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78 Capítulos

21화. 친구니까

“팀장님, 저 진짜 혼자 해도 돼요.”민지가 벌써 세 번째 같은 말을 했다.로로는 모니터에서 눈도 떼지 않았다.“알아.”“그런데 왜 안 가세요?”“나도 할 거 있어서.”“아까부터 제 수정안만 보고 계시잖아요.”“그게 내 할 일이야.”오후 아홉 시.사무실에는 절반도 안 되는 사람만 남아 있었다.민지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로로가 마우스를 내려놓았다.“민지야.”“네.”“이거 네 실수 때문에 수정하는 거 아니야.”생산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규격이 변경된 탓이었다.“그러니까 혼자 책임지려고 하지 마. 우리는 팀이야.”“……네.”“울지는 말고.”“안 울어요.”“눈 빨개졌는데?”“모니터 오래 봐서 그래요.”“그래. 그런 걸로 하자.”로로가 피식 웃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한기태]― 아직 회사야?― 응. 거의 끝나― 나도 조금 늦을 것 같아― 생산팀이랑 확인할 게 남았어― 기다릴까?잠시 후 답장이 왔다.― 먼저 들어가― 너 오늘 피곤하잖아― 알았어― 너무 늦지 마― 응. 도착하면 연락해로로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자.”다시 모니터를 가리켰다.“이것만 끝내고 집에 가자.”아홉 시 이십 분.“팀장님, 들어가세요!”“내일 늦지 말고.”“네!”민지를 택시에 태워 보낸 로로가 허리를 두드렸다.“아이고, 삭신이야.”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부르려던 순간.빵빵.“뭐야.”고개를 돌렸다.길 건너 익숙한 검은 SUV.창문이 내려갔다.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야.”로로의 눈이 커졌다.“장혁?”횡단보도를 건너 차로 다가갔다.“너 여기 왜 있어?”“타.”“왜 왔냐니까?”“일단 타. 춥다.”로로가 조수석에 올라탔다.히터의 따뜻한 바람이 얼굴에 닿았다.“아, 살 것 같다.”“벨트.”“알아.”“매.”“맨다고.”안전벨트를 채운 로로가 장혁을 바라봤다.“그래서 왜 왔는데?”“너 야근한다며.”“그런데?”“집 가는 길이라.”“…….”로로가 창밖을 한번 봤다가 다시 장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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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내가 알아

“다시.”회의실 공기가 조용해졌다.로로가 샘플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이대로는 안 돼요.”생산 담당자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한 팀장님, 일정이 빠듯해서요.”“알아요.”“그럼 이 정도 오차는—”“이 정도가 몇 밀리인데요?”“0.8 정도입니다.”로로가 샘플을 손가락으로 돌렸다.조명 아래에서 금속 표면이 반짝였다.“0.8이면 착용했을 때 중심 틀어져요.”“육안으로는 거의 안 보입니다.”“보여요.”단호했다.“제가 봐요.”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로로가 샘플을 밀어놓았다.“일정 하루 미루겠습니다. 책임은 제가 질게요.”“팀장님.”“제 이름 걸고 나가는 디자인이에요.”한쪽에 앉아 있던 기태가 서류를 덮었다.“2팀도 일정 조정하겠습니다.”로로가 그를 봤다.기태는 업무적인 얼굴로 말을 이었다.“후속 공정 하루씩 당기면 전체 출고일에는 영향 없습니다.”생산 담당자가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습니다.”회의가 끝났다.사람들이 하나둘 나갔다.로로도 자료를 챙기며 일어났다.순간.욱신.관자놀이가 세게 당겼다.“……아.”손끝으로 머리를 누르자 기태가 걸음을 멈췄다.“한 팀장님.”회사였다.로로도 바로 표정을 정리했다.“네.”“괜찮으세요?”“괜찮습니다.”“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잠을 좀 못 자서 그래요.”기태는 더 묻지 않았다.“알겠습니다.”그대로 회의실을 나갔다.하지만 문이 닫히고 삼십 초도 지나지 않아 로로의 휴대폰이 울렸다.― 머리 아파?로로가 피식 웃었다.― 조금― 아침에 약 먹었어?손가락이 멈췄다.― 깜빡함답장은 바로 왔다.― 그럴 줄 알았어오후 두 시.“팀장님, 점심 안 드세요?”민지가 물었다.로로는 모니터에서 눈도 떼지 않았다.“먹었어.”“언제요?”“아까.”“저랑 계속 같이 있었는데요?”“…….”“안 드셨죠?”로로가 고개를 들었다.“너 요즘 말이 많아졌다?”“팀장님 닮아가나 봐요.”“무섭네.”민지가 샌드위치를 내밀었다.“이거라도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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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계속 이렇게

