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남편 태오는 아내 연우보다 다른 여자를 믿었고, 결국 연우는 누명과 배신 속에서 모든 것을 잃는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연우는 그의 곁을 떠나 자신의 삶을 되찾는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태오는 모든 것을 잃고서야 아내를 붙잡지만, 이미 연우는 예전의 여자가 아니다. 상간녀를 택했던 남편과 끝내 떠나려는 아내의 처절한 후회와 재회의 이야기.
Ver mais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연우는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병원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참이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동생 지후의 밀린 병원비를 생각하면 세 시간의 수면조차 사치였다.
하지만 낡은 빌라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연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집 안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서랍장이 모두 엎어져 있었고, 유리 파편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 난장판 한가운데, 고급스러운 검은 양복을 입은 체격 좋은 사내 넷이 서 있었다.
그리고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의붓어머니, 최민숙.
"어, 어머니. 이게 다 무슨……"
연우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사내들의 시선이 일제히 연우에게 꽂혔다. 살기가 뚝뚝 묻어나는 눈빛이었다.
"왔니?"
최민숙이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비벼 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 연우를 벌레 보듯 하던 눈빛에는 오늘따라 기묘한 환희와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어머니, 이 사람들은 대체 누구예요? 왜 우리 집에……"
"입 다물어!"
최민숙의 날카로운 고함이 거실을 찢었다.
"이 배은망덕한 년. 내가 널 거둬 먹이고 입혀준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아? 네 아비가 남긴 빚더미에서 널 사람 구실 하게 만들어줬더니, 감히 살인을 저질러?!"
"살, 살인이라니요?"
연우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단어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시치미 떼지 마! 네가 어제 V호텔 펜트하우스에서 그 짓거리를 한 걸 모를 줄 알아?"
"V호텔이요? 어머니가 어제 저녁에 심부름 다녀오라고 하셔서 서류 봉투만 두고 바로 나왔잖아요! 분명히 로비에만……"
최민숙의 심부름으로 V호텔 로비에 들른 적은 전에도 있었다. 전날 저녁에도 연우는 최민숙이 보낸 주소와 부탁 메시지를 저장한 뒤 V호텔로 갔다. 안내 데스크에 봉투를 맡기고 도착했다는 답장을 보냈다. 객실층으로 올라간 적은 없었다. 로비의 시계와 천장 모서리 카메라가 기억에 남았다. 스카프도 호텔을 나올 때까지 목에 걸려 있었다.
짜악-!
거친 파열음과 함께 연우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입안이 터졌는지 비릿한 피 맛이 확 퍼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연우를 향해 최민숙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집어 던졌다.
툭, 하고 떨어진 것은 투명한 증거 파일이었다.
그 안에는 붉은 피가 잔뜩 묻은 연우의 스카프가 발코니 아래에서 발견됐다는 현장 사진과 감식표가 들어 있었다. 어제, 최민숙이 날이 춥다며 억지로 목에 둘러주었던 바로 그 스카프였다.
"이, 이게 왜……"
"네가 윤지아 아가씨를 발코니에서 밀어버리고 도망치다 흘린 거잖아! 이 살인마 년아!"
"이 스카프가 거기서 나올 리 없어요. 호텔을 나와 집에 돌아올 때까지 제가 하고 있었어요!"
"닥쳐! 경찰도 네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보고 있어. 호텔 영상이랑 현장 증거가 전부 너를 가리킨대. 네 아비 빚 갚기 싫어서, 돈 많은 집안 여자한테 앙심 품고 그딴 짓을 저질러?"
최민숙의 눈동자가 기괴하게 번들거렸다.
경찰이 확보했다는 자료는 아직 초동수사 단계의 것이었다. 정식 디지털 감정도, 연우에 대한 추가 조사와 신병 처리도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절차가 이어지기도 전에 태오 쪽 사람들이 먼저 연우의 집까지 들이닥쳤다.
연우는 그제야 깨달았다. 함정이었다. 어제 갑작스럽게 심부름을 시킨 것도, 평소엔 주지도 않던 스카프를 둘러준 것도, 모두 철저하게 계획된 일이었다.
