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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육호두
그들은 언제든 달려들어 살점을 한 점 뜯어 갈 수 있는 독수리처럼 막다른 처지에 놓인 유민들을 노렸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 팔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남아 봤자 먹을 것조차 없었다.

차라리 팔려 가면 밥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양심까지 저버린 건 아니었다. 나를 유곽에 팔지는 않고, 계집종이나 허드렛일꾼을 구해 주는 인신매매꾼에게 넘겼을 뿐이었다.

나는 이제 제법 자라 일할 수 있었기에 좁쌀 반 자루 값은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를 바라봤지만, 아버지는 나를 보지 않았다.

아버지는 좁쌀 반 자루를 짊어지고 떠났다. 그 무게가 몹시 무거운 듯 허리를 구부린 채 떠났다.

나는 배씨 저택에 팔려 가 부엌에서 불을 때는 계집종이 되었다.

배씨 가문은 부유한 집안이라 일이 그리 고되지는 않았다.

나로서는 밥을 먹고 목숨을 이어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돈을 조금씩 모아 훗날 몸값을 치르고 나가고 싶었다. 아니면 마님께 부탁해 장원에서 일하는 농부에게 시집가는 것도 괜찮았다.

어쨌든 내게도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겼다.

그러다 열두 살이 되던 해, 배현우를 만났다.

배현우는 무심히 나를 가리켰고, 나는 그날부터 그의 곁에서 시중드는 하급 계집종이 되었다.

배씨 가문의 적자 도련님 곁에서 일하니 먹고 쓰는 형편도 나아졌다. 덕분에 나는 새순이 돋아나는 버들가지처럼 쑥쑥 자랐다.

내가 열다섯 살이 되던 날, 배현우는 나를 거두어 잠자리 시중을 들게 했다.

그날부터 나는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고 남들 앞에 드러낼 수도 없는 잠자리 시중드는 계집종이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귀한 도련님의 눈에 들어 팔자가 폈다며 뒤에서 수군거렸다. 천한 계집종 주제에 엄청난 행운이라도 얻은 양 말이다.

하지만 내가 과연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새장 속 새가 되기를 원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나는 오랫동안 앓았다. 보름이 지나서야 겨우 침상에서 일어나 몇 걸음 걸을 수 있었다.

조만수는 줄곧 내 곁을 지켰다.

병에 시달려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도, 한밤중에 목이 마르면 훤칠한 그림자가 조심스레 나를 일으켜 세우고 미지근한 물을 두어 모금씩 먹여 주곤 했다.

나는 늘 열이 펄펄 끓었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곤 했다. 그럴 때마다 조만수는 내 몸을 닦아 주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나는 조만수의 거친 손을 붙잡고 어머니를 찾았다.

몇 번이고 거듭 불렀다.

"어머니, 너무 아픕니다."

"어머니, 저를 팔지 마십시오."

말을 마치고 나서 문득 정신이 들었다. 꿈속에서조차 이러면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만수는 내가 여전히 정신이 흐린 줄로만 알았다.

그는 어수룩하게 내 말에 대답했다.

"안 판다. 그대를 안 팔 것이오."

내 눈물과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뒤섞였지만, 조만수는 그것들을 말끔히 닦아 주었다.

천한 목숨이라 그런지 질기기도 하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나 보다.

나는 그렇게 조만수의 보살핌으로 살아남았다.

나 때문에 조만수는 마부 일을 잃었다. 심명주는 그를 장원으로 내려보내 농사를 짓게 했다.

배현우가 또 하인들의 거처로 나를 찾아올까 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배현우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고, 나름의 자존심도 있었다. 나는 이미 하인의 여인이 되었으니, 다시는 나를 돌아보지 않을 거다.

나는 조만수의 초가집 앞에 앉아 있었다. 눈부시게 따스한 햇살이 마음속에 드리운 그늘마저 녹여 주는 듯했다.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조만수는 내가 밖에 앉아 있는 걸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렇다. 장원 사람들이 나를 보면 조만수를 비웃을 테니까 집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됐다.

나는 조만수가 다가와 날 꾸짖기를 기다렸다. 어쩌면 매질할지도 모른다.

내가 친정에 있을 때, 사내들은 다들 그런 식으로 제 마누라를 다스렸다.

하지만 조만수는 그저 내게 다가와 몸을 부축해 주었다.

"왜 일어났소? 의원이 쉬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나는 멍하니 조만수를 바라보았다. 조만수는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사내였으며, 허벅지는 내 허리보다 굵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색하게 내 이마를 짚어 보더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라며 재촉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걷지 못하는 줄 알았는지, 조만수는 나를 번쩍 안아 집 안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침상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밖으로 나가 밥을 하기 시작했다.

조만수는 음식을 내 밥그릇에 절반 넘게 덜어 주었다.

좋은 음식은 아니었다. 배씨 저택에서 먹던 남은 음식보다도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한 입 한 입 귀하게 여기며 먹었다.

