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7시, 펜트하우스 다이닝룸은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황금빛 조명으로 눈부시게 타올랐다.프랑스 대형 유통 그룹 ‘루미에르’의 아시아 총괄 부사장 장뤽(Jean-Luc)을 비롯한 해외 귀빈 여섯 명이 웅장한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서태우는 최고급 맞춤 수트에 샴페인 글라스를 높이 치켜들고 특유의 오만하고 과시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장뤽 부사장님, 오늘 귀빈 여러분을 위해 특별히 파리 미슐랭 3스타 출신의 수셰프를 어렵게 모셨습니다. 오늘 밤 서울 한복판에서 파리 최고의 미식을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오, 서 상무님. 기대가 아주 큽니다. 파리의 유서 깊은 맛을 서울에서 만난다니 참으로 대단하군요.”태우는 우쭐한 표정으로 샴페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때, 다이닝룸의 육중한 문이 열리며 안주인 백채린이 모습을 드러냈다.테이블에 둘러앉은 손님들의 시선이 채린에게 모였다. 감청색 이브닝드레스는 그녀가 직접 고른 것이었다. 드레스 안쪽에는 오후에 변호사와 함께 확인한 소형 녹음 핀이 달려 있었다. 채린은 태우의 위협이 나오면 남기겠다고 직접 작동 버튼을 눌렀다.안색은 여전히 옅었지만 시선은 달랐다. 채린은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상석 옆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장뤽 부사장이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미소 지었다.“마담 백, 직접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프랑스어가 아주 자연스러우시군요.”“감사합니다, 부사장님. 음식과 대화 모두 편하게 즐겨주세요.”채린은 막힘없는 프랑스어로 화답했다. 장뤽이 최근 파리 물류 파업 이야기를 꺼내자 현지 항만 사정까지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태우의 눈매가 불쾌하게 가늘어졌다. 집에서는 말끝마다 사과하던 아내가 손님 앞에서는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자신이 모르는 채린의 얼굴이 있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그때, 다이닝룸의 문이 열리고 블랙 셰프 코트를 입은 강도혁이 은빛 카트를 밀고 들어섰다. 손님들 앞에서는 표정도 보폭도 흐트러짐이 없었다.“첫 번째 아뮤즈 부쉬 서빙하겠습니
Last Updated : 2026-09-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