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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만만일
엄마는 비틀거리며 달려와서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손끝이 내 몸에 닿는 순간, 엄마는 놀라며 손을 움츠렸다.

“진... 진호야?”

엄마는 내 어깨를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나... 바닥 차가워...”

나는 엄마의 머리 위에 떠서, 이미 온기가 사라진 내 몸을 허겁지겁 흔드는 엄마를 바라봤다.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엄마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이제 하나도 춥지 않다고,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 손끝은 엄마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바람을 가르는 것처럼 허공만을 가로질렀다.

예전에 나는 항상 엄마가 이렇게 나를 안아주길 바랐다.

엄마의 눈물을, 다정함을 바랐다.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이제야 찾아왔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엄마의 손가락이 내 목덜미로 옮겨가더니 잠시 멈췄다.

이미 아무런 맥박도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는 다시 내 얼굴을 만지고,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려 보기도 했다. 혹시라도 희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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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엄마 손에 들고 있던 컵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 났다.엄마는 컵을 주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저 형만 뚫어지게 바라봤다.눈물이 소리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빠는 고개를 돌렸다.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하지만 형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그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진호가 다음 생에는 정말 정말 사랑받는 집에서 태어났으면 좋겠어.”“사랑해 주는 엄마 아빠가 있고, 아프지 않은 형이 있는 집에서.”“아프면 아프다고 마음껏 말하고... 울고 싶으면 참지 말고 울었으면 좋겠어...”말을 이어갈수록 형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그리고 마지막에는 울음을 참느라 흐느끼는 소리만 남았다.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방 안에는 촛불이 타들어 가는 작은 소리만이 들렸다.나는 식탁 위 허공에 떠서 형의 떨리는 속눈썹을 바라봤다.고통스러워하는 엄마 아빠의 표정도 바라봤다.가슴이 시큰하고 먹먹했다.‘형, 이 바보. 내 소원은 형이 잘 살아가는 거야.’생일이 지나고 형은 한 가지 결심을 했다.형은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다.그리고 아빠를 찾았다.“아빠, 나 학교에 가고 싶어요.”아빠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갑자기 왜...”“진호가 자기의 가장 큰 소원이 내가 학교 가는 거라고 했어요.”형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을 이었다.“내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면 분명 제일 똑똑한 학생일 거라고 했어요.”아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형은 정말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공부도 미친 듯이 했다.매일 가장 먼저 교실에 도착했고, 누구보다 늦게 학교를 나왔다.성적은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선생님은 형을 칭찬했고, 친구들은 형을 부러워했다.하지만 형은 한 번도 웃지 않았다.늘 창가 자리에 혼자 앉아서 바깥의 햇빛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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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손은 형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다.한번은 엄마가 형의 손목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팔찌 자국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호준아.”엄마의 목소리는 오히려 지나치게 차분해서 더 무서웠다.“엄마 아빠는 너를 탓하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순간, 형은 참아왔던 감정을 한꺼번에 터뜨리며 통곡하기 시작했다.형은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마구 내리쳤다.“다 나 때문이야! 다 내 잘못이야!”“왜 내가 이런 병에 걸린 거야?”“왜 하필 진호한테 고통을 떠넘긴 거야!”“나만 아니었으면 진호는 죽지 않았어!”“죽어야 할 사람은 나야!”엄마는 그런 형을 꼭 끌어안았다.두 사람의 울음소리가 뒤엉켰다.아빠는 손을 내밀었다가 그대로 허공에서 멈췄다.형을 안아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하지만 뭔가에 데기라도 한 사람처럼 금세 손을 거둬버렸다.눈은 핏발이 서서 무서울 정도로 빨갰다.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던 아빠가 결국 한마디를 겨우 내뱉었다.“네 잘못이 아니야...”“내가 잘못했어... 그 빌어먹을 팔찌를 사는 게 아니었는데...”하지만 형은 더욱 서럽게 울었다.“진호야...”몇 번이고 내 이름을 불렀다.목소리는 고장 난 풀무처럼 잔뜩 갈라져 있었다.“형이 잘못했어...”“형이 정말 잘못했어...”“돌아오면 안 돼? 내가 네 목숨 돌려줄게. 나는 살 자격도 없어...”나는 형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형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형, 울지 마.’하지만 내 손가락은 형의 얼굴을 그대로 통과했다.숨이 넘어갈 듯 울고 있는 형을 바라보자, 가슴 한구석의 답답함이 점점 더 커졌다.‘형, 내가 선택했을 때는 정말 형을 괴롭게 만들 생각이 아니었어.’‘그저 형이 햇빛을 마음껏 쬐고, 마음껏 뛰어다니며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랐으면 했어.’‘이제 형은 괜찮아졌잖아. 그런데 왜 오히려 더 괴로워하는 거야?’그날 이후 형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형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3월 12일, 맑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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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그동안 햇빛에 살이 타들어 가던 고통, 물집이 생기고 터지며 살이 짓무르던 고통, 옷이 몸에 달라붙어서 살이 뜯겨 나가던 고통...’‘정말 너무 아팠어.’‘그래도 나는 한 번도 엄마 아빠를 원망하지 않았어.’문 앞에 서 있던 할머니는 모든 이야기를 듣자 울부짖었다.그러더니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 듯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엄마!”고모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주변 사람들도 허둥지둥 할머니를 부축했다.좁은 복도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친척들의 얼굴에는 충격이 가득했고, 어떤 이들은 복잡한 눈빛으로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두고 철이 없다고 수군거리던 말들이 모두 목구멍에 걸려서 나오지 않았다.나는 그런 사람들을 바라봤다.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포근해졌다.예전에 사람들이 나를 착하고 얌전하다고 칭찬해 줄 때면, 내가 몰래 얼마나 기뻐했는데.그 자리에 굳어 서 있던 형은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형은 핏기 없이 창백해진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그리고 내 손목에 찬 생명 팔찌를 바라봤다.수명 이전.수용자는 형, 공여자는 나.형은 이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팔찌가 고장 난 것도 아니었다.우연히 벌어진 사고도 아니었다.내가 내 목숨을 내놓고 형의 목숨과 바꾼 것이었다.그동안 형은 모든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고, 햇빛을 견디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내가 햇빛에 타들어 가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다. 가끔 내가 아프다고 하면 내가 유난을 떤다며, 철이 없다며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다.나는 형 앞으로 천천히 떠갔다.그리고 빨갛게 충혈된 형의 눈을 바라봤다.‘봐. 내가 형한테 내 목숨을 줬어.’‘이제 형은 살 수 있어!’‘햇빛도 쬘 수 있고, 대학에도 갈 수 있고, 하고 싶었던 일도 뭐든 할 수 있어!’‘형, 기뻐?’하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제는 곧바로 달려와 반짝이는 눈으로 형을 바

