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Capítulo 41 - Capítul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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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친구라서 하는 말

“손 내놔.”장혁이 고개를 들었다.“오자마자 뭔 개소리야.”“빨리.”로로가 쇼핑백을 카운터 위에 내려놓았다.평일 오후.외부 미팅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기 전 잠깐 들른 참이었다.“전에 네 손 치수 재갔잖아.”“그래서.”“샘플 나왔어.”작은 케이스가 열렸다.무광 실버 링이었다.장혁이 손을 내밀자 로로가 검지를 잡았다.“가만있어.”반지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음.”“왜.”“조금 빡빡한데.”“네 손가락이 살찐 거 아니냐?”“손가락이 어떻게 살쪄.”“너 요즘 처먹잖아.”“너한테 들을 소리는 아닌데.”로로가 피식 웃었다.장혁도 따라 웃다가 문득 그녀의 얼굴을 봤다.입술 왼쪽이 붉었다.“야.”“왜.”“너 한기태랑 싸웠냐?”로로의 손이 멈췄다.“뭔 개소리야.”“싸웠네.”“아니거든?”장혁이 로로의 입술을 턱짓으로 가리켰다.“또 뜯었잖아.”로로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만졌다.“뭘."“너 기분 좆같으면 거기 뜯어.”“내가?”“어.”“언제부터?”“중학교 때부터.”로로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그딴 걸 왜 기억해?”장혁이 잠깐 멈췄다.“그냥.”늘 그랬듯 가장 편한 대답이었다.로로는 별 의심 없이 다시 그의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아무튼 안 싸웠어.”“그래.”“진짜야.”“알았다고.”“근데 왜 안 믿는 표정인데?”“안 궁금해.”장혁이 손을 빼려 했다.“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로로가 입을 다물었다.이 새끼는 이상했다.캐물으면 죽어도 말하기 싫은데,관심 없다고 하면 괜히 말하고 싶어진다.“……결혼 때문에.”결국 먼저 입을 연 건 로로였다.장혁의 시선이 돌아왔다.“뭐.”“기태가 결혼하고 싶대.”“알아.”“어떻게 알아?”“전에 들었어.”“언제?”“둘이 있을 때.”로로의 눈이 커졌다.“너네 둘이 그런 얘기도 해?”“어쩌다.”“존나 친해졌네.”“안 친해.”장혁이 잘라 말했다.“그래서.”로로가 카운터에 팔꿈치를 올렸다.“나는 싫다고 했지.”“알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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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원래 안 그랬잖아

“다녀왔습니다.”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불빛이 보였다.로로가 구두를 벗으며 안쪽을 바라봤다.“한기태.”대답이 없었다.“나 왔다고.”“응. 들었어.”거실 소파에 앉은 기태가 노트북에서 눈을 들었다.“왔어?”“응.”끝이었다.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평소라면 현관까지 나오지는 않아도 적어도 한마디는 더 했다.오늘 늦었네.배고프지?아니면 손이라도 내밀어 자신을 끌어당겼다.로로가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 앞으로 갔다.“뭐 해?”“견적서 보는 중.”“밥은?”“먹었어.”또 멈췄다.로로가 눈을 깜빡였다.“……혼자?”“응.”“왜?”기태가 그제야 노트북에서 시선을 들었다.“왜라니?”“나 안 기다리고?”“너 외근 갔다가 늦는다며.”“그래도.”말끝이 애매하게 흐려졌다.기태가 시계를 봤다.“여덟 시 넘었잖아.”“그렇긴 한데.”“네 거는 냉장고에 있어. 데워 먹어.”기태는 다시 화면을 봤다.로로는 가만히 서 있었다.이상했다.밥을 안 기다린 게 잘못은 아니다.자신이 늦는다고 했다.심지어 밥까지 남겨놨다.그런데기분이 이상했다.“뭐 먹었어?”“김치찌개.”“내 것도 있어?”