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리즈 임원보고가 잡힌 아침, 차율은 알람보다 삼십 분 먼저 눈을 떴다.이번에는 잠을 설친 탓이 아니었다. 오히려 머리는 이상할 만큼 맑았다.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 속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는 동안 몇 번이나 깊은 숨이 오갔다.어제까지 등을 따라붙던 시선도, 남주함의 능글맞은 웃음도 오늘만큼은 저 멀리 밀어 둘 생각이었다.아니,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편이 맞겠지.평소라면 셔츠나 블라우스에 가벼운 겉옷을 걸치고 나섰겠지만, 오늘은 옷장 깊숙이 넣어 둔 짙은 네이비 재킷을 꺼냈다.과장 진급 발표가 있던 날에도, 처음 단독 PT를 맡았던 날에도 입었던 옷.징크스라기보다는 차율만의 사소한 결전 의식에 가까웠다.화장대 서랍 안에는 주함에게서 되찾은 뿔테안경이 들어 있었다. 잠시 내려다보던 차율은 그대로 서랍을 닫았다.그 남자의 손을 탔다고 생각하니 아직은 얼굴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새 안경을 맞출 때까진 렌즈로 버티는 수밖에.조심스럽게 렌즈를 끼고 몇 번 눈을 깜빡인 뒤 재킷 단추까지 채우자, 흐트러졌던 마음도 조금은 제자리를 찾는 기분이었다.“……할 수 있어, 홍차율.”* *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차율은 노트북부터 켰다.출시 이후 판매 흐름, 크리에이터 후보군, 오프라인 판촉 연계안까지. 몇 번째 보는지도 모를 만큼 익숙한 장표였지만 오늘만큼은 숫자 하나, 문장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이번 임원보고는 마케팅1팀이 두 달 가까이 붙잡고 있던 ‘하루 시리즈 2차 실행안’의 중간 결산이었다.최연소 과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처음으로 전면에 서는 큰 보고였고, 결과에 따라 다음 분기 예산과 실행 범위까지 달라질 수 있는 자리.팀원들이 쏟아부은 시간을 생각하면 개인적인 일로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여유는 없었다.“홍 과장님.”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든 차율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청운이었다.평소 편한 맨투맨이나 캐주얼한 차림을 고수하던 사람이 오늘은 흰 셔츠에 짙은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넥타이까지 매지는 않았지만 단정하게 채운 단
Huling Na-update : 2026-09-27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