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전담 한의사,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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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화 : 가족 만찬의 은밀한 접촉

서울 성북동 태강그룹 본가 대저택, 웅장한 대청마루 안채 대식당.거대한 자개 원형 식탁 위에는 값비싼 갈비찜과 전복구이, 그리고 최고급 전통 한정식이 빈틈없이 차려져 있었다.하지만 식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명절 같은 훈훈함이 아닌, 살을 에는 듯한 살기와 살얼음판 같은 적막이었다.구치소에 수감된 강시우가 보석 기각에 격분해 자해 소동을 벌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시어머니 민 여사가 시댁 방계 친족들을 긴급 소집한 자리였다.식탁 상석에는 흙빛 얼굴로 은수저를 쥔 민 여사가 앉아 있었고, 그 주변으로 태강그룹의 단물을 빨아먹던 시댁 숙부들과 방계 일족 10여 명이 험악한 눈빛으로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그들의 시선은 식탁 하석에 고요히 앉아 있는 신채경에게 일제히 쏠려 있었다.단정한 옥빛 비단 한복 저고리에 짙은 감청색 치마를 차려입은 채경의 자태는, 가시밭길 속에서도 서늘하고 고결한 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남편이 감옥 독방에서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붕대를 감고 있는데, 밥숟가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이 표독스러운 것!”민 여사가 식탁을 쾅 내리치며 서슬 퍼런 악담을 쏟아냈다.시댁 방계 어른인 강태섭 전무 역시 숟가락을 집어 던지며 거칠게 거들었다.“당장 내일 아침 법원에 탄원서를 내고 채권단 압류를 풀어라! 시우가 풀려나야 회사가 살 것 아니냐! 근본도 없는 집안에서 시집와서 회사를 통째로 말아먹을 셈이야?!”사방에서 쏟아지는 비열한 폭언과 가스라이팅.과거의 채경이었다면 수치심과 죄책감에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삼켰을 터였다.하지만 지금 채경의 맑고 깊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오히려 붉은 입술 끝에 차가운 조소를 머금으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강시우 씨가 한 일은 강시우 씨가 책임질 일입니다. 내가 대신 덮어줄 생각 없어요. 탄원서도 안 씁니다.”“뭐, 뭣이 어쩌고 어째?!”식탁이 발칵 뒤집히며 고성이 난무했다.그 살벌한 만찬 자리, 채경의 바로 맞은편에는 ‘전담 한의사’ 자격으로 배석한 백도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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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화 : 혜민당 종손의 정체와 채권단 압박

달칵.적막을 찢고 옥빛 도자기 찻잔이 옻칠 식탁에 닿는 맑고 서늘한 파열음이 대식당 안에 울려 퍼졌다.강태섭을 비롯한 시댁 일족의 시선이 일제히 말없이 단정하게 앉아 있던 백도현에게 쏠렸다.민 여사가 미간을 험악하게 찌푸리며 혀를 차고 호통을 쳤다.“주제도 모르는 비루한 약방 한의사 놈이 어디서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건방지게 소리를 내느냐? 썩은 탕약이나 짓던 놈이 상석 근처에 앉아 있는 것도 분수가 맞지 않거늘! 얼른 약탕기나 챙겨서 별채 구석으로 썩 꺼져!”뼈에 사무치는 멸시와 천박한 핀잔.하지만 도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오히려 남자의 붉은 입술 끝에 먹잇감을 완전히 찢어발긴 포식자의 서늘하고 오만한 미소가 번져나갔다.도현이 말없이 시선을 들자 떠들썩하던 식당이 잠시 조용해졌다.도현은 품 안에서 인장함과 가죽 서류철을 꺼내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요란하게 힘을 줄 필요도 없었다. 서류 첫 장에 찍힌 이름 하나면 충분했다.자개 식탁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파열음이었다.“방금 강태섭 전무님께서 입에 올리신 그 존함이, 혹시 저를 말씀하신 겁니까?”“뭐, 뭐라고……? 네놈이 무슨 잠꼬대를 지껄이는 거야?!”도현이 은빛 무테안경을 벗어 가슴 포켓에 꽂아 넣었다.안경을 벗은 남자의 날카롭고 수려한 눈매에서 거대 자본의 절대적 지배자다운 서슬 퍼런 살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남자의 손끝이 펼쳐 보인 서류의 첫 장.