“응.”“계란말이는?”“없어.”“왜?”기태가 황당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김치찌개에 계란말이가 왜 꼭 있어야 하는데?”로로의 입이 벌어졌다.“너 원래 해주잖아."“…….”기태가 멈췄다.로로도 멈췄다.잠깐의 정적.“먹고 싶어?”기태가 노트북을 덮으려 했다.“해줄게.”“됐어.”“금방 해.”“안 먹어.”로로가 몸을 돌렸다.냉장고를 열어 찌개를 꺼냈다.뒤에서 기태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로로야.”“왜.”“삐졌어?”“내가 왜.”“삐졌는데.”“안 삐졌거든?”며칠 전 자신이 했던 말과 똑같았다.기태가 작게 웃었다.그 웃음에 로로가 더 심술이 났다.“뭘 웃어.”“아니야.”“재수 없어.”전자레인지가 돌아갔다.로로는 팔짱을 끼고 그 앞에 서 있었다.기태가 다가왔다.그리고 평소처럼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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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제일 먼저 찾은 사람

“한 팀장님…….”민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로로는 아무 말 없이 작업대 위에 바라봤다.은빛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다음 주 최종 품평을 앞두고 있던 메인 시제품.석 달을 매달렸다.수십 번 도면을 수정했고, 직접 세공실까지 들락거리며 잡은 형태였다.무엇보다 중앙의 작은 토끼 문양.어릴 적 가지고 있던 낡은 토끼 인형에서 따온 디자인이었다.그게 지금—두 동강 나 있었다.“죄송해요.”민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제가 옮기다가 케이스를 제대로 안 잠갔나 봐요.”로로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민지야.”“네…….”“울지 마.”“팀장님.”“다시 만들면 돼.”로로는 부러진 시제품을 집어 들었다.손끝이 떨렸다.주먹을 한번 꽉 쥐었다 펴자 멈췄다.“제작실부터 연락해. 금형 상태 확인하고.”“네.”“수정 도면은 내가 다시 넘길게.”“죄송합니다.”“사과는 나중에.”로로가 민지의 어깨를 한번 두드렸다.“지금은 수습부터 하자.”팀장이 무너지면 팀원들은 더 흔들린다.그러니까 지금은—울면 안 됐다.다섯 시가 조금 넘어 기태가 1팀으로 내려왔다.“상황 어떻게 됐어요?”회사였다.로로 역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제작실에서 금형 확인 중입니다.”기태가 부러진 시제품을 봤다.그 역시 알고 있었다.로로가 이 디자인에 얼마나 매달렸는지.“오늘 본부장님 보고 있는 거알죠?”“네.”“이 건까지 같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로로가 미간을 찌푸렸다.최종 품평은 다음 주.재제작에 최소 사흘.품평 일정을 미루려면 제작실뿐 아니라 영업팀 일정까지 전부 건드려야 했다.“제가 들어갈까요?”“아니요.”기태가 바로 잘랐다.“한 팀장님은 여기 수습하세요.”“그래도 제 디자인입니다.”“그러니까요.”기태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여기는 한 팀장님이 있어야죠.”잠깐 눈이 마주쳤다.회사에서 할 수 있는 말은 거까지였다.“일정은 제가 최대한 확보해볼게요.”“……부탁드립니다.”기태가 돌아섰다.몇 분 뒤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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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다 울었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열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현관문이 열리자 로로가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벽에 기대었다.“아…… 피곤해.”