

“오빠.”

“왜.”

“나랑 얘기 좀 해.”

장혁이 귀찮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여기서 해.”

“둘이.”

잠깐의 침묵.

승철이 소주잔을 들며 중얼거렸다.

“나 오늘 민원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는데.”

로로가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닥쳐.”

장혁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갔다 올게.”

문이 닫혔다.

잠시 후 유리창 너머로 두 사람이 보였다.

처음에는 서운만 이야기했다.

장혁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듣고 있었다.

그러다 서운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또 결혼 얘기인가.”

승철이 중얼거렸다.

로로는 대답하지 않고 남은 피자를 베어 물었다.

“쟤 진짜 결혼 안 하려나?”

“안 한다잖아.”

“서운 씨는 하고 싶어 하잖아.”

“그러니까 둘이 알아서 하겠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로로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창밖으로 향했다.

서운이 무언가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야.”

승철이 피자를 씹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저거 심상치 않은데?”

이번에는 로로에게도 들렸다.

“결혼할 생각 없으면 나랑 왜 만나는데!”

거리까지 울릴 만큼 큰 목소리였다.

장혁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내가 처음부터 말했잖아.”

“뭘!”

“난 결혼 생각 없다고.”

“그게 언제까지인데? 우리가 몇 살인데!”

장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운의 눈가가 붉어졌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그녀가 장혁을 똑바로 바라봤다.

“나랑 결혼할 거야, 말 거야?”

긴 침묵이 흘렀다.

로로의 손에 들려 있던 피자가 어느새 멈춰 있었다.

그리고 장혁이 입을 열었다.

“안 해.”

단호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서운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어.”

“그럼 헤어져.”

장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알았어.”

로로와 승철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미친."

승철이 중얼거렸다.

밖에서는 서운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알았다고?”

“네가 헤어지자며.”

“장혁, 너 진짜…….”

서운의 입술이 떨렸다.

한동안 장혁을 노려보던 그녀가 결국 돌아섰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래. 평생 혼자 잘 살아봐.”

쾅.

차 문 닫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잠시 뒤 차가 빠르게 사라졌다.

정적.

로로와 승철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딸랑.

문이 열렸다.

장혁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들어왔다.

자기 자리에 앉더니 로로 앞에 있던 소주병을 가져갔다.

쪼르륵.

술잔을 채운다.

승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야.”

“왜.”

“괜찮냐?”

장혁은 소주를 한 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너무나 담담하게 말했다.

“나 방금 헤어졌다.”

“…….”

“…….”

로로가 눈을 깜빡였다.

승철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장혁을 바라봤다.

“그걸 우리가 못 봤을 것 같냐?”

“아.”

장혁이 유리창 쪽을 한번 바라봤다.

“봤냐?”

“동네 사람도 다 봤겠다, 미친놈아.”

장혁은 별다른 반응 없이 족발 하나를 집어 먹었다.

그 태도에 승철이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넌 슬프지도 않냐?”

“뭐가.”

“여자친구랑 헤어졌잖아.”

장혁의 젓가락이 잠깐 멈췄다.

그러더니 말했다.

“결혼 안 한다는데 어쩌라고.”

로로가 턱을 괴었다.

“그러다 진짜 평생 혼자 산다?”

장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푸른 눈동자가 술기운 때문인지 유난히 맑았다.

20년.

저 얼굴을 본 시간이 벌써 그만큼이었다.

장혁이 피식 웃었다.

“뭐.”

“뭐가 뭐야.”

“너도 있잖아.”

로로가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왜 나와?”

“너도 결혼 안 한다며.”

“그거랑 뭔 상관인데?”

장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웠다.

승철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미간을 좁혔다.

“잠깐만.”

“왜.”

“뭔가 불길한데.”

로로가 웃었다.

“뭐가?”

“모르겠어.”

승철이 소주잔을 들었다.

“근데 저 새끼가 방금부터 널 보는 눈깔이 마음에 안 들어.”

