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새장 속 새
새장 속 새
Author: 육호두

제1화

Author: 육호두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나는 마치 새삼 덩굴처럼 배현우의 어깨에 매달리며, 그 없이는 살 수 없는 듯했다.

배현우의 땀이 내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마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같았다.

정사가 끝난 뒤, 나는 배현우가 옷을 입는 것을 시중들었다.

몸이 조금 떨리고 힘도 빠져 있었다. 배현우는 내 손을 잡고 만지작거렸다.

나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입술을 깨물며 배현우에게 간청했다.

"소녀도 정식으로 첩이 될 수는 없겠습니까?"

배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내 턱을 들어 올렸다.

"연희야, 말을 잘 듣거라. 나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배현우가 혼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실로 맞이한 부인은 명문가의 귀한 딸이어서 지금 첩을 들인다면 우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 대가는 너무 컸기에 난 감히 바라지도 못했다.

"지금이 아니라, 훗날... 몇 년 뒤에라도 안 되겠습니까?"

배현우의 차가운 눈빛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입을 다물었다.

입안에 씁쓸한 맛이 감돌았다.

배현우는 언짢은 기색으로 떠났다.

내가 정식으로 첩이 되게 해 달라고 한 것이 지나친 욕심이라 여겨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뒤로 보름 동안 배현우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문을 지키는 어멈과 문지기는 여전히 문을 굳게 닫아 두었다.

곁에서 나를 시중드는 시녀 도화는 몹시 초조해했다.

"아씨, 도련님께 먼저 잘못을 빌고 노여움을 푸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는 창가에 앉아 네모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배현우가 찾아오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했다.

나는 배현우가 두려웠다. 그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웠고, 그를 시중드는 일도 두려웠다.

하지만 도화가 배현우의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불만을 조금도 드러낼 수 없었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가련한 꽃처럼 그저 연약하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어찌 잘못을 빌겠느냐? 도련님께 연락할 방도조차 없는데."

도화는 말문이 막힌 듯 발을 구르더니 손을 홱 뿌리치고 나가 버렸다.

도화가 나가자 나는 창가에 엎드려 나무 위의 참새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리석었다.

하지만 배현우가 갓 혼례를 치렀는데 밤마다 내 처소에 드나들다 보면 언젠가는 제 부인에게 들킬 수밖에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배씨 가문이 정식으로 혼례를 올린 명문가의 규수와 아무런 신분도 없는 첩 중에서 누구를 택할지는 길가의 개도 알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이때 신분을 달라고 졸랐다.

배현우는 남이 먼저 손을 내밀어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내게 본때를 보여 주려면 분명 나를 냉대할 터였다.

배현우가 나를 냉대해야만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는 마치 하수구에 사는 쥐처럼 늘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배현우는 그런 내 처지를 모르는 듯했다.

어쩌면 정말 몰랐던 것이 아니라 그저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달이 흘렀다.

눈앞에 놓인 먹다 남은 음식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배현우가 찾아오지 않으니, 하인들 눈에는 내가 총애를 잃은 것으로 보였다.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첩이 총애를 잃는다는 것은 곧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하인들이 나와 함께 죽을 수는 없으니, 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서둘러 챙겨 두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누구나 고달프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었다.

나는 머리카락 한 줌을 잘라 문지기에게 건넸다. 잘 싸서 배씨 가문에서 물품을 사들이는 하인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 배현우가 몰래 별채로 찾아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배현우는 참지 못하고 나를 끌어안았다.

"이 매정한 것아, 이렇게 오래도록 나를 찾지도 않았단 말이냐?"

나는 배현우의 품에 순순히 몸을 기댔다.

"도련님께서 노하신 줄 알았습니다."

나는 말을 잇지 못하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촛불 아래 고개를 든 내 모습은 분명 아름다웠을 것이다. 배현우의 눈에 어린 황홀한 기색이 그 증거였다.

하룻밤이 지나자 나는 다시 배현우의 총애를 되찾았다.

내 의식주도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도화는 제 손으로 내 몫을 줄여 놓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다시 나를 시중들었다.