기태가 그녀의 가방을 받아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다.“먼저 씻을래?”“싫어.”“그럼?”로로가 두 팔을 벌렸다.“나 지금 아무것도 하기 싫어.”기태가 잠깐 그녀를 바라봤다.그리고 몸을 숙였다.“어?”로로의 몸이 그대로 들렸다.“야, 뭐 해.”“아무것도 하기 싫다며.”“그래도 걸을 수는 있어.”“이미 들었어.”기태는 로로를 소파까지 데려가 내려놓았다.평소와 똑같았다.신발을 정리하고.냉장고에서 물을꺼내고.컵을 그녀 앞에 놓았다.“눈 아프지?”“조금.”“기다려.”냉동실에서 아이스팩까지 꺼냈다.수건으로 감싼 뒤 로로의 눈 위에 올려줬다.“차가워.”“부었어.”“많이?”“응.”“못생겼어?”기태가 피식 웃었다.“조금.”“죽을래?”“그 말 할 힘은 있네.”로로도 웃었다.그 웃음을 보며 기태의 입꼬리도 따라 올라갔다.하지만 머릿속에서는—다른 장면이 떠나지 않았다.장혁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던 로로.두 팔로 허리를 감고.자신이 앞에 서 있는데도.‘조금만 더…….’기태가 시선을 내렸다.“기태야.”“응.”“왜 그래?”“뭐가.”“아까부터 멍해.”“피곤해서.”거짓말은 아니었다.회의를 두 시간 넘게 했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팠다.로로가 아이스팩을 눈에 올린 채 손을 더듬었다.기태의 손을 찾았다.손가락이 닿자 그대로 잡았다.“고생했어.”기태가 그녀를 바라봤다.“뭐가.”“나 때문에.”“너 때문 아니야.”“내 프로젝트잖아.”“우리 프로젝트지.”로로가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그래도 고마워.”기태의 표정이 풀렸다.“배고프진 않아?”“조금.”“뭐 해줄까?”“라면.”“안 돼.”“왜.”“오늘 속도 안 좋았잖아.”“그럼죽?”“해줄게.”“계란 넣어.”“알았어.”“참기름도.”“네.”기태가 일어나려는 순간—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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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원래 아무렇지 않았는데

“한 팀장님.”민지가 조심스럽게 로로를 불렀다.“응.”“재제작 샘플 들어왔어요.”로로의 손이 멈췄다.책상 위에 놓인 작은 케이스.어제 산산이 부서졌던 시제품이 떠올랐다.민지는 아직도 죄인 같은 얼굴이었다.“열어봐.”“제가요?”“응.”“팀장님이 보시는 게…….”“민지야.”로로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었다.“언제까지 그 표정 할 거야.”“…….”“이미 끝난 일이야.”“그래도 제가—”“다시 만들었잖아.”로로가 턱으로 케이스를 가리켰다.“열어.”민지가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새로 나온 은빛 시제품.로로는 장갑을 끼고 집어 들었다.중앙의 작은 토끼 문양을 한참 살폈다.민지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물었다.“어때요?”“…….”“팀장님?”로로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괜찮네.”민지가 눈을 크게 떴다.“진짜요?”“어.”“어제 거랑 똑같아요?”로로는 시제품을 빛에 비춰봤다.“아니.”민지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그러자 로로가 피식 웃었다.“더 나아.”“……진짜요?”“곡선 여기 봐. 어제보다 정리 잘됐어.”민지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울지 마.”“저 안 울어요.”“어제도 그 소리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로로가 중얼거렸다.민지는 못 들은 듯 고개를 갸웃했다.“네?”“아니야.”그 순간 1팀 문이 열렸다.“샘플 나왔습니까?”기태였다.회사에서의 한기태는 평소와 다름없었다.단정한 셔츠.차분한 목소리.로로 역시 바로 팀장 얼굴로 돌아갔다.“네. 방금 확인했습니다.”기태가 시제품을 받아 들었다.한참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어제보다 좋네요.”