[옆 학교 새끼들]박승철― 오늘 술 ㄱ?한로로― 갑자기?박승철― 민원인한테 40분 동안 욕먹음― 위로 필요한로로― ㅋㅋㅋㅋㅋㅋㅋㅋ박승철― 웃어? 씨발년아한기태― 난 가능장혁― 몇 시박승철― 7시한로로― 나도 일 끝나면 감그렇게 잡힌 약속이었다.그런데 일곱 시 십 분.고깃집에 도착한 장혁은 걸음을 멈췄다.한기태 혼자 앉아 있었다.“왔어?”“……어.”장혁이 맞은편에 앉았다.“승철이는?”“늦는대.”“로로는?”기태가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마침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한로로― 나 수정 터짐― 오늘 못 갈 수도 있음― 개빡쳐박승철― 나도 30분 늦음― 대한민국 공무원 살려장혁이 휴대폰을 내려놨다.“씨발.”기태가 웃었다.“나랑 둘이 있는 게 그렇게 싫어?”“아니.”“표정은 아닌데.”“원래 이렇게 생겼어.”“로로도 그러더라.”“뭐라고.”“네가 원래 성격이 좀 더럽대.”장혁이 헛웃음을 쳤다.“걔가 할 말은 아니지.”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차 얘기로 시작해 음악, 일 얘기까지 넘어갔다.“타투는 언제부터 했어?”“스물셋.”“오래했네.”“너는?”“대학 졸업하고 바로 디자인 쪽.”장혁이 맥주를 마셨다.인정하기 싫지만—한기태는 꽤 괜찮은 놈이었다.“아, 맞다.”기태가 말했다.“어제 고마웠어.”장혁의 표정이 바로 구겨졌다.“또?”“로로 데려다줬잖아.”“근데 왜 자꾸 네가 고맙대.”“응?”“로로 친구는 난데.”기태가 잠깐 멈췄다.그러더니 웃었다.“그러네. 생각해보니까 그건 내가 고마워할 일은 아닌가.”순순히 인정하자 장혁이 오히려 할 말이 없어졌다.기태가 잔을 들었다.“사실 처음에는 좀 신경 쓰였어.”“뭐가.”“너.”장혁의 눈썹이 올라갔다.“내 여자친구한테 스무 해 된 남자 친구가 있는데 엄청 잘 챙기기까지 하잖아. 아무렇지도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그래서 싫어?”“아니.”“…….”“직접 보니까 알겠더라.”“뭘.”“로로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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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결혼은 왜 해?

