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상간녀를 택한 남편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Chapter 21 - Chapter 30

39 Chapters

021화 끓어오르는 열병, 그리고 잔혹한 환영(2)

  태오의 구두 발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울리며 점점 가까워졌다.연우는 엎드린 채 태오의 구두가 시야에 들어오자 반사적으로 걸레질을 멈췄다. 고개를 숙이고 그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숨을 죽인 채, 완벽한 투명 인간이자 배경의 일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태오의 발걸음이 연우의 앞에서 우뚝 멈췄다.태오는 바닥에 개처럼 엎드려 있는 연우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어제 스스로 인격을 포기하겠다며 핏빛 각서를 쓴 여자. 그녀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은 땀과 구정물에 젖어 뺨에 들러붙어 있었고, 등선을 따라 하녀복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내가 언제 일하다 말고 엎드려 쉬어도 좋다고 허락했지?"태오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연우는 화들짝 놀라며 떨리는 양손으로 다시 걸레를 부여잡았다."죄…… 죄송합니다…… 바로 닦겠습니다……"목소리가 쇳소리처럼 갈라져 나왔다. 숨이 턱턱 막혀 말끝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연우가 팔을 뻗어 바닥을 문지르려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한계가 기어코 터져버렸다.핑-눈앞의 세상이 완전히 암전되었다. 중력을 잃은 것처럼 몸이 허공으로 붕 뜨는 감각과 함께, 연우의 몸이 힘없이 옆으로 툭 쓰러졌다."……!"태오의 미간이 확 구겨졌다.연우의 머리가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기 직전, 태오의 몸이 본능적으로 먼저 움직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내팽개치고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혀 연우의 어깨를 붙잡았다."이연우!"태오의 품으로 연우의 가벼운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태오는 자신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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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화 끓어오르는 열병, 그리고 잔혹한 환영(3)

  태오의 목소리가 영하의 얼음장처럼 차갑게 돌변했다. 방금 전까지 다급하게 주치의를 찾던 모습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그는 품에 안고 있던 연우를 거칠게 밀어냈다."아윽……!"의식이 없는 연우의 몸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으로 힘없이 내동댕이쳐졌다. 바닥에 부딪힌 연우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웅크렸지만, 태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냉혹하게 내려다보았다.마침 구급함을 들고 뛰어오던 김 메이드장과, 통화를 막 끝낸 최 비서가 그 광경을 보고 얼어붙었다."이, 이사님? 주치의 선생님께서 지금 출발하셨다고……""취소해."태오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네? 하지만 열이 너무 높아서 이대로 두면……""취소하라고 했어!!"서릿발 같은 태오의 호통에 복도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태오는 구두코로 바닥에 쓰러져 헐떡이는 연우의 어깨를 무자비하게 툭 밀어냈다."죽은 척 연기하는 데 속아 넘어갈 뻔했군. 지 동생 목숨줄이 내 손에 달려 있는데, 지가 감히 앓아누울 권리라도 있는 줄 아나."태오의 턱 근육이 불끈거렸다.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잔혹하게 빛나고 있었다."김 메이드장.""네, 네! 이사님.""이 쓰레기 지하실에 도로 처박아. 물 한 모금, 약 한 알도 주지 마. 지 혼자 열에 들떠 뒤지든 말든 내버려 둬. 살아서 내일 아침에 걸어 나오면 다시 걸레통 쥐여주고.""아, 알겠습니다!"김 메이드장이 재빨리 다가와 쓰러진 연우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었다."이사님 앞길 막지 말고 당장 일어나! 어디서 더러운 몸뚱이를 들이밀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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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화 악마의 덫, 그리고 짓밟힌 육체(1)

