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이 먼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율은 그제야 멈춰 있던 숨을 천천히 내쉬며 뒤따랐다.한 팀이 전부 들어와도 넉넉할 만큼 큰 회의실에 단둘이 마주 앉으니 공간이 유난히 휑하게 느껴졌다.열띤 토론은커녕 어색한 침묵만 감도는 가운데, 청운은 말없이 차율을 바라봤고 차율은 그 시선이 괜히 신경 쓰여 애꿎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입안이 바짝 말라 가던 순간,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저번에…….”“소,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얘기하려는 거죠?”먼저 운을 뗀 쪽은 청운이었지만, 당황한 차율의 높은 목소리에 그대로 묻혀 버렸다.본의 아니게 말을 잘라 버린 꼴이 되자 차율의 얼굴에 낭패감이 번졌다.“아, 무슨 말씀 하시려던 게…….”“네.”또 한 번 말이 겹쳤다.차율이 난감한 얼굴로 입을 다무는 사이, 청운은 잠시 숨을 골랐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본론으로 들어갔다.“챌린지보다 인플루언서 협업을 먼저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하지만 아직 인플루언서 리스트업도 끝나지 않았는데요?”일 이야기가 나오자 차율의 눈빛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방금 전까지 어색함에 눈치를 보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청운 역시 익숙하다는 듯 자료를 펼쳤고, 조금 전까지 휑하기만 했던 회의실에는 금세 두 사람의 의견이 오가기 시작했다.오후 8시.퇴근한 사람들의 흔적만 남은 사무실에서 마지막까지 켜져 있던 자리 하나가 마침내 어두워졌다.차율의 자리였다.신입 시절부터 제 일이든 남의 일이든 맡은 일이라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렸던 그녀에게 야근은 이제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었다.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책상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종이컵 하나가 놓였다.“이제 퇴근해요?”진한 원두 향 위로 부드러운 중저음이 얹혔다.고개를 들자 백호빈이 서 있었다.“아. 이제 하려고요.”대답을 하면서도 차율은 그가 내민 컵을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
Last Updated : 2026-09-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