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얼굴에서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그러고는 내가 있는 방의 닫힌 문을 가리켰다.“방에 있어요. 이 녀석이 지금 삐쳐서 그래요.”엄마는 목소리를 높였다.“진호야, 나와! 오늘은 새해 첫날이니까 엄마가 혼내지 않을게.”나는 있는 힘껏 소리치고 싶었다.‘엄마, 나 여기 있어! 이제 하나도 안 아파! 형 병도 다 나았어!’하지만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방 안에는 아직도 어린 내가 차가운 바닥에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엄마가 미간을 찌푸렸다.“강진호, 못 들었어? 나오라고!”형도 할머니 품에서 내려와 닫힌 방문 앞에 섰다.“진호야, 빨리 나와. 형이 너 안 미워할게. 할머니도 너 보고 싶대.”엄마는 잠시 기다렸다.그러다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됐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갈수록 철이 없어지네. 다 버릇을 잘못 들여서 그래요.”할머니가 닫힌 방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예전에는 얼마나 착하고 말도 잘 들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호준이가 저렇게 아픈데 조금은 이해해 줘야지...”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졌다.할머니도 나에게 실망한 걸까?예전에는 내 몸에 난 상처를 볼 때마다, 몰래 눈물을 훔치면서 엄마와 아빠에게 말했다.“이러면 안 돼. 진호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그런데 지금은...‘다 내 탓이야. 내가 형을 지켜주지 못했어. 그래서 형이 괴롭힘까지 당했어.’나는 달려가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어릴 때처럼 그녀의 무릎에 엎드려서 말하고 싶었다.‘할머니, 나 말 안 들은 거 아니야! 나는... 그냥 형한테 내 목숨을 준 거야! 형이 살기를 바랐을 뿐이야!’하지만 나는 할머니를 만질 수가 없었다.할머니는 다시 한숨을 쉬며 형의 손을 잡았다.“호준아... 우리 호준아, 잘 지내야 한다...”갑자기 할머니의 시선이 형의 손목에 찬 생명 팔찌에 멈췄다.“호준아, 이 생명 팔찌가 왜 이렇게 반짝거려?”내 영혼이 흥분으로 떨렸다.‘할머니가 보셨어!’이건 수명 전이가 성공했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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