  지독한 한기가 온몸을 갉아먹는 밤이 지났다.연우는 지하실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웅크린 채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가 흐릿했다. 민지가 몰래 건넨 해열제 덕에 펄펄 끓던 열은 잠시 내려간 듯했지만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식은땀이 식지 않았고 상처는 여전히 욱신거렸으며, 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진 것처럼 지독한 통증이 밀려왔다."살았어……"갈라진 입술 사이로 쇳소리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살아야 했다. 자신이 여기서 죽어버리면, 병원에 있는 지후의 숨통도 끊어질 테니까. 연우는 바들바들 떨리는 양팔로 바닥을 짚고 억지로 상체를 일으켰다.끼익-그때, 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날카로운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역광 속에 서 있는 것은 김 메이드장이었다."어머, 아직 안 뒈졌네? 독한 년."그녀는 연우의 꼴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살아 있으면 당장 기어 나와! 이사님 출근하셨으니까, 오늘은 이사님 서재부터 지아 아가씨 방까지 네가 다 청소해. 먼지 한 톨이라도 나오면 오늘 밤도 이 지하실 신세일 줄 알아!""네…… 알겠습니다."연우는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땀에 절어 딱딱하게 굳은 하녀복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쓰라렸다. 하지만 쉴 틈은 없었다. 그녀는 무거운 양동이와 걸레를 들고 2층으로 향했다.태오가 출근하고 난 저택은 고요했다. 연우는 2층 서재 문을 열고 들어섰다. 짙은 마호가니 가구들과 벽을 가득 채운 책장, 그리고 태오의 체취가 배어 있는 묵직한 공간.연우는 무릎을 꿇고 서재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상처투성이인 손이 걸레를 쥘 때마다 진물이 배어 나왔지만, 연우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고통을 참아냈다."어머, 우리 연우 씨. 아직도 여기서 이러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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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화 악마의 덫, 그리고 짓밟힌 육체(2)

  태오가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겨 풀며 서재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엎드린 연우를 무감각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어제 펄펄 끓는 몸으로 자신의 품에 쓰러졌던 여자. 그때 아주 잠깐 느꼈던 동요와 연민이, 태오를 밤새도록 괴롭혔다. 자신이 이 살인마 년에게 흔들렸다는 사실 자체가 견딜 수 없는 모멸감으로 다가왔다.그래서 오늘, 태오는 그 불쾌한 감정을 씻어내기 위해 일부러 일찍 저택으로 돌아왔다. 이 여자가 얼마나 비참하고 천박한 쓰레기인지,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증명하기 위해서.찰칵.태오가 서재 문을 안에서 잠갔다.그 불길한 소리에 연우의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이, 이사님…… 청소는 거의 다 끝났습니다.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연우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서재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태오의 커다란 손이 연우의 목덜미를 한 움큼 움켜쥐었다.연우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차가운 금속 모서리를 잡았다. 채희가 넣고 간 물건을 지금 꺼내지 않으면 다시는 설명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이겁니다. 채희 씨가 방금 넣었어요."그녀가 주머니를 뒤집자 작은 은색 USB가 바닥으로 떨어졌다.툭.태오의 시선이 즉시 USB로 향했다. 그는 몸을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었다. 임원용 보안 매체라는 사실을 알아보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연우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말을 한 번에 정리했다."확인해 주세요. 현관 출입기록, 복도 카메라나 사용인 목격, 그리고 이 USB가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회사 반출 기록. 셋 중 하나만 봐도 제가 거짓말하는지 알 수 있어요."서재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태오의 손이 책상 위 휴대전화 근처까지 갔다가 멈췄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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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화 악마의 덫, 그리고 짓밟힌 육체(3)

 "오빠, 지금 나를 취조하는 거야?"연우는 채희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휴대전화였어요, 저택 공용전화였어요?""연우 씨, 지금 무슨—""저는 휴대전화가 없어요."연우가 말을 끊었다."공용전화였다면 현관 옆 전화였어요? 어느 쪽에서 들었는지 말해 보세요."채희의 손가락이 태오의 소매를 움켜쥐었다."내가 그걸 어떻게 하나하나 기억해. 그냥 지나가다가 들은 거지.""그럼 몇 시였어요?""뭐?""제가 서재에서 USB를 챙겼다고 말했다면서요. 제가 그 시간에 어디 있었는지 확인하면 되잖아요."채희의 입술이 아주 조금 굳었다.연우는 그 짧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현관을 지킨 경호원이나 사용인에게 물어보세요. 공용전화 발신 기록과 제 동선이 찍힌 카메라도 확인해 주세요."채희가 고개를 저으며 태오에게 매달렸다."오빠, 저 여자 지금 일부러 말꼬리 잡는 거야. 내가 정확한 시간을 기억 못 한다고 거짓말이 되는 건 아니잖아."연우는 바로 되물었다."정확한 시간이 아니어도 돼요. 오전이었어요, 오후였어요?"채희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제가 돈 5억을 동생 계좌로 보내 달라고 했다면 계좌 기록도 남겠죠. 어느 은행인지, 누구 이름으로 보낸다고 했는지도 들었어요?""이연우."태오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대답 하나만 들으면 돼요."연우는 채희만 봤다."제가 실제로 한 말이라면, 채희 씨는 한 가지라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채희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그 순간 태오가 연우와 채희 사이로 한 걸음 들어왔다."그만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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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화 빛이 사라진 무덤, 부서진 영혼(1)

