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온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잠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천장만 보며 뒤척이다 겨우 눈을 붙였나 싶을 때 알람이 울렸다. 눈을 감으면 지온의 목소리가, 뜨면 마지막 질문이 번갈아 떠오르던 밤이었다. 그럼 대체…… 누굴까. 퉁퉁 부은 눈으로 출근한 차율은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보다 휴대폰부터 집어 들었다. 몇 주째 그 밤을 붙들고 있으면서도, 사진이나 시간 같은 기록을 펼쳐 놓고 처음부터 맞춰 본 적은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 시간이 무서웠다. 들여다볼수록 자신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만 확인하게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안경이라는 핑계마저 사라진 지금은 달랐다. 처음부터 다시.차율은 팀 단톡방을 열어 사진 앨범으로 들어갔다. 그날 혜주가 올린 사진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처음 몇 장 속 자신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꺼운 뿔테안경, 반듯하게 묶은 머리, 건배 잔을 어정쩡하게 든 채 웃는 둥 마는 둥 한 얼굴. 그런데 사진을 넘길수록 분위기가 달라졌다.어느 순간부터 안경은 보이지 않았고, 발갛게 달아오른 뺨 위로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내려 있었다. 혜주와 어깨를 붙이고 웃는 사진. 지수의 잔에 술을 따르는 사진. 호빈을 향해 손가락을 들고 무언가 열심히 말하는 사진. 그 뒤편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잔을 든 청운이 있었고, 한가운데서는 주함이 브이를 그리고 있었다. 기억에도 없는 얼굴로, 기억에도 없는 사람들과 이렇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4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