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나.”그 이름이 들리는 순간, 세레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숨을 쉬는 것도, 눈을 깜빡이는 것도, 조금 전까지 라시엘의 손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잠시 잊었다. 문밖에 서 있는 거대한 설표만 보였다. 다른 아르젠보다 조금 작은 체구, 검은 털을 따라 흐르는 보랏빛과 은빛의 문양, 그리고 세레나와 닮은 보랏빛 눈.처음 보는 모습이었다.기억 속의 어머니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세레나가 기억하는 에블린 브리엘은 흐릿했다. 얼굴조차 선명하지 않았다. 어릴 적 자신을 안아 주던 가느다란 팔과 머리카락에서 나던 향, 잠들기 전 이마에 입을 맞춰 주던 따뜻한 입술 정도만 파편처럼 남아 있었다.그런데 눈앞에는.네 발로 선 거대한 설표가 있었다.‘제가 어머니를 보고 마물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해요?’불과 어젯밤 라시엘에게 했던 말이 그대로 돌아왔다.무서웠다.정말로.그래서 세레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세레나.”다시.어머니가 불렀다.첫 번째보다 조금 더 분명했다.설표의 목으로 인간의 말을 만드는 건 여전히 힘겨워 보였지만, 카시안보다 발성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완성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제야 실감났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인간의 기억과 사고, 심지어 언어의 일부까지 유지하는 상태.세레나의 머릿속 한쪽에서는 벌써 그렇게 분석하고 있었다.그게 싫었다.지금만큼은.연구자가 아니라 딸이고 싶은데.어떻게 해야 딸이 되는지 모르겠다.그때.손끝에 온기가 닿았다.라시엘이었다.그는 세레나를 자기 뒤로 완전히 숨기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호하듯 반쯤 앞을 막고 있었지만, 지금은 옆으로 물러나 있었다.대신 손만 잡았다.세레나가 선택할 수 있게.앞으로 갈지.도망칠지.그 자리에서 멈출지.“……전하.”“여기 있어.”라시엘이 낮게 말했다.“네가 어디로 가든.”그 한마디에.막혀 있던 숨이 조금 돌아왔다.세레나는 라시엘의 손을 한 번 꽉 잡았다가 놓았다.그리고.한 걸음 앞으로
Terakhir Diperbarui : 2026-09-16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