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상간녀를 택한 남편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Chapter 31 - Chapter 39

39 Chapters

031화 파멸의 씨앗, 두 줄의 지옥(3)

  연우의 손이 세면대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색은 사라지지 않았다.오히려 점점 선명해졌다.두 줄이었다.연우는 세면대 가장자리를 붙잡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머릿속이 텅 비었다.지후의 병실이 먼저 떠올랐다.산소마스크 아래 창백한 얼굴.밀린 치료비.자신이 무너지면 함께 끊길 수 있는 치료.그런데 이제 자신의 몸 안에는 아직 이름도 없는 또 하나의 생명이 있었다.기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다만 한 가지는 선명했다.이제 자신이 쓰러지면 끝나는 것이 자기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다.연우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 쪽으로 내려가던 손을 멈췄다.아직 아무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래서 오히려 더 두려웠다.태오가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채희가 알면 무엇을 약점으로 삼을까.연우는 그 다음 장면을 상상하지 않았다.상상만으로도 호흡이 무너질 것 같았다.지금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그 짧은 사실 하나가 유일한 여유였다.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멈췄다.연우는 반사적으로 테스트기를 손안에 감췄다.문 아래로 그림자가 드리웠다."언니?"민지의 낮은 목소리였다.연우는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민지가 혼자인지 알 수 없었다.잠시 뒤 세탁 바구니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다.연우는 수도를 틀었다.평소 손을 씻는 것처럼 물소리를 냈다."응. 금방 나갈게."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만드는 데 온 신경을 썼다.문밖이 잠깐 조용해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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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화 완벽한 굴복, 부서진 자존심(1)

  계단을 오르는 동안 연우는 난간을 놓지 못했다. 두 줄을 본 순간 가장 먼저 든 것은 공포였다. 아이를 사랑한다고 약속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태오나 채희가 자신 대신 아이의 운명을 결정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위층에서 태오가 내려놓는 잔 소리가 났다. 발걸음이 저절로 멎었다. 연우는 난간을 붙든 손에 힘을 줬다. 지금 돌아서도 김 메이드장이 다시 끌고 올 것이었다.결백을 주장할 때마다 태오는 확인보다 분노를 선택했다. 지후의 치료비를 끊겠다는 협박도 실제로 반복됐다.지금 힘으로 정면에서 맞서면 자신뿐 아니라 지후와 배 속 생명까지 함께 위험해질 수 있었다.연우는 올라가며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결백을 설명할 때마다 태오는 더 난폭해졌다. 오늘만큼은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먼저 내놓을 것이다. 무엇이 거짓인지까지 잊지는 않을 것이다.침실 앞에 이르러 연우는 붙잡고 있던 난간을 놓았다.방문 앞에 선 연우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끼익-넓고 서늘한 침실 안. 강태오는 가운 차림으로 소파에 기대앉아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그의 서늘한 눈동자가 문가에 선 연우에게 꽂혔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지?"태오의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평소 같았으면 연우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거나, 죄송하다며 바들바들 떨었을 것이다.하지만 연우는 문을 닫고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태오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부르셨습니까, 이사님."차분하고 메마른 목소리였다. 태오는 잔을 쥔 손을 멈칫했다. 지하실에서 짐승처럼 울부짖고 발악하던 여자의 태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차분했다."독방에서 며칠 썩더니, 이제야 주제 파악이 좀 되나 봐?"태오가 조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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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화 완벽한 굴복, 부서진 자존심(2)

