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Capítulo 51 - Capítulo 60

78 Capítulos

51화. 이름 없는 관계

“나 간다.”승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로로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쳐다봤다.“벌써?”“벌써는 씨발. 열한 시 반이야.”“공무원이 체력이 왜 그따위야.”“내일 민원인들한테 욕 처먹으려면 자야 돼.”승철이 가방을 둘러멨다.그러다 장혁을 턱짓했다.“얘 집에 보내.”“내가 왜.”“네가 술 덜 먹었잖아.”“택시 태우면 되지.”“야.”로로가 장혁 팔을 잡았다.“나 안 취했어.”장혁이 내려다봤다.“그래.”“진짜.”“알았어.”“나 걸어갈 수도 있어.”“여기서 네 집까지?”“……택시 타면 되지.”승철이 코웃음을 쳤다.“둘이 알아서 해라.”“박승철.”“왜.”“잘 가.”“미친년.”승철이 나가버렸다.밤공기가 차가웠다.장혁은 담배를 꺼냈다가 로로를 보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왜 안 피워?”“귀찮아.”“펴.”“싫어.”“내 눈치 보냐?”“자의식 과잉.”“아닌데.”로로가 피식 웃었다.둘은 천천히 골목을 걸었다.택시를 잡으러 큰길로 나가는 길이었다.로로는 술기운 때문인지 평소보다 걸음이 느렸다.“장혁아.”“왜.”“연애 존나 귀찮다.”“갑자기?”“갑자기 아니거든.”로로가 바닥의 돌멩이를 툭 찼다.“생각해 봤는데.”“하지 마.”“뭘."“네가 생각을 하면 꼭 사고를 쳐.”“뒤질래?”장혁이 피식 웃었다.로로가 다시 말했다.“좋아하면 그냥 좋아하면 되잖아.”“응.”“보고 싶으면 보고.”“응.”“같이 있고 싶으면 있고.”“응.”“자고 싶으면 자고.”장혁의 걸음이 멈췄다.로로가 두 걸음 더 가다가 돌아봤다.“왜?”“……뭐?”“왜 멈춰.”“아니.”장혁이 헛기침했다.“계속해.”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너 이상한 생각 했지.”“내가 뭘.”“자고 싶으면 잔다니까.”“네가 말했잖아.”“잠 말고.”“알아, 씨발."로로가 웃음을 터뜨렸다.“얼굴 왜 그러냐?”“닥쳐.”“장혁 부끄러워?”“진짜 죽고 싶냐?”“귀 빨개졌는데?”장혁이 로로 머리를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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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우리 집에 온 첫 손님

“야! 그거 거기 아니야!”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로로의 목소리가 울렸다.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던 장혁이 인상을 썼다.“그럼 어디야.”“취미방!”“취미방이 어딘데!”“왼쪽!”“왼쪽 방 두 개잖아!”“큰 거!”장혁이 상자를 바닥에 내려놨다.“씨발, 네가 들어.”“내가 이걸 어떻게 들어.”“그럼 닥치고 안내를 제대로 해.”뒤따라 들어온 승철이 박스를 내려놓으며 혀를 찼다.“이삿짐센터 놔두고 우리가 왜 이 지랄이냐.”주방에서 기태가 생수 네 병을 들고 나왔다.“그러게. 내가 부르지 말자고 했는데.”“뭐?”로로가 기태를 노려봤다.“내가 언제.”“어제 네가 그랬잖아. 큰 짐은 업체가 하는데 굳이 부르냐고.”“그래도 새집인데 얘들이 와야지.”너무 당연하게 나온 말이었다.장혁의 시선이 잠깐 로로에게 머물렀다.승철은 이미 냉장고를 열고 있었다.“물.”“야, 남의 집 냉장고를 왜 네가 열어?”기태가 웃었다.“그냥 드세요.”승철이 장혁을 가리켰다.“봐라. 집주인이 허락했다.”로로가 발끈했다.“나도 집주인이야!”“넌 시끄러워.”“박승철 죽을래?”새집은—입주한 지 세 시간 만에 시끄러워졌다.“이거 존나 무거운데?”“작업대니까.”“너 여기서 대체 뭘 만드는 거야.”“돈.”장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존나 명쾌하네.”네 사람이 붙어서 작업대를 옮겼다.반대쪽에는 기태의 책상이 들어갔다.로로가 허리에 손을 얹었다.“여기.”“뭐?”“모니터.”기태가 바로 말했다.“세 개.”“두 개.”“이사까지 왔는데 아직도 그 얘기야?”“두 개면 충분해.”“내 자리야."“우리 방이야.”기태가 말문이 막혔다.장혁이 피식 웃었다.“졌다.”“뭐가.”“‘우리 방’ 나오면 끝이지.”승철도 고개를 끄덕였다.“포기해라.”기태가 두 남자를 바라봤다.“제 편은 없습니까?”“없어.”둘의 대답이 동시에 나왔다.로로가 깔깔 웃었다.“역시 내 새끼들.”“누가 네 새끼야.”장혁과 승철이 또 동시에 말했다.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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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일곱 가지 규칙

