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Bab 11 - Bab 20

55 Bab

설표가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

“황태자가 직접 옵니다.”카른의 말이 떨어진 뒤에도 집무실 안은 한동안 조용했다.세레나는 손에 들린 황태자궁의 서신을 다시 내려다봤다. 지나치게 정중하고, 지나치게 완벽한 문장이었다. 북부의 이상 마력 반응을 조사하겠다는 명분도 있었고, 왕립 마물생태연구소 소속인 자신에게 협조를 요청한다는 절차도 틀린 데가 없었다.문제는 타이밍이었다.세레나가 라시엘과 함께 대공성에 들어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자신이 브리엘의 안정화 인자를 계승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오늘 아침이었다.그런데 사흘 뒤.황태자가 직접 온다.너무 정확했다.“혹시 원래 황태자 전하께서 북부를 자주 방문하십니까?”세레나가 물었다.카른이 코웃음을 쳤다.“지난 오 년 동안 한 번도 없습니다.”“그럼 굉장히 오랜만이네요.”“오랜만이라기보다 처음에 가깝습니다.”세레나는 서신을 탁자에 내려놓았다.“명분은 충분합니다. 북부에서 정체불명의 습격이 있었고, 마물성 마력 반응까지 발견됐으니까요.”라시엘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그자의 편을 들 생각인가?”“아뇨.”세레나는 바로 부정했다.“반대로 생각하는 겁니다.”“뭘.”“이렇게 명분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으면 오히려 의심해야죠.”라시엘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세레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황실이 정말 어제 습격과 무관하다면, 마력 이상이 보고된 직후 황태자가 직접 움직일 이유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관련이 있다면…….”“실패 여부를 직접 확인하러 오는 거겠지.”카른이 말을 받았다.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저도요.”짧은 침묵.라시엘의 표정이 다시 차갑게 굳었다.그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사흘 동안 성 밖으로 나가지 마.”“전하.”“연구소에도 당분간 돌아가지 않는다.”“그건 곤란합니다.”“왜.”“제 연구 자료가 연구소에 남아 있습니다.”“사람을 보내.”“제가 직접 분류해야 하는 자료도 있고요.”“안 된다.”“폐쇄 절차가 시작되면 다른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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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에서 온 브리엘

“같은 브리엘로서.”문 너머의 남자가 아주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꼭 만나 뵙고 싶다고.”세레나는 손에 들린 명함을 내려다봤다.「엘리엇 브리엘」몇 번을 봐도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브리엘.자신과 같은 성.그런데 황실 마력연구원의 수석 연구관.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머릿속에 수십 개의 가설이 떠올랐다.먼 친척.분가.호적에서 지워진 방계.혹은.브리엘이라는 이름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세레나는 마지막 가능성에서 손끝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어제 습격자는 자신을 정확히 ‘브리엘의 후손’이라고 불렀다.황실은 브리엘 혈통이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 바로 다음 날.황실에서 또 다른 브리엘을 보냈다.우연이라고 보기에는.지나치게 정교했다.“들여보낼까요?”카른이 낮게 물었다.라시엘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문이 아니라 세레나에게 향해 있었다.“싫으면 안 만나도 된다.”세레나가 고개를 들었다.“제가요?”“그래.”“하지만 저를 만나러 왔다잖아요.”“그래서 더.”라시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황실이 네 반응을 확인하려는 걸 수도 있어.”세레나는 잠시 생각했다.틀리지 않았다.엘리엇 브리엘이라는 존재 자체가 미끼일 수도 있었다.동요하는지.아는 것이 있는지.로웬 브리엘에게서 무엇을 들었는지.자신이 어디까지 파고들었는지.“그렇다면 더 만나야 합니다.”라시엘의 미간이 좁아졌다.“세레나.”“저 사람이 저를 확인하려는 거라면 저도 저 사람을 확인할 수 있잖아요.”“위험하다.”“여기는 전하의 성입니다.”“그래도.”“그리고.”세레나는 문을 바라봤다.“계속 피하면 황실은 제가 뭔가 알고 있다고 확신할 겁니다.”카른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은 맞습니다.”라시엘이 카른을 차갑게 봤다.“누구 편이지.”“전하 편입니다.”카른은 아주 태연했다.“그래서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라시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러다 결국 말했다.“들여보내.”카른이 문으로 향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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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교수님.” 이번에는. 그 이름이 전혀 다르게 들렸다. 세레나는 사진을 내려다본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로웬 브리엘. 자신이 열여섯에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 처음 만난 교수. 말수가 적고, 학생을 칭찬하는 법도 거의 없고, 논문을 가져가면 빨간 잉크로 여백을 가득 채우던 사람. 처음 아르젠 설표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였다. ‘기록이 이상하면 기록부터 의심해.’ ‘생물은 거짓말을 못 하니까.’ ‘아르젠이 정말 멸종했는지는 네가 직접 확인해.’ 그 말들이. 이제는 전부 달라졌다. 그 사람은 아르젠을 몰라서 세레나에게 연구를 맡긴 게 아니었다. 알고 있었다. 적어도. 아르젠이 평범한 마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제3실험실이 있다는 것도. 브리엘이라는 혈통이 그 실험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 에블린이 브리엘의 숨겨진 계열이었다는 것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세레나가 사진을 뒤집었다. 「아이가 나를 삼촌이라고 부를 날이 오지 않기를.」 글씨가 흐릿해졌다. 세레나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글씨가 다시 선명해졌다. 울 것 같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눈물보다 먼저 드는 건 화였다. “왜.”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라시엘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대답해 줄 사람이 없었다. “제가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아르젠 기록의 공백. 삼백 년 전 문헌의 불일치. 왜 아르젠의 마력 구조가 인간과 닮았는지. 왜 관련 자료만 이상하게 누락되어 있는지. 세레나는 학생 때부터 물었다. 로웬은 늘 비슷하게 답했다. ‘네가 찾아.’ ‘가설부터 세워.’ ‘남이 주는 답을 믿지 마.’ 그때는 그것이 교육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교육이면서 동시에. 회피였다. 세레나의 손끝이 조금 떨렸다. “교수님은 제가 어디까지 알아낼지 보고 있었던 거네요.” 카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단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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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가 가져온 열쇠