"어머니…… 설마, 저를 파신 거예요? 아빠 빚 때문에, 저를 대신……"
"말조심해. 누가 들으면 내가 널 팔아넘긴 줄 알겠네. 넌 네 죄를 묻기 위해 직접 찾아오신 분들의 처분을 받으면 돼. 그뿐이야."
최민숙이 뒤로 물러서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에게 턱짓했다.
"데려가세요. 약속하신 대로, 우리 집안 빚은 전부 탕감해 주시는 겁니다. 이 계집애가 무슨 짓을 당하든 저는 이제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명의 사내가 연우의 양팔을 거칠게 낚아챘다.
"악! 놔요! 이거 놓으라고요!"
"반항하지 마십시오. 강태오 이사님께서 기다리십니다."
낮고 얼음장 같은 목소리였다.
강태오. 그 이름 석 자에 연우의 숨이 멎는 듯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 태성그룹의 후계자이자, 피도 눈물도 없는 젊은 사냥개.
방금 의붓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윤지아'라는 이름은 분명, 며칠 전 뉴스에서 본 강태오의 약혼녀였다.
주치의의 지시에 의료진이 움직였지만 곧 행정 보류가 걸렸다. 시스템에는 '보호자 전원 요청·전원 협의 중'이라는 기록이 떠 있었다."환자 상태가 기다릴 수 없어요. 보류 해제 요청 넣고 응급 처치 계속해!"주치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간호사에게 다시 지시했다."전원 요청 들어온 시각, 보호자 본인 확인이 안 된 상태였다는 것까지 전부 기록해 주세요. 원장실에 긴급 재확인 요청한 시각도 남기고요."간호사는 곧바로 전산 메모와 간호기록에 시간을 입력했다. 다른 간호사는 원장실과 행정부서에 재확인 전화를 돌렸다. 서류상으로는 보호자 요청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 보호자와 직접 통화했다는 확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의료진은 행정 확인을 기다리면서 산소 공급과 약물 처치, 모니터링을 멈추지 않았다.그러나 몇 분의 지연이 쌓이는 동안 지후의 바이탈은 더 빠르게 무너졌다.주치의의 불안한 예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현실로 나타났다.삐- 삐- 삐- 삐-!지후의 심박을 알리던 모니터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래프가 불규칙하게 널뛰더니, 이내 혈압이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선생님! 이지후 환자 심실세동입니다!"간호사의 외침과 동시에 주치의가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제세동 준비! 약물 투여하고 CPR 계속해!"전기 충격이 가해졌지만 정상 리듬은 돌아오지 않았다. 의료진은 곧바로 압박을 재개하고 약물을 투여했다."맥박 없습니다!""다시 한 번!"두 번째 제세동 뒤에도 모니터의 파형은 회복되지 않았다.전원 서류가 조작되지 않고 에크모가 제때 시작됐다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미 치료 지연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으로 쌓여 있었다.주치의는 땀에 젖은
이른 아침.연우는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부터 확인했다.병원 보호자 알림창에 새 메시지가 떠 있었다.[이지후 환자 VIP 병동 유지비 및 예정 치료비 납부 확인. 에크모 적용 예정 유지.]연우는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돈이 들어갔다.지후의 치료는 적어도 비용 때문에 취소되지 않는다.연우는 화면을 캡처해 두었다. 더 많은 항목을 다시 확인하지는 않았다. 필요한 사실은 하나였다.에크모 치료가 예정대로 살아 있다는 것.오전 식사 뒤 복도에서 태오와 마주쳤을 때 연우는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이사님."태오가 걸음을 멈췄다."왜.""지후 치료비와 에크모 일정이 유지된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그래서.""내일 치료, 취소되지 않는 게 맞습니까?"태오의 눈썹이 짜증스럽게 찌푸려졌다."처리했어. 병원에서 필요하다는 건 그대로 진행해."그제야 연우의 어깨에서 아주 조금 힘이 빠졌다."고맙습니다."그 말은 태오에게 하는 감사라기보다, 지후에게 하루가 더 생겼다는 사실에 가까웠다.태오는 연우의 얼굴에 스친 작은 안도를 보고 이유 모를 불쾌함을 느꼈다. 자신이 돈을 냈는데도 그 표정의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오직 동생이었다."착각하지 마."태오가 낮게 말했다."네가 예뻐서 해준 거 아니니까.""알고 있습니다."연우는 더 묻지 않았다.필요한 사실은 확인했다.치료비는 들어갔다.예정 치료도 살아 있다.내일이면 지후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 세 문장이 아침 내내 연우를 붙잡았다.