[도착했어.]로로가 휴대폰을 확인했다.한기태였다.[저녁 먹었어?]로로가 바로 답했다.[응. 혁이네서 승철이랑 술 먹는 중.]답장은 금방 왔다.[많이 마시지 마.][알았어ㅋㅋ 너도 밥 챙겨먹어][응. 내일 전화할게.][잘 자♥]로로는 휴대폰을 뒤집어놓았다.“뭐래?”승철이 물었다.“기태 출장 도착했대.”“어디랬지?”“부산.”장혁은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승철이 안주를 집으며 중얼거렸다.“근데 너네 진짜 공개됐더라.”“벌써 시청까지 소문났냐?”“민지가 나한테 카톡함.”로로가 눈을 부릅떴다.“걔가 네 번호를 어떻게 알아?”“저번에 술 먹을 때.”“미친.”“축하한대.”“꺼지라 그래.”“왜 나한테 지랄이야.”시끄러운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그리고 열두 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승철이 죽었다.정확히는 소파에 누워 코를 골기 시작했다.로로가 발끝으로 승철의 종아리를 찔렀다.“야.”“…….”“박승철.”“……씨발…….”“집에 가.”“……여기가 집이야…….”장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처자게 둬.”결국 장혁이 담요를 던져줬다.로로가 바닥에 앉았다.“한 잔만 더.”“너도 그만 마셔.”“싫어.”“내일 출근 안 해?”“토요일이거든, 병신아.”“아.”“사장 새끼가 요일도 모르네.”장혁이 맥주캔을 하나 더 땄다.“처먹어.”“역시.”둘이 캔을 부딪쳤다.짧은 정적.그리고 로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야.”“왜.”“그때 그거.”장혁의 손이 멈췄다.“뭐.”“친구끼리 자는 거.”“…….”“생각해봤어?”장혁이 로로를 쳐다봤다.“너 아직도 그 생각 하냐?”“그냥 궁금하다니까.”“한로로.”“응.”“너 남친 있어.”“알아.”대답은 즉시 나왔다.로로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나 기태 좋아해.”“알아.”“헤어질 생각도 없어.”“그것도 알아.”“그럼 됐네.”장혁이 헛웃음을 쳤다.“뭐가 돼.”로로가 무릎을 끌어안았다.“그냥 생각해봤어.”“뭘.”“사랑이랑 섹스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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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부재중 전화

