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혼례를 올리던 날, 배현우는 나를 저택 밖으로 내보내 남몰래 첩으로 두었다. 낮에는 제 부인 곁을 지키고, 밤이면 몰래 내 침상으로 찾아왔다. 한창 정이 무르익었을 때, 배현우는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연희야, 넌 날 사랑하느냐?"
View More나는 심명주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심지어 나 자신마저 용서했다.그저 변방 도시에서 남은 생을 조용히 마치고 싶었다.반년 뒤, 수놓은 물건을 팔러 갔다가 배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집안사람들과 크게 다투는 바람에 배씨 가문의 가주가 노하여 족보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려 했다고 했다.그 일 뒤로 배현우는 자취를 감추었다.불안한 마음에 나는 수를 놓은 물건을 빨리 팔고 서둘러 떠나고 싶었다.그런데 포목점의 낭자가 내 손을 붙잡고 기어이 중매를 서 주겠다고 했다.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서로 친해진 뒤로 종종 내게 사람을 소개해 주려 했다.내가 과부라고 말해도 포목점 낭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여기에 과부가 어디 한둘이냐? 죄다 수절하면 사내들은 평생 장가도 못 가겠구나!!"내가 번번이 거절하자, 덩치 크고 우락부락한 사내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더는 억지로 맞선을 보러 끌려가고 싶지 않아, 나는 선비 같은 사내가 좋다고 둘러댔다.그 말에 포목점 낭자는 난감해했다.변방에는 병사가 많아 선비는 정말 보기 드물었다.그런데 지금 포목점 낭자는 신이 나서 내 손을 잡아끌고 뒷마당으로 향했다. 내가 아무리 뿌리치려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연희야, 바보같이 굴지 마라. 죽은 서방님을 평생 수절하며 기다릴 셈이냐? 그 젊은이는 인물도 훤하고 글도 읽고 쓸 줄 안단다. 게다가 그 사람도 홀아비다. 너보다 몇 살 많지도 않고!"그 말을 듣자, 마음이 더욱 불안해져, 나는 그저 얼른 자리를 뜨고 싶었다.하지만 포목점 낭자는 억지로 나를 끌며 뒷마당까지 데려갔다.그곳에서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먼 길을 달려온 듯 먼지투성이였다.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오히려 내게 다가왔다."연희야, 두려워하지 마라."배현우가 내 어깨를 붙잡고 나서야 나는 내가 떨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포목점 낭자는 어느새 자리를 떠났고, 그곳에는 나와 배현우만 남았다.고개를 들어 보니, 삼 년 만에
그는 그게 자신이 나를 보살펴 주는 거라고 했다.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나는 석 달 동안 잠들어 있었다.눈을 떴을 때, 심명주는 아이를 안고 내 곁에 앉아 있었다.내가 깨어난 걸 보고도 그저 무심히 한 번 쳐다볼 뿐이었다."깨어났느냐?"온몸에 힘이 없었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심명주는 짧게 웃었다."유연희, 넌 참으로 독하구나."나는 말없이 심명주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았다. 포대기에 싸여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심명주가 아이를 내 쪽으로 안아 오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보아서는 안 된다. 한 번 보고 나면 떠나지 못할 테니까.심명주의 말대로 어쩌면 나는 정말 독한 것인지도 모른다.심명주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끝내 아이를 안고 나갔다.떠나기 전, 심명주는 햇빛을 등진 채 뒤돌아 나를 바라보았다."배현우는 사흘 뒤면 돌아올 거다. 떠날 생각이라면 서둘러야 한다."나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고맙습니다.""정말 떠나려는 거냐? 배현우가 슬퍼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느냐?"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명주는 잠시 기다리다가 결국 자리를 떠났다.나는 남은 기운을 억지로 끌어모아 밥을 먹었다.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심명주 역시 나를 이 번만 도와줄 거다.심씨 가문은 결코 한미한 집안이 아니어서 배현우가 원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화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배현우는 심명주와 평온하게 살아갈 수 없을 거다.그래서 나는 깨어난 뒤에도 줄곧 잠든 척했다.배현우가 이번에 공무를 보러 나간 뒤에야, 나는 사람을 보내 심명주에게 연락했다.심명주는 내가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현우에게는 내가 죽어서 묻었다고만 말해 주기로 했다.그렇게 배현우와 나는 죽어서도 다시는 만날 일이 없게 되었다.내가 사라지면 심명주도 비로소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을 거다.마차에 오르며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어린 배현우의 뒤를 따라다니던