“일어나.”“싫어.”“열한 시야.”“그래서?”“소파 보러 가기로 했잖아.”이불 속에서 로로의 목소리가 웅얼거렸다.“소파가 도망가?”기태가 침대 옆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지난번에도 미뤘잖아.”그제야 이불이 조금 내려갔다.푸른 눈이 빼꼼 드러났다.“그건 캠핑 때문에…….”“장혁이 가자고 해서.”“그걸 아직 기억해?”“기억하지.”기태가 웃으며 이불을 걷었다.“그러니까 오늘은 가.”“아, 추워!”“씻어.”“한기태, 너 진짜 너무해.”“밥 해놨어.”로로가 벌떡 일어났다.“뭔데?”“불고기.”“씻고 올게.”기태가 피식 웃었다.“진짜 단순하다.”두 시간 뒤.로로는 쇼룸 한가운데 놓인 베이지색 소파에 몸을 던졌다.“이거.”“안 돼.”“왜!”“작아.”“예쁘잖아.”기태가 옆에 앉았다.둘이 앉는 순간 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충분한데?”“누우면 좁아.”“소파에서 왜 둘이 누워?”기태가 황당하게 쳐다봤다.“누가 맨날 내 자리까지 차지하는데.”“먼저 누운 사람이 임자지.”“그러니까 큰 걸 사자고.”“큰 건 안 예뻐.”“소파는 편해야지.”“가구는 예뻐야지.”“허리 나가도?”“예쁘게 나가면 돼.”“말이 되는 소리를 해.”로로가 벌러덩 누웠다.“봐. 나 누워도 자리 남잖아.”기태가 그녀의 발끝을 봤다.158센티미터.당연히 남았다.“너 기준으로 소파 사면 안 돼.”“왜?”“나는 185야.”“그건 네 사정이고.”“같이 쓰는 소파잖아.”“그럼 접어서 누워.”“한로로.”“네?”기태가 결국 웃었다.“다른 거 보자.”“싫은데. 나 얘랑 사랑에 빠졌는데.”“오 분 만에?”“사랑에 시간이 중요해?”“그 말 나한테도 해봐.”로로가 소파에서 일어나 기태 팔짱을 꼈다.“넌 삼 년이나 걸렸잖아.”“내가?”“응.”“누가 먼저 좋아했는데.”“기억 안 나.”“내가 고백한 날짜까지 말해줘?”“됐습니다.”둘이 투닥거리며 다음 전시장으로 넘어갔다.“이쪽 제품도 한번 앉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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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가족 같은 사람

“하나, 둘, 셋!”소파는 움직이지 않았다.로로가 이를 악물었다.“다시.”기태가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봤다.“너 지금 들고 있긴 해?”“들고 있거든?”“손만 대고 있는 것 같은데.”“정신적으로 들고 있어.”“그게 제일 필요 없는데.”결국 기태가 소파를 내려놨다.새 소파 배송은 오후 두 시.기존 소파는 그전에 1층 폐기물 장소까지 내려놔야 했다.문제는 생각보다 더럽게 무겁다는 거였다.로로가 허리에 손을 얹었다.“안 되겠다.”“뭐가.”휴대폰을 들었다.“지원군 불러야지.”“누구?”이미 통화 버튼을 누른 뒤였다.― 왜.“야. 어디야.”― 샵.“차 있어?”― 왜.“우리 집 와.”― 싫어.“소파 버려줘.”잠깐 정적.― 미친년아, 내가 폐기물 업체냐?“삼겹살.”― 몇 시까지 가면 되는데.통화가 끊겼다.옆에서 듣던 기태가 웃음을 터뜨렸다.“안 온다며.”“저게 온다는 뜻이야.”정확히 사십 분 뒤.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장혁이 서 있었다.그리고 그 뒤에는 승철까지 있었다.로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넌 왜 왔어?”승철의 표정이 썩었다.“저 새끼가 소파 옮기러 가자잖아.”“잘 왔네.”“안 반가워, 씨발년아.”“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봉사 좀 해.”“토요일엔 국민 아니야.”장혁이 로로의 머리를 밀어내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소파 어디야.”“저기.”장혁이 크기를 확인했다.“이걸 너랑 둘이 들려고 했다고?”“응.”“미쳤냐?”“왜.”“40킬로짜리가 뭘 들겠다고.”“나도 힘 세거든?”승철이 코웃음을 쳤다.“네가 들면 소파가 너 들고 내려가겠다.”“닥쳐.”장혁이 손짓했다.“넌 빠져.”“왜!”“엘리베이터나 잡아.”로로가 입술을 삐죽였다.“넵.”기태는 그 모습을 보다가 웃었다.“진짜 말 잘 듣네.”장혁과 승철이 동시에 대답했다.“먹을 거 걸리면.”“야!”“왼쪽!”“내 왼쪽? 네 왼쪽?”“씨발, 왼쪽이 두 개냐!”“벽! 벽 긁힌다고!”“한로로!”“왜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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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잘못한 사람이 책임져야죠