“지랄한다.”

로로는 웃어넘겼다.

장혁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날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장서운의 한마디로 끝난 장혁의 연애가,

20년 동안 한 번도 이름이 바뀐 적 없던 세 사람의 관계를 뒤흔드는 시작이 될 줄은.

그리고 장혁이 그날 로로에게 했던,

‘너도 있잖아.’

그 한마디가 언젠가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되어 돌아오게 될 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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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평생 혼자 잘 살아봐
“그러니까 민원 내용이 뭐였는데?”한로로가 소주잔을 입술에 가져가며 물었다. 박승철은 대답 대신 안경을 벗었다.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건 신호였다.시청 민원실 팀장 박승철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기 직전이라는 신호.“가로수.”“가로수가 왜?”“불빛이 너무 밝대.”로로가 눈을 깜빡였다.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장혁도 고개를 들었다.“가로수가 빛도 나냐?”“가로수 옆에 있는 경관조명, 이 새끼야.”“아.”장혁은 관심을 잃었다는 듯 다시 잔을 들었다.그 태평한 얼굴에 승철의 미간이 구겨졌다.“근데 그 불빛 때문에 잠을 못 잔대. 그래서 내가 담당 부서 연결해드린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아냐?”“뭐라는데?”"왜 자기가 담당 부서랑 통화해야 하냐고 나보고 해결하래.”로로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푸흡!”“웃어?”“미안. 계속해봐.”“너 지금 존나 즐겁지?”“응.”“미친년.”“공무원이 시민한테 미친년이라고 해도 돼?”“퇴근했잖아.”승철이 소주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로로가 낄낄거리며 그의 빈 잔을 채웠다.금요일 밤 열 시.세 사람이 모인 곳은 술집도 로로의 집도 아니었다.장혁이 운영하는 타투숍이었다.영업이 끝난 숍 한쪽 테이블에는 배달시킨 닭발과 족발, 피자까지 뒤죽박죽 늘어서 있었다.대부분 로로가 주문한 음식이었다.“야, 한로로.”장혁이 피자 상자를 내려다봤다.“왜?”“너 족발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응.”“근데 피자는 왜 시켰어.”“피자도 먹고 싶으니까.”장혁의 시선이 작은 체구의 로로를 위아래로 훑었다.158센티미터.저 조그만 몸 어디에 음식이 들어가는지 20년을 봐도 미스터리였다.로로가 피자 한 조각을 집으며 눈을 흘겼다.“뭘 봐.”“신기해서.”“뭐가?”“연비 존나 안 좋은 경차 같아.”“뒤질래?”승철이 피식 웃었다.“경차는 연비라도 좋지.”“박승철, 너도 뒤질래?”로로가 피자를 내려놓았다.두 남자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중학교 2학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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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전학생 한로로
20년 전.중학교 2학년, 2학기.“야, 장혁.”“왜.”“오늘 전학생 온대.”장혁은 책상에 엎드린 채 눈도 뜨지 않았다.“그래서.”“여자래.”“그래서.”박승철의 미간이 구겨졌다.“새끼가 대화할 의지가 없네.”“잠이나 자.”“성격 존나 더러워.”“알면 꺼져.”승철은 익숙하다는 듯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장혁과 박승철은 어릴 때부터 붙어 다녔다.부모들끼리도 알고 지냈고 집도 가까웠다.학교가 바뀌어도 이상하게 같은 학교였고, 중학교까지 같은 반이 되면서 이제는 서로에게 질릴 대로 질린 사이였다.드르륵.앞문이 열렸다.담임이 들어오자 시끄럽던 교실이 조금씩 조용해졌다.그리고 선생님 뒤로 작은 여자애 하나가 따라 들어왔다.장혁은 여전히 엎드려 있었다.“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같이 생활할 친구다.”칠판에 이름 세 글자가 적혔다.한로로.“자, 인사해.”“안녕하세요.”그제야 장혁이 눈을 떴다.그리고 처음으로 한로로를 봤다.작았다.