"한 번 더?”장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로로는 여전히 그의 품 안에 있었다.헝클어진 머리.붉어진 뺨.그런 얼굴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싫어?”하고 묻는다.장혁이 헛웃음을 흘렸다.“너 내일 후회하면 죽는다.”“왜 자꾸 후회 타령이야.”“술 깬 다음에 네가 나 죽일까 봐.”“나 안 취했어.”“아까 맥주를 몇 캔을 처먹었는데.”로로가 그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툭 쳤다.“정신 멀쩡하거든.”“그러니까 더 문제지.”“뭐가.”장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로로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둘의 시선이 마주쳤다.조금 전까지와는 달랐다.이제는—서로 알고 있었다.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로로가 먼저 웃었다.“야.”“왜.”“규칙 기억하지?”장혁의 눈이 가늘어졌다.“벌써 까먹었겠냐.”“말해봐.”“뭘.”“첫 번째.”사랑하지 않는다.장혁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왜 말 안 해?”“유치하게 그걸 왜 다시 말해.”“확인.”로로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툭 건드렸다.“사랑하지 않는다.”“……그래.”“질투하지 않는다.”“응.”“연애에 간섭하지 않는다.”이번에도—장혁의 대답은 한 박자 늦었다.“응.”로로가 웃었다.“그럼 됐네.”“뭐가.”“한 번 더 해도.”장혁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미친년.”“할 거야, 말 거야.”장혁이 로로를 바라봤다.스무 해.그 긴 시간 동안 수없이 가까웠다.업고.끌어안고.같은 이불을 덮고 잠든 적도 있었다.그런데 이제는—그 모든 기억과 지금을 같은 것으로 부를 수 없었다.장혁의 손이 로로의 뺨에 닿았다.“마지막으로 묻는다.”“또?”“괜찮아?”이번에는 로로도 장난치지 않았다.“응.”짧은 대답.장혁이 천천히 그녀에게 가까워졌다.그리고 그 순간—테이블 위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한기태♥]진동도.벨소리도 없었다.술자리 시작 전에 로로가 무음으로 바꿔놓은 휴대폰은—조용히 빛나기만 했다.한 번.두 번.그리고 꺼졌다.둘 중 누구도 보지 못했다.한기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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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원래대로

“아…… 씨발.”승철이 눈을 뜨자마자 목을 잡았다.소파 팔걸이에 목이 반쯤 꺾인 채로 몇 시간을 잤는지 모르겠다.테이블에는 빈 맥주캔이 널브러져 있었다.“장혁 개새끼…….”승철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안쪽 문이 열렸다.로로가 먼저 나왔다.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하품했다.“아…… 배고파.”그 뒤로 장혁도 나왔다.“몇 시냐.”“몰라.”승철이 둘을 보더니 바로 짜증을 냈다.“야, 씨발.”장혁의 시선이 순간 승철에게 꽂혔다.“왜.”“안에 자리 있었어?”“……어.”“근데 나를 여기다 처재웠어?”“네가 먼저 뻗었잖아.”“깨웠어야지!”로로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냈다.“깨웠어.”“언제?”“네가 여기가 집이라고 했어.”승철이 멈칫했다.“내가?”“어.”“……기억 안 나.”“그러니까 적당히 처먹어.”로로가 생수 하나를 던졌다.승철은 받아서 벌컥벌컥 마셨다.“아, 목 아파.”그리고 끝이었다.누가 어디서 잤는지.왜 둘이 같이 나왔는지.그런 건 애초에 승철의 관심사가 아니었다.중학교 때도 셋이 놀러 가면 아무 데서나 엉켜 잤고,성인이 된 뒤에도 술 먹다 장혁 집에서 뻗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승철이 보기에 어젯밤도 그중 하나였다.“해장국 먹자.”“순댓국.”“난 뼈해장국.”“그럼 따로 처먹어.”셋은 아침 메뉴로 싸우기 시작했다.장혁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정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박승철에게는.나갈 준비를 하던 로로가 장혁에게 다가왔다.“차 키 어디 있어?”“탁자.”“없는데?”“내 주머니인가.”로로가 아무 생각 없이 장혁의 후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장혁의 몸이 움찔했다.“야.”“왜.”그가 한 걸음 물러났다.“말로 해.”로로가 눈을 깜빡였다.“차 키 찾는다고.”“내가 꺼내준다고.”“왜 지랄이야?”“그냥.”로로가 잠시 장혁을 쳐다봤다.그러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아.”“뭐.”“아무것도.”“뭔데.”“귀 빨개졌다고.”“닥쳐.”로로가 킥킥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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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하고 싶으면 연락해