  연우의 눈빛은 죽어 있었다. 과거의 맑고 당찼던 이연우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생존만을 갈구하는 비참한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태오는 그 이질적인 모습에 묘한 불쾌감을 느꼈다. 이 여자는 울며불며 억울함을 호소해야 했다. 아니라고 발악하며 내 밑에서 처절하게 부서져야 했다. 그런데 스스로 바닥을 기며 다리를 벌리겠다고 나오는 꼴이 몹시 거슬렸다."좋아. 그 각오가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해 주지."태오가 연우를 침대 쪽으로 짐승처럼 패대기쳤다."아앗……!"푹신한 매트리스 위로 쓰러진 연우는 황급히 아랫배를 감싸며 웅크렸다. 행여나 그의 무릎이나 발이 배에 닿을까 봐 본능적으로 몸을 사린 것이다."벗어."태오가 가운의 끈을 풀며 명령했다.연우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그녀는 얌전히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녀복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연우가 옷을 벗자 태오의 시선이 멍과 상처 위를 훑었다. 자비는 없었다."더러운 몸이라 죄송합니다, 이사님."연우는 고개를 숙였다. 말투는 순종적이었지만 머릿속에서는 다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태오가 가까워지자 몸이 먼저 굳었다. 연우는 반사적으로 밀어내려는 힘을 억눌렀다. 저항해서 상황을 키우는 대신, 아랫배에 직접 충격이 가지 않도록 자세를 조금씩 바꾸고 호흡을 짧게 나눴다.굴복해서가 아니었다.살아남는 방식을 바꾼 것이었다.태오는 그 침묵을 복종으로 받아들였다. 연우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 오해가 자신의 몸을 조금이라도 덜 위험하게 만든다면 당장은 이용할 생각이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하지?"태오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이사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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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화 완벽한 굴복, 부서진 자존심(3)

  욕실로 들어간 연우는 거울 속 얼굴을 바라봤다.입술이 터져 있었고 목 주변에는 오래된 멍 위로 새로운 자국이 겹쳐 있었다.그녀는 찬물에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눌렀다. 지금 태오에게 굴복한 척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까지 꺾였다는 뜻은 아니었다.지후와 배 속 아이를 살릴 때까지 버티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었다.잠시 뒤 최 비서가 지후 병원의 보호자 연락을 계속 받아야 한다며 압수해 두었던 연우의 휴대전화를 가져왔다.태오가 통화와 메시지 내역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돌려준 것이었다.연우는 아무 말 없이 휴대전화를 받아 들었다. 적어도 지후의 연락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휴대전화 화면에는 병원에서 온 메시지가 몇 개 쌓여 있었다.지후의 검사 일정과 보호자 확인 요청이었다. 연우는 답장을 쓰다가 손을 멈췄다.걱정할까 봐 ‘나는 괜찮다’는 문장을 넣었지만, 보내기 전에 지웠다. 거짓말을 길게 할 힘도 없었다.대신 수술 일정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다음 연락이 오면 반드시 받겠다고 메모했다. 다음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태오가 무엇을 먹을지 묻지 않은 채 메뉴를 정하자 연우는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다.속에서는 헛구역질이 올라왔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향이 강한 음식은 피해서 가장 자극이 적은 것만 조금씩 삼켰다.태오는 그 침묵을 순종으로 받아들이는 듯했지만, 연우는 그의 착각을 고치지 않았다.태오가 만족해 경계를 낮출수록 자신의 몸은 덜 위험해질 수 있었다.밤이 되자 연우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오늘 몸에 생긴 변화를 하나씩 확인했다.출혈은 없는지, 복통은 심해지지 않았는지, 열은 없는지. 누구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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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화 부서진 인형과 기묘한 갈증(1)

  "다시 닦아."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를 갈랐다. 김 메이드장이 신고 있던 뾰족한 구두코로 양동이를 걷어찼다.철푸덕-!더러운 구정물이 대리석 바닥 위로 쏟아지며, 무릎을 꿇고 있던 연우의 하녀복 앞섬을 차갑게 적셨다."이따위로 얼룩을 남겨놓고 청소를 다 했다고? 지하실에서 며칠 썩더니 아주 눈깔까지 썩어 문드러진 모양이지?""…….""대답 안 해?!"메이드장의 손이 매섭게 허공을 갈랐다.짜악-!마찰음과 함께 연우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하얀 뺨 위로 시퍼런 손자국이 부풀어 올랐다. 입술 터진 곳이 다시 벌어지며 피가 배어 나왔다.예전 같았으면 억울함에 눈물을 뚝뚝 흘리거나, 입술을 꽉 깨물며 분노를 참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연우는 달랐다.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제자리로 돌렸다. 감정이 완전히 증발해버린, 유리알처럼 텅 빈 눈동자였다."죄송합니다. 다시 닦겠습니다."건조한 목소리. 연우는 바닥에 흘린 구정물을 손걸레로 묵묵히 훔쳐내기 시작했다. 자신을 때린 메이드장을 원망하지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울지도 않았다. 마치 전원이 꺼진 기계처럼, 입력된 명령만을 수행하는 껍데기 같았다.오직 그녀의 온 신경은, 차가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살짝 치켜든 자신의 아랫배에만 집중되어 있었다.'참자. 이것만 참으면 돼. 내 아이만 지키면 돼.'그 무기력하고 기괴한 순종에, 오히려 김 메이드장이 소름이 돋는다는 듯 팔을 문질렀다."미친년. 독방에서 완전히 돌아버렸네."메이드장이 침을 뱉듯 내뱉고는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그 모든 광경을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강태오였다.그는 난간을 쥔 손에 핏대가 설 정도로 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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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화 부서진 인형과 기묘한 갈증(2)