그곳에는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혜민당 종가의 공식 황금 인장과 함께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서류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메디케어 글로벌(Medicare Global) 법인 등기부등본 및 지분 명세서]-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 혜민당 종손 백도현 (지분율 100%)- 태강물산 연합 지분 및 의결권 확보 현황: 신채경 측과 메디케어 글로벌 측 합산 43.5%“이, 이게…… 혜민당 종손 백도현 회장……?!”강태섭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자신들이 발밑에 두고 하인처럼 부리려 했던 젊은 전담 한의사가, 실은 대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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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화 : 법원 이혼 조정실의 파열음

서울 서초동 서울가정법원 4층 제3가사조정실.밀폐된 방음 조정실 안에는 숨조차 편히 쉴 수 없을 만큼 살얼음판 같은 냉기와 팽팽한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원형 오크 테이블 한쪽에는 수용자 번호표를 가슴에 단 갈색 미결수 수의를 입은 강시우가 교도관 둘의 삼엄한 경계 속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 면도도 하지 않아 거친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나 있었고, 마약 금단현상으로 푹 꺼진 눈동자에는 피눈물 같은 살기와 열등감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수갑이 채워진 남자의 두 손은 테이블 위에서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그 맞은편에는 단정한 옥빛 비단 한복 위에 짙은 먹색 모시 두루마기를 걸친 신채경이 등을 꼿꼿이 세운 채 앉아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혜민당 종손이자 메디케어 글로벌 회장인 백도현이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정실에는 소독약 냄새와 눅눅한 수의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덜컹—!가사조정위원이 서류를 넘기며 입을 열기도 전에, 강시우가 수갑이 채워진 두 손으로 책상을 거칠게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나 이혼 절대 못 해! 위원님들, 저 표독스러운 년이 저 비루한 한의사 놈이랑 눈이 맞아 날 함정에 빠뜨린 겁니다! 내 회사 지분도, 내 재산도 단 1원 한 푼도 저년 손에 못 들어갑니다!”입에 거품을 물며 쏟아내는 남편의 추악하고 천박한 발악.채경은 움찔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저 욕 한마디에 심장이 내려앉았을 텐데, 이제는 시끄럽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강시우 씨, 아직도 사태 파악이 전혀 안 되시나 보네요.”채경의 차분한 목소리가 조정실 안에 또렷하게 퍼졌다.“이건 강시우 씨의 비뇨의학과 검사 기록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가 복용했던 탕약의 성분 감정서입니다. 감정적인 주장 말고, 확인 가능한 자료로 말씀드리겠습니다.”서류를 확인한 세 명의 가사조정위원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하얗게 질려버렸다.“재산 문제와 형사 사건 자료는 별도로 제출하겠습니다. 오늘은 혼인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만 분명히 하죠. 폭언, 외도, 약물 강요. 전 더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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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화 : 본가 부동산 가압류와 시어머니의 절규

