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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태후가 내민 문

Author: POT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9 11:43:52

태후전의 문은 기다리지 않아도 열렸다.

서련은 그 호의를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조태후는 창가에 앉아 매듭을 고르고 있었다. 궁녀가 받친 쟁반에는 색이 다른 끈이 줄지어 놓였다. 태후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손끝으로 밀었다. 밀린 매듭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고생이 많구나.”

여섯 해 동안 들었던 목소리였다. 왕실 잔치를 밤새 준비한 뒤에도, 아버지가 죽고 곡을 하지 말라는 명을 받았을 때도 태후는 같은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서련은 정해진 예를 올렸다. 황후의 큰절 대신 황실 어른에게 하는 절이었다. 태후의 손이 잠깐 멈췄다.

“앉거라. 네가 좋아하던 차다.”

향을 맡은 서련은 그것이 자신이 아니라 황제가 좋아한 차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태후는 여섯 해 동안 그 둘을 구별할 필요가 없었다.

“부르신 뜻을 듣겠습니다.”

“성미가 급해졌구나. 전에는 말끝까지 잘 듣더니.”

“그때는 제게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태후는 웃지 않았다. 궁녀들을 휘장 바깥으로 물린 뒤 작은 문서 하나를 내놓았다.

황후가 후궁을 질투하여 부적절한 약을 구하려 했으나, 실제 위해를 가하지 않았으므로 목숨을 살려 궁 밖에서 참회하게 한다는 초안이었다. 서진에게도 사면을 베푼다는 한 줄이 붙어 있었다.

“폐하께 아직 보이지 않았다. 네가 원하면 내가 설득하마.”

서련은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사면은 죄가 있어야 필요한 말이었다.

“제 동생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살아 나가는 것이 먼저 아니겠느냐.”

목을 조이는 말이었다. 서련은 동생이 비어 있는 창고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릴 장면을 떠올렸다.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면 오늘 안에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조태후는 찻잔을 들었다.

“황제가 명하면 나오겠지. 네가 더 버티면 황제도 물러설 곳이 없어진다.”

서련은 자신의 잔을 밀지 않았다. 마시지도 않았다.

“폐하께서 제게 돌아올 곳을 남겨 주지 않으셨습니다.”

“남편의 잘못을 세상 앞에 들추어서 무엇을 얻겠니.”

“제 이름으로 내린 죄가 거짓이라는 판단을 얻습니다.”

태후가 잔을 내려놓았다. 작은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이름이 밥을 먹여 주는 줄 아느냐. 네 시녀, 의녀, 공주의 장원에 보낸 궁인의 어미까지 모두 네 뒤에 섰다. 그들이 네 고집 때문에 잃을 것도 생각해 보아라.”

서련은 무릎 위 손을 폈다. 손바닥의 손톱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 사람들을 해하실 계획이십니까?”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

“그러면 그들은 각자 일한 값을 받고 살 것입니다. 제 재심을 이유로 빼앗지 않으신다면요.”

태후의 눈빛이 식었다.

서련은 이제야 이 대화가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 명하지 않고 세상의 섭리를 설명하듯 두려움을 주는 방식. 그 속에서 자신은 늘 먼저 양보했고, 태후는 자비로운 어른으로 남았다.

“너는 진왕이 끝까지 지켜 줄 것이라 믿느냐.”

“아직 그런 약속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목숨을 거느냐?”

“누가 지켜 준다는 약속보다, 제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태후는 문서 위에 손을 얹었다.

“죽은 뒤에는 결백도 쓸모없다.”

“살아 나가겠습니다. 결백한 채로.”

침묵 끝에 태후가 손을 들었다. 휘장 밖 궁녀들이 다시 들어왔다. 면담은 끝이었다. 서련은 예를 올리고 돌아섰다. 문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등 뒤에서 태후의 목소리가 닿았다.

“내가 내민 문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서련은 문턱을 넘어선 뒤에야 숨을 들이켰다.

바깥 회랑에 윤소하가 서 있었다. 화려한 옷 대신 옅은 비단 장포를 걸쳤다. 병이 깊다던 사람치고는 계단 아래까지 직접 걸어왔다. 금옥은 뒤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언니께서 조금만 낮추시면 모두 편해질 텐데요.”

윤소하가 조용히 말했다.

서련은 태후전의 문을 한 번 돌아보았다.

“귀비께서는 편안하십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낮아질수록 그 자리의 바닥이 단단해질 거라 생각하시는지 물었습니다.”

윤소하의 미소가 얕아졌다.

서련은 금옥을 보았다. 상궁은 더 단단히 입을 다물었다. 태후가 마련한 타협안은 서련의 무죄뿐 아니라 금옥이 실제 무슨 약을 구했는지도 덮는 문서였다. 궁 안의 평화라는 말로 서로 다른 죄가 한꺼번에 묻힐 뻔했다.

방으로 돌아오자 정온이 서 있었다. 약상자는 열려 있었고 안쪽의 빈 칸이 드러났다.

“어약방에서 제 진료 기록을 회수하겠다고 합니다. 귀비마마의 병세를 잘못 적었다고요.”

“누가 잘못이라 합니까?”

정온이 문서 한 장을 내밀었다. 귀비를 처음 본 의원의 이름 옆에 새로 쓴 문장이 있었다.

극심한 중독이 의심됨.

서련은 종이를 빛에 비췄다. 아래 문장은 먼저 말라 있었고, 이 문장만 먹이 아직 반짝였다.

태후의 문을 거절한 사이, 다른 문에서 과거를 고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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