로로의 눈이 살짝 커졌다“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그럼 수정 도면 이걸로 확정하죠.”“네.”민지가 기태를 바라봤다.“팀장님, 어제 일정 때문에 진짜 죄송—”기태가 말을 잘랐다.“이미 해결됐잖아요.”“그래도 2팀 일정이…….”“그건 제가 조정했습니다.”“죄송합니다.”“다음부터 케이스만 한번 더 확인해요.”기태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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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네 자리

“됐다!”인형이 출구로 툭 떨어지는 순간 로로가 거의 비명을 질렀다.“야! 야! 나왔다!”“내가 뽑았거든.”장혁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내가 고른 거니까 내 거지.”“돈도 내가 냈는데?”“선물이라는 좋은 단어가 있잖아.”로로는 인형을 냉큼 꺼내 품에 안았다.손바닥 두 개 정도 크기의 회색 토끼였다.긴 귀 한쪽이 살짝 접혀 있는 모양까지 마음에 들었는지 로로는 입이 귀에 걸렸다.“존나 귀여워.”“너보다 낫네.”“닥쳐.”로로가 인형으로 장혁의 배를 퍽 쳤다.승철이 뒤에서 혀를 찼다.“서른넷 먹은 인간들이 인형 하나 가지고 지랄들이네.”“너는 못 받았지?”로로가 약 올리듯 토끼를 흔들었다.“장혁이가 나 뽑아줬다.”“네가 애냐?”“부럽지?”“존나 안 부러워.”“표정은 부러운데?”“미친년아.”세 사람은 그대로 오락실을 빠져나왔다.로로는 걷는 내내 토끼 귀를 만지작거렸다.신호를 기다릴 때도.횡단보도를 건널 때도.편의점에 들어갈 때도.“그렇게 좋냐?”장혁이 물었다.“어.”“오천 원짜리인데.”“돈이 중요한 게 아니지.”“뭐가 중요한데.”로로가 토끼를 번쩍 들었다.“내가 갖고 싶었던 걸 네가 뽑아줬잖아.”장혁의 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로로는 이미 앞서갔다.“승철아! 뭐 먹을래?”장혁은 괜히 뒤통수를 긁었다.“……별말을 다 하네.”세 사람이 들어간 곳은 근처 포장마차였다.기태가 합류하기로 한 곳이기도 했다.먼저 도착한 셋은 네 자리 테이블에 앉았다.승철이 안쪽 벽 자리를 차지했고.장혁은 자연스럽게 그 맞은편에 앉았다.로로는 어디 앉을지 고민도 하지 않았다.장혁 옆에 털썩.토끼 인형까지 둘 사이 가운데 올려놓았다.“얘 이름 뭐로 하지?”승철이 소주잔을 들다 말고 인상을 썼다.“이름까지 지어?”“당연하지.”“토끼.”“성의 존나 없네.”장혁이 인형을 한번 봤다.“쪼꼬미.”“싫어.”“그럼 회색이.”“더 싫어.”“네가 지어, 그럼.”로로가 진지하게 인형 얼굴을 들여다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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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가족이면 안 돼?

“여기.”로로가 계약서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네 이름.”기태가 피식 웃었다.“알아.”“틀리면 큰일 나.”“한글 쓸 줄 알아.”“저번에 카드 신청서 주소 틀렸잖아.”“그건 동을 잘못 쓴 거고.”“그게 틀린 거잖아.”“조용히 해.”기태가 서명했다.로로가 그 옆에 제 이름을 적었다.한로로.한기태.나란히 적힌 두 이름.공동으로 부담하는 보증금과 월세.입주 예정일.계약이 끝나자 로로는 종이를 들고 한참 들여다봤다.“진짜 이사 가네.”“그러게.”“취미방.”“집보다 그게 먼저야?”“당연하지.”로로가 휴대폰을 꺼냈다.이미 장바구니에는 작업대부터 수납장까지 가득했다.“여기 긴 책상 놓고 가운데 수납장 하나 두자.”“내 모니터 세 개.”“두 개.”“세 개.”“두 개.”“내 돈으로 살 건데?”“전기세는 같이 내잖아.”기태가 웃음을 터뜨렸다.“그거 얼마나 나온다고.”“됐고. 의자는?”둘은 부동산을 나와서도 한참을 떠들었다.침대는 킹.식탁은 네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크기.소파는 로로가 누울 수 있을 만큼 길어야 했다.냉장고 위치.기태의 게임기.로로의 세공 장비.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모든 문장의 주어가 ‘우리’였다.