하지만 나는 도화를 원망하지 않았다. 도화 역시 사정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집에는 병든 어머니가 계셨고, 다리를 저는 남동생과 아직 젖먹이인 조카도 있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새장 속 새   제11화

    나는 심명주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심지어 나 자신마저 용서했다.그저 변방 도시에서 남은 생을 조용히 마치고 싶었다.반년 뒤, 수놓은 물건을 팔러 갔다가 배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집안사람들과 크게 다투는 바람에 배씨 가문의 가주가 노하여 족보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려 했다고 했다.그 일 뒤로 배현우는 자취를 감추었다.불안한 마음에 나는 수를 놓은 물건을 빨리 팔고 서둘러 떠나고 싶었다.그런데 포목점의 낭자가 내 손을 붙잡고 기어이 중매를 서 주겠다고 했다.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서로 친해진 뒤로 종종 내게 사람을 소개해 주려 했다.내가 과부라고 말해도 포목점 낭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여기에 과부가 어디 한둘이냐? 죄다 수절하면 사내들은 평생 장가도 못 가겠구나!!"내가 번번이 거절하자, 덩치 크고 우락부락한 사내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더는 억지로 맞선을 보러 끌려가고 싶지 않아, 나는 선비 같은 사내가 좋다고 둘러댔다.그 말에 포목점 낭자는 난감해했다.변방에는 병사가 많아 선비는 정말 보기 드물었다.그런데 지금 포목점 낭자는 신이 나서 내 손을 잡아끌고 뒷마당으로 향했다. 내가 아무리 뿌리치려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연희야, 바보같이 굴지 마라. 죽은 서방님을 평생 수절하며 기다릴 셈이냐? 그 젊은이는 인물도 훤하고 글도 읽고 쓸 줄 안단다. 게다가 그 사람도 홀아비다. 너보다 몇 살 많지도 않고!"그 말을 듣자, 마음이 더욱 불안해져, 나는 그저 얼른 자리를 뜨고 싶었다.하지만 포목점 낭자는 억지로 나를 끌며 뒷마당까지 데려갔다.그곳에서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먼 길을 달려온 듯 먼지투성이였다.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오히려 내게 다가왔다."연희야, 두려워하지 마라."배현우가 내 어깨를 붙잡고 나서야 나는 내가 떨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포목점 낭자는 어느새 자리를 떠났고, 그곳에는 나와 배현우만 남았다.고개를 들어 보니, 삼 년 만에

  • 새장 속 새   제10화

    그는 그게 자신이 나를 보살펴 주는 거라고 했다.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나는 석 달 동안 잠들어 있었다.눈을 떴을 때, 심명주는 아이를 안고 내 곁에 앉아 있었다.내가 깨어난 걸 보고도 그저 무심히 한 번 쳐다볼 뿐이었다."깨어났느냐?"온몸에 힘이 없었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심명주는 짧게 웃었다."유연희, 넌 참으로 독하구나."나는 말없이 심명주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았다. 포대기에 싸여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심명주가 아이를 내 쪽으로 안아 오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보아서는 안 된다. 한 번 보고 나면 떠나지 못할 테니까.심명주의 말대로 어쩌면 나는 정말 독한 것인지도 모른다.심명주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끝내 아이를 안고 나갔다.떠나기 전, 심명주는 햇빛을 등진 채 뒤돌아 나를 바라보았다."배현우는 사흘 뒤면 돌아올 거다. 떠날 생각이라면 서둘러야 한다."나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고맙습니다.""정말 떠나려는 거냐? 배현우가 슬퍼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느냐?"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명주는 잠시 기다리다가 결국 자리를 떠났다.나는 남은 기운을 억지로 끌어모아 밥을 먹었다.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심명주 역시 나를 이 번만 도와줄 거다.심씨 가문은 결코 한미한 집안이 아니어서 배현우가 원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화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배현우는 심명주와 평온하게 살아갈 수 없을 거다.그래서 나는 깨어난 뒤에도 줄곧 잠든 척했다.배현우가 이번에 공무를 보러 나간 뒤에야, 나는 사람을 보내 심명주에게 연락했다.심명주는 내가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현우에게는 내가 죽어서 묻었다고만 말해 주기로 했다.그렇게 배현우와 나는 죽어서도 다시는 만날 일이 없게 되었다.내가 사라지면 심명주도 비로소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을 거다.마차에 오르며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어린 배현우의 뒤를 따라다니던