밤이 되자 나는 옷을 벗고 조만수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조만수는 가시에 찔리기라도 한 듯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허둥지둥 나를 밀어냈다.

조만수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당연했다. 나는 너무 더러운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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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장 속 새   제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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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장 속 새   제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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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장 속 새   제7화

    내 생일 다음 날은 배현우가 쉬는 날이었다.배현우는 나를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조만수는 마차를 몰면서 앞만 바라볼 뿐이고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런데도 배현우는 조만수를 두 번이나 걷어찼다.저택으로 돌아와 마차에서 내릴 때 내가 비틀거리자, 조만수가 손을 뻗어 나를 부축해 주었기 때문이었다.배현우는 질투했다.배현우를 달래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저 너무 지쳤다.그래서 일찌감치 침상에 누워 잠을 청했다.밤에 당번을 서던 계집종들이 모두 물러난 뒤에야 소매 속에서 종이쪽지 하나를 꺼냈다.조만수가 나를 부축할 때 몰래 손에 넣어 준 것이었다.쪽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짧은 한 줄이 적혀 있었다."모레 삼경에 서쪽 측문에서 만나오."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모레는 심명주의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 열리는 잔치에는 배현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시선은 모두 아이에게만 쏠릴 거다.어쩌면 그 틈을 타 조만수와 함께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나는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 되물었다."정말 괜찮을까? 어디로 도망간단 말이지? 붙잡히면 죽을 텐데?"심장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나는 자신에게 대답했다."괜찮다. 어디에 가든 다 좋다. 설령 죽더라도 적어도 한 번은 자유로울 수 있잖니?"단 한 번이라도 날아오를 수 있다면, 그것이 마지막이라 해도, 새장 속의 새에게는 감히 바라기조차 어려운 자유다.하지만 나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짐을 챙겨 떠나기 직전, 나는 갑자기 밥상 앞에서 메스꺼움을 느끼며 구토하고 말았다.그때 배현우는 나와 함께 식사하던 중이었다. 그는 황급히 그릇을 가져다 구토를 받아 내고는 서둘러 의원을 불렀다.의원이 도착했을 때도 그의 옷자락에는 토사물이 조금 묻어 있었다.하지만 기쁜 소식에 정신이 팔린 배현우는 옷을 갈아입을 겨를조차 없었다.배현우는 내 손을 꼭 잡고 마치 바보처럼 활짝 웃었다."연희야, 들었느냐? 네가 아이를 가졌다더구나! 우리에게 아

  • 새장 속 새   제6화

    행랑의 계집종들은 나를 보며 경멸 어린 웃음을 흘렸다."주인 침상에 기어든 천한 계집종 주제에.""참으로 여우 같은 계집이구나. 혼인까지 한 몸으로 도련님을 홀려 첩으로 들어오다니.""쳇!"그때 조금 더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께서 잠시 눈길을 주셨을 뿐이지. 저런 천한 것은 "아무리 귀하게 대접해 주어도 천한 계집종일 뿐이다!"뒤돌아보니 용모가 빼어나고 치장도 유난히 화려한 계집종 하나가 분홍색 손수건을 쥔 채 경멸스럽다는 듯 나를 흘겨보았다.곁에 있던 계집종이 나지막이 귀띔했다."저분은 부인께서 도련님의 첩으로 들이려 하셨던 분입니다."나는 그제야 사정을 알아차렸다.내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저 계집종이 첩이 되어 있었을 거다.저 계집종이 원하기만 한다면, 내게 주어진 이 복을 기꺼이 내놓고 모조리 넘겨주고 싶었다.배현우가 집으로 돌아오자, 먼저 안채에 들러 심명주와 아이를 살폈다.심명주는 아들을 낳았다. 배씨 가문의 적장손이었다.그러나 심명주가 아직 산후조리를 마치기도 전에 배현우는 나를 다시 집안으로 데려왔다.심명주가 얼마나 분노했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그렇다고 해도 심명주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를 괴롭히는 것뿐이었다. 감히 배현우에게 화를 쏟아 낼 수는 없었다.여인이 아이를 가져 서방님과 잠자리를 함께할 수 없게 되면, 마땅히 먼저 나서서 첩을 들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배현우가 나를 데려와 첩으로 삼았을 때, 배씨 가문의 윗사람들은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모두 모른 체했다.그토록 귀한 신분인 심명주조차 여인에게만 엄격하게 들이대는 세상의 도리와 규범에 얽매인 채 작은 안채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밤이 되자 배현우가 내 방으로 찾아왔다.퉁퉁 부어오른 내 무릎을 내려다보던 배현우는 "흉터가 남지 않게 하라"라고 했다.나는 고개를 숙이며 "예"라고 답했다.그러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배현우는 한동안 앉아 있다가, 무슨 까닭인지 문득 화를 냈다.배현우는 나를 침상 위로 거칠게 밀어 넘어뜨렸다. 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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