“그거 거기 아니야.”“그럼 어디야?”“왼쪽.”“여기?”“아니, 그거 말고.”기태가 들고 있던 액자를 내려놓았다.“한로로.”“응?”“직접 해.”“싫어.”로로는 소파에 누운 채 손가락만 까딱거렸다.이사한 지 며칠.집은 이제야 제법 사람 사는 꼴을 갖추고 있었다.취미방 한쪽에는 기태의 모니터 두 대.반대쪽 작업대에는 회색 토끼 인형이 앉아 있었다.기태가 소파로 다가왔다.“집은 마음에 들어?”“응.”“뭐가 제일 좋아?”“취미방.”즉답이었다.기태가 눈을 가늘게 떴다.“나는?”“넌 원래 있었잖아.”“새집보다 아래네.”로로가 몸을 일으켜 기태의 볼을 양손으로 잡았다.“바보야. 너는 기본값이지.”“기본값?”“응.”“좋은 말 맞아?”“엄청 좋은 말이야.”로로가 그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밥 해줘.”“결국 그거지?”“응.”평범했다.너무 평범해서—며칠 전 타투샵에서 있었던 일은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월요일 오후.도면을 보던 로로의 휴대폰이 켜졌다.[장혁][오늘 뭐 해.][일하지 병신아][끝나고.][왜]한참 뒤.[하고 싶은데.]“풉.”로로가 웃음을 터뜨렸다.민지가 고개를 들었다.“팀장님, 뭐 좋은 거 왔어요?”“아니. 미친놈 하나 있어서.”로로는 바로 답했다.[오늘은 안 돼][왜.][기태랑 저녁 먹기로 했어]잠시 후.[ㅇㅋ]그게 끝이었다.끝나고 보자고 조르지도 않았고.어디서 먹느냐고 묻지도 않았다.로로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규칙을 잘 지키고 있었다.그날 저녁.기태와 고기를 먹고 집으로 돌아온 로로는 맥주를 들고 소파에 늘어졌다.기태가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출장 갔다가 샀어."“뭔데?”안에는 작은 금속 트레이가 있었다.세공 부품을 올려놓기 좋은 크기였다.구석에는 조그만 토끼까지 새겨져 있었다.“귀엽다.”“보자마자 네 생각 나서.”로로가 트레이와 기태를 번갈아 봤다.“내 생각났어?”“응.”“얼마나?”“많이.”“진짜?”“많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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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맨정신

“하고 싶으니까.”로로의 대답에 장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뭘 그렇게 봐.”“확인하는 중.”“뭘?”“너 진짜 멀쩡한가.”로로가 헛웃음을 쳤다.“야. 나 택시 타고 여기까지 왔어. 술도 안 마셨고.”“알아.”“그럼 됐잖아.”장혁이 마지막으로 물었다.“진짜 괜찮아?”“응.”“후회 안 해?”“안 해.”로로가 먼저 그의 후드 끈을 잡아당겼다.“그러니까 그만 물어.”입술이 닿았다.이번에는 술기운도, 취기도 없었다.서로가 무슨 선택을 하는지 너무 선명하게 알고 있었다.그래서 첫날보다 오히려 빨랐다.잠깐 떨어진 로로를 장혁이 다시 붙잡았다.“야.”“왜.”“너 원래 이렇게 급했냐?”“누가 먼저 당겼는데.”“나.”“알면 닥쳐.”로로가 웃었다.그 웃음도 오래가지는 못했다.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펜 하나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둘 중 누구도 줍지 않았다.“한 팀장님, 잔 비었습니다!”기태가 고개를 들었다.“아, 네.”회식은 어느새 2차였다.옆자리 직원이 웃었다.“한 팀장님 집에 가고 싶으시죠?”“왜요?”“이제 기다리는 사람 있는 거 회사 사람들 다 아는데 뭘 숨겨요.”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기태도 웃었다.“네. 가고 싶네요.”“와, 인정하는 거 봐.”기태는 휴대폰을 한번 확인했다.[나 혁이네 잠깐 갔다 올게]로로가 보낸 메시지가 그대로 있었다.의심은 없었다.장혁이니까.기태가 로로에게서 수없이 들어온 스무 해 친구였으니까.얼마 뒤.휴게실 안은 조용했다.로로가 이불에 누운 채 숨을 골랐다.“아……."“왜.”“확실해졌네.”“뭐가.”로로가 옆으로 돌아누웠다.“술 때문 아니었던 거.”장혁의 눈썹이 꿈틀했다.“우리 그냥 잘 맞는 거였네.”너무 간단한 결론이었다.로로는 몸을 일으켰다.“씻자.”“수건 안쪽에 있어.”“새 거?”“있어.”욕실로 향하던 로로가 돌아봤다.“같이 씻어.”“왜.”“귀찮아.”“뭐가 귀찮은데.”“물 두 번 쓰면 아깝잖아.”장혁이 어이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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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분리할 수 있어