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또래 여자애들 사이에 세워놔도 유난히 작을 것 같은 체구.어깨에 닿는 머리카락이 살랑거렸다.그런데 눈이 특이했다.푸른빛이 돌았다.교실 여기저기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눈 봐.”“렌즈인가?”“예쁘다.”로로에게도 들렸을 텐데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오히려 생긋 웃었다."한로로야. 잘 부탁해.”겁먹지도 않았다.그렇다고 특별히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담임이 빈자리를 찾았다.“저기 창가 자리 비었지?”하필 장혁의 바로 앞이었다.로로가 가방을 들고 걸어왔다.장혁의 책상 옆을 지나는 순간.툭.가방에 달려 있던 작은 인형이 장혁의 책상 위로 떨어졌다.로로가 멈췄다.장혁도 인형을 내려다봤다.낡은 토끼였다.한쪽 귀가 반쯤 뜯어져 있었다.장혁이 집어 들었다.“내놔.”첫마디가 그거였다.장혁의 눈썹이 꿈틀했다.“주워줬는데?”“그러니까 줘.”“고맙다는 말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니냐?”로로가 손을 내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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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너 쟤 좋아하냐?
한로로가 전학 온 지 한 달.장혁에게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장혁.”“왜.”“내 사물함 앞에서 뭐 해?”“아무것도.”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근데 왜 내 사물함 열고 있는데?”“열려 있길래.”“내 사물함이?”“어.”“비밀번호 걸려 있는데?”“…….망할”장혁의 손에는 분홍색 편지 한 통이 들려 있었다.로로의 시선이 편지로 내려갔다.“그거 뭐야?”“쓰레기.”“쓰레기가 왜 내 사물함에 있어?”“누가 버렸나 보지.”“미친놈인가. 남의 사물함에 쓰레기를 왜 버려?”장혁이 대충 편지를 구겨 주머니에 넣었다.“내가 버려줄게.”“오.”로로가 감탄했다.“장혁.”“왜.”“너 진짜 착하다?”“닥쳐.”장혁은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갔다.복도 끝 쓰레기통 앞에 도착한 그는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다.[한로로에게.]글씨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장혁은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편지를 처박았다.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박승철이었다.“야.”장혁의 어깨가 움찔했다.“뭐.”승철이 쓰레기통을 내려다봤다.“그거 고백 편지 아니냐?”“아닌데.”“분홍색 봉투에 하트까지 그려져 있던데?”“요즘 쓰레기는 예쁘게 나오나 보지.”승철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너 미친 새끼야?”“왜.”“남의 고백 편지를 왜 버려?”“쓸데없는 거니까.”“그걸 왜 네가 결정해?”장혁이 승철을 노려봤다.“시끄러워.”그대로 돌아서는 장혁의 뒤를 승철이 따라붙었다.“몇 번째야?”장혁의 발걸음이 멈췄다.“뭐가.”“버린 거.”“처음인데.”“구라 치지 마.”“…….”“내가 지난주에도 봤어.”장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승철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초콜릿.”“무슨 초콜릿.”“로로 책상 서랍에 있던 거 네가 먹었잖아.”“배고파서.”“편지는?”“쓰레기라서.”“그럼 그저께 사탕은?”“그건 맛없어서 버렸어.”승철의 입이 벌어졌다.“와, 이 미친 새끼.”“욕하지 마.”“네가 할 말이냐?”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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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친구라서 그런 거야
