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에게는 돈이 많이 필요했다. 내가 줄 수 없는 돈이었다.그래서 정실부인이 나를 찾아왔을 때, 도화가 그녀 뒤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나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 정실부인 곁의 어멈에게 뺨을 연달아 얻어맞았다.정실부인은 참으로 아름다웠다.뺨을 맞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듣자 하니 후작가의 적녀로, 이름은 심명주라고 했다.화려한 붉은 비단옷을 입고 머리에는 온갖 보석을 장식한 심명주는 몸짓 하나하나에서도 귀티와 우아함이 흘러넘쳤다.명주라는 이름처럼, 심명주는 집안에서 금지옥엽으로 귀하게 자란 여인이었다.나와는 완전히 달랐다. 연희라는 내 이름처럼, 나는 그저 연기 한 줄기에 불과했다. 바람이 불면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린다.내 뺨을 스무 대나 때리고 나서야 심명주는 어멈을 멈춰 세웠다.나를 바라보는 심명주의 눈에는 혐오와 경멸, 그리고 분노가 서려 있었다.목숨을 건지려면 지금이라도 머리를 조아리며 살려 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어쩌면 어진 부인이라는 평판을 지키려고 내 목숨만은 살려 줄지도 모른다.그럼, 그다음에는?인신매매꾼에게 팔아넘길까?유곽에 팔아넘길까?심명주의 고귀한 얼굴을 바라보니, 문득 모든 게 지긋지긋해졌다.나 같은 사람이 왜 굳이 이 세상에서 구차하게 목숨을 이어 가야 한단 말인가?더는 발버둥 치고 싶지 않았다.심명주가 부채 끝으로 내 턱을 들어 올리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배현우가 급히 달려왔다.배현우는 막 조회를 마치고 나온 조복 차림이었다. 말에서 훌쩍 내려 마당으로 서둘러 들어오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심명주의 손을 잡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두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배현우의 다정한 목소리만 들려왔다."명주, 어찌 그리 화를 내시오?"심명주는 배현우의 손을 뿌리치고 나를 가리켰다."배현우, 저 여자는 누구이오?"배현우는 잠시 침묵하더니, 심명주의 비위를 맞추며 조심스레 달랬다."그저 내 계집종일 뿐이오. 그대가 싫다면 다시는 만나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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