  • 새장 속 새   제9화

    산파는 힘을 주라고 했지만, 나도 따르려 하지 않았다.그렇게 서로 팽팽히 맞선 채 시간이 흘렀다.반 시진이 지난 뒤, 밖에 있던 호위가 마침내 소리쳤다."도련님, 조만수를 들고 왔습니다."나는 곧장 몸을 일으켜 앉았고, 배현우는 사람들에게 조만수를 이쪽으로 옮기라고 했다.나는 그의 가슴에 남은 핏자국과 휘둥그렇게 뜬 두 눈을 바라보았다.곁에 있던 호위는 여전히 배현우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도련님, 참 기괴한 일입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조만수의 눈을 감기지 못합니다."나는 그의 차가운 눈 위에 손을 얹었다.나는 속으로 생각했다.'먼저 가십시오. 저도 곧 따라갈 겁니다.'내가 손을 떼자, 그의 두 눈은 꼭 감겨 있었다.곁에 있던 호위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지만, 배현우는 줄곧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연희야, 이제 그만하거라."나는 배현우의 손을 붙잡았다."제발 부탁입니다. 조만수를 제대로 묻어 주십시오."배현우는 아무 말 없었다.나는 극심한 통증에 땀방울을 뚝뚝 흘렸다.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마."나는 웃으며 그의 손을 놓았다."이건 마지막 부탁입니다.""더는 저를 속이지 마십시오."온몸이 찢기는 듯한 고통 속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해방감을 느꼈다.산파가 힘을 주라고 외치는 소리와 곁에 있던 계집종이 피가 너무 많이 난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하지만 나는 정말 지쳤다.산다는 건 너무나 고단했다.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내 모든 힘을 다 써 버리는 것 같았다.몽롱한 의식 속에서 어린 여동생이 보이는 듯했다.세 살배기 여동생은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다.여동생은 내게 손을 뻗으며 언니라고 불렀다.곁에 있던 조만수도 내게 손짓했다.나는 온몸에 힘을 풀었다.배현우는 줄곧 내 귓가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연희야! 유연희! 정신 차려라! 우리 아이를 보고 싶지 않으냐? 나만 혼자 남겨 두고 가면 안 된다!"그는 너무 시끄러웠다. 여동생마저 짜증 난다는 듯 떠나 버릴 만큼 시끄러웠다.

  • 새장 속 새   제8화

    하지만 마차 앞에 서자 심장이 더욱 세차게 뛰고 불안감이 밀려왔다.나는 허리를 짚고 좌우를 둘러보았다.배현우가 나를 부축해 마차에 태우려 하자, 나는 마지막 희망을 품은 채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도련님, 조만수는 어디 있습니까?"배현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이내 그는 살짝 웃었다."글쎄다.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더구나. 그래서 노비 문서를 돌려주고 보내 주었다."나는 반신반의했다.하지만 곁에 있던 마부도 조만수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증언하자, 그제야 나는 졸이던 마음을 놓았다.배현우는 나를 부축하며 웃었다."무엇이 두려우냐? 내가 설마 그자를 죽이기라도 했겠느냐?"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배현우의 다정한 얼굴을 바라보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날 밤, 나는 꿈에서 조만수를 보았다.조만수는 내가 만들어 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가슴에는 칼 한 자루가 꽂혀 있었고 옷자락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는 내게 손을 흔들더니 몸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배현우는 조만수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장담했다.하지만 심명주는 종이 한 장을 가져와 내 앞에 내던졌다."조만수가 죽었다. 유연희, 네가 변덕스러운 바람에 그자가 죽은 거다!"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그것은 조만수의 노비 문서였다.바로 배현우가 조만수에게 돌려주었다고 했던 그 노비 문서였다.심명주는 계속해서 말했다."그자는 배현우가 네 노비 신분을 풀어 준 바로 그날 죽었다. 너 이 천한 계집은 멀쩡히 살아 있는데, 시신이 버려진 황야에서 들개들에게 뼈까지 뜯어 먹혔겠지!"귀에서 윙윙 소리가 울렸다.노비 신분을 풀어 준 건 내가 향을 올리러 가기 사흘 전의 일이었다.나는 침상을 붙잡았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곁에 있던 계집종이 나를 부축했다. 나는 심명주의 독기 어린 눈길도, 주변 사람들이 나를 말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조만수를 찾으러 가야 한다.""안 돼... 안 돼..."그는 황야에서 죽어서는 안 됐다. 키가