“나 고백해볼까?”한로로의 한마디가 하루 종일 장혁의 머릿속을 맴돌았다.하지 마.왜?그냥.이유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수업이 끝난 뒤에도 장혁은 책상에 엎드린 채 운동장을 바라봤다.축구부 연습이 한창이었다.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새끼가 하나 있었다.축구부 주장 김태우.“야.”박승철이 가방을 메며 장혁의 책상을 툭 쳤다.“안 가?”“먼저 가.”“왜.”“볼일 있어.”승철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곧이어 다시 장혁에게 돌아왔다.“설마.”“뭐.”“아니다.”승철이 피식 웃었다.“사고만 치지 마라.”“꺼져.”“내일 경찰서에서 보자.”“박승철.”“간다, 새끼야.”승철이 교실을 나갔다.장혁은 잠시 더 기다렸다.축구부 연습이 끝난 건 삼십 분쯤 뒤였다.장혁은 운동장 옆 수도가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 태우에게 다가갔다.“야.”태우가 고개를 들었다.“나?”“어.”“왜?”장혁은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바라봤다.잘생겼나?로로가 존나 잘생겼다고 했다.아무리 봐도 모르겠다.“너 김태우지.”“맞는데.”“한로로 알아?”태우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전학생?”“어.”“알지. 왜?”“걔 건들지 마.”태우의 눈썹이 올라갔다.“뭐?”“한로로 건들지 말라고.”잠시 정적이 흘렀다.그러다 태우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너 걔 남친이야?”장혁의 입이 닫혔다.남친.그 단어가 이상하게 귀에 걸렸다.“아니.”“근데 네가 뭔데?”“친구.”“친구가 왜 이래?”장혁도 몰랐다.친구인데 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왜 로로가 저 새끼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하루 종일 거슬렸는지.왜 둘이 사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더러워지는지.설명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그래서 장혁은 가장 쉬운 말을 골랐다.“걔 울리면 가만 안 둔다고.”태우가 헛웃음을 쳤다.“뭐야, 진짜.”“알아들었으면 됐어.”장혁이 돌아섰다.“야!”태우가 불렀다.“근데 한로로가 나 좋아해?”장혁의 발이 우뚝 멈췄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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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우리는 셋이잖아
“다음 주까지 가족신문 만들어 온다.”담임의 말이 떨어지자 교실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터졌다.“선생님, 가족신문이 뭐예요?”“부모님 인터뷰도 하고, 가족사진도 붙이고. 우리 가족을 소개하는 거야.”아이들의 불평이 이어졌다.누군가는 귀찮다고 했고, 누군가는 가족사진이 없다며 투덜거렸다.장혁 역시 별 관심이 없었다.그저 창밖만 바라보다 무심코 앞자리를 봤다.한로로가 조용했다.평소 같으면 제일 먼저 박승철을 돌아보며 ‘야, 존나 귀찮겠다’라고 했을 애가 말이 없었다.“야.”장혁이 볼펜으로 로로의 등을 툭 찔렀다.반응이 없었다.한 번 더.툭.“한로로.”그제야 로로가 돌아봤다.“왜?”웃고 있었다.평소와 똑같은 얼굴이었다.그런데 이상했다.“너 오늘 왜 조용해?”“내가 언제 시끄러웠다고.”뒤에서 승철이 끼어들었다.“매일.”“박승철, 닥쳐.”“봐. 정상인데?”승철이 장혁을 바라봤다.장혁은 미간을 좁혔다.분명 이상했는데.종례가 끝나자 로로는 평소와 달리 가장 먼저 가방을 챙겼다.“나 오늘 먼저 간다.”승철이 물었다.“떡볶이 안 먹어?”“응.”장혁까지 돌아봤다.“네가?”“왜. 나도 가끔 안 먹어.”“아픈 거 아니냐?”“멀쩡하거든.”로로가 가방을 어깨에 걸었다.“내일 봐.”그리고 그대로 교실을 나갔다.두 남학생이 동시에 문을 바라봤다.승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상한데.”“그치?”“떡볶이를 거절했어.”장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심각하네.”둘에게 한로로의 식욕은 건강상태를 판단하는 가장 정확한 기준이었다.다음 날도 로로는 이상했다.점심은 잘 먹었다.장혁의 돈가스까지 뺏어 먹었다.매점에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그런데 가족신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며칠 뒤.장혁은 우연히 교무실 앞을 지나다 담임의 목소리를 들었다.“로로야, 너는 가족신문 안 해도 돼.”걸음이 멈췄다.반쯤 열린 문 사이로 로로가 보였다.“괜찮은데요.”“선생님이 다른 과제로 바꿔줄게.”“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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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집에 들어와