  "저딴 새끼가 더러운 손으로 널 만지려 하는데, 왜 멍청하게 가만히 대주고 있었냐고 묻잖아!""이사님께서……"연우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대답했다."저는 이사님의 것이니, 이사님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뭐?""그래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가 저를 만지든, 짓밟든, 저는 아무런 권리가 없는 인형이니까요. 이사님께서 반항하라고 명령하시면, 그때 반항하겠습니다."철저하게 자아를 지워버린 완벽한 굴복. 그 말이 태오의 가슴에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자신만을 주인으로 섬기며, 세상 모든 것을 차단한 채 오직 자신의 명령에만 반응하는 여자.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올라야 하는데, 기괴하게도 등줄기를 타고 오싹한 쾌감이 번져나갔다. 다른 새끼가 만지는 건 역겨워 미칠 것 같으면서도, 그녀가 오직 '내 것'이라는 사실을 그녀 입으로 증명할 때마다 지독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그래. 넌 내 거지."태오의 목소리가 짐승의 으르렁거림처럼 짙고 낮아졌다."그럼 주인이 몸을 원할 때도 가만히 있어야겠군."태오가 연우의 하녀복 단추를 거칠게 뜯어냈다. 투둑, 툭-! 단추들이 바닥으로 흩어지고, 브래지어조차 입지 않은 연우의 뽀얀 맨가슴이 공기 중으로 노출되었다.대낮의 서재. 언제 누가 들어올지 모르는 공간이었지만 연우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녀는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책상 위에 얌전히 등을 기댔다."벗어."그 한마디에 연우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치마를 밀어 내렸다. 속옷과 함께 치마가 발목 아래로 떨어졌다. 멍투성이의 앙상한 나신이 책상 위로 완전히 드러났다.태오는 연우가 반박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일부러 지아 이야기를 한 번 더 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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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화 부서진 인형과 기묘한 갈증(3)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주인님'이라는 단어. 태오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승리감과 정복감,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그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연우가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서재를 빠져나간 뒤에도, 태오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남긴 체취와 핏자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복수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녀를 파멸시키기 위해 가져온 장난감이었다. 그런데 왜, 망가져 버린 인형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답답하고 욱신거리는지 알 수 없었다.태오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연우가 갑자기 고분고분해진 뒤 저택의 공기는 묘하게 달라졌다. 사용인들은 태오의 눈치를 보며 연우에게 직접 손을 대는 일을 줄였고, 태오는 그 변화를 자신의 힘이 만든 결과처럼 바라봤다. 연우는 누구도 바로잡지 않았다. 자신이 덜 다치는 쪽이라면 그 오해를 이용할 생각이었다.아침마다 연우는 음식 냄새가 가장 약한 것을 골라 몇 숟가락씩 삼켰다. 속이 뒤집히는 날에는 물과 마른 빵으로 버텼다. 태오가 식사량을 보고 눈썹을 찌푸리면 "입맛이 없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임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복부가 당기는 느낌이 들면 청소 도구를 내려놓고 몇 초씩 호흡을 고른 뒤 다시 움직였다.태오는 연우가 자신의 지시에 반박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오래 바라보던 시선이 어느 순간 지나치게 가까워질 때가 있었다. 연우는 그 눈빛을 느끼면 더 무표정해졌다. 감정을 드러내면 태오가 그것을 소유하려 들 것 같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처럼 굴수록 태오는 안심했다.한밤중에 연우가 물을 마시러 나오자 복도 끝에 태오가 서 있었다. 그는 말을 걸려다가 멈췄다. 연우는 시선을 내리고 지나가려 했다. 그때 태오가 "아픈 데는 없냐"고 물었다. 너무 평범한 질문이라 오히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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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화 끊어진 동아줄, 부서진 약속(1)