“뭐, 뭣이라고……?! 성북동 본가에 빨간 딱지가 붙어?!”비서의 다급한 보고를 전해 들은 민 여사의 손에서 백옥 지팡이가 대리석 바닥으로 쨍그랑 떨어져 굴렀다. 노파는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심하게 떨며 법원 복도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자신들이 수십 년간 누려왔던 태강가의 거대한 권세와 부귀영화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채경과 도현은 털끝만 한 동정심도 없이 차갑게 뒤돌아섰다.***오후 3시, 서울 성북동 태강그룹 본가 대저택. 수십 년간 대한민국 재계를 호령하던 철옹성 같은 저택 대문 앞에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대형 집행관 차량 넉 대가 멈추어 서 있었다.“부동산·동산 가압류 및 현장 보전 집행을 시작합니다.”법원 집행관들이 마당으로 들어와 부동산과 고가 동산을 하나씩 목록에 올렸다. 앤틱 자개 농과 고서화, 안채 비밀 금고에는 처분을 금지하는 가압류 표지가 붙었다. 당장 사람을 내쫓는 명도 집행은 아니었지만, 태강가는 더 이상 재산을 마음대로 빼돌릴 수 없게 되었다.황급히 택시를 타고 달려온 민 여사가 마당 흙바닥에 주저앉아 가슴을 쥐어뜯으며 통곡을 터뜨렸다. “이 도둑놈들아! 손 떼지 못해?! 여기가 어떤 집인데 천한 놈들이 빨간 딱지를 붙여?!”노파가 악다구니를 썼지만 집행관들은 눈길 하나 주지 않고 가압류 목록과 보전 집행 조서에 확인 도장을 찍었다. 시댁 방계 친족들은 재산을 손댈 수 없다는 설명에 발만 동동 굴렀다.그때, 저택 정문을 통과해 들어온 칠흑 같은 최고급 롤스로이스 한 대가 마당 중앙에 미끄러지듯 멈추어 섰다. 기사가 문을 열자, 순백의 단정한 명품 슬랙스 수트를 차려입은 신채경이 눈부신 자태로 내렸다. 그녀의 곁에는 다크 네이비 수트에 은빛 무테안경을 쓴 백도현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의 완벽하고 오만한 기품이 흙투성이가 된 시댁 일족을 단숨에 압도했다.“채, 채경아……!”민 여사가 무릎으로 기어 와 채경의 가죽 구둣발을 붙잡고 매달렸다. “우리가 잘못했다……! 제발 이 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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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화 : 무정자증과 독초 탕약의 언론 폭로

오전 9시, 전날 퍼진 강시우의 진단서 의혹에 이어 수사기관과 감정기관의 확인 결과가 주요 방송사와 포털 메인을 다시 뒤덮었다.[단독: 태강그룹 3세 강시우 무정자증 진단서 진위 공식 확인…… 병원 기록 대조 완료][사회면 톱: ‘회임 보약’ 탕약서 독성 약재 성분 확인…… 경찰, 민영숙 강제 복용 의혹 본격 수사]재벌가의 위선과 잔혹한 엽기 행각이 만천하에 낱낱이 박제되는 순간이었다. 화려한 명품과 천문학적인 재력 뒤에 숨겨져 있던 태강그룹 본가의 추악한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대한민국 전체가 경악으로 물들었다.남편의 무정자증 결함을 숨기기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며느리에게 불임의 누명을 씌우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독초를 달여 먹여 서서히 말려 죽이려 했던 시댁의 천인공노할 범죄.방송 뉴스에는 취재진이 확보한 진단서 사본과 수사기관이 확인한 탕약 성분 감정 결과의 핵심 내용이 연이어 보도되었다.“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어? 저건 완전 살인 미수잖아!”“남편 쪽에 무정자증 진단이 있었는데 며느리만 불임이라고 몰았다고? 약 성분까지 사실이면 너무 끔찍하다.”전 국민적인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태강그룹 본사 사옥 앞에는 수백 명의 시민단체와 취재진이 몰려들어 계란과 밀가루를 던지며 시위를 벌였고, 전국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서는 태강물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시작되었다.코스피 증권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태강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며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쳐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다. 기관 투자자들과 외국인 자본의 대규모 투매 물량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왔다.***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미결수 독방.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웅크려 있던 강시우는 복도 벽에 걸린 TV 속 아침 뉴스를 보며 허옇게 눈을 뒤집었다.[“태강그룹 강시우 상무의 3년 전 무정자증 진단서와 성매매 영수증이 법원에 증거로 채택되며……”]“끄으윽…… 아니야! 저건 가짜야! 내가 무정자증일 리 없어!”강시우가 피를 토하듯 절규하며 콘크리트 벽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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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화 : 임시 주총과 태강물산 이사회 장악