친구라는 이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열네 살의 장혁은 그렇게 믿었다.그리고 스무 해가 흘렀다.“야.”박승철의 목소리에 장혁이 고개를 들었다.“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내가 언제.”“방금부터 로로만 보고 있잖아.”장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맞은편으로 향했다.한로로는 테이블에 턱을 괸 채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서른넷.중학생이던 세 사람은 어느새 그 나이가 되어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끔은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승철은 여전히 안경을 썼고 여전히 욕을 달고 살았다.로로는 여전히 작았고 여전히 잘 먹었다.그리고 자신은—“뭘 봐?”로로가 고개를 들었다.장혁은 시선을 돌렸다.“안 봤어.”“봤잖아.”“착각이야.”“지랄.”승철이 피식 웃었다.“스무 해째 똑같네, 진짜.”장혁이 소주잔을 들었다.“닥쳐.”조금 전까지 장서운과 헤어진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태연한 얼굴이었다.로로가 그런 장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근데 진짜 괜찮아?”“뭐가.”“서운 씨.”“헤어졌는데 뭘.”“몇 년 만났잖아.”“그래서?”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이 새끼 진짜 피도 눈물도 없네.”승철이 맞장구쳤다.“그러게. 나였으면 오늘 술 처먹고 울었다.”“넌 민원인한테도 운다며.”“안 울었어, 개새끼야.”“아까 가로수 때문에 울 것 같다고 했잖아.”“그건 빡쳐서 그런 거고.”로로가 웃음을 터뜨렸다.장혁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방금 전까지 여자친구와 헤어진 자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시 평소의 세 사람이었다.그때였다.부우웅.테이블 위에 엎어놓은 로로의 휴대폰이 울렸다.로로는 확인하지 않았다.부우웅.잠시 후 또 한 번.그리고 다시.부우웅.승철의 시선이 휴대폰으로 향했다.“뭐냐.”“문자.”“그건 나도 알아.”승철이 술을 따르며 물었다.“남친?”“아마?”“아마는 뭐야.”“안 봤으니까 모르지.”로로는 태연하게 족발을 집었다.장혁이 물었다.“안 봐?”“이따 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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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회사에서는 한 팀장님
달그락.주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한로로가 눈을 떴다.몇 시지.이불 속에서 손만 뻗어 휴대폰을 더듬었다.오전 7시 12분.“아…….”로로는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토요일 출근을 만든 인간은 반드시 지옥에 갈 것이다.그것도 제일 뜨거운 곳으로.그렇게 오 분을 더 버티던 로로가 겨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헝클어진 중단발을 대충 쓸어 넘기며 방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났다.기태가 주방에 서 있었다.셔츠에 슬랙스까지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일어났어?”대답은 없었다.대신 맨발이 바닥을 끄는 소리가 가까워졌다.기태가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작은 몸이 등에 달라붙었다.로로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굿모닝.”“안 씻었지?”“응.”“양치도?”“응.”“그런데 왜 붙어.”“내 남친인데?”로로가 기태의 등에 얼굴을 비볐다.기태가 피식 웃었다.“계란 탄다.”“타라고 해.”“네가 먹을 건데?”그 말에 로로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그건 안 되지.”기태가 몸을 돌렸다.잠이 덜 깬 푸른 눈과 마주쳤다.“술 냄새.”“거짓말.”“진짜야.”“확인해봐.”로로가 까치발을 들었다.쪽.