도어락을 누르자 익숙한 소리가 났다.삐빅—“왔어?”거실에서 기태 목소리가 들렸다.로로가 신발을 벗으며 고개를 내밀었다.“뭐야. 너 벌써 왔어?”“도망쳤어.”“2차 간다며.”“중간에 탈출.”기태는 소파에 기대 앉아 있었다. 볼이 살짝 붉었다.로로가 가까이 가자 기태가 자연스럽게 팔을 벌렸다.“왜.”“와.”“술 냄새 나.”“너는 안 나네?”기태가 로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안 먹었어.”“웬일이래.”“나도 맨날 마시진 않거든?”기태가 웃었다.“혁이랑 뭐 했어?”너무 평범한 질문이었다.로로도 평범하게 대답했다.“그냥 놀았지.”“승철이는?”그제야 아주 짧게—로로의 대답이 늦었다.“오늘은 없었어."“둘이 있었어?”“응.”“아.”끝이었다.기태는 더 묻지 않았다.누가 먼저 만나자고 했는지.둘이서 뭘 했는지.왜 그 시간에 찾아갔는지.아무것도.대신 로로의 배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보고 싶었어.”“아까 문자로도 했잖아.”“문자랑 지금 보는 거랑 같아?”로로가 피식 웃었다.손을 내려 기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도 보고 싶었어.”거짓말이 아니었다.기태를 보니까 좋았다.그 품도 여전히 익숙하고 편했다.조금 전까지 다른 남자의 품에 있었다는 사실과—이 감정은 로로 안에서 이상하리만큼 부딪치지 않았다.침대에 누운 기태가 로로의 손을 찾았다.“로로야."“응.”“나 요즘 되게 좋다.”“뭐가?”“여기.”기태가 천장을 보며 웃었다.“우리 집 생긴 거.”“전에도 같이 살았잖아.”“그때랑은 좀 다르잖아. 이번엔 집도 같이 골랐고, 가구도 같이 골랐고.”“내가 고른 게 더 많지.”“누가 노란 컵 두 개나 샀더라.”“예쁘잖아.”기태가 웃으며 손가락을 얽었다.“퇴근하면 네가 여기 있는 것도 좋고.”“응.”“그냥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예전 같았으면 그 뒤에 따라올 말을 경계했을지도 몰랐다.결혼.가족.그런 이름들.하지만 오늘 기태는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았다.그래서 로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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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둘만 아는 약속

