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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귓가에 쏟아지는 뜨거운 속삭임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7 07:01:13

채린은 손바닥으로 제 가슴을 눌렀다.

“싫어서 뛰는 건 아니에요. 들킬까 봐 무서운 거예요.”

도혁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쥔 손부터 풀었다.

“그럼 여기서 멈춥니다.”

그가 한 걸음 물러서자 오히려 찬 공기가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들었다. 채린은 숨을 고르다 그의 셰프 코트 소매를 다시 붙잡았다.

“멈추라는 말은 안 했어요.”

“채린 씨.”

“오래 끌지 말라는 뜻이에요. 밖에서 또 찾을 테니까.”

도혁의 눈매가 짙어졌지만, 대답은 여전히 짧았다.

“알겠습니다.”

그는 품 안에서 작은 보온 케이스를 꺼냈다. 주방에서 미리 그을려 둔 무화과와 블루치즈 한 조각이 미지근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달콤한 과즙과 알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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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님의 입술을 적시는 셰프   20화. 셰프의 고백과 선을 넘은 관계

    알림음은 멈추지 않고 어두운 주방을 울렸다. 거실 소파 아래, 서태우의 태블릿 화면에 [발신: 평택 물류본부 서태우 상무]라는 붉은 글자가 번쩍였다. 채린의 호흡이 덜컥 멎었다. 차가운 대리석 위에 누워 있던 그녀의 전신에 다시금 공포의 한기가 엄습하려 했다.도혁의 눈이 한 번 좁아졌지만 손은 먼저 움직였다. 그는 채린의 뺨을 감싸 시선을 돌려놓았다.“화면 보지 마세요. 제가 끊겠습니다.”도혁은 셰프 코트를 걸치고 거실로 나가 태블릿 전원을 껐다. 이어 홈캠 서버 연결까지 차단했다. 요란했던 경보음이 뚝 끊기고 주방에는 다시 깊은 고요가 찾아왔다. 채린이 팔을 내밀자 도혁이 안아 올려 차가운 식탁에서 침대로 옮겼다. 이불을 쇄골까지 덮어준 뒤 주방에서 따뜻한 음료를 준비해 왔다.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은은한 넛맥 파우더와 바닐라빈 추출액을 넣은 온음료였다. 달콤하고 포근한 향기가 방 안을 부드럽게 채웠다.“따뜻할 때 마셔요. 놀란 심장을 가라앉혀 줄 겁니다.”도혁이 컵을 쥐여주며 채린의 곁에 앉았다. 채린은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한 모금 넘겼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온기가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자, 굳어 있던 어깨가 스르륵 풀려내렸다.“도혁 씨…… 왜 이렇게까지 날 도와주는 거예요?”채린은 도혁이 동정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도혁은 컵을 내려놓았다.“어젯밤 이 집에 들어온 이유는 말씀드렸습니다. 서태우를 추적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왜 채린 씨 곁에 남았는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그 이유가 달라요?”“네.”“10년 전, 마포에서 한식당을 하던 제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 사모님의 입술을 적시는 셰프   19화. 차가운 대리석 위의 열기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안방, 굳게 닫혀 있던 육중한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도혁이 살얼음 맺힌 샴페인 글라스와 은빛 돔을 덮은 플레이트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침대 모서리에 잔뜩 웅크려 있던 채린이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낮에 서태우가 거실과 주방 곳곳에 설치해 둔 CCTV 카메라들의 붉은 감시 렌즈가 번뜩 떠올랐기 때문이었다.“도혁 씨…… 거실의 카메라가…….”“걱정하지 마십시오.”도혁은 침대 앞에 멈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홈캠에는 30분 전의 빈 거실 영상만 반복됩니다. 녹화에도 남지 않습니다.”도혁이 은빛 돔을 열었다. 얇게 저민 한우 채끝에 생와사비와 올리브유, 검은 송로버섯을 얹은 비프 카르파초였다. 고기의 담백한 향 뒤로 트러플 향이 올라왔다.“기름기는 적고 온도는 차갑게 맞췄습니다. 오늘은 한 점만 확인하죠.”“와사비는 얼마나 넣었어요?”“평소의 절반입니다. 더 덜어낼까요?”“조금만 더 빼줘요. 포크는 도혁 씨가 들어요.”도혁은 와사비를 덜어낸 뒤 다시 눈으로 물었다. 채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얇은 고기 한 점을 입술 앞으로 가져왔다. 채린은 주저하지 않고 입술을 벌렸다. 차갑고 매끄러운 고기의 식감 뒤로 트러플 향과 올리브유의 산미가 또렷하게 느껴졌다.꿀꺽. 채린이 고기를 삼키자, 도혁이 차가운 샴페인 잔을 그녀의 붉어진 입술에 기울여주었다. 스파클링 와인의 탄산과 시트러스 향이 목을 지나자 채린의 어깨가 움찔했다.“와인은 내가 들게요.”채린이 잔을 받아 한 모금만 마셨다.“고기는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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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님의 입술을 적시는 셰프   17화. 남편의 수상한 눈초리