알람이 울리기 전이었다.로로는 허리를 감싼 팔 때문에 먼저 눈을 떴다.등 뒤로 기태의 체온이 느껴졌다.“……기태야.”“응.”“일어나야 돼.”“알아.”그런데 팔은 풀리기는커녕 조금 더 단단해졌다.기태가 로로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간지러운 숨결에 로로가 어깨를 움츠렸다.“알면 놔.”“오 분만.”“어제도 오 분이라더니 삼십 분 잤잖아.”“오늘은 안 잘 건데.”“그럼 뭘—”기태가 로로를 제 쪽으로 돌렸다.눈이 마주쳤다.로로가 피식 웃었다.“아침부터 왜 이래.”“내 여자친구 예뻐서.”“눈도 제대로 못 떴으면서.”“그래도 보여.”입술이 가볍게 맞닿았다.한 번.그리고 다시.두 번째 입맞춤은 조금 길었다.로로의 손이 자연스럽게 기태의 목을 감쌌다.“……출근.”입술 사이로 겨우 말이 새어 나왔다.“해야지.”“근데 왜 안 놔.”“네가 안 놓고 있는데?”로로가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이건 그냥…….”“그냥?”대답 대신 로로가 먼저 입을 맞췄다.기태가 낮게 웃었다.“누가 먼저 시작했다고?”“말 많아.”이불이 흐트러졌다.그 순간 협탁 위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로로가 흠칫했다.“알람.”“들려.”“끄지.”“조금 있다가.”“한기태.”“응.”“우리 진짜 늦어.”기태가 이마를 맞댔다.잠깐 서로를 바라봤다.“그럼 빨리할까?”로로의 눈이 가늘어졌다.“……그건 네 능력에 달렸지.”“후회한다.”“뭘.”다시 가까워진 기태의 목을 로로가 끌어안았다.잠시 뒤.계속 울리던 휴대폰이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미쳤어.”삼십 분 뒤.로로는 욕실 거울 앞에서 급하게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진짜 늦었잖아.”기태는 셔츠 단추를 채우며 웃었다.“누가 먼저 키스했는데.”“기억 안 나.”“선택적 기억상실이네.”“조용히 해.”기태가 넥타이를 집어 들었다.“후회해?”거울 속으로 눈이 마주쳤다.로로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아니.”“나도.”“대신 아침밥 네가 포장해.”“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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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내 여자라서가 아니라

“생산팀에서 임의로 변경한 게 맞습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품질관리팀장이 화면을 넘겼다.“1팀에서 전달한 최종 도면은 고정 폭 0.8. 이후 생산 요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0.6으로 변경됐습니다.”로로는 팔짱을 낀 채 화면을 바라봤다.어제 자신과 민지에게 책임을 묻던 김 과장의 얼굴이 굳었다.상무가 안경을 벗었다.“왜 변경했습니까?”“제작 공정을 조금 줄여보려고…….”“디자인팀 승인도 없이?”“기존 제품에도 비슷한 수치를 사용한 적이 있어서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로로가 입을 열었다.“그 판단 때문에 스톤이 틀어진 겁니다.”김 과장이 입을 다물었다.“한 팀장님.”상무가 로로를 바라봤다.“오늘 안으로 수정안 가능합니까?”“가능합니다.”로로는 곧바로 대답했다.“다만 그전에 하나 정정해주셨으면 합니다.”“뭡니까?”로로의 시선이 김 과장에게 향했다.“어제 제 팀원에게 설계를 잘못했다고 하셨죠.”옆에 앉아 있던 민지가 움찔했다.“제 팀원이 하지 않은 실수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김 과장의 표정이 굳었다.로로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사과해주세요.”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잠시 후 김 과장이 민지를 바라봤다.“……어제는 내가 확인을 제대로 못 했습니다. 미안합니다.”민지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아, 아닙니다.”“아니긴 뭐가 아니야.”로로가 바로 끼어들었다.“받아. 네가 잘못한 거 아니잖아.”민지가 결국 작게 웃었다.“네, 팀장님.”회의가 끝났다.기태는 그 모든 과정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오늘은 자신의 차례가 아니었다.“팀장님.”회의실을 나오자마자 민지가 로로를 따라붙었다.“왜.”“저 진짜 어제 잘리는 줄 알았어요.”“네가 왜 잘려.”“그래도 저 때문에 팀장님까지 욕먹으셨잖아요.”로로가 걸음을 멈췄다.“민지야.”“네.”“팀장이 왜 월급 더 받는 줄 알아?”민지가 눈을 깜빡였다.“그럴 때 욕받이 하라고 더 받는 거야.”“……진짜요?”“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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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돌아갈 사람이 있는 곳

