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하거라.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으니 바람을 쐬면 아니 된다. 율아, 이리 오너라. 어미가 힘들어한다.”다정한 목소리 사이로 아이의 옹알이와 소은하의 짐짓 성난 목소리가 섞여 들렸다.“제가 그리 약한 줄 아십니까? 자꾸 이러면 율이를 안겨 주지 않겠습니다.”“아이고, 율이는 일 년에 두어 번 안아 볼까 말까 하면서, 아이는 늘 내가 돌보지 않았느냐? 한마디 추켜세웠더니 아주 기세가 올랐군.”이건은 비틀거리며 물러나 나무 줄기에 몸을 기댄 채 허리를 숙였다. 가슴이 찢기는 듯 아파 숨조차 가쁘고, 눈앞은 눈물에 젖어 흐릿했다.눈물 한 방울이 막 돋아난 풀잎 위로 떨어져서야 이건은 자신이 또 울고 있음을 깨달았다.머릿속은 엉망으로 뒤엉킨 채, 비웃는 목소리 하나만 메아리쳤다.‘은하는 너를 십수 년이나 기다렸는데, 네가 무슨 낯짝으로 더 기다리라 하느냐?’‘그래, 내가 무슨 낯짝으로.’그러다 이건이 무심코 밟은 나뭇가지가 뚝 부러지자 정윤은 곧장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누구냐?”정윤은 율이를 소은하의 품에 넘겨준 뒤 검을 뽑아 들고 다가왔다. 이건은 그대로 돌아서려 했으나, 결국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로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짐이다.”몹시 잠긴 목소리였다. 그를 바라보던 소은하는 문득, 이건이 병이 든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고작 한 해 만에 이건은 몰라보게 쇠약해져 있었다. 야윈 탓에 옷이 헐렁했고, 앙상한 턱선과 높게 선 콧날, 푹 꺼진 눈가에는 병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품속의 율이는 어른들이 갑자기 입을 다문 까닭을 알지 못한 채, 고사리 같은 손으로 허공의 꽃잎을 잡으려 했다.그 모습을 본 이건은 창백한 입술로 간신히 웃었다.“은하야, 그 아이는 네 아이냐?”소은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이 아이를 보려 다가서자 그녀는 율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한 걸음 물러섰고, 동시에 정윤이 소은하의 앞을 가로막았다.서로를 지키려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오래 함께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