방으로 돌아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주인님'이라는 단어. 태오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승리감과 정복감,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그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연우가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서재를 빠져나간 뒤에도, 태오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남긴 체취와 핏자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복수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녀를 파멸시키기 위해 가져온 장난감이었다. 그런데 왜, 망가져 버린 인형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답답하고 욱신거리는지 알 수 없었다.태오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연우가 갑자기 고분고분해진 뒤 저택의 공기는 묘하게 달라졌다. 사용인들은 태오의 눈치를 보며 연우에게 직접 손을 대는 일을 줄였고, 태오는 그 변화를 자신의 힘이 만든 결과처럼 바라봤다. 연우는 누구도 바로잡지 않았다. 자신이 덜 다치는 쪽이라면 그 오해를 이용할 생각이었다.아침마다 연우는 음식 냄새가 가장 약한 것을 골라 몇 숟가락씩 삼켰다. 속이 뒤집히는 날에는 물과 마른 빵으로 버텼다. 태오가 식사량을 보고 눈썹을 찌푸리면 "입맛이 없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임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복부가 당기는 느낌이 들면 청소 도구를 내려놓고 몇 초씩 호흡을 고른 뒤 다시 움직였다.태오는 연우가 자신의 지시에 반박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오래 바라보던 시선이 어느 순간 지나치게 가까워질 때가 있었다. 연우는 그 눈빛을 느끼면 더 무표정해졌다. 감정을 드러내면 태오가 그것을 소유하려 들 것 같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처럼 굴수록 태오는 안심했다.한밤중에 연우가 물을 마시러 나오자 복도 끝에 태오가 서 있었다. 그는 말을 걸려다가 멈췄다. 연우는 시선을 내리고 지나가려 했다. 그때 태오가 "아픈 데는 없냐"고 물었다. 너무 평범한 질문이라 오히려
"저딴 새끼가 더러운 손으로 널 만지려 하는데, 왜 멍청하게 가만히 대주고 있었냐고 묻잖아!""이사님께서……"연우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대답했다."저는 이사님의 것이니, 이사님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뭐?""그래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가 저를 만지든, 짓밟든, 저는 아무런 권리가 없는 인형이니까요. 이사님께서 반항하라고 명령하시면, 그때 반항하겠습니다."철저하게 자아를 지워버린 완벽한 굴복. 그 말이 태오의 가슴에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자신만을 주인으로 섬기며, 세상 모든 것을 차단한 채 오직 자신의 명령에만 반응하는 여자.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올라야 하는데, 기괴하게도 등줄기를 타고 오싹한 쾌감이 번져나갔다. 다른 새끼가 만지는 건 역겨워 미칠 것 같으면서도, 그녀가 오직 '내 것'이라는 사실을 그녀 입으로 증명할 때마다 지독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그래. 넌 내 거지."태오의 목소리가 짐승의 으르렁거림처럼 짙고 낮아졌다."그럼 주인이 몸을 원할 때도 가만히 있어야겠군."태오가 연우의 하녀복 단추를 거칠게 뜯어냈다. 투둑, 툭-! 단추들이 바닥으로 흩어지고, 브래지어조차 입지 않은 연우의 뽀얀 맨가슴이 공기 중으로 노출되었다.대낮의 서재. 언제 누가 들어올지 모르는 공간이었지만 연우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녀는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책상 위에 얌전히 등을 기댔다."벗어."그 한마디에 연우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치마를 밀어 내렸다. 속옷과 함께 치마가 발목 아래로 떨어졌다. 멍투성이의 앙상한 나신이 책상 위로 완전히 드러났다.태오는 연우가 반박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일부러 지아 이야기를 한 번 더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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