“아직 아무도 열지 못한 방의 열쇠지.”황태자 클라우드의 손끝에서 낡은 은빛 열쇠가 천천히 흔들렸다.북부의 차가운 햇빛이 변색된 금속 표면을 스쳤다. 손잡이에 새겨진 것은 분명 브리엘의 문장이었다. 두 개의 반원과 그 아래 자리한 작은 별. 어제 에른하르트의 지하 기록실에서 세레나의 피에 반응해 열렸던 보관함에도 같은 문양이 있었다.세레나는 열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로웬이 사라지기 사흘 전.황실 연구원에 맡긴 물건.그리고 세레나 브리엘이 직접 찾아오는 날에만 넘기라는 조건.이상했다.너무 이상했다.“교수님이 직접 맡겼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클라우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첫 질문이 그것인가?”“중요하니까요.”“내가 황태자라는 사실보다?”“전하께서 황태자라는 사실과 그 열쇠의 출처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주변 공기가 미묘하게 굳었다.황실 수행원들 가운데 몇 명이 세레나를 쳐다봤다. 카른은 익숙하다는 듯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라시엘은 오히려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움직였다.클라우드는 그런 라시엘을 잠깐 보더니 다시 세레나에게 시선을 돌렸다.“듣던 대로군.”세레나의 눈썹이 움직였다.“어제부터 다들 저를 들었다고 말씀하시는데, 대체 누구에게 뭘 들으신 겁니까?”“여러 사람에게.”“구체적으로요.”“세레나.”라시엘이 낮게 불렀다.그제야 세레나는 자신이 황태자를 성문 앞에 세워 둔 채 심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죄송합니다.”클라우드가 작게 웃었다.“나는 재미있으니 괜찮다.”“나는 안 괜찮습니다.”라시엘이 즉시 잘랐다.두 남자의 시선이 마주쳤다.웃고 있는 클라우드.표정 없는 라시엘.그 사이에 선 세레나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연구실의 위험한 마물 두 마리 사이에 끼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물론 한쪽은 정말 마물로 변하기도 했다.그 생각을 한 순간 라시엘의 시선이 세레나에게 향했다.“왜.”“아무것도 아닙니다.”“방금 이상한 생각 했지.”“안 했습니다.”“표정이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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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안정화식을 뒤집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입니다.”세레나의 손에서 펜이 떨어졌다.툭.작은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세레나는 엘리엇을 바라봤다.분명 들었다.그런데 머릿속에서는 문장의 의미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에블린 브리엘.자신의 어머니.어릴 때 죽었다고 알고 있던 사람.머리를 빗어 줄 때마다 은은한 라벤더 향이 났고, 밤마다 세레나의 손을 오래 잡고 있던 사람.그 사람이.브리엘의 안정화식을 뒤집는 방법을 알아냈다고?“다시.”세레나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엘리엇이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세레나.”“다시 말씀하세요.”“…….”“제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세레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안정화식을 뒤집은 사람이 누구라고요?”엘리엇의 입술이 굳었다.그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라시엘이 먼저 움직였다.세레나의 손목을 잡았다.세게 당기지는 않았다.그저 멈추게 했다.“세레나.”“괜찮습니다.”“안 괜찮아.”즉답이었다.세레나가 고개를 돌렸다.라시엘의 회색 눈이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손이 떨려.”그제야 세레나는 알았다.정말이었다.오른손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괜찮아질 겁니다.”“그러니까 앉아.”“지금 앉을 때가—”“앉아서도 질문할 수 있어.”세레나는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맞는 말이었다.그게 더 짜증 났다.그러나 결국 라시엘이 당겨 준 의자에 앉았다.그는 세레나 옆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클라우드는 말없이 둘을 지켜보고 있었고, 카른 역시 평소와 달리 장난스러운 기색 하나 없이 굳어 있었다.세레나는 다시 엘리엇을 봤다.“설명하세요.”“무엇부터.”“처음부터.”엘리엇이 잠깐 눈을 감았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에블린 브리엘은 브리엘 제7계열의 직계 계승자였습니다.”세레나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어제 본 기록.「브리엘 제7계열 분리 보호 대상.」“안정화 인자가 가장 강하게 남아 있던 계열이죠?”엘리엇이 조금 놀란 듯 그녀를 봤다.“맞습니다.”“계속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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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이름이 너무 많습니다