  계단 끝에서 녹슨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위층의 샹들리에 불빛과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미 멀어져 있었다. 축축한 냉기와 곰팡이 냄새가 먼저 올라왔다. 경호원들이 마지막 계단을 내려설 때마다 연우의 무릎이 돌 모서리에 부딪혔지만, 이제 비명을 지를 힘도 거의 남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필사적으로 몸을 뒤튼 것은 철문 바로 앞에 섰을 때였다. 저 문 안으로 들어가면 지후에게 연락할 방법도, 태오의 오해를 풀 기회도 함께 끊길 것 같았다. 그러나 지후의 병원비를 끊겠다는 태오의 선고가 귀 안에서 계속 울렸다. 저 철문이 닫히는 순간 동생에게 닿을 마지막 길까지 함께 끊길 것 같았다. 연우는 남은 힘을 쥐어짜 몸을 뒤틀었다."안 돼…… 우리 지후 죽어요! 안 돼요! 차라리 날 죽여! 날 죽이라고!!"연우가 목에서 피 맛이 날 정도로 악을 썼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저택의 가장 깊숙하고 서늘한 곳. 평소 고용인들조차 발길을 끊는 낡고 육중한 철문이 바로 눈앞을 막고 있었다.끼이익-녹슨 경첩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렸다. 그 안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했다. 문 아래 틈으로 복도 불빛이 스칠 때를 빼면, 빛 한 줌 닿지 않는 무덤 같았다."들어가."경호원들이 연우를 그 어둠 속으로 내동댕이쳤다."아윽!"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나뒹군 연우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기도 전에,쾅-!!등 뒤로 육중한 철문이 닫혔다. 그와 동시에 철컥, 하고 밖에서 자물쇠가 채워지는 소리가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안 돼……! 문 열어! 문 열어주세요!"연우는 바닥을 기어 철문으로 다가갔다. 이미 피투성이가 된 양손으로 쾅쾅 철문을 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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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화 빛이 사라진 무덤, 부서진 영혼(2)

  "거짓말 아니에요. 제발 지후 병원비만은…… 시키는 건 다 할게요."태오가 내려다보던 눈을 가늘게 좁혔다."시키는 건 다 한다고?"연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엇을 요구할지 이미 두려웠다.태오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에는 최 비서와의 대화창이 떠 있었다."그럼 네 입으로 인정해.""뭘……요?""윤지아를 네가 밀었다고. 그리고 내 회사 USB를 훔쳤다고."연우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그건 아니에요. 그 말만은……""아니면 지금 여기서 지후 지원을 끝내."태오의 손가락이 통화 버튼 위에 멈췄다.연우는 그 작은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서재에서 자신은 분명 확인을 요구했다. 출입기록과 카메라를 보자고 했다. 태오는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여기서 다시 결백을 말한다고 달라질까.연우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병실 침대에 누운 지후, 산소 줄, 수술 동의서, 밀린 치료비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자신이 지금 지키려는 것은 명예가 아니라 동생이 내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이사님…… 차라리 저를 더 가두세요. 일을 더 시키셔도 돼요. 그런데 사실 아닌 말까지 하라고 하지는 마세요."태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네가 협상할 입장이야?""제가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인정하면…… 나중에 진짜 범인을 찾을 기회도 없어져요.""진짜 범인?"태오가 비웃었다."아직도 네가 아니라고?"연우는 대답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태오는 휴대전화 화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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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화 빛이 사라진 무덤, 부서진 영혼(3)