“기태야.”“응.”로로가 계약서를 흔들었다.“우리 진짜 오래 살 것 같다.”기태가 그녀를 바라봤다.“나는 그럴 생각인데.”“나도.”너무 쉽게 나온 대답이었다.기태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가자.”“어디?”“엄마가 밥 먹고 가래.”로로의 걸음이 멈췄다.“오늘?”“응.”“왜 지금 말해?”“말하면 안 갈까 봐.”“한기태.”“싫으면 안 가도 돼.”로로가 눈을 흘겼다.“뭐 먹는데?”기태가 웃었다.“갈비찜.”“……가자.”“갈비찜에 팔리네.”“시끄러워.”두 번째 만남은 첫 번째보다 훨씬 편했다.“왔어?”기태 어머니가 반갑게 로로를 맞았다.“안녕하세요.”“뭘 또 사 왔어.”“과일 조금 샀어요.”“다음부터 그냥 와.”첫 만남 때처럼 어깨에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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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왜 나만 숨겨야 해

“이 정도면 됐죠?”로로가 완성된 시제품을 테이블 가운데 내려놓았다.회의실 안의 시선이 일제히 은빛 토끼로 향했다.본부장이 안경을 고쳐 썼다.“재제작한 거 맞죠?”“네.”“기간 이틀?”“정확히는 삼십여섯 시간입니다.”“대단하네.”로로는 웃지 않았다.“제작실에서 일정을 당겨줬고, 2팀에서 후속 검토 일정을 조정해준 덕분입니다.”시선이 자연스럽게 기태에게 향했다.기태가 담담하게 말했다.“2팀 검토도 문제없습니다.”“두 팀 합이 좋네.”본부장이 웃었다.“이 정도면 다음 프로젝트도 같이 붙여야겠는데?”회의실에 웃음이 퍼졌다.로로와 기태의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둘 다 아무렇지 않았다.회사에서는—그게 익숙했으니까.“팀장님!”회의실에서 나오자 민지가 로로에게 달려왔다.“통과했어요?”로로가 엄지를 들어 보였다.“네!”민지가 거의 뛰었다.“진짜 다행이다!”1팀 직원들이 환호했다.“오늘 회식 가시죠!”“좋아. 내가 쏜다.”“진짜요?”“대신 비싼 거 고르면 죽는다.”그때 뒤에서 2팀 직원들도 나왔다.“한 팀장님.”지수가 기태를 불렀다.“저희도 같이 가면 안 돼요?”민지가 바로 말했다.“같이 가요! 어차피 공동 프로젝트잖아요.”결국 두 팀 합동 회식이 결정됐다.“한 팀장님 두 분!”술이 몇 잔 돌자 누군가 장난스럽게 외쳤다.“진짜 두 분 너무 잘 맞는 거 아니에요?”로로가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일을 오래 같이 했으니까요.”“성도 똑같잖아요.”민지가 웃었다.“이러다 둘이 결혼하면 이름도 안 바뀌겠네.”순간—로로의 젓가락이 멈췄다.기태도 마찬가지였다.“야, 무슨 결혼이야.”옆 직원이 웃었다.“한기태 팀장님 여자친구 있다잖아.”“아, 맞다!”누군가 기태를 바라봤다.“3년 됐다고 하셨죠?”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와, 진짜 오래됐다.”“결혼하셔야겠네.”또 그 말이었다.기태는 웃기만 했다.그러다 한 직원이 로로에게 물었다.“한로로 팀장님도 남자친구 있다고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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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맞습니다, 저희 사귑니다

“한 팀장님.”로로가 고개를 들었다.“네.”김 과장이 서류를 들고 서 있었다.“이번 프로젝트 최종 정산 자료요. 2팀이랑 같이 한번 봐줘요.”“네. 주세요.”로로가 자료를 받아 들었다.“아, 그리고.”김 과장이 웃었다.“두 한 팀장님 오늘도 세트네.”로로가 피식 웃었다.“성이 같아서 그런가 봐요.”“성이 같은 게 아니라 호흡이 너무 잘 맞잖아.”옆에서 민지가 끼어들었다.“저도 인정이요.”“민지야.”“왜요. 진짜인데.”마침 1팀으로 들어오던 기태가 그 말을 들었다.“무슨 얘기입니까?”김 과장이 웃었다.“두 분 얘기죠.”“저희요?”“이번 프로젝트 끝나고 회사에 소문난 거 몰라요?”로로가 눈썹을 찌푸렸다.“무슨 소문이요?”“두 한 팀장님 사귀는 거 아니냐고.”순간—사무실이 조용해졌다.누군가 키보드를 치던 손까지 멈췄다.민지가 눈을 크게 떴다.“진짜 그런 소문 있어요?”