“한로로.”“…….”“로로야.”“……응.”“도착했어.”로로가 천천히 눈을 떴다.가장 먼저 보인 건 기태의 옆얼굴이었다. “벌써?” “한 시간 반을 자놓고 벌써래.” 로로가 안전벨트를 맨 채 기지개를 켰다. “나 안 잤는데.” “그럼?” “눈 감고 생각했어.” “코 골면서?”로로가 눈을 흘겼다.“나 코 안 골아.” “녹음해둘걸.” “한기태. 내리기전에 뽀뽀” 로로에게 입맞추고 기태가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일어나세요, 한 팀장님. 출장 왔습니다.” 로로도 따라 내렸다. “회사 밖에서도 한 팀장님이냐?” “근무시간이잖아.” “치사하네.” “퇴근하면 남자친구 해줄게.” “됐거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로로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협력업체 작업실 안은 생각보다 더웠다. 로로는 작업대 위에 놓인 샘플을 집어 들었다. “여기요.” 담당자가 다가왔다. “네.”“고정 폭 0.8로 돌려도 이 각도면 스톤에 힘이 한쪽으로 몰려요.”기태가 샘플을 받아 옆에서 확인했다. “받침 높이도 조금 올려야 할 것 같은데.” 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0.2?” “그 정도.” “그러면 전체 높이가 올라가잖아.” “대신 프롱 길이를 줄이면 돼.”“아.” 로로가 곧바로 스케치북을 펼쳤다.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기태는 옆에서 도면을 확인했다. “여기 0.1만 더.” “싫어. 그러면 못생겨.” “안전성.” “디자인.” “양산.” “미감.” 담당자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두 분…… 원래 이렇게 의견이 안 맞으세요?” 로로와 기태가 동시에 대답했다. “네.” “아니요.” 둘이 서로를 봤다. “안 맞잖아.” “결국 맞추잖아.” “그건 내가 양보해서지.” “내가 더 많이 하거든?” 담당자가 어색하게 웃었다. “두 분 친하시네요.” 순간 정적. 로로가 헛기침했다. “같은 회사니까요.” 기태도 태연하게 자료를 넘겼다. “수정 샘플 한번 볼까요?” 테이블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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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회사에서는 남이니까