  • 새장 속 새   제7화

    내 생일 다음 날은 배현우가 쉬는 날이었다.배현우는 나를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조만수는 마차를 몰면서 앞만 바라볼 뿐이고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런데도 배현우는 조만수를 두 번이나 걷어찼다.저택으로 돌아와 마차에서 내릴 때 내가 비틀거리자, 조만수가 손을 뻗어 나를 부축해 주었기 때문이었다.배현우는 질투했다.배현우를 달래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저 너무 지쳤다.그래서 일찌감치 침상에 누워 잠을 청했다.밤에 당번을 서던 계집종들이 모두 물러난 뒤에야 소매 속에서 종이쪽지 하나를 꺼냈다.조만수가 나를 부축할 때 몰래 손에 넣어 준 것이었다.쪽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짧은 한 줄이 적혀 있었다."모레 삼경에 서쪽 측문에서 만나오."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모레는 심명주의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 열리는 잔치에는 배현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시선은 모두 아이에게만 쏠릴 거다.어쩌면 그 틈을 타 조만수와 함께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나는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 되물었다."정말 괜찮을까? 어디로 도망간단 말이지? 붙잡히면 죽을 텐데?"심장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나는 자신에게 대답했다."괜찮다. 어디에 가든 다 좋다. 설령 죽더라도 적어도 한 번은 자유로울 수 있잖니?"단 한 번이라도 날아오를 수 있다면, 그것이 마지막이라 해도, 새장 속의 새에게는 감히 바라기조차 어려운 자유다.하지만 나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짐을 챙겨 떠나기 직전, 나는 갑자기 밥상 앞에서 메스꺼움을 느끼며 구토하고 말았다.그때 배현우는 나와 함께 식사하던 중이었다. 그는 황급히 그릇을 가져다 구토를 받아 내고는 서둘러 의원을 불렀다.의원이 도착했을 때도 그의 옷자락에는 토사물이 조금 묻어 있었다.하지만 기쁜 소식에 정신이 팔린 배현우는 옷을 갈아입을 겨를조차 없었다.배현우는 내 손을 꼭 잡고 마치 바보처럼 활짝 웃었다."연희야, 들었느냐? 네가 아이를 가졌다더구나! 우리에게 아

  • 새장 속 새   제6화

    행랑의 계집종들은 나를 보며 경멸 어린 웃음을 흘렸다."주인 침상에 기어든 천한 계집종 주제에.""참으로 여우 같은 계집이구나. 혼인까지 한 몸으로 도련님을 홀려 첩으로 들어오다니.""쳇!"그때 조금 더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께서 잠시 눈길을 주셨을 뿐이지. 저런 천한 것은 "아무리 귀하게 대접해 주어도 천한 계집종일 뿐이다!"뒤돌아보니 용모가 빼어나고 치장도 유난히 화려한 계집종 하나가 분홍색 손수건을 쥔 채 경멸스럽다는 듯 나를 흘겨보았다.곁에 있던 계집종이 나지막이 귀띔했다."저분은 부인께서 도련님의 첩으로 들이려 하셨던 분입니다."나는 그제야 사정을 알아차렸다.내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저 계집종이 첩이 되어 있었을 거다.저 계집종이 원하기만 한다면, 내게 주어진 이 복을 기꺼이 내놓고 모조리 넘겨주고 싶었다.배현우가 집으로 돌아오자, 먼저 안채에 들러 심명주와 아이를 살폈다.심명주는 아들을 낳았다. 배씨 가문의 적장손이었다.그러나 심명주가 아직 산후조리를 마치기도 전에 배현우는 나를 다시 집안으로 데려왔다.심명주가 얼마나 분노했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그렇다고 해도 심명주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를 괴롭히는 것뿐이었다. 감히 배현우에게 화를 쏟아 낼 수는 없었다.여인이 아이를 가져 서방님과 잠자리를 함께할 수 없게 되면, 마땅히 먼저 나서서 첩을 들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배현우가 나를 데려와 첩으로 삼았을 때, 배씨 가문의 윗사람들은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모두 모른 체했다.그토록 귀한 신분인 심명주조차 여인에게만 엄격하게 들이대는 세상의 도리와 규범에 얽매인 채 작은 안채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밤이 되자 배현우가 내 방으로 찾아왔다.퉁퉁 부어오른 내 무릎을 내려다보던 배현우는 "흉터가 남지 않게 하라"라고 했다.나는 고개를 숙이며 "예"라고 답했다.그러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배현우는 한동안 앉아 있다가, 무슨 까닭인지 문득 화를 냈다.배현우는 나를 침상 위로 거칠게 밀어 넘어뜨렸다. 다친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