산파는 힘을 주라고 했지만, 나도 따르려 하지 않았다.그렇게 서로 팽팽히 맞선 채 시간이 흘렀다.반 시진이 지난 뒤, 밖에 있던 호위가 마침내 소리쳤다."도련님, 조만수를 들고 왔습니다."나는 곧장 몸을 일으켜 앉았고, 배현우는 사람들에게 조만수를 이쪽으로 옮기라고 했다.나는 그의 가슴에 남은 핏자국과 휘둥그렇게 뜬 두 눈을 바라보았다.곁에 있던 호위는 여전히 배현우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도련님, 참 기괴한 일입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조만수의 눈을 감기지 못합니다."나는 그의 차가운 눈 위에 손을 얹었다.나는 속으로 생각했다.'먼저 가십시오. 저도 곧 따라갈 겁니다.'내가 손을 떼자, 그의 두 눈은 꼭 감겨 있었다.곁에 있던 호위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지만, 배현우는 줄곧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연희야, 이제 그만하거라."나는 배현우의 손을 붙잡았다."제발 부탁입니다. 조만수를 제대로 묻어 주십시오."배현우는 아무 말 없었다.나는 극심한 통증에 땀방울을 뚝뚝 흘렸다.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마."나는 웃으며 그의 손을 놓았다."이건 마지막 부탁입니다.""더는 저를 속이지 마십시오."온몸이 찢기는 듯한 고통 속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해방감을 느꼈다.산파가 힘을 주라고 외치는 소리와 곁에 있던 계집종이 피가 너무 많이 난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하지만 나는 정말 지쳤다.산다는 건 너무나 고단했다.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내 모든 힘을 다 써 버리는 것 같았다.몽롱한 의식 속에서 어린 여동생이 보이는 듯했다.세 살배기 여동생은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다.여동생은 내게 손을 뻗으며 언니라고 불렀다.곁에 있던 조만수도 내게 손짓했다.나는 온몸에 힘을 풀었다.배현우는 줄곧 내 귓가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연희야! 유연희! 정신 차려라! 우리 아이를 보고 싶지 않으냐? 나만 혼자 남겨 두고 가면 안 된다!"그는 너무 시끄러웠다. 여동생마저 짜증 난다는 듯 떠나 버릴 만큼 시끄러웠다.
하지만 마차 앞에 서자 심장이 더욱 세차게 뛰고 불안감이 밀려왔다.나는 허리를 짚고 좌우를 둘러보았다.배현우가 나를 부축해 마차에 태우려 하자, 나는 마지막 희망을 품은 채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도련님, 조만수는 어디 있습니까?"배현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이내 그는 살짝 웃었다."글쎄다.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더구나. 그래서 노비 문서를 돌려주고 보내 주었다."나는 반신반의했다.하지만 곁에 있던 마부도 조만수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증언하자, 그제야 나는 졸이던 마음을 놓았다.배현우는 나를 부축하며 웃었다."무엇이 두려우냐? 내가 설마 그자를 죽이기라도 했겠느냐?"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배현우의 다정한 얼굴을 바라보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날 밤, 나는 꿈에서 조만수를 보았다.조만수는 내가 만들어 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가슴에는 칼 한 자루가 꽂혀 있었고 옷자락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는 내게 손을 흔들더니 몸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배현우는 조만수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장담했다.하지만 심명주는 종이 한 장을 가져와 내 앞에 내던졌다."조만수가 죽었다. 유연희, 네가 변덕스러운 바람에 그자가 죽은 거다!"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그것은 조만수의 노비 문서였다.바로 배현우가 조만수에게 돌려주었다고 했던 그 노비 문서였다.심명주는 계속해서 말했다."그자는 배현우가 네 노비 신분을 풀어 준 바로 그날 죽었다. 너 이 천한 계집은 멀쩡히 살아 있는데, 시신이 버려진 황야에서 들개들에게 뼈까지 뜯어 먹혔겠지!"귀에서 윙윙 소리가 울렸다.노비 신분을 풀어 준 건 내가 향을 올리러 가기 사흘 전의 일이었다.나는 침상을 붙잡았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곁에 있던 계집종이 나를 부축했다. 나는 심명주의 독기 어린 눈길도, 주변 사람들이 나를 말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조만수를 찾으러 가야 한다.""안 돼... 안 돼..."그는 황야에서 죽어서는 안 됐다. 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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