“제3실험실에서.”엘리엇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사망 처리된 사람입니다.”세레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망 처리.이제는 그 말만 들어도 먼저 의심부터 들었다.시신이 있었는가.직접 확인했는가.기록은 누가 남겼는가.그리고 왜.죽었다는 사실보다 ‘처리됐다’는 표현이 먼저 붙는가.세레나는 라시엘과 맞잡은 손에 아주 조금 힘을 줬다.라시엘도 놓지 않았다.“사망 처리.”세레나가 천천히 되뇌었다.“정확히 무슨 뜻입니까?”엘리엇은 잠시 망설였다.“말 그대로입니다.”“말 그대로가 이제 제일 못 믿겠습니다.”엘리엇의 입이 다물렸다.세레나는 차분하게 다시 물었다.“시신 확인됐습니까?”“기록상으로는.”“기록 말고요.”“……아닙니다.”세레나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역시.“그럼 실종이네요.”“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볼 수도가 아니라.”세레나의 목소리가 더 또렷해졌다.“시신이 없고, 직접 죽음을 확인한 사람도 없고, 기록만 사망으로 남아 있다면 실종입니다.”엘리엇은 반박하지 못했다.세레나는 기록장에 새 줄을 만들었다.「레비안 브리엘 — 에블린의 부친, 세레나의 외조부. 제3실험실에서 사망 처리. 시신 확인 없음.」펜이 멈췄다.그리고 그 밑에 아주 크게 적었다.「사망 확정 아님.」라시엘이 옆에서 내려다보다 낮게 말했다.“죽었다는 사람치고 시신이 있는 사람이 없군.”“그러게요.”세레나가 씁쓸하게 웃었다.“이쯤 되면 저희 집안은 장례보다 실종이 전통 같습니다.”엘리엇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라시엘은 웃지 않았다.대신 맞잡은 손에 아주 미세하게 힘을 더했다.그게 더 위로가 됐다.세레나는 숨을 한번 고르고 물었다.“레비안 브리엘이 어떤 사람이었습니까?”엘리엇이 대답했다.“제7계열의 마지막 책임자.”“마지막?”“에블린 이전 세대에서요.”“연구자였습니까?”“예.”“분야는.”“마력 생리와 기억 고정.”세레나의 펜이 바로 멈췄다.기억.또.“기억 고정.”“완전 동화가 진행되는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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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미가 뭔데