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나?”기태가 잠깐 멈췄다가 웃었다.“응. 술 냄새.”“아, 몰라.”로로가 다시 품에 얼굴을 묻었다.“졸려.”기태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게 어제 일찍 들어오지.”“또 잔소리.”“열두 시 넘어서 들어왔잖아.”“친구들 오랜만에 만났단 말이야.”기태의 손이 잠시 멈췄다.“장혁이랑 박승철?”“응.”어젯밤 들었던 이름이었다.기태는 더 묻지 않았다.“씻고 와. 밥 먹자.”“뭐 했어?”“계란말이랑 된장국.”로로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고기 없어?”“아침부터?”“고기는 아침에 먹으면 불법이야?”“냉장고에 불고기 있어.”“역시 한기태.”로로가 그의 뺨에 한 번 더 입을 맞추고 욕실로 달려갔다.기태가 그런 로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웃었다.“내 불고기 먹지 마.”“누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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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스무 해짜리 약속
“팀장님!”오전 열 시 오십칠 분.디자인 1팀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한로로가 고개를 들었다.“됐어?”민지가 숨을 헐떡이며 샘플을 내밀었다.로로는 말없이 루페부터 집어 들었다.스톤의 각도.프롱 높이.체인 연결부.하나씩 확인하던 푸른 눈이 마지막 스톤에서 멈췄다.민지가 침을 삼켰다.“……어때요?”로로가 루페를 벗었다.“좋은데?”“진짜요?”“응. 이거면 돼.”민지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감사합니다, 팀장님!”“나한테 왜 감사해. 민지 씨가 한 건데.”“그래도 팀장님이 같이—”“됐고.”로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밥 먹자.”“네?”“열한 시잖아.”“아직 점심시간 아닌데요?”“아침부터 이거 붙잡고 있었더니 배고파.”옆자리 직원이 웃었다.“팀장님 아까 샌드위치 드셨잖아요.”“그건 아침.”“쿠키도 드셨는데.”“그건 간식.”“초콜릿도—”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우리 팀은 상사의 식생활까지 감시해?”“아닙니다.”“아주 무서운 조직이네.”웃음이 터졌다.로로가 지갑을 집어 들었다.“오늘 민지 씨 고생했으니까 내가 쏜다. 메뉴 골라.”“진짜요?”“대신 비싼 거 고르면 회사에 두고 간다.”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로로가 화면을 확인했다.[장혁]― 야.딱 한 글자였다.로로의 눈썹이 꿈틀했다.[한로로]― 왜.답장은 곧바로 왔다.― 오늘 술.― 싫어.― 승철이도 옴.― 더 싫어.― 씨발.로로가 킥 웃었다.― 곱창이면 감.잠시 후.― 돼지.― 안 감.― 농담. 대창 추가.로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남자친구예요?”민지의 질문에 로로가 고개를 들었다.“아니.”대수롭지 않게 휴대폰을 내려놨다.“친구.”“남자?”“응.”“남자 사람 친구가 있어요?”“둘.”직원 하나가 놀란 얼굴을 했다.“남사친이 둘이나요?”“중학교 때부터 친구야.”“얼마나요?”로로가 잠깐 계산했다.“스무 해?”주변에서 탄성이 터졌다.“와, 20년이면 진짜 오래됐다.”“질리게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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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스무 살 먹은 친구는 안 버려진다
“야! 한로로!”곱창집 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날아왔다.로로가 고개를 돌렸다.구석 테이블에서 박승철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그 맞은편에는 장혁이 앉아 있었다.“왜 소리를 질러. 쪽팔리게.”로로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승철 옆에 앉았다.장혁이 인상을 썼다.“왜 거기 앉아.”“왜?”“좁잖아.”“안 좁은데?”승철이 황당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봤다.“씨발, 그럼 내가 옮길게.”승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장혁 옆으로 갔다.