    띵동—.스마트 인터폰 차임벨이 거실을 울렸다. 화면에는 블랙 셔츠를 입고 1층 로비에 서 있는 강도혁이 보였다. 채린의 멱살을 잡으려던 서태우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남자의 눈동자에 사나운 핏발이 서며 턱 근육이 불거져 나왔다.“저 새끼가…… 아직도 안 가고 이 야심한 시간에 왜?”태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인터폰 통화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내리눌렀다.“야! 네놈이 이 시간에 무슨 볼일이야? 파티 끝났으면 곱게 꺼질 것이지!”[상무님, 주방에 개인 가죽 칼가방과 프랑스산 트러플 오일 박스를 두고 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가 특수 장비라 즉시 회수해야 해서 잠시 올라가겠습니다.]스피커 너머 도혁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절제돼 있었다. 태우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아무리 화가 치밀어도 장뤽 부사장이 극찬한 셰프의 장비를 억류해 분란을 일으킬 명분은 없었다. 철컥. 태우가 현관문 잠금을 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도혁이 긴 다리로 복도를 가로질러 들어섰다. 남자의 보폭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도혁은 현관에 선 두 사람을 훑었다. 채린의 흐트러진 옷깃과 태우의 굳은 주먹을 본 순간 눈매가 가늘어졌지만, 아무 말 없이 주방으로 향했다. 태우는 팔짱을 낀 채 도혁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갔다. 주방 아일랜드 식탁 위, 묵직한 가죽 칼가방을 지퍼로 잠그는 도혁의 손길을 노려보던 태우가 코를 킁킁거렸다.‘……!’태우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도혁의 손목과 셔츠 깃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쌉싸름한 시더우드 향. 조금 전 테라스에서 채린의 드레스에 밴 것과 같은 향이었다. 주방에서 흔히 날 법한 버터 향과 달리, 시더우드 향은 두 사람의 옷깃에 비슷하게 남아 있었다. 확실한 증거는 아니었다. 그러나 의심

  • 사모님의 입술을 적시는 셰프   16화. 붉게 물든 이브닝드레스

    암막 커튼 뒤의 좁은 틈에서 두 사람은 숨을 죽였다. 서태우의 구두 굽이 불과 30cm 앞에서 멈췄고, 옷깃 스치는 소리까지 들렸다.“어디로 샌 거야, 이 여편네가…… 귀찮게 진짜.”태우가 담배를 꺼내 무는 소리가 났다. 채린의 무릎이 흔들리자 도혁이 허리 옆에서 손을 멈췄다. 채린이 뒤로 기대자 그제야 체중을 받아냈다. 그의 턱은 어깨 가까이에 머물렀고 숨결만 목덜미에 닿았다.‘제발…… 그냥 돌아가…….’채린의 간절한 기도 속에서, 태우는 라이터 불을 켜다 말고 거실 쪽에서 부르는 소리에 혀를 찼다.“서 상무! 장뤽 부사장이 추가 브리핑을 원합니다!”“아, 예! 지금 바로 들어갑니다!”태우가 테라스 문을 열고 다이닝룸으로 돌아가자 구두 소리도 멀어졌다. 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팽팽했던 공기가 풀렸다.“후우…… 하아…….”채린이 참았던 숨을 길게 토해냈다. 도혁이 옷깃을 정리해도 되겠느냐는 듯 손을 들자 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그는 흐트러진 드레스를 여며주고 멍든 손목을 살폈다.“이제 나갈 시간입니다, 마에스트로.”도혁은 채린이 호흡을 고를 때까지 기다렸다.“부사장에게 선우물산의 콜드체인부터 말씀하십시오. 서태우가 끼어들면 자료를 보여달라고 하세요. 숫자와 특허는 거짓말을 못 합니다.”“내가 말할게요. 도혁 씨는 대신 설명하지 마요.”“알겠습니다. 질문을 받으면 자료만 넘기겠습니다.”채린은 드레스 안쪽의 녹음 핀이

  • 사모님의 입술을 적시는 셰프   15화. 벽 너머 들려오는 남편의 발소리

    채린이 자리에 앉자 서태우가 웃는 얼굴로 목소리만 낮췄다.“사모님, 도대체 어디서 뭘 하다 온 겁니까?”태우는 이를 악문 채 채린의 붉은 입술과 드레스 깃에 밴 허브 향을 번갈아 살폈다. 손님들 앞이라 목소리를 낮췄을 뿐, 의심은 감추지 못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손님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모였다. 드레스 안쪽의 녹음 핀이 피부에 닿아 있었다. 채린은 장치를 확인하려 손을 대는 대신, 태우가 내뱉는 말을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잠깐의 침묵 끝에 채린은 태우를 똑바로 보며 차분한 미소로 받아쳤다.“주방에서 셰프님이 만찬용 블루치즈 페어링 소스를 테스트 중이더군요. 풍미가 워낙 짙고 강렬해 옷깃에 향이 밴 모양입니다.”채린은 끝까지 말투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장뤽 부사장이 웃으며 와인 잔을 가볍게 흔들었다.“하하, 안주인께서 직접 페어링까지 확인하셨군요. 덕분에 와인이 더 인상적입니다.”손님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태우는 억지로 웃었다. 아내를 더 추궁하지는 못했지만 턱 근육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식사가 이어지며 도혁이 준비한 한우 안심 로스트와 트러플 주(Jus) 소스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익힘과 육즙에 손님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도혁은 채린 앞에만 양을 절반으로 줄인 접시를 놓고 소스는 옆에 따로 담았다.“향이 강하면 소스는 남기십시오.”“단맛은 아까보다 줄였어요?”“무화과는 빼고 육즙만 졸였습니다.”채린은 작은 한 점을 잘라 충분히 씹었다. 태우가 보는 앞에서도 삼키는 속도를 서두르지 않았다. 고기를 넘긴 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포크를 내려놓자 도혁도 더 권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태우가 냅킨을 내려놓고 채린의 귓가에 말했다.&l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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