오후 2시, 서울 테헤란로 태강물산 본사 25층 대회의실.사활을 건 태강물산 긴급 임시 주주총회 및 이사회가 개회된 대회의실 안은 살얼음판 같은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원형 마호가니 테이블 한편에는 강시우의 숙부인 강치선 총괄 부회장을 비롯한 시댁 방계 친족 이사들이 시퍼렇게 살기와 독기를 품은 채 빽빽하게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3년간 며느리를 멸시하던 천박한 기득권의 오만함이 번들거렸다.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주가가 폭락했음에도, 마지막 남은 회사의 경영권과 밥그릇만은 결코 빼앗기지 않겠다는 천박한 탐욕이었다.“신채경 이년이 기어이 집안의 치부를 세상에 까발려 가문을 도륙 냈어!”강치선 부회장이 마호가니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핏발 선 노인의 눈동자가 상석에 단정히 앉아 있는 채경을 찢어 죽일 듯 노려보았다.“오늘 주총과 이사회에서 신채경 대표권 대행의 해임안을 가결할 것이다! 남편을 감옥에 보내고 시어머니를 경찰에 넘긴 패륜 며느리에게 회사를 넘겨줄 순 없다!”시댁 측 이사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의사봉을 빼앗으려 달려들었다.회의실 안은 마녀사냥을 벌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하지만 상석에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은 신채경은 따뜻한 둥굴레차 잔을 내려놓고 강치선을 정면으로 바라봤다.“패륜이라니요, 숙부님. 3년간 며느리에게 맹독성 천남성을 먹여 살인 미수를 저지른 집안이 입에 올릴 단어는 아니지요.”“이년이 끝까지 주둥이를 놀려?! 우리가 쥐고 있는 우호 지분이 얼마인 줄 알고 까불어?!”강 부회장이 경비원들을 부르기 위해 인터폰을 집어 들던 바로 그 찰나였다.쾅—!대회의실의 묵직한 방음문이 활짝 열리며, 완벽한 다크 그레이 스리피스 수트를 입은 백도현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남자의 등 뒤에는 혜민당 글로벌 법무팀 변호사들과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10여 명이 두툼한 서류 가방을 든 채 일사불란하게 도열했다.공간 전체가 도현의 서늘하고 압도적인 아우라에 짓눌렸다.“저, 저 한의사 놈이 여길 어디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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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 화 : 남편의 옥중 발악과 추가 횡령 폭로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구치소 중범죄자 전용 폐쇄 병동.차가운 쇠창살 너머 시멘트 바닥에 웅크려 있던 강시우는 벽에 걸린 TV 속보를 보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대형 화면에는 태강물산 긴급 주총에서 자신의 사내이사 영구 해임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되고, 신채경이 단독 총괄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자신이 3년간 발밑에 두고 개처럼 부려먹던 전담 한의사 백도현이 메디케어 글로벌의 총수로서 채경의 곁을 그림자처럼 든든하게 호위하고 있는 모습에 시우의 눈에 시퍼런 핏발이 솟구쳤다.“씨발…… 저년이 진짜 내 회사를 먹었다고? 백도현 그 새끼랑 짜고 날 이렇게 만들어?”자신이 3년간 ‘애 못 낳는 불임녀’라며 짓밟던 아내가 이제 제 이름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시우를 더 미치게 했다.철컥—!그때, 육중한 철제 문이 열리며 교도관들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검사들이 들이닥쳤다.“강시우 피의자, 추가 혐의에 대한 긴급 접견 조사를 시작한다.”시우가 소리쳤다. “추가 혐의는 무슨 개소리야! 난 안 했어. 우리 아버지가 움직이면 너희 다 끝장이야!”