[오늘 뭐 하냐.]토요일 오후.승철이 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렸다.[밥 처먹자.]로로가 바로 답했다.[네가 사?][왜 내가 사.][그럼 싫어.]장혁이 끼어들었다.[둘 다 꺼져.]결국 한 시간 뒤—딸랑.“야.”로로가 타투샵 문을 열었다.소파에 누워 있던 승철이 손만 들었다.“왔냐.”장혁은 작업대 앞에 앉아 있었다.로로는 인사도 없이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내놔.”“뭘.”“머리끈.”장혁이 자기 손목을 내려다봤다.검은 머리끈.그걸 빼 로로 손바닥에 툭 떨어뜨렸다.“잘 갖고 있었네?”“쓰레기 버리는 날을 놓쳤어.”“뒤질래?”승철이 휴대폰만 보며 말했다.“시끄러워, 씨발.”로로는 머리를 묶으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너무 평범했다.이틀 전—이곳에서 장혁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린 사람처럼.장혁도 평소처럼 물었다.“뭐 먹을 건데.”“마라탕.”“싫어.”“넌 안 먹으면 되잖아.”“내 가게야.”승철이 휴대폰을 내밀었다.“닥치고 짜장면.”“싫어.”“그럼 네가 시켜.”결국 짜장면 세 개에 탕수육이었다.“기태는?”승철이 물었다.“회사.”“토요일인데?”“수정 건 터졌대.”“불쌍한 새끼.”로로가 기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혁이네][승철이랑 셋이 밥 먹어]곧 답장이 왔다.[또 셋이?ㅋㅋ][ㅇㅇ 승철이가 쏨]“야!”승철이 벌떡 일어났다.“내가 언제 산대!”“이미 기태한테 말했어.”“그게 뭔 상관인데!”로로가 깔깔 웃었다.장혁도 피식 웃었다.평소와 똑같았다.“야, 그거 내 거.”로로가 장혁 앞에 놓인 탕수육을 집었다.“네 앞에도 있잖아.”“이게 더 커.”“거지냐?”“친구끼리 치사하게.”장혁이 욕을 하려다 로로 그릇을 봤다.양파가 한쪽에 잔뜩 밀려 있었다.말없이 젓가락을 뻗어 자기 그릇으로 가져왔다.승철이 그 모습을 빤히 봤다.“지랄한다.”“뭐.”“하나는 처뺏어 먹고, 하나는 싫어하는 거 골라주고.”승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둘이 부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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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예약

월요일 오전.회의를 끝낸 로로는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을 들었다.[야]장혁의 답장은 빨랐다.[왜.][금요일 어때][뭐가.]로로의 눈썹이 올라갔다.[뭐긴 뭐야]잠시 후.[몇 시.][퇴근하고][ㅇㅋ]간단했다.로로는 달력을 열어 금요일을 확인하다 피식 웃었다.[야 근데][왜][우리 무슨 예약 잡는 것 같다ㅋㅋ]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그럼 예약금 보내.]로로가 키득거렸다.[몸으로 내도 됨?]한참 답이 없었다.[미친년.]“풉.”옆자리 민지가 고개를 들었다.“팀장님 요즘 자주 웃으시네요.”“내가?”“네.”“원래 잘 웃어.”“휴대폰 보면서요.”로로는 아무렇지 않게 화면을 껐다.“친구가 웃겨서 그래.”틀린 말은 아니었다.그날 퇴근길.기태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물었다.“금요일 뭐 해?”“금요일?”“응.”로로의 머릿속에 장혁과 잡은 약속이 스쳤다.“왜?”“데이트하자.”“갑자기?”“갑자기는 무슨.”기태가 로로의 손을 잡았다.“우리 같이 살고 나서 제대로 데이트한 적 별로 없잖아.”“맨날 보는데 뭘.”“같이 사는 거랑 데이트하는 건 다르지.”“뭐 하고 싶은데?”“영화 보고.”“응.”“맛있는 거 먹고.”“또?”기태가 웃었다.“너랑 돌아다니고.”로로도 따라 웃었다.“좋아.”“진짜?”“응.”대답은 어렵지 않았다.집에 도착한 로로는 곧바로 장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야 금요일 취소][왜.][기태랑 데이트하기로 함]잠시 후.[ㅇㅋ]끝.로로는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잘하네.”규칙 3.서로의 연애에 간섭하지 않는다.장혁은 이유도 묻지 않았다.서운하다는 말도 없었다.로로가 원했던 관계 그대로였다.장혁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금요일 예약표를 바라봤다.오후 여섯 시 이후가 비어 있었다.원래는 예약 문의 하나가 들어왔었다.로로가 온다고 해서 다른 날로 돌렸다.장혁은 한참 빈칸을 바라보다 메시지 창을 열었다.[금요일 7시 가능합니다.]전송.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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