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일부러 그런 거 알아.”“…지금 상대할 기분 아니거든요.”“상대? 오히려 그쪽이 나랑 부딪쳤으니 나를 상대해줘야겠는데?”“싫거든요.”자리를 피하려 들자, 남자가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나는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며 손목을 비틀었다.“싫다고 했습니다.”“보지 벌리고 싶어서 참석한 거면서 튕기기는.”“야, 아니라고 몇 번이라고 이야기해야 알아먹어!”“아니기는. 나 좆질 잘해. 한 번 하면 여자들이-”“짜증 나네. 짓눌러 놓은 산딸기처럼 생긴 주제에!”“…산…산딸기?!”내 손목을 잡고 있던 남자의 사타구니를 발로 걷어찼다.“윽!”남자가 얼굴을 구기며 사타구니를 붙잡고 무릎을 꿇자, 나는 황급히 손을 뺐다.“변태, 치한! 다들 너 같은 줄 아나.”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연회장을 빠져나왔다.씩씩거리며 익숙하지 않은 높은 구두를 신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던 찰나, 긴 드레스 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차라리 다칠까?’아픈 걸 핑계로 로이드를 찾지 않아도 되고, 계약도 연장 안 하면 되잖아. 이대로…숲에 가면 될 테니까.그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는데 아프지 않았다. 아니, 무엇보다 어디에도 부딪치지 않았다. 몸이 허공에 대롱 매달린 듯한 기분이었다. “하아…엘리.”어디선가 들어 본 숨 섞인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순간 몸이 굳었다.눈을 뜨자, 어떤 남자가 팔로 내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그래서 바닥에 안 쓰러졌구나.’아쉽네.아픈 걸 핑계로 로이드의 실험을 참여하지 않으려 했는데….‘찾아야 하는 로이드는 보이지도 않고 날파리만 꼬이네.’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이상한 변태일 수도 있으니.모른 척해야겠다.“저기,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이만.”나는 인사를 하며 그의 품을 밀어냈다. 그러자 남자는 오히려 나를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요즘 귀족들의 인사는 끌어안는 거야?’무슨 애정결핍이야? 변태들이야?“엘리. 나야. 아렌
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