  연우는 한동안 그 자리를 바라봤다.도움을 청할 사람이 바로 앞까지 왔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그래도 누군가 자기 이름을 들었다.그 사람이 기억할지는 알 수 없었다. 연우는 그 작은 가능성마저 버리지 않았다.새 물병을 집어 들었다.이전 병과 모양이 달랐다.연우는 수위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절반은 지금, 절반은 나중.빵도 반으로 갈라 한쪽만 먹었다.다음번 급식구가 열렸을 때는 다른 손이 들어왔다.연우는 이번에는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대신 소매 아래로 잠깐 보인 손목시계의 분침 위치를 눈에 담았다. 오전인지 오후인지는 알 수 없어도, 시간이 흘렀다는 단서 하나쯤은 남길 수 있었다.문이 닫힌 뒤 벽의 금 옆에 손톱으로 작은 표시를 하나 그었다.완벽한 기록은 아니었다.그래도 아무것도 모른 채 시간을 잃는 것보다는 나았다.그리고 세 번째.현실을 잊지 않기 위한 네 문장."나는 이연우.""지후는 병원에 있어.""USB는 채희가 넣었어.""나는 지아를 밀지 않았어."처음에는 네 문장이 정확하게 이어졌다.연우는 네 문장을 오른손 네 손가락에 하나씩 붙였다. 검지를 누르면 자신의 이름, 중지를 누르면 지후, 약지를 누르면 USB와 채희, 새끼손가락을 누르면 지아를 밀지 않았다는 사실. 눈을 감아도 손끝의 순서는 남아 있었다.문장이 헷갈릴 때마다 손가락 마디를 차례로 눌렀다. 첫 번째, 나는 이연우. 두 번째, 지후는 병원. 세 번째, 채희가 USB를 넣었다. 네 번째, 나는 지아를 밀지 않았다. 기억이 머릿속에서 풀려도 몸의 순서가 다시 문장을 끌어올려 주기를 바랐다.그 작은 방법이 처음에는 통했다. 열이 올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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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화 파멸의 씨앗, 두 줄의 지옥(1)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연우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옆으로 쓰러진 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독방에서 자신을 붙들어 주던 네 문장조차 이제 입술 안에서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대신 손끝이 본능처럼 바닥의 금을 더듬었다.하나.둘.세 번째 선을 찾기 전에 손가락이 힘없이 멈췄다.그때였다.끼이이익-!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렸다.복도에서 쏟아져 들어온 빛이 눈꺼풀을 찔렀다. 연우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리려 했지만 팔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또 환각인가.'연우는 움직이지 못한 채 손끝으로 다시 바닥을 더듬었다.익숙한 콘크리트의 갈라진 선이 잡혔다.곧이어 구두 굽이 옆구리를 거칠게 건드렸다.퍼억-!"아악!"선명한 통증이 몸을 꿰뚫었다.그제야 연우는 눈앞의 빛과 발소리가 환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어휴, 지독한 냄새. 아직 숨통은 붙어 있네."김 메이드장의 목소리였다.연우는 갈라진 입술을 겨우 움직였다."지후…….""네 동생 아직 안 죽었어. 그러니까 누워서 시체 놀음 그만하고 나와."지후가 살아 있다.그 한마디가 들리는 순간 바닥에 늘어져 있던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연우는 팔꿈치를 바닥에 세우려 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았다."병원에서…… 연락 왔나요? 상태가……."김 메이드장은 대답하지 않았다."경호원들! 이 쓰레기 끌어내."두 명의 경호원이 독방 안으로 들어왔다.연우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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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화 파멸의 씨앗, 두 줄의 지옥(2)

 그 순간이었다."비릿-!"날고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피 냄새와 노린내가 연우의 코끝을 강타했다.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맡았을 식재료의 냄새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순간, 위장이 통째로 뒤틀리는 것 같은 끔찍한 구역질이 폭발적으로 밀려왔다."우웁……!"연우는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참아보려 했지만,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역겨움은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우웨에엑!"연우는 도마를 엎어버릴 듯 밀치고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달려갔다."웨엑! 쿨럭, 우욱!""꺄아악! 미쳤어?! 신성한 주방에서 뭐 하는 짓이야!"김 메이드장이 기겁하며 달려와 연우의 등짝을 거칠게 후려쳤다."아윽……""어디서 음식에 침을 튀겨! 더러운 년이, 지하실에서 병균이라도 달고 온 거야?! 당장 꺼져! 홀에 가서 바닥이나 닦아!"메이드장의 발길질에 밀려 쫓겨난 연우는 복도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심장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왜 이러지…… 위염인가…… 아니면 장염……?'배를 부여잡고 걸음을 옮기던 연우의 머릿속에, 불현듯 하나의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우뚝. 연우의 걸음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잠깐만.'연우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 안았다. 눈동자가 극도의 혼란으로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생리…… 마지막 생리가 언제였지?'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자신은 항상 주기가 일정한 편이었다. 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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