검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두툼한 서류 한 뭉치를 철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혜민당 측 외부 법무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정리된 [스위스 비밀 계좌 800억 원 불법 외환 유출 및 마카오 카지노 자금 세탁 내역서]였다.“강시우 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빼돌린 800억 원의 최종 수취 계좌가 특정됐습니다. 이 자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의 추가 수사와 기소 판단에 반영될 겁니다.”“말도 안 돼…… 저 계좌는 스위스 은행 암호로 잠겨 있는데 네놈들이 어떻게 알아내?! 조작이야!”시우의 얼굴이 사색이 됐고 온몸이 심하게 떨렸다. 그 계좌는 시우가 해외 자금 세탁을 위해 은밀히 접촉했던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의 페이퍼 컴퍼니를 거친 것이었다. 그 펀드의 실소유주이자 배후의 설계자가 바로 백도현이라는 사실을, 남자는 꿈에도 몰랐던 것이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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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화 : 혜민당 본원의 은밀한 약선 치유

서울 종로구 북촌,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한의가 혜민당(惠民堂) 종택. 붉게 물든 가을 단풍나무와 고즈넉한 한옥 기와지붕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본원 안쪽, 대대로 왕실 종친들의 기혈을 보양하던 비밀스러운 별당 ‘자음정(滋陰亭)’의 문이 스르륵 열렸다. 밀폐된 방 안에는 은은하고 그윽한 백단향(白檀香)과 함께 야생 당귀, 작약, 그리고 최고급 천마의 달콤 쌉싸름한 고귀한 약선 탕약 향기가 훈훈한 온기와 함께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뜰 앞의 연못 위로 단풍잎이 떨어져 내리며 고요한 파문을 일으켰다.지난 3년 동안 약물과 스트레스에 시달린 채경의 몸을 쉬게 하기 위해 도현이 준비한 온욕이었다. 정확한 치료 효과는 검사로 확인하되, 오늘만큼은 몸의 긴장을 내려놓게 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사모님, 겉옷을 벗으시고 이 따뜻한 온천 탕 안으로 편안히 몸을 담그시지요.”뒤편에서 조용한 발소리와 함께 옥빛 삼베 저고리를 입은 백도현이 다가왔다. 무테안경을 벗어 찻상 위에 내려놓은 남자의 칠흑 같은 흑안에는, 지극히 성스럽고도 위험한 갈망이 깊게 일렁이고 있었다. 남자의 커다란 손이 채경의 단정한 정장 재킷과 실크 블라우스 단추를 조심스럽게 풀어내렸다.스르륵—.옷자락이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리며, 은은한 등불 아래로 채경의 백옥 같은 어깨선과 가녀린 쇄골, 그리고 잘록한 허리선이 온전히 드러났다. 온천수의 따스한 증기가 채경의 여린 살결을 촉촉하게 적셨다. 도현은 채경을 안아 따뜻한 약탕 속으로 천천히 입수시켰다.“하…… 읏.”약탕의 뜨거운 약효가 피부를 타고 스며드는 순간, 3년간 뼛속 깊이 박혀 있던 지독한 냉기가 거짓말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도현이 채경의 맞은편으로 들어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제 단단한 품으로 끌어당겼다. 남자의 탄탄한 흉근과 거친 늑골이 채경의 젖은 살결에 빈틈없이 맞물려 들어왔다. 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야생 쑥향이 채경의 뇌수를 하얗게 마비시켰다.“사모님의 자궁과 하초에 맺혀 있던 마지막 독소를 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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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 화 : 활맥의 회복과 시어머니의 옥중 굴복