“자, 오늘은 마음껏 드세요.”상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박수가 터졌다.공동 프로젝트 1차 샘플 통과.며칠 동안 디자인 1팀과 2팀을 들들 볶았던 문제가 드디어 해결됐다.회식 장소는 회사 근처 고깃집이었다.“팀장님!”민지가 로로 옆자리를 두드렸다.“여기요!”“어.”로로가 앉자 민지가 소주병을 들었다.“오늘은 제가 따라드릴게요.”“나 많이 안 마셔.”“지난번에 세 병 드셨다면서요?”“누가 그래?”“승희 대리님이요.”로로가 맞은편 승희를 노려봤다.“쟤 말 믿지 마. 두 병 반이야.”“그게 많이 안 마시는 거예요?”“반 병이나 차이 나잖아.”웃음이 터졌다.그때 2팀 직원들이 들어왔다.가장 뒤에서 기태가 들어왔다.로로와 시선이 마주쳤다.딱 일 초.기태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한 팀장님.”로로도 똑같이 받았다.“한 팀장님.”그리고 끝이었다.민지가 로로 귀에 속삭였다.“진짜 안 친하다.”로로는 물을 마셨다.“뭐가.”“두 분이요. 출장까지 같이 갔다 왔는데 여전히 어색해 보여요.”하마터면 웃을 뻔했다.어제만 해도 같은 차를 타고 장을 본 뒤 같은 집으로 돌아가 닭볶음탕을 먹었다.오늘 아침에는 먼저 출근하는 기태의 넥타이를 매주기까지 했다.“직장 동료끼리 친할 필요 있나.”“역시 팀장님.”민지가 감탄했다.“공과 사가 확실하세요.”로로가 고기를 뒤집으며 중얼거렸다.“……그렇지.”아주 확실하지.술이 몇 순배 돌았다.“한 팀장님.”2팀 지수가 기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로로는 별생각 없이 상추에 고기를 올렸다.“어제 출장 힘드셨죠?”“괜찮았습니다.”“제가 갔어야 했는데.”“팀장급 확인이 필요한 일이었어요.”“그래도 운전까지 다 하셨다면서요.”로로의 젓가락이 멈췄다.민지가 바로 속삭였다.“팀장님.”“왜.”“저분이에요.”“누구.”“지수 씨.”“알아.”“아니, 그거요.”민지가 눈짓했다.“한기태 팀장님 좋아한다는 분.”“아.”로로는 다시 고기를 먹었다.“그렇구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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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결혼만 빼고

“씨발, 내가 민원인이랑 결혼했냐?”박승철이 소주잔을 내려놓았다.“왜 퇴근하고도 전화가 와?”로로가 삼겹살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혼해.”“뭘.”“민원인이랑.”“미친년아.”맞은편 기태가 웃음을 터뜨렸다.처음에는 어색했던 네 사람의 술자리도 이제 제법 자연스러워졌다.승철과 기태는 고등학교 이야기를 했고.로로와 장혁은 그 옆에서 고기를 두고 싸웠다.“야, 그거 내 거야.”“네 이름 써놨어?”“내가 굽고 있었잖아.”“고기는 먼저 먹는 새끼가 임자야.”장혁이 로로 젓가락을 쳐냈다.“씨발, 돼지야. 익지도 않았어.”“난 미디엄 좋아해.”“삼겹살을 미디엄으로 처먹는 새끼가 어디 있어.”기태가 익은 고기를 로로 접시에 올려줬다.“이거 먹어.”“역시 내 남친.”장혁의 젓가락이 잠깐 멈췄다.정말 잠깐이었다.곧 아무렇지도 않게 고기를 뒤집었다.승철만 그걸 봤다.술자리가 중반을 넘어갔을 때였다.승철이 기태에게 물었다.“야, 근데 너 아직도 축구하냐?”“가끔.”“고등학교 때 이 새끼 축구 존나 했거든.”로로가 눈을 반짝였다.“진짜?”“어.”“왜 나 몰랐지?”기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우리 고등학교 같이 안 다녔잖아.”“아, 맞다.”승철이 한숨을 쉬었다.“쟤 술 그만 먹여라.”“나 안 취했어.”“방금 남친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온 줄 알았잖아.”“헷갈릴 수도 있지.”장혁이 코웃음을 쳤다.“뇌 용량이 2기가라 그래.”“닥쳐.”로로가 장혁의 정강이를 찼다.“아!”“엄살.”기태는 웃으며 물을 따라줬다.“천천히 마셔.”“응.”승철이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근데 진짜 신기하긴 하네.”“뭐가?”“나랑 기태가 같은 학교였던 거.”그러더니 로로를 가리켰다.“그리고 얘가 나중에 기태랑 만나서 같이 살고.”“그러게.”“인생 존나 좁다.”로로가 잔을 들었다.“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돼.”장혁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네가 할 말은 아니지.”“왜.”“중학교 때 교무실 불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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