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봄, 서울의 작은 유리 온실에 흰 라일락 향이 번졌다.채린과 도혁은 호텔 연회장도, 수백 명의 하객도 선택하지 않았다. 온실 한쪽에는 가족과 가까운 동료 스무 명이 앉았고, 반대편에는 두 사람이 직접 고른 긴 식탁 하나가 놓였다.채린은 풍성한 드레스 대신 움직이기 편한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었다. 부케는 들지 않았다. 두 손을 비워두고 싶었다. 도혁도 셰프 코트가 아닌 짙은 감청색 정장을 입었지만, 주방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평소와 같았다.“소스 온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그가 세 번째로 주방 쪽을 돌아보자 채린이 팔을 잡았다.“오늘 조리 책임자는 민재 셰프예요.”“확인만 하려는 겁니다.”“확인도 맡기는 연습을 해야죠.”도혁은 못내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채린은 웃음을 참으며 그의 넥타이를 바로잡았다.결혼 서약은 짧았다. 주례도 화려한 축사도 없었다. 두 사람은 법적 절차와 재산 약정, 각자의 경영권을 이미 변호사와 함께 검토했다. 오늘 읽을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남긴 한 문장뿐이었다.도혁이 먼저 말했다.“당신이 멈추라고 할 때 멈추고, 묻기 전에 정답을 정하지 않겠습니다.”채린은 그의 눈을 보며 답했다.“당신의 사랑을 빚으로 여기지 않고, 내 마음과 몸의 상태를 숨기지 않겠습니다.”두 사람이 반지를 교환하자 조용한 박수가 온실을 채웠다. 채린의 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혔지만 딸을 대신해 대답하거나 손을 잡아끌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식사가 시작되자 첫 번째 접시가 나왔다. 채린이 직접 개발한 구운 토마토와 현미 크로켓이었다. 겉은 얇고 바삭했으며 속에는 레몬 향
Last Updated : 2026-09-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