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은은한 아침 햇살이 창호지를 비추었다. 연화는 도진의 단단한 품속에 갇힌 채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밤새 폭풍 같은 접치를 치르고 탈진한 예조참판은, 여전히 연화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평소의 서슬 퍼런 위엄은 온데간데없었다. 땀에 젖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색색 숨을 쉬는 도진은, 어리광을 부리는 철없는 사내 같았다. 연화는 픽 웃음을 흘리며 남자의 곤히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평소에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처럼 냉랭하던 사대부가, 제 품에 안겨 안식을 찾는 모습이 묘하게 가슴을 간질였다. 연화는 살포시 손을 뻗어 남자의 벌어진 옷섶 사이를 살폈다. 도진의 왼쪽 쇄골 아래, 심장 부근에 선명하게 새겨진 붉고 거친 흉터.단순한 칼자국이 아니었다. 독기를 빼내기 위해 불에 달군 침을 수십 차례 찔러 넣고 살점을 도려낸 끔찍한 시술의 흔적이었다.스륵-.연화의 서늘한 손끝이 흉터 위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리자, 도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서서히 눈을 떴다."으음……."도진은 제 품 안에 안겨 있는 연화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도로 홑청 위로 몸이 기울었다."너, 네가 왜 내 품에……!""나으리께서 밤새 저를 질식사시킬 기세로 끌어안고 주무셔놓고 누굴 탓하십니까?"도진의 얼굴이 단숨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어젯밤 한 이불 아래에서 벌어졌던 그 낯뜨거운 정염의 기억들이 벼락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연화는 붉어진 도진의 얼굴 대신, 그의 가슴팍 흉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이 흉터…… 5년 전, 궁중에서 일어났던 '단오 독살 미수 사건' 때 생긴 것이지요?"도진의 서늘한 눈매가 일순 날
Last Updated : 2026-09-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