  이른 아침.연우는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부터 확인했다.병원 보호자 알림창에 새 메시지가 떠 있었다.[이지후 환자 VIP 병동 유지비 및 예정 치료비 납부 확인. 에크모 적용 예정 유지.]연우는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돈이 들어갔다.지후의 치료는 적어도 비용 때문에 취소되지 않는다.연우는 화면을 캡처해 두었다. 더 많은 항목을 다시 확인하지는 않았다. 필요한 사실은 하나였다.에크모 치료가 예정대로 살아 있다는 것.오전 식사 뒤 복도에서 태오와 마주쳤을 때 연우는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이사님."태오가 걸음을 멈췄다."왜.""지후 치료비와 에크모 일정이 유지된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그래서.""내일 치료, 취소되지 않는 게 맞습니까?"태오의 눈썹이 짜증스럽게 찌푸려졌다."처리했어. 병원에서 필요하다는 건 그대로 진행해."그제야 연우의 어깨에서 아주 조금 힘이 빠졌다."고맙습니다."그 말은 태오에게 하는 감사라기보다, 지후에게 하루가 더 생겼다는 사실에 가까웠다.태오는 연우의 얼굴에 스친 작은 안도를 보고 이유 모를 불쾌함을 느꼈다. 자신이 돈을 냈는데도 그 표정의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오직 동생이었다."착각하지 마."태오가 낮게 말했다."네가 예뻐서 해준 거 아니니까.""알고 있습니다."연우는 더 묻지 않았다.필요한 사실은 확인했다.치료비는 들어갔다.예정 치료도 살아 있다.내일이면 지후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 세 문장이 아침 내내 연우를 붙잡았다.방으로 돌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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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화 끊어진 동아줄, 부서진 약속(2)

  주치의의 지시에 의료진이 움직였지만 곧 행정 보류가 걸렸다. 시스템에는 '보호자 전원 요청·전원 협의 중'이라는 기록이 떠 있었다."환자 상태가 기다릴 수 없어요. 보류 해제 요청 넣고 응급 처치 계속해!"주치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간호사에게 다시 지시했다."전원 요청 들어온 시각, 보호자 본인 확인이 안 된 상태였다는 것까지 전부 기록해 주세요. 원장실에 긴급 재확인 요청한 시각도 남기고요."간호사는 곧바로 전산 메모와 간호기록에 시간을 입력했다. 다른 간호사는 원장실과 행정부서에 재확인 전화를 돌렸다. 서류상으로는 보호자 요청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 보호자와 직접 통화했다는 확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의료진은 행정 확인을 기다리면서 산소 공급과 약물 처치, 모니터링을 멈추지 않았다.그러나 몇 분의 지연이 쌓이는 동안 지후의 바이탈은 더 빠르게 무너졌다.주치의의 불안한 예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현실로 나타났다.삐- 삐- 삐- 삐-!지후의 심박을 알리던 모니터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래프가 불규칙하게 널뛰더니, 이내 혈압이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선생님! 이지후 환자 심실세동입니다!"간호사의 외침과 동시에 주치의가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제세동 준비! 약물 투여하고 CPR 계속해!"전기 충격이 가해졌지만 정상 리듬은 돌아오지 않았다. 의료진은 곧바로 압박을 재개하고 약물을 투여했다."맥박 없습니다!""다시 한 번!"두 번째 제세동 뒤에도 모니터의 파형은 회복되지 않았다.전원 서류가 조작되지 않고 에크모가 제때 시작됐다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미 치료 지연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으로 쌓여 있었다.주치의는 땀에 젖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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