“그냥 농담이지.”김 과장이 웃었다.“둘 다 애인 있다잖아.”로로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료를 정리했다.“쓸데없는 소문 만들지 마세요.”평소라면—거기서 끝났을 것이다.그런데.“맞습니다.”로로의 손이 멈췄다.기태였다.김 과장이 눈을 깜빡였다.“뭐가?”기태가 로로를 바라봤다.딱 한 번.그리고 말했다.“저희 사귑니다.”정적.“……뭐?”민지의 입이 벌어졌다.로로는 그대로 굳었다.“한기태.”회사에서 처음으로—그의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기태도 알아차렸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진짜요?"“잠깐만.”“두 분이요?”“언제부터요?”사무실이 순식간에 뒤집혔다.로로는 눈을 감았다.아.진짜.이 인간이—“삼 년 됐습니다.”기태가 말했다.이번에는 로로가 고개를 확 돌렸다.“삼 년이요?!”민지가 거의 비명을 질렀다.“팀장님!”“민지야.”“아니, 잠깐만요! 그럼 팀장님이 말했던 삼 년 된 남자친구가—”민지의 손가락이 기태에게 향했다.“2팀 한 팀장님?”로로가 이마를 짚었다.“……응.”“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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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그냥 한로로

“좋은 아침입니다.”로로가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좋은 아침이에요.”평소와 똑같았다.딱—삼십 초 정도는.“팀장님.”민지가 의자를 밀고 다가왔다.“왜.”“오늘 같이 출근하셨어요?”로로의 눈썹이 꿈틀했다.“누구랑.”민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누구긴 누구예요.”“…….”“2팀 한 팀장님이요.”로로가 가방을 내려놓았다.“너 아침부터 일하기 싫지?”“아니, 궁금하잖아요.”“각자 왔어.”“왜요?”“차가 두 대니까.”“같이 사는 건 맞구나.”“민지야.”“일하겠습니다.”민지가 쏜살같이 돌아갔다.로로가 한숨을 내쉬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도 묻지 않았던 것들이다.같이 출근하는지.같이 사는지.퇴근도 같이 하는지.별것 아닌 질문이었다.그런데—하루 만에 자신에게 꼬리표가 하나 생겼다.한기태의 여자친구.오전 회의.“이 부분은 1팀 안으로 가겠습니다.”본부장의 말에 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한기태 팀장님도 동의하시죠?”“네. 1팀 안이 더 적합합니다.”누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이제 공개됐다고 너무 편드는 거 아닙니까?”회의실에 작은 웃음이 터졌다.농담이었다.기태도 웃었다.“그래서 더 조심해야죠.”로로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제 안이 별로였으면 한 팀장님이 제일 먼저 깠을 겁니다.”다시 웃음.회의는 아무 문제 없이 끝났다.그런데 회의실을 나온 로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기태가 따라왔다.“로로야.”회사 복도에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로로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지나가던 직원이 두 사람을 보고 웃었다.“이제 회사에서도 로로야, 하시네요?”기태는 멋쩍게 웃었다.로로도 따라 웃었다.직원이 지나간 뒤 로로가 작게 말했다.“회사에서는 한 팀장님이라고 해.”기태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이제 다 아는데?”“알아도 회사잖아.”“……알았어.”기태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런데 로로는 알았다.또 서운해했다.그걸 아는 자신도—조금 지쳤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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