“다른 의미가 뭔데.”라시엘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세레나는 그대로 굳었다.조금 전까지는 분명 봉인실이었다.루시안 에른하르트의 귀환 기록.라그넬 브리엘.삼백 년을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있는 연구자.폭발을 일으키려던 시종.그리고 이제부터는 우리가 저쪽을 찾겠다고 선언한 직후였다.분명히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었다.그런데 왜.지금은 라시엘의 얼굴밖에 안 보이지.세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러자 라시엘도 멈췄다.더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다만.시선은 피하지 않았다.“세레나.”“네.”“대답.”“꼭 지금 해야 합니까?”“네가 먼저 말했는데.”맞다.자기가 말했다.‘자꾸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니까요.’그걸 왜 말했지.세레나는 머릿속으로 아주 빠르게 회피 가능한 답을 찾았다.보호자로서.환자로서.연구 협력자로서.북부 대공으로서.뭐든 붙이면 될 것 같았다.그런데 라시엘은 그런 대답을 들으면 분명히 알아챌 것이다.거짓말이라고.세레나는 결국 입술을 다물었다.라시엘의 눈빛이 아주 조금 깊어졌다.“어렵나.”“조금요.”“연구보다?”“훨씬.”라시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세레나는 그 표정을 보고 괜히 억울해졌다.“웃으시면 안 됩니다.”“왜.”“전하는 이미 답을 아는 사람처럼 여유롭잖아요.”그 말에.이번에는 라시엘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모르는데.”“거짓말.”“진짜로.”라시엘이 낮게 말했다.“네 입으로 듣고 싶어서 묻는 거다.”그 말이 더 곤란했다.세레나는 시선을 잠깐 아래로 내렸다.라시엘의 셔츠 뒤쪽.아까 폭발을 막느라 찢어진 부분.방금 세레나가 붙인 붕대.그게 보이자 오히려 심장이 더 빨라졌다.정말.왜 저렇게까지 했을까.자기가 맞아도 된다고.세레나가 다치는 것보다 낫다고.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사람.“전하.”“그래.”“저는.”입을 열었다가.다시 멈췄다.연구에서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면 된다.가설이면 가설이라고 적고.확정되지 않은 건 보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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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한 설표가 일곱 마리였습니다

“일곱.”세레나가 천천히 되물었다.카른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전부 직접 확인하셨습니까?”“확실합니다.”“착각 가능성은요?”“없습니다.”카른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세레나는 그의 손에 들린 검은 털을 바라봤다. 길고 빽빽한 털 사이로 희미한 은빛이 섞여 있었다. 불빛 아래에서는 그저 검은색처럼 보였지만, 마력등을 가까이 가져가자 털 표면을 따라 가느다란 은빛 문양이 떠올랐다.아르젠 설표.삼백 년 전 멸종했다고 기록된 존재.그러나 이제 세레나는 그 기록 자체가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르젠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마물 종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마물핵을 이식한 제3실험실의 결과물이었고, 그중 살아남은 이들이 북부로 도망쳤다. 에른하르트의 선조 역시 그중 하나였다.그런데 일곱 마리라니.세레나는 조금 전까지 뜨거웠던 입술도, 라시엘과 나눴던 두 번째 입맞춤도 순식간에 잊었다. 책상 위에 펼쳐 둔 연구 기록장을 끌어당긴 뒤 새 페이지를 펼쳤다.“발견 위치부터 말씀해 주세요.”라시엘이 옆에서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세레나가 고개를 들었다.“왜 그러십니까?”“아무것도 아니다.”“방금 한숨 쉬셨는데요.”“네가 돌아왔구나 싶어서.”“어디서요?”라시엘은 잠깐 세레나의 입술을 봤다.그 시선을 따라 의미를 알아차린 순간, 세레나의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지금은 연구가 먼저입니다.”“알아.”“아르젠이 일곱 마리입니다.”“그것도 알아.”“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그렇겠지.”묘하게 체념한 목소리였다.카른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눈빛에 무언가 알아챈 기색이 지나갔다.세레나가 바로 그를 봤다.“왜 그러십니까?”“아무것도 아닙니다.”“표정이 있는데요.”“전하께 배웠습니다. 원래 이 얼굴입니다.”“카른.”라시엘의 목소리가 서늘해졌다.“죄송합니다.”카른이 즉시 자세를 바로 했다.세레나는 입술을 꾹 눌러 웃음을 참은 뒤 다시 펜을 들었다.“계속하죠. 발견 위치.”“폐광에서 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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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직 저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사람이…… 아니라고요?”세레나의 목소리가 이상할 만큼 차분하게 흘러나왔다.조금 전까지 거대한 설표가 억지로 인간의 말을 밀어내던 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 피가 섞인 숨,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혀와 목으로 간신히 만들어 낸 이름.에블린 브리엘.자신의 어머니.살아 있다.그런데 사람이 아니다.서로 함께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실이 머릿속에서 계속 충돌했다.세레나는 라시엘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조차 잠시 잊은 채 거대한 설표만 바라봤다. 설표의 목에서는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다. 말을 할 때마다 목 안쪽이 찢어지는 모양이었다.“정확히 무슨 뜻입니까?”설표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세레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가려다가 멈췄다.04가 여전히 앞을 막고 있었다.“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이번에는 질문하지 않았다.“목이 다쳤어요.”가방을 천천히 내려놓았다.설표들이 동시에 움직였다.라시엘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세레나는 즉시 멈췄다.“치료 도구입니다.”거대한 설표의 눈이 가방으로 향했다.“제가 가까이 가는 게 싫다면 여기 두겠습니다.”세레나는 가방에서 치료용 마력 연고와 붕대, 소독액을 꺼냈다. 공격용 마도구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듯 하나씩 눈 위에 올려놓았다.“이건 상처에 바르는 약이고.”연고.“이건 소독액.”작은 병.“그리고 이건 붕대입니다.”라시엘이 낮게 물었다.“스스로 쓸 수 있겠나?”“저분들은 앞발이잖아요.”“그럼 왜 꺼내.”“제가 치료해도 된다고 허락해 줄 수도 있으니까요.”라시엘은 입을 다물었다.세레나는 다시 설표를 봤다.“다가가도 됩니까?”이번에는.오래 기다렸다.거대한 설표가 04를 바라봤다.두 개체 사이에 말 없는 무언가가 오갔다.그리고 04가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길이 열렸다.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허락한 것 같습니다.”“같이 간다.”라시엘이 말했다.“전하께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같이 가.”“저분들이 전하를 경계하면요?”“그럼 네가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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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저를 불렀습니다