로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쟤 왜 저래?”“몰라. 갱년기인가.”“둘 다 죽는다.”장혁이 집게를 들었다.치익—노릇하게 익은 곱창을 뒤집자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로로의 시선이 즉시 불판으로 향했다.“와.”“눈깔 돌아갔네.”“말 걸지 마.”“아직 안 익었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로로가 젓가락을 뻗었다.탁.장혁의 집게가 젓가락을 막았다.“기다려.”“익었어.”“안 익었다고.”“내가 먹고 판단할게.”“그러다 배탈 나.”“내 배야.”“아, 씨발.”장혁이 결국 가장 잘 익은 곱창 하나를 골라 로로 앞접시에 놓았다.“그거나 처먹어.”로로가 만족스럽게 웃었다.“역시 장 사장.”승철이 기가 막힌다는 듯 소주잔을 들었다.“나는?”“네 손 없어?”“한로로는 손 있잖아.”“쟤는 놔두면 생으로 처먹잖아.”“차별 존나 자연스럽네.”로로는 이미 곱창을 씹느라 듣지도 않았다.승철이 그런 로로를 보다가 장혁을 봤다.“근데 너.”“왜.”“진짜 괜찮냐?”장혁이 소주를 따르던 손을 멈췄다.로로도 씹던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누구 이야기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장서운.5년을 만난 여자였다.헤어진 여자.장혁은 자기 잔을 채웠다.“뭐가.”“뭐긴 뭐야. 서운 씨.”“괜찮아.”“진짜?”“어.”너무 간단했다.로로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야.”“왜.”“너 안 슬퍼?”장혁이 그녀를 봤다.“슬퍼해야 돼?”“5년 만났잖아.”“5년 만나면 울어야 되냐?”“그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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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또 그 친구들이야?
도어락이 열렸다.“나 왔어.”로로가 현관에 구두를 벗어 던졌다.거실에서는 TV가 켜져 있었고, 기태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안 잤어?”“기다렸어.”“나 별로 안 늦었는데?”열 시 오십 분.로로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기태 옆에 털썩 앉았다.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렸다.“아, 배 터져.”“많이 먹었어?”“곱창에 대창에 볶음밥.”“나랑 고기 먹기로 한 건 까먹고?”“아.”로로가 슬쩍 눈을 올렸다.“아직 삐졌어?”“안 삐졌어.”“삐졌네.”“아니라니까.”“너 삐지면 말 짧아져.”기태가 결국 웃었다.“누가 약속을 잊으래?”“미안해.”로로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잡았다.쪽.“됐어?”“아니.”반대쪽에도 쪽.“이제?”“부족한데.”“비싸네, 한기태.”이번에는 입술에 찐한키스를했다그제야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술 냄새.”“아, 진짜!”로로가 그의 가슴을 때렸다.“앞으로 술 먹고 너랑 키스 안 해.”“그건 안 돼.”“싫거든?”기태가 웃으며 로로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씻고 와.”“귀찮아.”“씻어.”“같이?”“알았어.”로로와 기태는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함께 샤워를 마치고 나온 로로는기태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말려줘.”“아까는 귀찮다며.”“네가 말리면 안 귀찮아.”기태가 드라이기를 들었다.윙—따뜻한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를 훑었다.그때 로로의 휴대폰이 울렸다.[박승철]― 집 갔냐 돼지야로로가 피식 웃었다.― ㅇㅇ곧이어 또 하나.[장혁]― 씻었냐.― 씻었거든 장여사ㅡㅡ뒤에서 드라이기 소리가 멈췄다.“장혁?”“응.”“집에 왔는데도 연락해?”“도착하면 연락하랬거든.”“왜?”로로가 고개를 돌렸다.“몰라. 원래 그래.”“원래?”“응. 셋 중에 누구든 늦게 들어가면 연락해.”“20년 동안?”“그렇지?”로로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휴대폰을 봤다.기태는 잠시 말이 없었다.“로로야.”“응?”“나 걔들한테 언제 소개해줄 거야?”“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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