서울 종로구 북촌, 혜민당 종택 비밀 별당 ‘자음정’의 고요한 새벽.창호지 문 틈새로 푸르스름한 새벽 여명이 스며들며 온돌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침상 위에는 왕실 온경탕 온천욕을 마친 신채경이 정갈한 명주 이부자리에 누워 가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옥빛 저고리의 옷고름을 푼 백도현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채경의 가녀린 손목 안쪽 촌관척 맥문에 긴 세 손가락을 가만히 얹고 있었다.두두둥, 두두둥.남자의 단단한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맥박은 이전의 차갑고 미약했던 침맥(沈脈)이 아니었다. 새봄의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싹처럼, 맑고 매끄러운 구슬이 은쟁반 위를 힘차게 굴러가듯 팽팽하고 영롱하게 박동하는 활맥(滑脈). 3년 동안 시댁의 맹독성 천남성과 파두 탕약에 짓눌려 얼어붙었던 자궁과 하초가, 도현의 헌신적인 약선 온천과 기혈 지압을 통해 마침내 완벽한 생명의 온기를 되찾은 경이로운 신호였다.“도현 씨…… 제 맥이 정말로 그렇게 뛰고 있나요?”채경의 긴 속눈썹 끝에 맺힌 투명한 눈물이 새벽빛을 받아 반짝였다. 지난 3년 동안 ‘대를 못 잇는 씨 없는 암탉’, ‘살결에 온기 하나 없는 목석’이라며 남편 강시우에게 뺨을 맞고, 시어머니 민 여사에게 머리채를 잡혀 독초를 삼켜야 했던 치욕의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억울함과 해방감이 벅찬 오열이 되어 채경의 가슴을 흔들었다.도현이 채경의 손목을 끌어당겨 자신의 뜨거운 입술을 지그시 내리눌렀다. 남자의 거친 숨결이 채경의 손등을 델 듯이 적셨다.“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모님 몸이 누구의 평가를 받아야 가치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도현의 낮은 목소리가 자음정의 적막을 채웠다. 채경을 바라보는 눈에는 기쁨과 걱정이 한꺼번에 번져 있었다.“이제 그 누구도 사모님을 흠집 낼 수 없습니다. 당신을 가두었던 그 더러운 시댁의 족쇄에, 오늘 아침 완전히 회복된 사모님의 손으로 마지막 마침표를 찍으실 시간입니다.”***오전 11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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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 화 : 혜민당 문중의 첫 환영

대대로 왕실 어의를 배출해 온 종가에서, 종손 백도현이 사랑하는 사람을 문중에 정식으로 소개하는 오래된 환영 의식이 열리는 날이었다.사각, 사각.대종택 마당에 깔린 붉은 비단 카펫 위로, 신채경이 우아하고 품격 있는 걸음걸이로 들어섰다. 단아한 옥빛 명주 비단 궁중 당의에 짙은 감청색 대란치마를 받쳐 입은 채경의 자태는, 한 나라의 국모처럼 범접할 수 없는 고결한 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 가녀린 목선과 단정하게 땋아 올린 쪽머리 위로 은빛 옥잠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3년 전 태강가의 정략결혼에서 천대받던 상처 입은 여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곳에는 주도권을 쥔 당당한 여인만이 존재했다.대청마루 중앙, 옥빛 한복 두루마기를 기품 있게 걸친 백도현이 채경을 마주 보며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평소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던 얼굴에 벅찬 기색이 선명했다. “혜민당 제13대 종손 백도현, 가문의 어른들 앞에서 신채경 씨를 제 삶의 동반자로 사랑하고 존중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어떤 이름이나 자리를 먼저 씌우기보다, 채경 씨가 원하는 방식으로 함께하겠습니다.”“신채경 여사님을 혜민당의 귀한 손님이자 앞으로 함께할 가족으로 정중히 맞이합니다.”원로들과 임원진이 차례로 자리에서 일어나 채경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과장된 경배가 아니라, 한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예였다.채경은 그 장면 앞에서 잠시 말을 잃었다. 태강가에서는 며느리라는 이유로 늘 아래에 서야 했다. 밥상에서도, 제사에서도, 집안 어른 앞에서도 그녀가 해야 할 일은 고개를 숙이고 참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백발의 원로가 먼저 이름을 물었고, 회사 임원은 그녀의 경영 계획을 궁금해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부터 묻는 사람은 없었다.“불편한 건 없으십니까?” 백산 원로가 물었다.채경은 뜻밖의 질문에 눈을 깜빡였다. “제가…… 불편한 걸 말씀드려도 됩니까?”“가족이 될 사람인데 당연하지요.”별것 아닌 말이었다. 그런데 채경은 그 말 하나 때문에 목이 메었다. 도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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