  • 오빠 대신 6년을 아파준 내가 이번엔 목숨까지 내놓았다   제5화

    엄마는 비틀거리며 달려와서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하지만 손끝이 내 몸에 닿는 순간, 엄마는 놀라며 손을 움츠렸다.“진... 진호야?”엄마는 내 어깨를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일어나... 바닥 차가워...”나는 엄마의 머리 위에 떠서, 이미 온기가 사라진 내 몸을 허겁지겁 흔드는 엄마를 바라봤다.가슴이 먹먹했다.나는 엄마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이제 하나도 춥지 않다고,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내 손끝은 엄마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마치 바람을 가르는 것처럼 허공만을 가로질렀다.예전에 나는 항상 엄마가 이렇게 나를 안아주길 바랐다.엄마의 눈물을, 다정함을 바랐다.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이제야 찾아왔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엄마의 손가락이 내 목덜미로 옮겨가더니 잠시 멈췄다.이미 아무런 맥박도 느껴지지 않았다.엄마는 다시 내 얼굴을 만지고,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려 보기도 했다. 혹시라도 희미한 숨소리라도 들리지 않을까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하지만 전부 차갑게 정지해 있었다.“아... 아니야...”엄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진호야, 엄마 속이는 거지?”“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널 때리면 안 됐는데... 소리 지르면 안 됐는데...”“일어나. 일어나서 엄마 좀 봐...”엄마는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에 바짝 갖다 댔다.그리고 차가운 내 뺨에 자신의 뺨을 갖다 대면서 따뜻하게 해주려고 했다.굳어 버린 내 작은 손을 두 손으로 감싸고 몇 번이고 문질렀다.“조금만 따뜻하게 해주면 안 추울 거야...”“엄마가 따뜻하게 해줄게...”뜨거운 눈물이 내 얼굴 위로 떨어졌다.그 눈물이 내 갈라진 입술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을 바라보자, 가슴 한구석이 시큰하게 아파왔다.‘엄마... 나는 정말 엄마를 원망하지 않아.’‘엄마가 형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도 알아.’‘그래서 나는 계속 참았어. 아픈 것도 참고 추운 것도

  • 오빠 대신 6년을 아파준 내가 이번엔 목숨까지 내놓았다   제4화

    엄마의 얼굴에서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그러고는 내가 있는 방의 닫힌 문을 가리켰다.“방에 있어요. 이 녀석이 지금 삐쳐서 그래요.”엄마는 목소리를 높였다.“진호야, 나와! 오늘은 새해 첫날이니까 엄마가 혼내지 않을게.”나는 있는 힘껏 소리치고 싶었다.‘엄마, 나 여기 있어! 이제 하나도 안 아파! 형 병도 다 나았어!’하지만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방 안에는 아직도 어린 내가 차가운 바닥에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엄마가 미간을 찌푸렸다.“강진호, 못 들었어? 나오라고!”형도 할머니 품에서 내려와 닫힌 방문 앞에 섰다.“진호야, 빨리 나와. 형이 너 안 미워할게. 할머니도 너 보고 싶대.”엄마는 잠시 기다렸다.그러다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됐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갈수록 철이 없어지네. 다 버릇을 잘못 들여서 그래요.”할머니가 닫힌 방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예전에는 얼마나 착하고 말도 잘 들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호준이가 저렇게 아픈데 조금은 이해해 줘야지...”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졌다.할머니도 나에게 실망한 걸까?예전에는 내 몸에 난 상처를 볼 때마다, 몰래 눈물을 훔치면서 엄마와 아빠에게 말했다.“이러면 안 돼. 진호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그런데 지금은...‘다 내 탓이야. 내가 형을 지켜주지 못했어. 그래서 형이 괴롭힘까지 당했어.’나는 달려가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어릴 때처럼 그녀의 무릎에 엎드려서 말하고 싶었다.‘할머니, 나 말 안 들은 거 아니야! 나는... 그냥 형한테 내 목숨을 준 거야! 형이 살기를 바랐을 뿐이야!’하지만 나는 할머니를 만질 수가 없었다.할머니는 다시 한숨을 쉬며 형의 손을 잡았다.“호준아... 우리 호준아, 잘 지내야 한다...”갑자기 할머니의 시선이 형의 손목에 찬 생명 팔찌에 멈췄다.“호준아, 이 생명 팔찌가 왜 이렇게 반짝거려?”내 영혼이 흥분으로 떨렸다.‘할머니가 보셨어!’이건 수명 전이가 성공했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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