“……세레나.”그 이름이 들리는 순간, 세레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숨을 쉬는 것도, 눈을 깜빡이는 것도, 조금 전까지 라시엘의 손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잠시 잊었다. 문밖에 서 있는 거대한 설표만 보였다. 다른 아르젠보다 조금 작은 체구, 검은 털을 따라 흐르는 보랏빛과 은빛의 문양, 그리고 세레나와 닮은 보랏빛 눈.처음 보는 모습이었다.기억 속의 어머니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세레나가 기억하는 에블린 브리엘은 흐릿했다. 얼굴조차 선명하지 않았다. 어릴 적 자신을 안아 주던 가느다란 팔과 머리카락에서 나던 향, 잠들기 전 이마에 입을 맞춰 주던 따뜻한 입술 정도만 파편처럼 남아 있었다.그런데 눈앞에는.네 발로 선 거대한 설표가 있었다.‘제가 어머니를 보고 마물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해요?’불과 어젯밤 라시엘에게 했던 말이 그대로 돌아왔다.무서웠다.정말로.그래서 세레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세레나.”다시.어머니가 불렀다.첫 번째보다 조금 더 분명했다.설표의 목으로 인간의 말을 만드는 건 여전히 힘겨워 보였지만, 카시안보다 발성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완성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제야 실감났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인간의 기억과 사고, 심지어 언어의 일부까지 유지하는 상태.세레나의 머릿속 한쪽에서는 벌써 그렇게 분석하고 있었다.그게 싫었다.지금만큼은.연구자가 아니라 딸이고 싶은데.어떻게 해야 딸이 되는지 모르겠다.그때.손끝에 온기가 닿았다.라시엘이었다.그는 세레나를 자기 뒤로 완전히 숨기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호하듯 반쯤 앞을 막고 있었지만, 지금은 옆으로 물러나 있었다.대신 손만 잡았다.세레나가 선택할 수 있게.앞으로 갈지.도망칠지.그 자리에서 멈출지.“……전하.”“여기 있어.”라시엘이 낮게 말했다.“네가 어디로 가든.”그 한마디에.막혀 있던 숨이 조금 돌아왔다.세레나는 라시엘의 손을 한 번 꽉 잡았다가 놓았다.그리고.한 걸음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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